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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페달'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5.01.26 [신아라] 오후의 한 때
  2. 2015.01.14 [신아라쿠로] 짝사랑
  3. 2015.01.11 [신아라] Behind
  4. 2014.12.15 [마나오노] 산가쿠(山岳)
  5. 2014.11.04 [신아라] 사랑싸움
  6. 2014.11.04 [토도마키] 너의 곁으로
* 전 달달한게 보고 싶었을 뿐이고.........^-T





[신아라]

오후의 한 때


WRITTEN BY. 시즈



"야스토모."


뒤를 돌아보는 남자의 눈매가 살짝 구겨졌다. 검게 물든 머리카락과 째진 눈, 딱 봐도 그리 성격이 좋아보이진 않는 소년이었다. 달리다가 온 걸까, 옆에 자전거를 두고 잔디밭에 앉아 숨을 골라내던 시선이 제 위를 쏘아본다.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보통이라면 조금은 기분 나쁠법도 하건만 익숙하다는 얼굴로 그에게 음료수를 내미는 소년은 딱 보기에도 그와는 반대 타입이었다. 슬며시 웃음짓고 있는 부드러운 얼굴은 이성에게 제법 인기가 있겠다 싶다. 곱슬거리는 연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마셔."
"쳇, 언제 온 거냐?"


혀를 차면서도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든다. 목이 마르긴 했는지 꿀꺽꿀꺽 마실 것을 들이키는 그의 등 뒤에 소년이 털썩 주저앉아 등을 기댔다.


"...지금 땀범벅이다, 나."
"응, 알아."
"알면 떨어져! 덥단 말이다, 돼지새끼야!"
"이 정도쯤은 괜찮잖아? 사실 그렇게 덥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웃으며 덧붙이는 말에는 뼈가 있었다. 그에 찔렸는지 더 이상 말이 없는 소년의 등에 신카이는 말없이 기대고만 있었다. 아라키타 야스토모는 그저 계속 음료수만을 들이켰다. 다 마신 음료수 캔을 근처 쓰레기통으로 내던졌다. 깡, 깡, 데구르르... 아슬아슬하게 쓰레기통 밖으로 밀려나는 캔의 모습에 그는 미간을 구겼고, 신카이는 큭큭 웃었다. 등을 기대고 있어 보이지는 않아도 상황이 짐작은 가는 모양이었다.


"아쉽게 됐네."
"쳇, 뭐가 아쉽다는 거야?"
"기껏 던져봤는데 아깝게 떨어졌잖아."
"얼씨구, 등에 눈이라도 달렸냐?"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제법 비아냥대는 것 같지만 악의가 없다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여우 눈매의 소년은 잘 모르겠지만, 신카이는 그의 생각보다도 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주우러 안가?"
"갔음 좋겠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건 좀 그렇잖아?"
"조금 있다 다시 주울거다. 귀찮아."
"야스토모답네."


그리고 그건 아라키타도 마찬가지.

등을 맞대고 있어 살짝이나마 느껴졌다. 주우러 갔음 좋겠냐고 물었을 때 움찔거리던 신카이의 어깨가. 그냥 싫으면 싫다 하던가. 이상한 곳에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라며 아라키타는 괜스레 그를 탓했다. 자신이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배려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왠지 무언가 간질간질, 어딘가가 몹시 가려운 기분이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나.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의 정체를 먼저 알아챈 것은 신카이였다.


"강아지네."


조그만 강아지가 멍멍 짖으며 깡총깡총 뛰어오고 있었다. 절로 신카이의 시선이 강아지가 뛰어가는 방향으로 향했다. 맞댄 등을 떼기는 싫었는지 고개만 최대한으로 돌려 강아지를 지켜보는 모양새가 꽤나 우습기도 했다.

쪼르르 달려가던 강아지의 발걸음이 쓰레기통 앞에 있던 캔 앞에서 멎었다. 끼잉거리며 발로 톡톡 그걸 건드려보던 순간까지만 해도 아라키타는 저 멍멍이 새끼가 뭐하나 싶었을 것이다. 나른하게 치떴던 눈매는 강아지가 헥헥거리며 깡통을 발로 차서 끌고가는 순간부터 심하게 구겨졌다. 재미있는 장난감이다 싶었는지 신나게 움직였다. 땅땅거리는 소리와 함께 점점 멀어지는 깡통의 모습에 두 사람의 표정이 제대로 갈렸다. 낭패다라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는 아라키타와 달리 신카이는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경쾌하기 짝이 없었다. 자고 있던 성질머리를 건드릴 것만치.


