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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롤 주의. 대략 10000자.





본편 전제하에 조금 설정을 바꿔서 아드마리가 정략결혼했음 어땠을까를 생각해봤는데 얘네 삽질 쩔게 할 거 같다 ㄷㄷ;


정략결혼은 일단 성인 되고 나서. 가브리엘 씨가 마리네뜨 재능이나 성격 보고 자기 아내랑 닮았다 생각하고 이런 애를 며느리로 삼으면 괜찮겠다 싶어서 아들의 의사따윈 싸그리 무시하고 어느 날 갑자기 아드리앙을 불러서 말함.


"아드리앙."

"? 네. 아버지."

"너도 이제 슬슬 결혼할 나이가 된 거 같구나."

"무슨 말씀하세요 아버지?! 전 아직 스물 두살이라고요?!"

"? 사귀는 여자라도 있는 거냐?"

"아니, 그건 아니지만..."


우물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아드리앙에게 가브리엘이 단호하게 말함.


"그럼 뭐가 문제지? 한 달 뒤에 이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마음의 준비나 하고 있어라."

"아니, 잠깐!! 아버지!!"


라고 말하고 재빨리 나가버리는 가브리엘. 아드리앙이 어떻게든 연락하려고 해도 다 씹고 작업실까지 찾아가도 늘 부재중.


아니 이게 웬 날벼락이야?! 하고 아드리앙은 플랙한테 아버지가 제멋대로인 건 알았지만 대체 이걸 어쩌면 좋냐고 한탄하는데, 플랙은 니네 아버지가 니 말 안 들어준게 어디 한두번이냐고 낄낄거리겠지. 아드리앙도 동의. 그건 그렇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결혼까지 간섭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막 신경질부리면서 머리 쥐뜯을 거 같다. 그래서 결국 그냥 예식장에서 직접 결혼을 파토내기로 마음먹음. 상대가 개쪽이긴 하겠지만 어떻게든 자기가 부담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게다가 얘는 아직 레벅을 좋아했기 때문에 ㅇㅇ


이 모든 건 설마 아버지가 자기 결혼식장에도 안 올까? 라는 전제하에 결정한 일이었지만 아드리앙은 자기 아버지의 철저함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음(...) 결혼식 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아버지에 아드리앙은 속이 터지고 딱 지인들만 모았는지 하객도 몇 없고 신부 이름도 없음. 이게 서프라이즈라고 준비한 거면 참 재미있다고 비웃던 아드리앙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신부 대기실에 들어가야만 했음. 대기실 앞에서도 신랑이 신부 얼굴 미리 보면 그건 그것대로 재수없다던 말을 아드리앙은 뻘하게 떠올렸지만, 애초에 결혼도 안 할 건데 뭐 어때?! 라는 생각으로 손잡이에 손을 댐.


딸깍-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에 괜히 긴장이 되는 건 어째서였을까. 눈부시도록 새하얀 신부 대기실의 문 때문이었는지도. 천천히 문을 밀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우뚝 몸이 굳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커다란 의자에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앉아 있었다. 살짝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하나로 틀어올린 여인의 모습은 꽤 예뻤다. 시선이 마주하자, 푸른 눈동자가 동그랗게 열렸다. 아드리앙은 이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무척이나.


"아드리앙?!"


마리네뜨 뒤팽 챙.



[아드마리] 재회: http://eclilps.tistory.com/entry/RD14



여기서 마리네뜨 시점. 사실 마리네뜨는 학교 졸업하자마자 가브리엘 씨네 디자인 공방에 들어가 일하고 있었음.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그런 그녀를 눈여겨본 가브리엘이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인 거지. 물론 열심히 일하면서도 마리네뜨는 틈틈히 레이디버그로 일함.


그래서 밤새 디자인 공부를 하고 틀을 떠야 하긴 하지만 나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틈틈히 아드리앙을 떠올림. 결국 고백하지 못한 첫사랑을 아직도 접지 못해서 아드리앙이 나온 잡지는 꼭 사보고 가끔 촬영장에 가서 몰래 훔쳐보기도 하고. 하지만 학생 때처럼 말을 걸지는 못 하는게 이제 같은 반 친구라는 접점도 없어서 용기가 안 나는 거야. 그래서 일단 열심히 일해서 꼭 아드리앙에게 자신이 만든 옷을 입힐 정도로는 성공하자고 마음먹고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었음.


