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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드마리 정략결혼 썰의 일부





[아드마리] 재회





대리석 위를 누비는 옅은 발자국 소리.


예식장 안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살짝 웅성거렸다. 겉은 웅장하지만, 속은 눈부실 정도로 하얗게 리모델링된 예식장은 무척이나 컸다. 수백 명을 너끈히 수용할 수 있을 것만치 크고,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지만 세련됐다. 결혼이라는 예식을 치르기에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장소가 있을까.


의외로 규모에 비해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옹기종기 모여 즐겁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선 하나같이 품위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 사이를 조심스레 누비는 아드리앙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못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짝 초조해 보이는 것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하객들은 이제 막 결혼식을 앞둔 신랑인지라 긴장한 것이 분명하다고 웃어넘겼다.


검은 정장을 입고 앞머리를 뒤로 넘긴 청년의 얼굴은 아직 젊었다. 앳된 모습이 많이 쳐줘봐야 20대 중반일 것 같았지만, 손님들을 맞이하는 자세에서는 어엿한 어른의 모습을 비춘다. 사람들이 좀 물러가고 나서야, 아드리앙은 답답한지 제 목을 조이던 넥타이를 살짝 풀렀다. 앞머리를 손으로 넘기려다 그만두었다. 이 머리 세팅한다고 몇 시간을 들였는데.


이 많은 인파 사이에서도,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하, 재밌네.”



툭 내뱉어진 말투는 답지 않게 신랄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드리앙은 이 결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심지어는 신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이 모든 공작들을 다 해놓고 사라진 아버지에 그는 이제 존경심이 들 지경이었다. 심지어 하객들은 다들 내로라 하는 파리의 저명인사들. 여기서 결혼을 파토내겠다고 했다간 분명 수많은 소문이 돌겠지. 도망치지도 못하게 온 몸을 칭칭 감은 상황들에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런 걸 서프라이즈라고 준비했다면 아버지는 자신의 미적 감각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거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던 아드리앙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곧바로 표정을 웃는 낯으로 바꿨다. 아무리 짜증이 난다지만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에게 대놓고 싫은 표정을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명색이 자신의 결혼식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결혼은 원래 사랑하는 사람과 축복 속에서 치루는 것이 아니었던가? 적어도 이런 식으로 급하게, 상대 얼굴도 모르고서 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배우지는 않았다. 이건 그냥 쇼였다. 눈을 가린 광대 하나가 무대 위에 올라와 춤추는 것 뿐이다. 손을 붙잡은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다시 연락을 해봐도 아버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플랙한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지만 이 사람 많은 곳에서 나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끙, 소리와 함께 해결책을 강구하던 중, 아드리앙은 퍼뜩 떠올린 사실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여기 오게 된 게 나 혼자만은 아니었지.


신부가 있었어.


아버지가 고른 사람이니까, 아버지랑 연락할 다른 수단을 알지도 모른다. 물론 쉽게 알려주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른 수가 없었다. 일이 커지길 원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이런 식으로 결혼을 해야 할 바에는 정말 소문이 도는 한이 있어도 파토를 낼 생각이었다. 사랑없는 결혼 생활 따위는 질색이었고, 무엇보다 그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직 고백도 못했는데.


모델 출신다운 긴 다리가 성큼성큼 신부 대기실 쪽으로 향했다. 군데군데 보이는 표지판 덕분에 쉽게 대기실을 찾았다. 순결한 신부를 상징하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하얗게 물들어, 테두리에는 아름다운 문양들이 그려져 있는 문은 무척 아름다웠다. 다만 보통이라면 열려 있어야 할 대기실의 문은 소통을 단절하는 양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앞에는 남자 두 명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아드리앙을 알아본 그들이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에 아드리앙은 신부도 이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들은 아마 경호보다는 신부가 도망치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는 거겠지. 그들을 물러가게 한 뒤 아드리앙은 짧게 심호흡을 했다. 흘끗 고개를 들어 웅장할 정도로 커다란 문을 올려다보다, 천천히 문고리에 손을 댔다. 뻘하게 결혼 전에 신랑이 신부를 보는 건 재수가 없다는 속설이 떠올랐지만, 어차피 진짜 결혼할 사이도 아닌데 뭐 어떠랴.


딸깍-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에 괜히 긴장이 되는 건 어째서였을까. 경건할 정도의 순백색으로 물든 문의 모습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왠지 봐서는 안 될 것을 보는 기분이었다. 킥 웃음을 터트렸다. 하기사, 원래라면 이 문을 열게 될 일 같은 것도 없었을 테지.


자신이 신부를 맞이하는 건 식장에서였을 테니까.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살짝 열렸다. 천천히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던 아드리앙의 몸이 우뚝 굳었다. 문에서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커다란 의자에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앉아 있었다. 살짝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하나로 틀어올린 여인의 얼굴은 화장했는지 무척 하얬고, 영롱한 푸른빛의 눈동자는 입고 있는 드레스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눈을 내리깔고 무언가를 쳐다보는 얼굴이 무척 청초해 보인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여인은 고개를 들어 문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시선이 마주하자, 푸른 눈동자가 동그랗게 열렸다.


아드리앙은 이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무척이나.



“아, 아드리앙?!”



마리네뜨 뒤팽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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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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