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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14 [신아라쿠로]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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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라쿠로]

짝사랑


Written by. 시즈



"아라키타 선배!"


갑작스레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평소의 쿨한 모습과는 달리 꽤나 경쾌했다. 어느 새 연습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쿠로다는 뒤에서 크게 소리지르며 손을 아라키타의 어깨로 뻗었다. 그러나 역시 짐승의 감이었을까, 뒤에서 뻗어지는 손이 닿기도 전에 아라키타는 돌아서서 그의 얼굴을 손으로 턱 밀어냈다. 조금은 놀랄 법도 하건만 짜증스런 표정엔 동요한 흔적조차 없었다. 저 반사신경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미스테리다.


"더우니까 떨어져라?"
"선배의 감은 예나 지금이나 무섭네요. 대체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나도 몰라, 새꺄. 그리고, 궁금하면 묻지 말고 훔쳐내라고 하지 않았었냐?"
"쳇."
"어쭈?"


저도 모르게 불평을 토해내는 쿠로다가 괘씸했는지, 아라키타의 손이 그의 코를 세게 잡아당겼다.


"이놈의 애송이가... 참 많이 컸다, 엉?"
"아야아!! 아파, 아프다구요 선배!"
"잘못했냐 안 했냐!"
"자, 잘못했습니다!!"


그제서야 흡족한지 아라키타는 세게 틀어쥐었던 손을 놓아주었다. 새빨개진 코를 움켜잡으며 투덜거리던 쿠로다가 문득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아라키타의 모습에 쿠로다의 입가에도 선선한 미소가 걸렸다. 왠지 유쾌해져서 웃고 있자니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얼얼한 아픔조차 기쁨의 일부가 되는, 그 순간의 감각들이 차올랐다. 언제부터였을까, 그와 함께 있을 때면 늘 이랬다. 마치 미지근한 물 속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나른하고 편안한 기분이 온 몸을 채워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그마처럼 격한 심장소리가 제 머리까지 쿵쿵 울리기도 하였다. 손짓 하나에, 심지어는 작디작은 웃음 하나에도 울고 싶어질 때도 많았다. 제 감정인데도 순간마다 오락가락했다.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감정이었다.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이 감정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없잖아. 하지만 쉽사리 꺼내기에도 조심스러웠다. 평범하지도 않고, 평범하게 받아들여지기도 어려우니까.

게다가 이미...


"야스토모?"


뒤를 돌아본 쿠로다의 눈에 경계의 빛이 서렸다. 그들을 마주하고 서 있는 연갈색 곱슬머리를 가진 남자 때문에.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고 입에 물고 있던 파워바를 마저 우물거리며, 신카이는 서서히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쿠로다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꽉 쥔 주먹이 미세하게 떨렸다.


"둘이 여기서 뭐해? 연습은 다 끝났어?"
"핫, 진작에 다 끝냈지! 너야말로 할당량은 다 끝냈냐?"
"으으음, 당연히 다 끝냈지."
"...입에 물고 있는거나 먼저 다 처먹어!!"


소원이라면. 그렇게 말하며 신카이는 남은 파워바를 입 안으로 마저 털어넣었다. 마지막 조각까지 꿀꺽 삼키고는 여유로이 웃는다. 그게 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찡그리는 아라키타, 그리고 시종일관 온화한 신카이의 조합은 언제 봐도 부조화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린다.

맘에 들지 않는다.

아라키타가 세워둔 비앙키를 가지러 자리를 뜬 사이, 남은 두 사람은 조곤조곤 말을 주고받았다.


"선배가 여긴 어쩐 일이시죠?"
"연습이 끝나서 부실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너희가 보이길래. 같이 가려고 인사한 거야. 연습은 잘 끝났나 보네, 쿠로다. 이번엔 좀 아쉬웠지만, 내년에는 좋은 주전이 되겠어."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나미 녀석한테 진 건 분하지만 다음 번에는 아마 그렇게 안 될 겁니다."
"그래, 좋은 자세야."


서로 웃고 있는데도 분위기는 싸하기 그지없었고, 그걸 느끼는 건 쿠로다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증거로, 입은 몰라도 신카이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으니까. 멍해보일 정도로 감정이 잘 비춰지지 않던 눈동자에 선연히 비춰지는 것은 냉랭함, 그리고...

미미할 정도로 비춰지는, 자그마한 불쾌감.

쿠로다의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


"선배."
"응?"
"...진짜 그것뿐인가요? 이곳에 온 이유가?"


그렇게 묻는 쿠로다를 똑바로 응시하며, 신카이는 간결하게 답했다.


