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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패랑 홍옥이가 초콜릿 만들어요~!

※ 무지 짧습니다. 삼삼님 리퀘작 ㅇㅇ





[마기/無커플링] Valentine Day 






"으아!!"



콜록콜록, 훅 불어오는 까만 연기에 기침을 몰아쉬던 소녀의 손이 허공을 휘휘 내저었다. 긴 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묶고, 화려한 앞치마를 입은 소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하얀 포대와 주걱, 초콜릿이 올려진 도마와 커다란 칼, 그리고 그 모든 게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주변을 보아하니 무언가를 만드려고 했다는 것만은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소녀는 그저 말없이 냄비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이미 형체를 잃고 참혹하게 변한 초콜릿의 형태에 들리지 않을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실패했네…."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분명 하라는 대로 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소녀는 속으로 온갖 불만을 곱씹으며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초콜릿을 자르래서 잘랐을 뿐이고, 끓이래서 끓였을 뿐이다. 크림을 만들려면 거품을 내야 한대서 힘껏 저어줬더니 어느샌가 들고 있던 통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있는 게 없었다.


난감해졌다. 이제 재료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창문 너머로 검푸르게 물든 하늘을 슬쩍 쳐다보았다. 곧 날이 밝을테고, 다들 일어나기 전에 일을 마치지 않으면 곤란하다. 얼굴에 묻은 크림의 잔해를 손으로 훑었다. 입에 넣으니 달콤한 맛이 난다. 씁쓸한 기분과는 다르게도.



"홍옥?"



흠칫하자마자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인물은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꽤나 뜻밖이기도 했다. 이 시간에 보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사람.



"호, 홍패?!"

"이 시간에, 왕실 주방에서 대체 뭘 하고…. 는 대충 짐작가네."



딱 보기에도 처참한 주방의 모습에 홍패는 혀를 끌끌 찼다. 홍옥의 목소리가 넓은 주방을 카랑카랑하니 울리고 지나갔다.



"시, 시끄러!! 너야말로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

"나야 수련하러 일어났지. 탄 냄새가 심하게 나길래 불이라도 났나 해서 와본 거라고."

"윽."

"대체 뭘 만드는 거야? 요리라곤 생전 해보지도 않았을 것 같은 공주님이."

"그게…."



성큼성큼 다가온 홍패가 도마 바로 옆에 있던 한지를 집어들고 살펴보았다. 몇 자 읽더니 소년은 가만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콜렛? 이건 또 뭐지."

"이번에, 타국 사절단이 가져온 증정품인데, 맛있었다구! 그…. 직접 만들어서, 특별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도 있다고 했어!"

"그래서 만들고 있었던 거야?"

"뭐, 뭐!! 그럼 안 돼?!"



안 된다고 말하면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이 홍옥이 제 얼굴을 붉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패는 말없이 한참 글자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더니 곧바로,



"초콜릿이라는 게 이 까만 거야?"

"…어?"



주걱과 통, 냄비 안을 꼼꼼히 살펴보던 홍패가 제 눈살을 찌푸렸다. 읽고 있던 얇은 한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소녀를 향해 휘휘 흔들더니, 말한다. 야.



"제대로 읽긴 읽었어? 이거."

"에?"

"냄비에 저걸 끓일 때는 냄비에 그냥 끓이는 게 아니라, 접시에 담아서 주변에 물을 붓고 녹이는 거라고 되어 있잖아."

"뭐? 진짜?!"

"이 크림인가 뭐시기도 알 만하네. 그냥 막 저었지? 적당히 살살하랬지 누가 무식하게 막 휘두르래?!"



거침없는 타박에 홍옥은 울상을 짓긴 했지만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열은 받지만 대꾸할 말이 없어서임이 분명했다. 그런 그녀를 내버려둔 채, 홍패를 창문 밖을 한 번 흘낏 건너보더니 주변을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주위를 대충 정리하던 소년이 도마에 올려져 있던 칼을 집어들었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걸 지켜보는 소녀에게 홍패가 간단히 말했다.



"얼마 안 남았네. 물이나 끓여봐."

"…?"



칼을 몇 번 휘두르더니, 홍패가 진지한 표정으로 도마 위에 있는 초콜릿을 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초스피드로 간다."




*



"여기, 받으세요!"

"자, 받아."

"뭐야, 내가 주는 걸 감히 사양하겠단 건 아니겠지?"



