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능유다] 이 밤이 지나가고는
※ BL이에요, 캐붕주의. 이영싫 귀능다나 기반의 귀능유다입니다! ......정말 미안하다 얘들아ㅠㅠㅠ
※ 굉장히 묘사를 잘랐지만 상황 자체가 19금입니다 피하실 분들 제발 피해주세요ㅠㅠ
[귀능유다]
이 밤이 지나가고는
-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헉…."
소리마저 덮어 버릴 듯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막힌 숨이 트이듯 거친 숨소리가 허공 위로 뿌옇게 흩뿌려졌다. 닫혀있는 문, 잠긴 문고리, 도망갈 수도 없을 만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까지. 다시 찾아온 적막 너머로는 신음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왔다. 새까만 어둠에 가려져 있는 얼굴은 필시 일그러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속절없이 흔들리는 몸뚱아리 위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덧씌워졌다. 바로 앞에 누군가 있어도 그 윤곽조차 알아보기 힘들 것만치 어두운 방 안에는 오로지 두 사람만이 존재했다.
입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신음을 조용히 삼키면서, 유다는 감았던 눈을 들어 제 위를 바라보았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인지 저를 내려다보는 녀석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러 창문도 없는 깜깜한 방을 선택한 보람도 없이, 인간은 적응의 생물인지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눈앞의 사물을 알아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손가락의 감촉이 제 등을 끌어안고 피부를 쓸어내리고 있었다. 간질거리는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결코 내색하지는 않는 그를 향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목이 잠겨 탁해지긴 했지만 이런 상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장난스럽고 명랑한 음성. 그 목소리조차 유다는 짜증이 났다.
"왜 소리 안 내요?"
너라면 내겠냐, 멍청아.
어이없다는 듯이 노려봐 주었지만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말도 없는 제가 못마땅한지, 등을 감싼 온기가 사라지더니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제 어깨 쪽으로 올라오더니 얼굴을 쓰다듬는다. 탁, 소리를 내며 쳐내자 불만스럽다는 듯한 음성이 들려온다.
"만지는 게 싫으시다면 말이라도 좀 해 주시죠?"
"…."
"참내, 제가 나가군처럼 투시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리라도 내 주셔야 알아보죠. 진짜 보이는 게 아무 것도 없단 말이에요. 하필 왜 이런 방에서만 하겠다고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싫으면, 관두던가."
"누가 싫대요? 아, 움직이지 마요! 다시 할 거니까요."
작게 웃음을 터트리던 녀석이 다시 자세를 고쳐잡는 것 같더니, 갑작스레 들어올려진 몸에 깜짝 놀랐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감각 때문인지 순간 쓰러질 뻔했지만, 손을 뻗어 녀석을 붙잡았다. 감촉으로 봐서는 목이 아닌가 싶었다.
"야, 이건 좀 힘든데."
"뀨?"
"소름 끼치니까 닥쳐. 다 큰 남정네가 애교 떠는 게 통할 거 같냐? 그런 건 차라리…."
녀석한테나 써먹어 보던가.
성격답지 않게 하고 싶은 말들을 눌러참고만 있자니 공연히 짜증이 났다. 이대로 목을 졸라버릴까. 어차피 내가 죽인 걸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냐? 그렇게 뻘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녀석이 다시 말을 건다. 주제부터가 제 성질을 긁을 만한.
"왜 이런 데서만 하는 걸 고집하는 거예요? 밝지는 않아도, 좀 불빛이 있는 데서 하면 안 돼나요? 여러 모로 불편한데 말이죠."
"…알 거 없어."
"그렇게 제 얼굴이 보기 싫은가요?"
"…그랬음 니 녀석과 이러고 있지도 않겠지."
"그럼…."
"싫다고 했을 텐데."
딱 잘라 대답하자 실망했는지 궁시렁거리던 녀석이었지만 더 이상 토를 달지는 않았다. 진심으로 상대한다면 완력으로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테니까. 다나만큼 능력을 잘 다루지는 못하지만 결정타 정도는 날릴 수 있었다. 저 녀석이 나를 때릴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얼굴이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녀석은 내가 자기 얼굴을 보기 싫어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천만에,
나는 네 놈 얼굴이 보기 싫은 게 아니라, 네 녀석이 내 얼굴을 보는 게 맘에 안 들 뿐이야.
'나를 보면서….'
그 녀석을 떠올리지 말란 말이야.
죽어도 입에 담지 않을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던 차에, 문득 이런 제 자신이 우스워졌다. 언제부터였더라?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이 행위 자체가 괴로워지기 시작한 건. 예전이었다면 서로의 만족을 채우고 나서 무심히도 헤어졌던 관계에, 끝나고 나서도 공허해지는 마음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건. 분명 처음엔 이렇지 않았는데. 서로의 실리가 맞아서 시작했던 가벼운 관계였을 뿐이었다. 녀석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대신할 누군가가 필요했고 저는 마침 실연을 한 상태였다. 서로에게 있어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었을 뿐이다. 리드하기도 귀찮았고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았기에 딱히 상관없다 생각하고 주도권을 넘겼던 거였는데, 어느 샌가 제가 휘둘리고 있었다.
그냥 가볍게 상대하자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변해버린 거지.
좋아하는 여자의 대체품으로 나를 원하는 녀석 따위에게 어느덧 정이라도 붙은 걸까. 몸이 가면 마음도 따라가는 걸까. 인정하기는 싫지만 난 바보가 분명했다. 피식 웃음을 흘려보냈다. 정말 멍청해. 은비단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그새 잊어버렸단 말인가? 오랫동안 같이 지냈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가고 정이 갔었다는 걸. 물론 깊이 관여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런 애송이를 이렇게 생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긴 했지만.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녀석의 얼굴이 언뜻 보이는 것만 같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스르륵 눈이 감겼다.
아아-.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이 밤이 지나가고도,
밤은 다시 찾아오겠지.
뿌리치지 못하는 저를 쫓아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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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니 급속도로 밀려오는 현타... 쓰고 나니까 지워버리고 싶어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봐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ㅠㅠㅠ
간단히 설명을 덧붙이자면, 글에서도 보셨다시피 귀능이는 다나를 대신할 대체품(...)을 원했고 유다는 실연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상호합의적으로 시작한 관계입니다만(애초에 유다 능력이 귀능이를 이겨먹음) 몸이 가니 마음도 가고 있다 뭐... 그런 내용이죠.
손풀이로 가볍게 쓰자고 썼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좀 걸렸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캐릭터를 붕괴시킨 것에는 매우 큰 사죄를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