그런데 어느 날 가브리엘이 마리네뜨를 불러서 말하는 거야. 그녀에게 가브리엘은 선생이기도 하지만 아드리앙의 아버지기도 해서, 무슨 일인가 하고 긴장했는데 이것저것 하고 있는 일이나 디자인들에 관해 물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물음.


"자네, 사귀는 사람 있나?"


가브리엘이 묻는 질문치고는 꽤 이상했지만 마리네뜨는 솔직하게 답함.


"아뇨,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은 있지만.


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어서 꾹 입을 다물었는데 가브리엘이 말함. 한 달 뒤쯤에 특별한 스케줄이 있으니 그 때는 한 3일쯤 시간을 비우라고. 3일이라고 한 건 신혼여행 포함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마리네뜨는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 무슨 스케줄이냐고 물어도 그건 그때 가보면 안다고 말함. 참고로 가브리엘은 마리네뜨가 아드리앙을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음.


그래서 한 달 뒤쯤에 예정대로 스케줄 싹 비우고 온 마리네뜨는 난데없는 검은 옷의 사나이들에게(ㅋㅋㅋ) 끌려가 어떤 고급 샵으로 보내지고 이것저것 꾸며진 다음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 대기실을 가게 된 거지. 저기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어봐도 경호원들은 묵묵부답이고 가브리엘에게 전화 걸어보려는 순간 문자가 와.


결혼식장은 마음에 드나? 가 첫 마딘데 순간 벙찜.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려는데 다음 줄이 시선을 끌어.


[자네에게도 해가 될 일은 아닐 것이니, 잘 부탁하네.]


여기서 이제 의문이 듬. 아무리 봐도 이건 신부놀이가 아니라 진짜 결혼식장이고 자기는 신부라는 건데 그럼 신랑은 누구야? 근데 가브리엘이니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얼굴이 있는데 설마라고 생각함.


말도 안 돼. 아드리앙이라면 결혼하고 싶다는 여자가 넘칠텐데 왜 자기를 굳이 이런 방법까지 써서 보내려고 하겠어? 설마 내가 아드리앙을 좋아하는 거 알고 걸리적거려서 이러는 거 아냐?! 하고 별 망상을 다 하는데 신부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정말 아드리앙이 들어오는거 보고 깜짝 놀람. 심지어 정장 차림에 머리는 뒤로 넘김. 겁나 멋있어서 막 황홀해하는데 상황이 그게 아니잖아.


아드리앙이 엄청나게 놀란 얼굴을 하는데 마리네뜨는 마리네뜨대로 당황함. 그쪽도 아무것도 모르고 찾아온 거 같아서. 아드리앙이 근데 한참을 지나도 말이 없어. 멍하게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아드리앙의 시선에 괜히 쑥스러워진 마리네뜨가 안녕? 하고 한 손을 들어 어색하게 인사를 건넴. 너도 끌려왔어..? 하고 물으니까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아드리앙이 말함. 어, 응.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다가 이 모든 게 가브리엘의 주도 하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알고 둘다 속으로 고민함. 지금 이 아저씨한테 연락이 안 되는데 찾아온 손님들이 죄다 생각 이상으로 고급이야. 파토 못 내게 하려고 수를 썼다는 걸 알고 곤란해하는 아드리앙이 마리네뜨에게 이런 일에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함. 마리네뜨는 아니아니아니 하고 고개를 젓는데 한편으로는 이게 진짜 아드리앙과의 결혼식이었음 얼마나 좋을까 하고 씁쓸해함. 잠깐 뭔가 고민하던 아드리앙이 마리네뜨를 쳐다보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만 더 도와주지 않을래?"


