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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버그 자캐 관련! 렐님 니아사랑 백님 쌍둥이를 빌려왔습니다~>_< 이런걸 뭐라고 하더라.. 관록?









한 청년이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아니, 소년이라고 해야 하려나. 얼굴은 분명 청년에 속하는데 묘하게 소년의 분위기를 가진 남자였다. 옅은 분홍빛으로 물든 머리카락은 마치 봄에 찬란히 피어나는 벚꽃을 연상시켰고, 가끔씩 깜빡이는 라임빛 눈동자는 여러 가지 생각들로 반짝거렸다.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는데, 머리에 둘러쓴 후드 사이로 베이비블루색 모자의 챙이 설핏 드러났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책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는 그의 표정이 꽤 진지하다.



"인사해."



제게 던져진 한 마디에 니아사는 들고 있던 책으로부터 시선을 떼어냈다. 살며시 고개를 들고 앞을 쳐다보자, 무심한 표정의 여자아이가 그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깨에 살짝 닿을락말락한 흑단발에 까만 눈을 가진 여자애는 그가 오늘 만나기로 한 상대였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눈처럼 새하얀 백발을 가진 두 명의 남녀가 그녀의 양 옆에 붙어 그를 신기하다는 눈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둘 다 상당한 곱슬머리였는데 머리가 짧은 소년과 달리 소녀는 허리까지 오는 장발이었다. 나이는 이제 막 고등학생쯤 되었을까, 딱 보기에도 굉장히 닮은 걸 보니 아마 쌍둥이인 게 분명했다. 남녀 쌍둥이치곤 얼굴이 엄청나게 닮은 게 신기하긴 했지만, 일단 두 사람 다 굉장한 미인이었다. 지금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걸 보면 분명 잘 웃는 성격인 것이 분명했다. 같이 다니면 시선 좀 모으겠군.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둘 다 키가 꽤 컸다. 리우보다도 커 보이는 게, 아마 자신하고 살짝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런 말도 없이 눈빛으로 해명을 요구하는 니아사에게 흑발의 소녀, 리우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



"얘들이 따라오겠다고 해서. 뭐, 별 상관없지?"



끄덕끄덕.


니아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시선이 리우의 뒤에 딱 붙어 있는 쌍둥이에게로 향했다. 예전에 잠깐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같은데. 친한 소꿉친구 두 명이 있다고 했었는데 그게 바로 얘들인가?



"이쪽은 니아사라고 해. 이래뵈도 우리보다 두 살 많아."



동갑이었어?!


깜짝 놀라서는 눈만 깜빡거리는 니아사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리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어릴 때부터 같이 지냈지만 얘들은 언제 봐도 고등학생 같지 않다니까. 지금은 자신보다 키가 컸지만 속은 여전하니.


절대 내가 늙어보이는 게 아니라.



"안녕하세요! 유키라고 해요. 얘는 유시고, 제 여동생!"

"꺄아, 반가워요!"



밝게 웃는 미소가 참으로 천진했다. 입을 열자마자 꺄르르 웃어대는 두 사람을 보며 니아사는 입가에 부드럽게 미소를 띄웠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처음으로 할 말을 곰곰히 궁리했다. 아, 어쩌지? 뭐라고 대답하지? 설마 이 타이밍에서 친구를 소개받을 줄은. 절대 소개 안 해줄 거 같았는데. 근데 리우 얘 친구가 있긴 있었구나. 다행이야. 아 근데 얘네 진짜 예쁘게 생겼다. 머리카락이 저런 색깔도 있구나. 되게 복슬복슬해 보여. 정말….



"만져보고 싶다."

"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쌍둥이의 모습에 니아사는 제가 순간 무슨 말을 뱉었나 생각했다. 눈만 꿈뻑거리며 황급히 다음 말을 준비하는 니아사를 보며 리우가 대신 답변했다. 하여간 그럼 그렇지.



"아, 머리 만져보고 싶대."

"우와, 신기해 리우! 어떻게 알아들은 거야?"

"눈치껏. 쟤가 워낙 말주변이 없는 애니까 뭐 이상한 말 해도 그러려니 받아들여."



이상한 말이라니. 내가 뭐 그렇게 이상한 말을 했다고. 불만스레 쳐다보던 니아사의 머릿속에서 또 수많은 생각이 요동쳤다. 말을 하자마자 쪼르르 달려와서 자신을 이리저리 관찰하는 쌍둥이의 모습은 꽤 요란했지만 그만큼 귀여웠다. 사랑스럽다는 말은 이 두 아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얘들은 왜 여기에 있지?



"왜…."

"얘들이 따라왔냐고? 내가 니 얘기를 했더니 만나보고 싶다고 하면서 따라왔어."