"...글쎄?"


모호한 대답. 하지만 그와 동시에 웃는 그의 얼굴에서 쿠로다는 그 답을 읽었다. 순간 저도 모르게 발끈했다. 아라키타가 조금만 늦게 돌아왔더라면, 제가 무슨 말을 그에게 쏟아부었을지 모르겠다. 참아야 한다, 상대는 선배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쿠로다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들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감지했는지 아라키타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뭐야, 표정들이 왜 이래? 나 없는 사이 약이라도 먹었냐?"
"그래? 아무 일도 없었는걸. 아마 좀 피곤해서 그런가봐. 신경쓰지 마."
"...별일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는 신카이와 태연한 척 하려고 애쓰는 쿠로다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래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아라키타의 모습에, 신카이는 넌지시 화제를 돌렸다.


"요새 그래도 타임이 빨라졌더라, 야스토모. 인터하이는 무리없이 나가겠어."
"멍청아, 아직 한참 멀었어. 인터하이에 나가는 건 당연한 거고, 이 몸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알아, 알아."
"뭐냐, 그 찝찝한 말투는?"


도끼눈을 뜨고 저를 노려보는 시선에 신카이가 사람좋게 웃으며 두 손을 들었다. 항복이라는 것처럼. 그래도 못마땅한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아라키타에게 언제나처럼 그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물론 그 시원시원한 태도가 눈앞의 이 남자한테 통하는가는 차치하고라도.


"그래도 꾸준히 발전한다는 건 좋은 거잖아? 너무 그러지 않아도 좋겠는데."
"어, 여유롭게 4번 번호표를 따간 돼지새끼한테 듣고 싶지는 않은데."
"하하, 그런가?"


초승달처럼 접힌 눈매가 부드럽게 웃음지으며 아라키타를 가득 담았다. 아라키타는 그에 더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다. 그리고는 다툰다. 언제나와 같은 모습. 하지만 쿠로다에겐 상당히 거북한 상황이기도 했다. 겉보기에는 투닥거리고, 어쩔 땐 사이조차 나빠 보이는 이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아서.

지켜봤으니까, 계속 지켜봤으니까. 모를 리가 없었다. 공기부터가 미묘하게 달랐다. 3학년 선배들이 두루두루 친하다는 건 알았지만 저 둘은 유독 잘 붙어다녔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하도 상극이라 눈치채는 사람이 적었을 뿐이다. 그리고 저는 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짐작은 하고 있었다.

부활동이 끝나고 다들 가버린 부실에서, 키스하는 모습을 보기 전에도 알았을지 모른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것 또한.

하지만, 그렇더라도-.


"선배님, 저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더 이상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었다. 주도권은 이미 그에게로 넘어갔고, 다 진 판에 억지로 끼어있는 것도 비참할 뿐이니까.

그래도 아직 끝이 아니야.


"신카이 선배."
"어?"
"포기하지 않아요."


선전포고. 그래, 이건 선전포고였다. 아라키타 선배라면 몰라도 저 사람이라면 알아들었겠지. 눈썹은 살짝 움찔거리며 조용히 듣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자못 유쾌해졌다. 나쁘지 않다.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조금이나마 제게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서.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
"전 꽤 끈질긴 놈이니까."


그럼 이만. 그렇게 답하면서 뒤돌아 사라지는 쿠로다의 모습에 아라키타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쿠로다의 예상대로 문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뭐야, 뭘 뺏어? 이제와서 주전이라도 되겠다는 건가, 저 녀석."
"...패기가 넘치네."
"그러게, 뭐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에는... 야! 당장 안 떨어져?!"


저를 꽉 껴안는 팔에 기겁해 발버둥치는 아라키타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신카이는 그에게 가볍게 키스했다. 쪽 소리를 내며 키스를 마친 신카이가 씨익 웃었다. 어버버거리며 한 마디도 못하는 아라키타에게 그가 내뱉듯이 말했다. 조금 날이 선 어조였다.


"주지 않아."
"뭐, 뭐?!"
"뺏을 수 없을 거야. 할 수 있다면 해보라고 해."
"야, 너 지금 대체 무슨..."
"그러기엔 나도 절실하니까."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아라키타를 다시 끌어안고서 그는 마음속으로 계속 읊조리고 또 중얼거렸다. 마치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처럼.

절대로 넘겨주지 않아, 야스토모.
너만은.






===

쿠로다 미안 너에게 승산은 0.00001% 정도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A'

(아라쨩은 단호한 남정네고 신카이도 그걸 잘 알지만 그래도 조금은 불안하겠죠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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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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