라고 말하고, 결혼식을 속행하자는 이야기였음. 일단 결혼은 하지만 아버지와 연락이 될 때까지만 같이 있어주면 된다고 함. 마리네뜨는 깜짝 놀라지만 결국 수락함. 그녀도 오면서 온 초대객들 보고 기겁했거든. 무엇보다 아드리앙이 곤란해지는 거 진짜 싫어서. 예상보다 순순히 허락해준 마리네뜨 덕분에 일단 결혼식을 올리긴 하는데 둘다 심란하지. 


막 맹세의 말을 읊조릴 때도 그렇고 반지 교환도(반지까지 철저히 준비한 아저씨) 그렇고 마지막에 맹세의 키스까지. 미안하다고 말한 아드리앙이 살짝 면사포를 걷어서 눈을 감은 마리네뜨한테 입을 살짝 맞췄는데, 그 때 아드리앙은 마리네뜨가 떨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챔.


떨어? 어째서.


의아해하는 마음을 마지막으로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 가는 리무진 안에서도 둘은 말이 없음. 마리네뜨는 면사포로 얼굴 가린 채 살짝 고개 숙여서 아드리앙을 보고 있고 아드리앙은 전화를 걸고 있음. 근데 여전히 안 받아. 심지어는 모르는 번호로


[즐거운 신혼여행 보내라.]


하는 겁나 무뚝뚝한 문자 하나 와 있어서 진심으로 빡침. 솔직히 안 빡치는 게 이상하짘ㅋㅋㅋㅋ 그리고 진짜 말려들게 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마리네뜨를 흘끗 살피는데 웨딩드레스 입고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 마리네뜨의 옆얼굴이 예쁘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당황함.


사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와서 마리네뜨를 봤을 때도 그 생각 했거든.


자기는 레이디버그 일편단심인 줄 알았는데 그건 다 거짓이었냐고 아드리앙은 속으로 막 자학하는데 마리네뜨는 마리네뜨대로 지금 상황이 너무 꿈같애. 위장이라지만 아드리앙과 같이 결혼식을 올린뒤 웨딩카에 타고 있잖아. 그런데 문득 닿는 시선에 고개를 돌리니까 아드리앙이 멀뚱히 또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거야.


의아해진 마리네뜨는 내 얼굴에 뭐 묻었어? 하고 차분하게 물음. 이제 나이를 좀 먹었다보니 자기 감정에 좀 성숙해졌거든. 아드리앙은 그 모습에서 누군가를 떠올려. 매우 익숙한 누군가의 실루엣. 하지만 그녀와 마리네뜨가 동일인물이라는 생각보다는 내 취향이 그런 쪽인가(...) 라고 생각하고 넘김 아 쓰면서도 답답하다 이새키....


괜히 미안해진 아드리앙은,


"말려들게 해서 미안해. 마리네뜨. 이왕 이렇게 된 거 휴가 왔다고 생각하고 즐겨주면 안 될까? 뒷수습은 확실히 해줄 테니까."


잠깐 생각하던 마리네뜨가 말함.


"내 이름."

"어?"

"기억하고 있었네..?"

"뭐야, 잊을 리가 없잖아."

하는데 마리네뜨는 그거에 또 두근하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넴.


"난 괜찮아."

"뭐?"

"네 말대로 휴가 나왔다고 생각할 테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마."


따지고 보면 이건 너네 아버님 책임이고.


그러면서 두근두근 뜀박질하는 가슴과 달리 꽤 부드럽게 웃는 마리네뜨의 얼굴이 너무 예쁜 거야.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조용하고 멍한 타입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눈길이 가는 애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앞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새삼 느껴짐.


물론 신혼여행지에선 아무 일 없었습니다(...) 호텔은 스위트룸이고 방이 하나였지만 아드리앙은 꼭 마리네뜨가 잠든 뒤에 들어와서 자고 그 와중에도 아버지랑 연락을 시도했지만 먹통(...) 심지어 또 다른 문자로 반년간 출장간다고 말함 이쯤되면 독하지.


사실 신혼여행 끝나고는 집에 돌려보내 주려고 했지만, 문제는 아드리앙이랑 마리네뜨가 결혼한 거 거의 공표급으로 이미 시내에 알려져 있음. 당장 클로이가 전화해서 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지는 거에서 알게 되지만.