진짜 도사가 아닐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의도를 귀신같이 맞추는 리우에 니아사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오래 같이 지낸 친구들도 가끔씩 다시 말해달라고 할 때가 잦은데, 얘는 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정말 저번에 말했던 대로 내 머릿속에 도청기라도 장치한 거 아냐? 아, 그럼 이어폰 오래 끼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냐? 하지만 음악 듣는 거 좋은데….



"…이어폰은 안 돼."

"? 무슨 소리야. 너 또 쓸데없는 생각하지?"

"리우! 그건 너무 말이 심하잖아. 아무리 네가 눈치가 빠르고 틀린 말을 한 적이 거의 없다지만 그렇게 확인사살하는 거 아니야!"

"유키. 왠지 그게 더 욕하는 거 같은데?"

"어라?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키를 보며 유시는 다시금 웃음을 터트렸다. 참 웃음도 많다. 저런 모습조차 참 귀엽다 느껴지는 걸 보니 역시 세상은 얼굴빨이라던 친구 말이 틀린 게 없구만. 저도 모르게 납득하고 있는 걸 보면. 



"아, 죄송해요. 놀라셨죠?"

"어? 아니, 뭐. 괜찮아요."



제대로 대답하는 자신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리우에 니아사의 한쪽 눈썹이 찡그려졌다. 아니, 왜. 내가 제대로 대답할 수도 있지! 단답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제대로 대답쯤은….


아, 얘 앞에서는 없었던가…? 아, 헷갈려.



"저흰 사실 리우한테 드디어 남자친구가 생긴 줄 알고 궁금해서,"

"아닙니다."

"아니야."



서로 동시에 대답하면서, 니아사와 리우는 서로를 다시금 쳐다보며 시선을 교환했다. 망설임없이 말하는 두 사람에 질문을 던진 당사자인 유시는 눈매를 싱긋 접어 웃었다.



"그럼 다행이구요."



뭐가 다행이라는 걸까. 마주 웃으면서도 괜히 뻘쭘해진 니아사의 눈길이 그녀의 새하얀 머리카락에 닿았다. 소녀의 뒤에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껴안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정말로 사이가 좋아 보였다. 리우랑 동갑이라면 둘 다 올해 18살이려나? 저 나이까지 저렇게 사이 좋은 남매가 있긴 드문데. 아, 그나저나 머리카락. 탈색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머리색이 저렇게 새하얗지? 게다가 머릿결도 좋아 보여. 타고난 건가?


니아사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유시의 긴 머리카락 한 자락을 살며시 쥐어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예쁘네요."



그 말에 유시는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그녀를 껴안고 있던 유키나 옆에 있던 리우의 표정이 대번에 굳었다. 유시를 재빨리 뒤로 끌어당기며 역시 저 형도 늑대였냐며 중얼거리는 유키에, 니아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리우는 이거 뭐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였다. 성격상 수작부리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없이 한 짓이겠지만 아무리 봐도 오해할 대목 아닌가. 그러나 유시는 아무렇지 않게 빙긋 웃었다.



"헤헤, 칭찬 고마워요!! 친절하시네요!"



머리카락 말하는 거죠?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유시에 니아사는 절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호의로 받아들여줘서 다행이다.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는 니아사와 달리 리우는 한숨을 쉬더니 쌍둥이를 잡아끌고 말했다.



"자, 이거 마셔."

"와! 딸기우유다~!"



리우가 들고 온 가방에서 음료수를 꺼내주자, 쌍둥이는 이내 활짝 웃는 얼굴로 방방 뛰며 기쁨을 표현했다. 좋아하는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리우는 벤치에 털썩 앉아 니아사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뭐 좋아할 지 몰라서 적당히 사왔어. 덤덤히 말하며 제 몫의 음료수를 들이키는 리우를 가만히 쳐다보던 니아사도 뚜껑을 타고 음료수를 마셨다. 차가운 감각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간다.


시원하다.



"저기서 놀고 있을래? 니아사랑 얘기 좀 하게."

"우우, 치사해! 리우 혼자만 말하기야? 우리도 이것저것 물어볼래~!!"

"…얘가 뭐라는지 다 알아들을 수 있어?"

"헤헤, 노는 거 좋아!"



부정하지 못하고 유키는 금방 미련을 버린 채 등을 돌렸다. 이미 분수대 쪽으로 가고 있는 유시를 따라가는 유키에게, 리우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걱정을 던졌다.



"니들, 너무 멀리 가지는 마."

"알았어! 리우는 그 형이랑 이야기 잘 나누고 있어! 너무 가까이 가진 말고!"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려는 듯하면서도, 곧 자신을 부르는 누이의 목소리에 유키는 금방 표정을 풀고 유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런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며 웃고 있는 니아사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리우가 지나가는 듯 가볍게 물었다.



"그래, 만나본 소감은?"

"…귀여워."

"그래. 멍멍이같지."



