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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하님 생일 축전입니다. 예,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이유하님 맞아요(...)

얀데레 설정이 좀 들어가 있습니다. 그 점 주의해주세요! 수위는 없습니다. 그리고 짧아요!

그럼 시작.






[유하강림]

소녀, 그 방, 그리고 반복되는 하루






“강림아, 안녕?”


오늘 기분은 어때? 아, 나는 아주 잘 지냈어. 그냥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고, 언제나처럼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은 후에 또 수업을 들었어. 종례를 마치고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처지상 어쩔 수 없이 학원으로 날아가야 했지만. 왜 우리나라 입시는 이다지도 빡빡할까, 거참 피곤하게.


학원을 마치니까 벌써 새까맣게 물든 밤이야. 가뜩이나 집으로 가는 길에는 왜 이렇게 가로등도 별로 없는지 모르겠어. 좀 무서웠지만 꿋꿋하게 집에 돌아왔어, 나 잘했지? 이제 게임만 좀 하고 자면 완벽한 하루…. 였겠지만 오늘따라 게임에서 트러블이 생겼어. 게임에서 정말 노답인 새끼를 만나서 말이야. 아악!! 생각해보면 이렇게 발암인데 난 왜 이걸 계속 하고 있을까…. 가끔은 정말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니까. 넌 어떻게 생각해?


강림아? 듣고 있어?


긴 흑발을 늘어뜨린 소녀가 해맑게 웃었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서 소녀는 가만히 눈앞의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세를 약간 숙여서일까, 하나로 질끈 동여맨 머리카락이 조금 아래로 흘러내렸다.



“왜 대답을 안하니?”



섭섭하다는 듯이 한쪽 눈가를 찡그린다. 여전히 말이 없는 남자의 모습에도 소녀는 그저 좋은지 환하게 웃으며 하얀 손을 그에게로 뻗었다. 머리카락을 만지려나 싶었더만, 바로 그 옆을 지나 남자의 입에 물려 있던 손수건을 가만히 매만진다. 한참을 그러더니 손을 거둬들였다. 입에 재갈처럼 손수건을 물고서 의자에 묶인 남자의 눈동자가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았지만, 소녀는 그저 좋다는 듯이 꺄르르 웃었다.



“불편하구나? 미안해. 하지만 풀어주면 소리지를 거잖아.”



그건 싫거든. 딱 잘라 말하는 소녀에 발끈한 걸까, 남자는 읍읍거리며 그녀에게 달려들 듯이 몸을 내밀었지만 그뿐이었다. 계속해서 몸을 비틀어도 얼마나 튼튼하게 묶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의자는 마치 다리가 바닥에 붙박인 것처럼 미동도 없다. 몇 번을 그러다가 결국 체념했는지 남자의 고개가 한 쪽으로 툭 떨어졌다. 그런 남자의 얼굴에 소녀의 입가에는 가만히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내가 싫어?”



이젠 아예 눈을 감고 자신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웃고만 있던 소녀의 인상이 돌변했다. 손이 잽싸게 움직이더니 그의 머리카락을 덥석 움켜쥐고 자신 쪽으로 홱 치켜들었다. 거친 손길에 남자의 입을 막고 있던 검은색 손수건이 풀려버렸다. 수분기 없는 꺼끌한 음성이 그의 입가를 타고 흘러나왔다.



“윽….”

“내가 말했잖아? 나랑 있을 땐,”



나만 보라고.


환하던 웃음이 순식간에 서늘하게 변했다. 그제서야 남자가 천천히 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담긴 건 명백한 거절. 그걸 모를 만큼 소녀는 둔하지도 않았고 그런 시선을 용납할 만큼 인내심이 강한 편도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따라 그녀는 좀 이상했다. 말없이 노려보는 시선의 끝이 가시처럼 그녀에게로 와 박혔지만, 소녀는 그저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날 부정하지 말아줘.”



그럼 슬프잖아.


쓸쓸하게 웃는 눈동자, 처연한 말투. 살짝 무릎을 숙여 그의 앞으로 다가선 얼굴이 스러질 것처럼 위태로이 웃는다. 허나 그럼에도 남자의 표정에는 흔들림 하나 없었다. 아니, 눈매를 씰룩거리는 폼을 보니 그냥 어이가 없는 듯했다. 그는 입을 열어 또박또박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장 이걸 풀던가.”

“아니, 그건 얘기가 다르지.”



금방 특유의 해맑은 미소로 돌아온 소녀가 살짝 제 볼을 부풀렸다. 그러고는 작게 투덜거린다.



“에이, 이런 가녀린 소녀가 이렇게까지 말해주는데 너무한다. 보통은 넘어오는 게 정상 아니야?”

“…건장한 남정네를 전기 스턴건으로 기절시켜서 방에 유폐한 사람 입에서 나올 대사가 아닌데? 가녀린 소녀라며?”

“그거야 난 힘이 없으니까!”

“웃기고 있네. 잔말 말고 적당히 이거 풀어. 나 일하는 데서 짤리면 니가 책임질 거냐?”

“어? 책임지면 돼?! 그럼 그냥 우리 집에 살아! 내가 두 사람 먹여살릴 정도로는 벌어올 테니까!”

“이게 말이라도 못하면….”



한숨을 내쉬며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강림은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주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찌나 꽁꽁 묶어놨는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밧줄을 푸는 게 불가능했고, 고로 그녀를 설득하지 않으면 자력으로는 여길 빠져나갈 수 없다. 창문도 없는 어두운 방에 갇혀 있어서인지 시간을 알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녀가 들어온 횟수로 따져보면 대략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것이다. 꽤나 많이 지났으니 슬슬 저를 찾는 사람들이 있겠지. 하지만 과연 저를 발견할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 소녀는 생각보다 철저했고, 또 끈질겼으니까. 장난으로라도 절대 저를 묶어둔 밧줄을 풀지 않는 것이 그 증거였다. 몸이 이 상태여서야 구조를 요청하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때였다. 갑자기 무언가가 퍼뜩 떠오른 것처럼 소녀의 얼굴에 오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남자의 표정이 싸악 식어갔다. 불길한 마음에 어떻게든 그녀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재빠르게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주워든 그녀가 다시 그의 입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야, 이게 무슨 짓…!! 읍읍!!”

“벌써 자야할 시간인데 너무 끌었다. 강림이도 피곤하지? 어서 자.”

“읍읍!! 으으읍!!”



정말 화가 났는지 이마에 힘줄까지 돋아가며 마구 노려보는 눈길에도, 소녀는 즐거운지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그의 입을 꽁꽁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그의 머리를 토닥토닥 쓰다듬는다.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는 것마냥. 전혀 꿈쩍하지 않는 소녀의 모습에 강림은 또 다시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길, 또 이 패턴이냐.


등을 돌리는 소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휘릭 공중으로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뚜벅뚜벅 걸어 방을 나서려는 순간 소녀가 홱 뒤를 돌았다. 순간 움찔하는 남자를 향해 유하는 살랑살랑 손을 흔들었다.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잘 자, 강림아.”



내일 봐.


삐걱대던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다시 세상은 조용해졌다.

언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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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는 <이런 날 부정하지 말아줘> 였습니다!

별 거 없어서 미안... 유하 생일 축전입니당!ㅠㅁㅠ

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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