"저 개새...아니, 저녀석 지금 뭐하는 거냐?! 야, 너 거기 안서?!"
"아하, 아하, 아하하하-!"
"넌 뭐가 웃기다고 그렇게 처웃냐, 어서 안 일어나?!"
"네, 네."


푸흐흐흡. 일어서면서도 이 상황이 웃긴지 나오려던 웃음을 꾹 참아내는 신카이의 모습에, 아라키타는 짜증스레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강아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반드시 저 깡통을 쓰레기통에 버릴 모양이다. 겉보기는 그런데 신경 안 쓸거 같으면서 묘하게 바른생활 청소년다운 면이 있는 녀석이라서.

이상한 것에 집착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신카이는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얼굴에 피어있는 미소를 애써 지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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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
☆ 사사님께 바칩니다 신아라쿠로~
☆ 모바일이라 오타가 있다면 나중에 처리하겠습니다'A'




[신아라쿠로]

짝사랑


Written by. 시즈



"아라키타 선배!"


갑작스레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평소의 쿨한 모습과는 달리 꽤나 경쾌했다. 어느 새 연습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쿠로다는 뒤에서 크게 소리지르며 손을 아라키타의 어깨로 뻗었다. 그러나 역시 짐승의 감이었을까, 뒤에서 뻗어지는 손이 닿기도 전에 아라키타는 돌아서서 그의 얼굴을 손으로 턱 밀어냈다. 조금은 놀랄 법도 하건만 짜증스런 표정엔 동요한 흔적조차 없었다. 저 반사신경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미스테리다.


"더우니까 떨어져라?"
"선배의 감은 예나 지금이나 무섭네요. 대체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나도 몰라, 새꺄. 그리고, 궁금하면 묻지 말고 훔쳐내라고 하지 않았었냐?"
"쳇."
"어쭈?"


저도 모르게 불평을 토해내는 쿠로다가 괘씸했는지, 아라키타의 손이 그의 코를 세게 잡아당겼다.


"이놈의 애송이가... 참 많이 컸다, 엉?"
"아야아!! 아파, 아프다구요 선배!"
"잘못했냐 안 했냐!"
"자, 잘못했습니다!!"


그제서야 흡족한지 아라키타는 세게 틀어쥐었던 손을 놓아주었다. 새빨개진 코를 움켜잡으며 투덜거리던 쿠로다가 문득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아라키타의 모습에 쿠로다의 입가에도 선선한 미소가 걸렸다. 왠지 유쾌해져서 웃고 있자니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얼얼한 아픔조차 기쁨의 일부가 되는, 그 순간의 감각들이 차올랐다. 언제부터였을까, 그와 함께 있을 때면 늘 이랬다. 마치 미지근한 물 속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나른하고 편안한 기분이 온 몸을 채워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그마처럼 격한 심장소리가 제 머리까지 쿵쿵 울리기도 하였다. 손짓 하나에, 심지어는 작디작은 웃음 하나에도 울고 싶어질 때도 많았다. 제 감정인데도 순간마다 오락가락했다.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감정이었다.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이 감정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없잖아. 하지만 쉽사리 꺼내기에도 조심스러웠다. 평범하지도 않고, 평범하게 받아들여지기도 어려우니까.

게다가 이미...


"야스토모?"


뒤를 돌아본 쿠로다의 눈에 경계의 빛이 서렸다. 그들을 마주하고 서 있는 연갈색 곱슬머리를 가진 남자 때문에.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고 입에 물고 있던 파워바를 마저 우물거리며, 신카이는 서서히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쿠로다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꽉 쥔 주먹이 미세하게 떨렸다.


"둘이 여기서 뭐해? 연습은 다 끝났어?"
"핫, 진작에 다 끝냈지! 너야말로 할당량은 다 끝냈냐?"
"으으음, 당연히 다 끝냈지."
"...입에 물고 있는거나 먼저 다 처먹어!!"


소원이라면. 그렇게 말하며 신카이는 남은 파워바를 입 안으로 마저 털어넣었다. 마지막 조각까지 꿀꺽 삼키고는 여유로이 웃는다. 그게 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찡그리는 아라키타, 그리고 시종일관 온화한 신카이의 조합은 언제 봐도 부조화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린다.

맘에 들지 않는다.

아라키타가 세워둔 비앙키를 가지러 자리를 뜬 사이, 남은 두 사람은 조곤조곤 말을 주고받았다.