키우고 싶어지는 게 말이야. 대놓고 소꿉친구들을 동물에 비유하며 리우는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나온 목소리는 상당히 서늘했다.



"하지만 진짜 멍멍이로 취급하면 죽는다."



진지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에는 농담기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아서, 니아사는 순간 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심연과도 같은 깊고 검은 눈동자는 도무지 그 끝이 보이지 않아서, 저런 눈빛을 하고 있는 리우를 볼 때면 조금은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지곤 했다.


반면 리우는 투명할 정도로 밝은 니아사의 연두빛 눈동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깨끗해 보이는 눈동자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생각을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별 생각 안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리우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피곤해?"

"…아니."

"뭐, 그렇다면 됐고. 좀 정신없긴 하지?"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니아사의 모습에 리우는 '네 이런 면은 마음에 들어.' 라고 말하며 작게 웃었다. 리우는 평소에 잘 웃지 않는 편이지만, 그 대신 가끔씩 보여주는 미소는 꽤 무방비하다. 매사에 덤덤하던 얼굴이 살짝 부드럽게 풀어지는 순간은 꽤나 어려 보여서, 그래도 그녀가 아직은 10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그러기도 잠시, 책을 읽기 시작하자 리우의 표정은 다시금 담담해졌다. 그에 질세라 니아사도 읽던 책의 페이지를 마저 폈다. 편안한 침묵 가운데, 리우가 툭 말을 던졌다.



"야, 설마 그럴 리 없겠지만, 유시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니지?"

"그냥, 귀여워."

"하여간 그놈의 화법은. 뭐, 사실 내가 뭐라고 할 사안은 아니지만, 저 녀석들 성격이 성격이다보니 예나 지금이나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말이야. 그 중에는 날파리들도 꽤 있었어서. 니가 날파리라는 건 아니지만."

"…안 해."



그런 생각같은 거 하지 않는다. 방금 전은 정말 머리카락이 신기했을 뿐으로, 그 이상의 감정은 전혀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리우를 적으로 돌린다니 상상만으로도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좋은 녀석인 건 알지만 적으로 돌리기는 정말 싫다. 무감정해 보이지만 은근 섬세하고 단호한데다, 말도 잘하고 무엇보다 제가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눈치가 빨랐다. 혹시 제 비밀을 눈치채기라도 하는 날엔….



"…끝장이야."

"뭐가?"



이런, 본심이 불쑥 튀어나온 모양이다. 더 말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니아사는 침묵을 지켰다. 리우도 굳이 쓸데없이 호기심을 불태우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다시금 책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사르륵 책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히 독서하는 두 사람을 유키와 유시가 가만히 지켜보았다. 가볼까? 말까? 서로 속닥거리며 대화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내 얼굴에 웃음꽃을 가득 피웠다.



"리우랑 잘 맞나봐."

"그러게. 우리랑 있을 때랑은 느낌이 달라."

"친구겠지?"

"친구라잖아."

"그럼 됐고."



사르르 풀어지는 유키의 얼굴에 유시는 말했다.



"저 사람 맘에 들지?"

"응응, 맘에 들어! 웃는 얼굴도 멋지고."

"맞아맞아. 좀 엉뚱한 면은 있어보이지만."

"유시, 반한 건 아니지?"



그럼 안 되는데. 걱정스레 묻는 유키에게 유시는 꺄르르 웃으며 말했다.



"내 이상형은 리우보다 멋진 남자라니까?"

"뭐야, 평생 결혼 안 하게?"

"너 너무 단호한 거 아냐?"

"그치마안, 너무 허들이 높잖아."

"그렇긴 하지."



순순히 인정하는 유시나 물어본 유키나, 리우가 보았다면 둘 다 똑같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이제 얘기 다 하지 않았을까? 그렇겠지? 좋아. 그럼 이제 가보자! 다 마시고 난 우유각을 쓰레기통에 버린 쌍둥이가 벤치에 앉아 있는 니아사와 리우에게로 다가갔다.


아니, 다가가려고 했다.



"으아악!"



비명소리가 들리고 네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교차했다. 재빨리 그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오는 쌍둥이를 쳐다보는 리우와 달리, 니아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비명의 근원지를 찾았다. 쾅, 소리와 함께 공원 반대편에서 굉음과 함께 커다란 지진이 일었다. 악당인가? 니아사의 얼굴에서 웃음이 점차 엷어졌다.


빨리 변신해야 하는데 어쩌지? 다른 동료들이 이미 도착했을까. 아니아니, 악당 정화도 정화지만 일단 얘들을 피신시키는 게 우선 아닐까? 세 사람을 흘낏 살펴보았다.



"뭐야, 이거 설마…, 악당? 진짜?"

"뭐라고?! 어, 그럼그럼, 히어로 분들도 나타나시겠지?"

"…오랜만이네."