결국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데 이 와중에도 마리네뜨는 업무를 나가고 아드리앙도 모델 일을 나가고 그 와중에도 히어로 일은 꼬박꼬박 함. 레벅이나 블캣이나 둘다 힘이 없음.


레벅은 레벅대로 심란하고 블캣은 차마 레벅 얼굴을 못 쳐다보겠어. 좋아한다고 막 들이대던 녀석이 힘이 없으니까 그건 그것대로 이상했는지 레벅이 무슨 일 있냐고 묻는데 블캣은 차마, '아버지한테 속아서 다른 여자랑 결혼했어' 라고 말할 수가 없는거야ㅋㅋㅋ 자기는 레이디 뿐이라고 말하기엔 이미 뭔가 순결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물론 아무 일 없는데, 레이디? 하면서 막 허세를 부리는 블랙캣을 보던 레이디버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가자고 말하는데 블랙캣은 그 미소를 보고 순간 우뚝 굳음. 웨딩카 안에서 자신을 향해 웃던 마리네뜨랑 느낌이 아주 똑같았거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 내가 결혼한 사람이 너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진심으로 레이디버그의 정체가 궁금해졌음. 그래서 툭 내뱉어.


"정말 넌 누굴까?"

"어?"

"우리, 파트너로 지낸지도 거의 6년 다 되어가잖아."

"그, 그랬나?"

"그런데 서로 정체도 모르다니, 이건 좀 불공평하지 않아?"

"서로 모르는 게.."

"..좋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알고 싶어."


고민하던 레벅이 말함.


"...말하고 싶지 않아."

"왜?!"

"알면, 넌 분명 실망할 테니까."


그렇게 웃으며 레벅은 휙 몸을 감춰. 그에 답답해진 블캣은 마구 화내면서도 자기가 초조했다는 걸 인정해. 진짜 고백도 못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생각하니까 새삼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러운 거야. 왜 남의 연애전선에 초를 쳐 치긴.(사실 정반대였음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집에 돌아오던 아드리앙은 저택에 불이 켜져 있다는 거에 놀라. 저택에 들어오니까 뭔가 냄새가 나는데 식당 쪽이야. 이것저것 만들어놓고 스튜 냄비를 들고 있던 마리네뜨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던 아드리앙에 깜짝 놀라서 냄비를 떨어뜨릴 뻔하는데, 놀란 아드리앙이 다가가서 마리네뜨 손을 잡아줘. 막 시선이 닿는데 괜찮아? 라고 물으니까 마리네뜨가 얼굴 살짝 빨개져서 괘, 괜찮아. 하고 냄비를 식탁에 내려놓음. 뭐하고 있었냐고 물으니까,


"그냥 신세지긴 뭐해서. 뭐라도 만들어봤어."


라고 말하는 마리네뜨였는데, 아드리앙은 그 말에 순간 심장이 쿵, 두근거려. 이게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곧 무시하고 마리네뜨랑 같이 밥을 먹음. 진짜 불이 켜져 있는 집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위해 해준 요리를 먹는 건 처음이야.


그거에 괜히 울컥하다가 그는 자기가 다시 한 번 마리네뜨를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하지만 그래도 이건 사랑이 아닐 거라 생각해. 자기 사랑은 이미 한 여자한테 전부 다 줘버려서.


마리네뜨는 아드리앙이 자신을 보면서도 왠지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 느낌에 아, 얘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듬. 역시 나는 불청객인 건가, 싶어서 괜히 시무룩해진 마리네뜨한테 아드리앙이 장난스럽게 이름을 불러.


"마리네뜨."

"어?"

"안 먹으면 내가 다 먹는다?"

"아, 아니. 지금 먹을게!"


이렇게 얘들의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됨.


마리네뜨는 진짜, 아드리앙이랑 결혼한 거 소문난 이후로 여자들한테 굉장한 눈총을 받을 거 같다. 특히 클로이는 매일 마리네뜨 공방에 찾아와서 얘를 들들 볶을 거 같음. 약점 잡아서 아드리앙한테 보내려고 하고.