"선배가 여긴 어쩐 일이시죠?"
"연습이 끝나서 부실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너희가 보이길래. 같이 가려고 인사한 거야. 연습은 잘 끝났나 보네, 쿠로다. 이번엔 좀 아쉬웠지만, 내년에는 좋은 주전이 되겠어."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나미 녀석한테 진 건 분하지만 다음 번에는 아마 그렇게 안 될 겁니다."
"그래, 좋은 자세야."


서로 웃고 있는데도 분위기는 싸하기 그지없었고, 그걸 느끼는 건 쿠로다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증거로, 입은 몰라도 신카이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으니까. 멍해보일 정도로 감정이 잘 비춰지지 않던 눈동자에 선연히 비춰지는 것은 냉랭함, 그리고...

미미할 정도로 비춰지는, 자그마한 불쾌감.

쿠로다의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


"선배."
"응?"
"...진짜 그것뿐인가요? 이곳에 온 이유가?"


그렇게 묻는 쿠로다를 똑바로 응시하며, 신카이는 간결하게 답했다.


"...글쎄?"


모호한 대답. 하지만 그와 동시에 웃는 그의 얼굴에서 쿠로다는 그 답을 읽었다. 순간 저도 모르게 발끈했다. 아라키타가 조금만 늦게 돌아왔더라면, 제가 무슨 말을 그에게 쏟아부었을지 모르겠다. 참아야 한다, 상대는 선배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쿠로다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들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감지했는지 아라키타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뭐야, 표정들이 왜 이래? 나 없는 사이 약이라도 먹었냐?"
"그래? 아무 일도 없었는걸. 아마 좀 피곤해서 그런가봐. 신경쓰지 마."
"...별일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는 신카이와 태연한 척 하려고 애쓰는 쿠로다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래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아라키타의 모습에, 신카이는 넌지시 화제를 돌렸다.


"요새 그래도 타임이 빨라졌더라, 야스토모. 인터하이는 무리없이 나가겠어."
"멍청아, 아직 한참 멀었어. 인터하이에 나가는 건 당연한 거고, 이 몸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알아, 알아."
"뭐냐, 그 찝찝한 말투는?"


도끼눈을 뜨고 저를 노려보는 시선에 신카이가 사람좋게 웃으며 두 손을 들었다. 항복이라는 것처럼. 그래도 못마땅한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아라키타에게 언제나처럼 그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물론 그 시원시원한 태도가 눈앞의 이 남자한테 통하는가는 차치하고라도.


"그래도 꾸준히 발전한다는 건 좋은 거잖아? 너무 그러지 않아도 좋겠는데."
"어, 여유롭게 4번 번호표를 따간 돼지새끼한테 듣고 싶지는 않은데."
"하하, 그런가?"


초승달처럼 접힌 눈매가 부드럽게 웃음지으며 아라키타를 가득 담았다. 아라키타는 그에 더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다. 그리고는 다툰다. 언제나와 같은 모습. 하지만 쿠로다에겐 상당히 거북한 상황이기도 했다. 겉보기에는 투닥거리고, 어쩔 땐 사이조차 나빠 보이는 이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아서.

지켜봤으니까, 계속 지켜봤으니까. 모를 리가 없었다. 공기부터가 미묘하게 달랐다. 3학년 선배들이 두루두루 친하다는 건 알았지만 저 둘은 유독 잘 붙어다녔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하도 상극이라 눈치채는 사람이 적었을 뿐이다. 그리고 저는 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짐작은 하고 있었다.

부활동이 끝나고 다들 가버린 부실에서, 키스하는 모습을 보기 전에도 알았을지 모른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것 또한.

하지만, 그렇더라도-.


"선배님, 저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더 이상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었다. 주도권은 이미 그에게로 넘어갔고, 다 진 판에 억지로 끼어있는 것도 비참할 뿐이니까.

그래도 아직 끝이 아니야.


"신카이 선배."
"어?"
"포기하지 않아요."


선전포고. 그래, 이건 선전포고였다. 아라키타 선배라면 몰라도 저 사람이라면 알아들었겠지. 눈썹은 살짝 움찔거리며 조용히 듣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자못 유쾌해졌다. 나쁘지 않다.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조금이나마 제게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서.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
"전 꽤 끈질긴 놈이니까."


그럼 이만. 그렇게 답하면서 뒤돌아 사라지는 쿠로다의 모습에 아라키타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쿠로다의 예상대로 문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뭐야, 뭘 뺏어? 이제와서 주전이라도 되겠다는 건가, 저 녀석."
"...패기가 넘치네."
"그러게, 뭐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에는... 야! 당장 안 떨어져?!"