환하게 웃으며 작은 상자를 건네는 홍옥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성 안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뿌리고 다니는 공주의 모습에 아마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으리라. 거무죽죽하니 이상하게 생겨먹은 속 안의 내용물은 둘째치고라도.


홍염이나 홍명은 그래도 다행히 사절단이 가져온 진상품들을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독살 위협으로 간주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조금 얼떨떨한지 손에 든 상자와 홍옥을 번갈아가며 눈짓하긴 했지만, 먹어보고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아 맛도 그럭저럭 합격선인 것 같아 다행이었다.


알리바바는 대놓고 기겁했다. 생긴 것부터가 정상적인 요리는 아니니 저게 평범한 반응이기는 했다. 그러려니 한 홍패와 달리 홍옥은 마음이 좀 상했는지 버럭버럭 짜증을 냈다. 한바탕 말다툼이 벌어졌다. 뭐, 결국 먹어보고는 맛있다 말한 알리바바의 한 마디에 금방 기분이 풀리는 걸 봐서는, 홍옥도 아직 여린 소녀이긴 한 모양이었다.


좋아라 돌아다니는 홍옥의 뒤를 홍패는 계속 따라다녔다. 아무래도 오늘은 뭔가 따라다녀야만 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정말 즐거워보여서 조금 약오르기도 했지만, 웃는 얼굴을 보니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기분이 좋으니 이거 참 문제였다. 새벽에 제가 홍옥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울상이 되어 있었을까.


대충 방법을 보고 다시 처음부터 재료들을 섞고 만들고 틀에 찍어내고, 그리고 주변을 정리하고 나니 동이 터오고 있었다. 비밀로 하고 싶었는지, 주방으로 다가오는 걸음소리를 듣자마자 녀석은 저를 비밀문으로 끌어냈다. 그러고는 좋다고 상자들에 저것들을 포장하더니 성 안에 뿌리고 다니는 것이다. 대체 얼마나 재료를 많이 가져왔던지 실패한 흔적이 상당했는데도 남은 재료만도 굉장히 많았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홍옥의 바구니에 남아 있던 상자들도 하나 둘 씩 사라지고, 바구니가 텅 비어버렸다. 


해가 서산으로 지고 있었다.



"야!"



슬슬 방으로 돌아가려는 걸까, 복도를 따라 앞장서가던 홍옥이 홱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까지도 홍패는 그녀의 세 걸음 차이나게 뒤를 따르고 있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무언가에 놀라면서도, 재빨리 잡아챈 홍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붙잡은 것은 제 손바닥만한 작은 상자였다. 붉은 비단으로 감싸진 상자의 자태가 노을빛과도 닮아 있었다.



"줄게, 가져가."

"뭐야? 이건."



홍패의 질문에 홍옥은 잠시 입을 딱 다물었다. 금방 얼굴이 빨개지더니, 툴툴거리며 답했다.



"…뭐긴 뭐야? 답례."

"뭐야, 만든 건 나인데?"

"재, 재료는! 내가 가져왔잖아! 포장도 내가 다 했고…."



찔리긴 찔리는지 점점 기어들어가는 홍옥의 대답에 홍패가 큭큭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그에 더 창피한지 소녀가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시, 싫으면 관둬! 다시 내놓던가!!"

"누가 싫대?"

"…."

"다 주는데 나만 안 줘서, 더 있다간 삐질 뻔했다고. 잘 먹겠습니다."



또래 소년만치 피식거리며 웃던 홍패가 발걸음을 돌렸다. 정말 즐거운지 경쾌하게 스탭을 밟으며 복도를 걸어나가는 뒷모습을 홍옥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아니, 사실 하고 싶은 말이야 많았다. 이번에 도와줘서 고맙다고, 너 아니었음 이렇게 완성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폼을 재려고 했는데. 뭔가 직접 주려고 하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들이 엉키고 섥혀 하나를 꺼내자면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해야만 할 판국이었다.


그 와중에 떠오른 것은, 제게 이 음식의 제조방법을 알려주었던 사절단의 마지막 전언이었다.



- 저희 나라에는 특별한 행사가 있습니다.

- 특별한 행사요?

-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초콜렛을 전하는 날이죠.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좋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주변의 친한 이들에게도 나눠주기도 한답니다.

- ….

-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요.



입을 열었다. 이미 가버리고 없는 소년의 뒷자락에, 소녀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Happy Valentine. 홍패."




FIN.






===


홍옥이는 요리 못할 거 같습니다(단호


근데 은근 홍패는 막 잘하지는 않아도 레시피 주면 잘 하지 않을까 해서요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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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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