물건이 막 없어지기도 하고, 누가 자기 발 걸려고도 하고, 하여간 은근한 괴롭힘을 받는거야. 아드리앙은 진짜 만인의 연인 수준일 정도로 완벽한데다 아직 젋었으니까. 그리고 아드리앙은 아드리앙대로 좀 따가운 눈총을 받는데 막 티나지는 않았지만 마리네뜨가 꽤 인기가 많았거든. 예쁘장한 얼굴이기도 한데 당당하고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고 그래서. 자기랑 마리네뜨의 결혼에 대해 수군거림을 들은 아드리앙은 괜히 기분이 나쁘고. 자기나 마리네뜨나 원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닌데. 왜 저런 소리를 듣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은근히 마리네뜨가 상처입을까 걱정함.


아 근데 마리네뜨는 여자들 괴롭힘도 괴롭힘인데 클로이; 클로이랑 사브리나 너무 성가심 무엇보다 빌런이 나타나서 나가봐야 하는데 변신할 틈도 안 줘. 어떻게든 떼어내고 문을 잠그고 변신한 뒤에 밖으로 나가는데 그새 열쇠를 가져온 클로이가 문을 열어.


근데 아무도 없음.


가뜩이나 여긴 꽤 고층이었거든. 그를 이상하게 여긴 클로이가 나중에 마리네뜨한테 심문하듯이 물어봐. 너 대체 어디로 사라졌던 거야? 하고. 마리네뜨는 레벅으로 변해서 나갔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을 얼버무리는데 커다란 팔이 마리네뜨의 목을 껴안고 뒤로 살짝 끌어당겨. 클로이가 놀라서 소리지름.


"아드리앙!"


마리네뜨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듣고 걱정된 아드리앙이 얘를 찾아왔다가 상황을 발견한 거지. 반가워서 덤벼들려는 클로이에게 아드리앙이 웃으면서,


"미안, 난 이제 유부남이라서."


라고 단호박으로 말하는데 마리네뜨는 진짜 깜짝 놀라서 말이 안 나오고 클로이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옴. 클로이가 진짜 얘랑 결혼한 거냐, 약점 잡혀서 억지로 결혼생활 하는 거 아니었냐, 하고 따지니까 아드리앙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걱정해줘서 고맙지만~ 그런 일 없어. 우리 완전 잘 살고 있다구?"


하고 웃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마리네뜨 허리 껴안고 관자놀이에 입맞춤. 그것도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근데 마리네뜨는 놀라기도 놀랐는데, 이 뻔뻔함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거 같아. 그것도 자신이 매우 잘 알고 있는 녀석.


사실 아드리앙이 이렇게 대놓고 일을 벌인 이유는 반쯤 충동임(..) 뭔가 마리네뜨가 싫은 소리 듣고 있는 것도 싫은데 그 와중에 마리네뜨를 힐끔거리던 남자들이 마음에 안 들어. 그래서 보란 듯이 막 애정행각 벌이면서 마리네뜨 데리고 사라졌는데,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가서야 이거 좀 아니었나? 아버지를 찾으면 돌려보내줘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는데 말이 없던 마리네뜨가 자기 어깨 감싼 아드리앙 팔을 두 손으로 꼭 잡는 거야. 그리고 살며시 중얼거린다.


"꿈이면 제발 깨지 마라.."

"응?"

"그냥, 그냥 좋아서."


하고 마리네뜨가 작게 속삭이는데 아드리앙은 그제서야, 고개를 푹 숙인 마리네뜨 얼굴이 완전 새빨갛다는 걸 깨달음. 바보가 아닌 이상 슬슬 눈치를 채야지. 괜히 긴장한 아드리앙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데 마리네뜨가 용기를 내서 말함.


"이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어..?"


아드리앙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음. 알고는 있었지만 마리네뜨 입으로 사살받으니 기분이 되게 묘해.


"아마, 돌아가면 다시는 말하지 못할 테니까. 지금 말할게."

