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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26 [신아라] 오후의 한 때
* 전 달달한게 보고 싶었을 뿐이고.........^-T





[신아라]

오후의 한 때


WRITTEN BY. 시즈



"야스토모."


뒤를 돌아보는 남자의 눈매가 살짝 구겨졌다. 검게 물든 머리카락과 째진 눈, 딱 봐도 그리 성격이 좋아보이진 않는 소년이었다. 달리다가 온 걸까, 옆에 자전거를 두고 잔디밭에 앉아 숨을 골라내던 시선이 제 위를 쏘아본다.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보통이라면 조금은 기분 나쁠법도 하건만 익숙하다는 얼굴로 그에게 음료수를 내미는 소년은 딱 보기에도 그와는 반대 타입이었다. 슬며시 웃음짓고 있는 부드러운 얼굴은 이성에게 제법 인기가 있겠다 싶다. 곱슬거리는 연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마셔."
"쳇, 언제 온 거냐?"


혀를 차면서도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든다. 목이 마르긴 했는지 꿀꺽꿀꺽 마실 것을 들이키는 그의 등 뒤에 소년이 털썩 주저앉아 등을 기댔다.


"...지금 땀범벅이다, 나."
"응, 알아."
"알면 떨어져! 덥단 말이다, 돼지새끼야!"
"이 정도쯤은 괜찮잖아? 사실 그렇게 덥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웃으며 덧붙이는 말에는 뼈가 있었다. 그에 찔렸는지 더 이상 말이 없는 소년의 등에 신카이는 말없이 기대고만 있었다. 아라키타 야스토모는 그저 계속 음료수만을 들이켰다. 다 마신 음료수 캔을 근처 쓰레기통으로 내던졌다. 깡, 깡, 데구르르... 아슬아슬하게 쓰레기통 밖으로 밀려나는 캔의 모습에 그는 미간을 구겼고, 신카이는 큭큭 웃었다. 등을 기대고 있어 보이지는 않아도 상황이 짐작은 가는 모양이었다.


"아쉽게 됐네."
"쳇, 뭐가 아쉽다는 거야?"
"기껏 던져봤는데 아깝게 떨어졌잖아."
"얼씨구, 등에 눈이라도 달렸냐?"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제법 비아냥대는 것 같지만 악의가 없다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여우 눈매의 소년은 잘 모르겠지만, 신카이는 그의 생각보다도 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주우러 안가?"
"갔음 좋겠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건 좀 그렇잖아?"
"조금 있다 다시 주울거다. 귀찮아."
"야스토모답네."


그리고 그건 아라키타도 마찬가지.

등을 맞대고 있어 살짝이나마 느껴졌다. 주우러 갔음 좋겠냐고 물었을 때 움찔거리던 신카이의 어깨가. 그냥 싫으면 싫다 하던가. 이상한 곳에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라며 아라키타는 괜스레 그를 탓했다. 자신이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배려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왠지 무언가 간질간질, 어딘가가 몹시 가려운 기분이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나.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의 정체를 먼저 알아챈 것은 신카이였다.


"강아지네."


조그만 강아지가 멍멍 짖으며 깡총깡총 뛰어오고 있었다. 절로 신카이의 시선이 강아지가 뛰어가는 방향으로 향했다. 맞댄 등을 떼기는 싫었는지 고개만 최대한으로 돌려 강아지를 지켜보는 모양새가 꽤나 우습기도 했다.

쪼르르 달려가던 강아지의 발걸음이 쓰레기통 앞에 있던 캔 앞에서 멎었다. 끼잉거리며 발로 톡톡 그걸 건드려보던 순간까지만 해도 아라키타는 저 멍멍이 새끼가 뭐하나 싶었을 것이다. 나른하게 치떴던 눈매는 강아지가 헥헥거리며 깡통을 발로 차서 끌고가는 순간부터 심하게 구겨졌다. 재미있는 장난감이다 싶었는지 신나게 움직였다. 땅땅거리는 소리와 함께 점점 멀어지는 깡통의 모습에 두 사람의 표정이 제대로 갈렸다. 낭패다라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는 아라키타와 달리 신카이는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경쾌하기 짝이 없었다. 자고 있던 성질머리를 건드릴 것만치.


"저 개새...아니, 저녀석 지금 뭐하는 거냐?! 야, 너 거기 안서?!"
"아하, 아하, 아하하하-!"
"넌 뭐가 웃기다고 그렇게 처웃냐, 어서 안 일어나?!"
"네, 네."


푸흐흐흡. 일어서면서도 이 상황이 웃긴지 나오려던 웃음을 꾹 참아내는 신카이의 모습에, 아라키타는 짜증스레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강아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반드시 저 깡통을 쓰레기통에 버릴 모양이다. 겉보기는 그런데 신경 안 쓸거 같으면서 묘하게 바른생활 청소년다운 면이 있는 녀석이라서.

이상한 것에 집착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신카이는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얼굴에 피어있는 미소를 애써 지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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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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