꽤 위험한 상황임에도 세 사람은 전혀 무서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들뜬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쌍둥이의 눈빛이 매우 반짝거리는 것에 니아사는 심하게 불길함이 들었다. 잠깐만! 그렇게 소리치던 유시가 후다닥 커다란 가방을 뒤져 꺼내든 것은 놀랍게도 펜과, 싸인 용지였다! 방금 전까지 꽤나 침착하던 소녀의 얼굴이 기대로 방방거렸다. 유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시에게 물었다.



"진짜 싸인받으려고?"

"당연하지! 말린다 해도 갈 거야. 누구도 내 덕질을 막을 순 없어! 젠장, 지금 브로마이드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설마 오늘 악당이 나타날 줄은."

"좋아, 그럼 나도 같이 갈래! 너 혼자 보낼 생각은 없어."

"그래. 너랑 같이 가면 든든하지!"

"야, 니들 뭐해."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쌍둥이가 고개를 돌려 리우를 쳐다보았다. 그렇지, 잘한다 리우! 속으로 조용히 리우를 응원하는 니아사였다. 어차피 이 모습으로는 말을 잘 못하니까, 기왕이면 리우가 설득해 주는 게 좋았다. 괜히 의심받고 싶지도 않고. 리우가 말했다.



"너희는 도망을 쳐야지. 악당이 얼마나 위험한데 덕질이나 하고 앉아 있겠다는 거야?!"

"에이, 리우. 그런 말을 하기 전에, 네 손에 있는 그거나 놓고 말하시지."



유키의 손가락이 리우가 들고 있는 물건을 가리켰다. 손? 의아해진 니아사의 눈동자가 리우의 손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딱 봐도 꽤 비싸보이는 카메라 하나가 들려 있었다. 무심하던 얼굴에 살짝 미소가 그려졌다.



"니들이랑은 다르지. 나는 특종을 잡아야 하거든."



어이, 잠깐만.


결국 셋 다 대피할 생각은 없다는 거잖아! 니아사는 저절로 아파오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특이할 줄은 알았지만 다들 장난 아니군. 본인도 그만큼이나 특이하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는 니아사였다. 어쨌든 다른 동료들이 언제 올지도 모르고, 그는 히어로로서 악당을 제압해야 했다. 꺅꺅 떠들고 있는 쌍둥이들을 뒤로 한 채, 살금살금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니아사의 발걸음을 리우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어, 니아사."



어디 가? 그렇게 묻는 리우에게 니아사는 머릿속에 범람하던 수많은 생각을 떨쳐내고 딱 한 마디를 던졌다.



"…전화."

"…그래? 알았어."



더 이상 묻지 않고 니아사를 보내주는 리우의 눈초리가 아주 살짝 가늘어졌지만, 이미 등을 돌린 그가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 뭔가 생각하는 듯한 리우의 앞으로 쌍둥이가 다가와 기웃거렸다. 리우, 무슨 생각해? 빨리 안 갈거야? 그렇게 물어오는 쌍둥이들에 리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들을 쳐다보며 한 마디를 던졌다.



"야, 근데 니들 정말 안 돌아갈 거야?"

"리우도 가는데 우리도 가야지! 어차피 유시는 곧 죽어도 갈 생각인 거 같고."

"…그래, 대신. 다치면 안 되니까 내 뒤에 숨어 있어."

"에에~~?!"

"다 끝나면 히어로들한테 싸인받아도 되냐고 물어봐줄 테니까."

"우와, 리우 최고!"



역시 리우밖에 없다니까. 행복하게 웃던 유시가 리우의 팔에 팔짱을 끼고, 한 발짝 뒤에 선 유키의 손가락이 리우의 옷자락을 살짝 붙잡고 머쓱하니 웃었다. 그런 그들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리우의 손이 들고 있던 카메라를 꼭 쥐었다.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니 어차피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이고, 뭐 내가 잘 지켜주면 되는 거겠지. 피식 웃던 리우가 그들을 데리고 지진의 진원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마음에, 작은 의문 한 자락을 새긴 채로.







===


백님의 쌍둥이는 유키와 유시 남매. 18살이고 둘 다 천연이에요. 그리고 히어로를 좋아하지! 유시는 진짜 광팬인 모양이더군요..


렐님 니아사는 정말 특이한 캐릭터라 제가 제대로 소화했는지 모르겠어요(땀땀 20살이고 히어로입니다. 넷 중 유일한 히어로! 나머지 셋은 일반인이거든요.


그리고 제 리우는.. 그냥 무심한데 은근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캐릭터. 그러나 쓸데없는 말은 안 합니다.


여기서 니아사랑 리우는 독서 친구예요!


이런 걸 관록이라 하던가 아무튼 열심히 적었습니다 헤헤... 자캐놀이 재밌네요 어렵지만ㅠㅁ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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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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