"..."

"좋아해. 사실 학생 때부터 좋아했었어."


얼굴을 보지 않아서 자연스레 말이 나와주는 게 다행이었음.(아직도 백허그 중) 대답이 두려워서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있는 마리네뜨에게 아드리앙은,


"…미안해."


라는 말밖에 못하고 마리네뜨는 애써 태연하게 말함.


"여, 역시 그렇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지? 그렇게 묻는 마리네뜨에게 아드리앙이,


"그렇게 티가 나?"

"그냥, 날 보면서도 다른 사람 보고 있는 거 같아서."


어쩔 수 없지 뭐. 라고 말하는 마리네뜨를 보는데 아드리앙은 왠지 화가 나. 나를 좋아한다면서 왜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거야? 라는 생각도 들고. 마리네뜨는 미안하다고 말함.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었을 텐데, 상대가 하필 나라서."


막 말하면서도 왠지 목소리에 울음기가 있는 거 같아서, 싸한 느낌에 아드리앙은 팔을 풀고 마리네뜨 몸을 돌려. 푹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마리네뜨 턱을 억지로 들어올리니까 울고 있지는 않았음. 근데 너무 슬퍼 보여서 아드리앙은 가슴이 철렁해.


내가 왜 이러지? 이러고 혼란스러워하는데 마리네뜨는 나, 나 먼저 나갈게! 하고 밖으로 나가고 아드리앙은 멍하니 자리에 서서 방금 전 자기가 느꼈던 충동을 돌이켜봐...는 그럴 시간 없겠지 빌런 한 번 더 나타납니다 ㅇㅇ


아주 정말 기막힌 타이밍에 나타난 빌런 덕택에 변신하긴 했지만 블캣은 몰라도 레벅은 정말 싸움에 집중을 못함. 티키의 영향에도 진짜 몇 번이고 실수하고 그래서 블랙캣이 너 오늘따라 왜 이러냐고 타박할 정도로 정신이 없음.


어쨌든 결국 다 쓰러뜨리고 임무 완수, 로 가볍게 주먹을 맞댄 뒤에 가려는 레벅 팔을 블랙캣이 꽉 붙잡아. 무슨 일이야? 하고 평소와는 달리 돌아보지 않는 레벅을 잡아당긴 블랙캣이 그녀를 돌려세움. 표정은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침잠되어 있는 눈동자에 블랙캣은 방금 전 봤던 누군가를 떠올려. 하지만 이내 생각을 털어내고 말하지.


"할 말이 있어, 레이디."

"뭔데?"

"난 말이야…."


고백을 하려니까 블랙캣은 저도 모르게 목이 타는 느낌이야. 몇 번이고 말을 망설이다가 간신히 말함.


"나, 너를 좋아해."


말했다.


말했는데 왠지 너무 슬퍼지는 감정에 블랙캣은 저도 모르게 눈가를 일그림 왜인지 모르겠어. 이런 감정을 너도 느꼈을까. 또 마리네뜨를 떠올리는 자신이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블랙캣은 레이디버그에 집중함.


그런 그를 보던 레이디버그가 조용히 중얼거려.


"…너도 이런 감정이었을까."


작게 중얼거려서 잘 안 들림.


"응? 뭐라고?"

"블랙캣. 나도 네가 좋아. 좋은 동료이자 파트너라고 생각해. 하지만..."

"…."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힘없지만, 단호한 그녀의 대답에 블랙캣은 다시 물어봐.


"그게 누군데?"

"…어?"

"누구냐고. 내가 알 만한 사람이야?"

"그걸 내가 너한테 대답해줄 이유는 없잖아."

"매정하긴."


쳇, 하고 투덜거리는 블랙캣의 표정은 평소와 같아. 그에 레벅은 웃으면서 손을 뿌리치려고 하지만 블캣 팔은 꿈쩍않음.


"그럼 질문을 바꿀게."

"또 뭔데."

"너 누구야?"


블캣의 목소리가 단박에 낮게 가라앉음. 깜짝 놀라서 레벅이 블캣 표정을 보는데 표정은 싱글싱글 웃고 있는데 목소리는 장난이 아니고 잡은 손에 힘이 더욱 세짐. 기필코 알아야겠다는 느낌.


레벅이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쳐.

"싫다고 말했잖아. 알면.."

"실망할 거라고?"

"…."

"나야말로 두려운데."

네가 실망할까봐.

그 와중에 변신 해제소리는 제대로 들리기 시작하고 레벅은 진짜 놓으라는 듯이 팔을 세게 흔드는데 역시 꿈쩍 않지롱.


띠-

띠-

띠---


고대의 재앙이랑 행운의 부적 쓴 시간이 거의 겹치긴 하지만 먼저 변신이 풀린 건 블캣이야. 블캣 변신 풀리자마자 도망가려고 했는데, 촤라락 소리와 함께 변신이 풀리고 드러난 얼굴에 레벅은 놀라서 도망가야 한다는 사실도 잊음.


그리고 잠시 뒤에 그녀도 변신이 풀림.


아드리앙은 붙잡은 마리네뜨 팔만 멀뚱히 쳐다본다. 마리네뜨는 너무 놀라서 딸꾹질까지 나옴. 아니, 대체. 이게 어떻게-. 낄낄거리는 플랙을 티키가 붙잡아 끌고 가고, 남아 있던 두 사람은 되게 뻘쭘해짐. 진짜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리네뜨 얼굴을 보고 아드리앙이 쓰게 웃음.


"역시, 실망했나?"

"어, 어?!"

"아, 혹시 이러면 좋겠다 생각하긴 했지만-."


진짜 이럴 줄이야.


사실 아드리앙도 마리네뜨 못지 않게 당황스러워. 아니 이게 뭔 일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사실 마리네뜨였고 하지만 자기는 마리네뜨를 아까 전에 거절했는데 또 고백했고... 하여간 되게 어질어질한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으며, 마리네뜨가 신음을 흘리니까 그제서야 아드리앙은 마리네뜨 팔을 놓아줌.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손자국이 남았어. 그거에 좀 미안해지면서도 아드리앙은 일단 원하는 걸 얻어내야겠다 싶어서 마리네뜨한테 다시 뻘쭘하게 말을 걸어.


"우리, 좀 상황이 이상해진 거 같은데?"


그러면서 아드리앙은 손을 뻗어서 마리네뜨 손을 덥석 잡아(아까는 팔이었지만 이제는 손) 그거에 흠칫하며 뒤로 물러서려는 마리네뜨를 부드럽게 끌어당겨서 품에 안음. 블캣으로 거절당했어도 마리네뜨는 자길 좋아한다고 고백했고 이 모습에선 자기가 강자니까.


막 얼굴 빨개져서 도망가려는 마리네뜨한테 아드리앙이 짓궃게 물음.


"왜 도망가?"

"어, 어, 그게…."


으아악 내가 아드리앙한테 안겨 있다니!! 게다가 백허그도 아니라 정면으로!


하고 막 속으로 패닉하는 마리네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드리앙은 진짜 그제서야 왜 자기가 마리네뜨를 보면서 자꾸 레벅을 떠올렸는지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야. 마리네뜨는 와 진짜 블랙캣이 아드리앙인건 둘째치고 방금 전에 고백했다 차였던 상대하고 이러고 있자니 정말 머리가 팽글팽글 돈다.


근데 생각해보면 자기가 레벅이기 때문에 이러는 건가 싶음. 그 생각을 하는 순간 괜히 슬퍼져서 아드리앙을 확 밀쳐내고 올려다보는데 그 와중에도 아드리앙이 너무 잘생겨서 순간 홀릴뻔한 자신을 타박함. 그리고 물어. 이건 중요한 문제니까.


"내가 레이디버그라서?"

"어?"

"내가 레이디버그라서, 이러는 거야? 다른 사람이었더라도?"


자기가 질문하면서도 자기가 상처받지만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라.. 잠시 벙쪄있던 아드리앙은 잠깐의 고민 끝에 말해.


"아, 이거 말하기 좀 창피한데."

"?"

"그게…"


머리를 긁적거리던 아드리앙이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전부 털어놔. 레벅인 너를 언제부터 좋아했으며, 결혼식장에서 마리네뜨로서의 너를 봤을 때 황당했던 감정이랑, 묘하게 레벅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도. 들으면서 괜히 참담해지는 마리네뜨에게 아드리앙이 덧붙임.


"그런데, 네 대답을 거절할 땐 되게 괴롭더라."

"어…?"

"내가 좋아하는 건 레이디버그인데, 라고 생각했는데도. 사실 레벅인 너한테 고백한 건 그 이유도 있었던 것 같아."


이렇게 이도저도 아닌 상태보다는, 확실히 결판을 내고 싶었다고나 할까.


라고 말하며 웃는 아드리앙의 표정이 되게 후련해 보여. 그래서 마리네뜨는 더 이상 말을 못 함.


사실 마리네뜨도 아드리앙이랑 지내면서 그가 평소에 보여주던 완벽한 모습만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조금씩 깨닫고는 있었거든. 의외로 아침에 약하고, 풀죽어 쓰러질 때도 많고, 막 어쩌다 회식해서 술에 취해 들어올 때는 애교를 부리는데 그게 퍽 귀엽기도 하고, 마냥 상냥한 성격만이 아니라는 것도.


아드리앙이 가진 모든 것들이 단순한 천재성에서 온 게 아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야. 그런 면을 알아서 더 좋아졌다고 생각했었지만 역시 아드리앙=블랙캣 공식은 좀 혼란이 오기 다분했음. 시간이 지나서인지 행동이 좀 순화되긴 했지만.


"마리네뜨."


부름과 동시에 아드리앙은 마리네뜨의 손을 붙잡고 손등 위에 입맞춰. 그리고 눈을 찡긋하며 말함.


"마이 레이디."

"아드리앙…"

"네가 레이디버그라 다행이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

"너를 마이 레이디라고 부를 수 있어서, 기뻐."


하고 웃는데 그 얼굴이 꽤 장난스러워. 정작 눈빛은 그리 태연하지 못했는데도. 그걸 보면서 마리네뜨는 자기는 결국 아드리앙이 이렇게 웃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그가 블랙캣이든 어쨌든.


"당신을 사랑해요. 레이디."


손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말하는 아드리앙의 미소가 너무 심장에 해로울 정도로 눈부셔서 마리네뜨는 더 이상 말을 못해. 그리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감정을 깨달아.


행복.


아무 말도 못하고 감격해서 그를 쳐다보고 있는 마리네뜨에게 아드리앙이 살짝 불만스러운 얼굴로 묻습니다.


"그래서, 대답은?"

"아, 아까 들었잖아!"

"좋은 말은 많이 듣는 게 좋다잖아."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글쎄?"


어깨를 으쓱하는 아드리앙의 모습이 뭔가 얄밉지만, 마리네뜨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해. 이러니저러니 해도 반한 쪽이 진다는 공식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면서.


"…좋아해!"


두 번은 못 말하겠다, 역시.


막 말하자마자 얼굴 빨개진 마리네뜨를 다시금 끌어안고 입맞추는 아드리앙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The End




+



그리고 아드리앙은 나중에 집에 돌아온 아버지한테 처음으로 몇시간을 바락바락 따졌다고 합니다. 가브리엘은 아드리앙이 이렇게 말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고 하더군요.




++



결혼생활은 유지하되, 아드리앙은 나중에 마리네뜨한테 다시금 청혼해요. 워낙 급하게 이루어진 결혼이니까 이번에는 정식으로. 반지 새로 맞춰서 프로포즈 거하게 준비합니다. 이 녀석도 부자라 비행선에 I LOVE YOU를 달아서 반짝반짝 띄웁니다.


파리의 모든 여자들은 아주 부러워서 죽죠. 마리네뜨는 블랙캣때 성격은 제발 좀 자중해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쉬고, 그래도 좋다고 헤실거리고. 뭐, 그래도 히어로 일은 여전히 계속합니다.


이젠 정말 끝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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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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