저를 꽉 껴안는 팔에 기겁해 발버둥치는 아라키타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신카이는 그에게 가볍게 키스했다. 쪽 소리를 내며 키스를 마친 신카이가 씨익 웃었다. 어버버거리며 한 마디도 못하는 아라키타에게 그가 내뱉듯이 말했다. 조금 날이 선 어조였다.


"주지 않아."
"뭐, 뭐?!"
"뺏을 수 없을 거야. 할 수 있다면 해보라고 해."
"야, 너 지금 대체 무슨..."
"그러기엔 나도 절실하니까."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아라키타를 다시 끌어안고서 그는 마음속으로 계속 읊조리고 또 중얼거렸다. 마치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처럼.

절대로 넘겨주지 않아, 야스토모.
너만은.






===

쿠로다 미안 너에게 승산은 0.00001% 정도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A'

(아라쨩은 단호한 남정네고 신카이도 그걸 잘 알지만 그래도 조금은 불안하겠죠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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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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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라] Behind

겁쟁이페달 2015. 1. 11. 21:20

※ 1월 케이크스퀘어에 배포본으로 냈던 녀석입니다:) 대략 만 자 정도.

※ 소재는 2학년 신아라. 상상이 아주아주 많이 들어갑니다^^;




[신아라] Behind





1.



“야, 신카이.”



갑작스런 부름이었다. 그에 뒤를 돌아본 신카이의 시선이 흉흉하게 저를 노려보고 있는 소년에게로 닿았다. 아라키타 야스토모(荒北靖友), 같은 자전거부에 속한 2학년 동급생으로 제 친구인 후쿠토미 주이치가 작년에 주워왔던 녀석이다. 쭉 찢어진 여우 눈매와 걸걸한 입, 거친 성격과 주행으로 사람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타입이기는 했지만.



“무슨 일이야?”



딱 봐도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그렇다고 말투가 그렇게 날카롭지도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제 성격을 꽤나 억제하고 있는지 목소리 톤이 평소보다도 낮다. 망설이는 기색도 엿보인다. 그래, 마치 말을 고르고 있는 것처럼….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신카이는 속으로 풋 웃었다. 말을 아낀다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유명한 녀석이.


똑바로 저를 마주하고 있는 눈동자에 갈등이 차올라있다. 슬슬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지라 살짝 고개를 숙이고 벗어나려는 순간, 그가 뒤에서 말을 툭 내뱉었다. 순간 발걸음이 멈춘 것은 저에게도 불가항력이었다.



“너, 왜 포기했냐? 인터하이.”



차마 뒤를 돌아볼 수가 없어서 그저 씁쓸히 웃었다. 역시 그건가. 요 근래 엄청나게 듣고 있는 질문이기는 했지만 설마 너한테서도 듣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궁금해?”

“그렇다면?”

“왠일이야? 야스토모가 나한테 관심을 가질 때도 있고.”

“무려 인터하이 출전권을 포기하는 대형사고를 치면 싫어도 관심이 가.”

“하긴 그런가.”



장난스레 말을 뱉어냈다. 여전히 등을 마주한 채로. 너는 대체 어떤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무지 싫다는 얼굴일지도 모른다. 네가 이 자전거부에 들어왔을 때부터 인터하이를 노렸다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니까. 하코네 자전거부는 전국에서도 유명한 인터하이(전국대회)우승 단골 팀이다. 어줍잖은 실력으로는 절대 주전은커녕 스페어 선수로도 뽑히지 못한다.


인터하이의 공기는 특별하다고 들었다. 평소에 달리던 대회들과는 달리, 그 곳에서는 그 특유의 분위기와 긴장감이 있다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라면 누구든지 원하는 장소다. 거기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음에도 내팽개친 제가 건방지다고 생각하려나. 그러다가 신카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겠지. 그랬다면 저는 진작 멱살을 잡히고도 남았을 테니까.


그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을 정도로 주변에 관심이 없다는 것도, 남한테 그리 참견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도. 그런 그가 이럴 정도면 대체 얼마나 소문이 도는 건지. 구구절절 사정설명을 할 생각은 없었기에 선배들을 제외하고는 제 사정을 모른다. 부원들 사이에서 말이 돌 거라는 건 대충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야스토모가 관심을 가질 정도면 부에서도 말이 많긴 많은가봐.”

“멍청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선배들이며 후배들까지 니가 한 짓에 수군거리고 있다고.”

“하하, 아무래도 그렇겠지.”

“지금 웃음이 나오냐?”



실없이 웃는 제가 어이없었는지 그의 목소리에 한층 더 날이 선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다시 물렁해진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더 화를 내야 할텐데 이상하다. 의아한 것도 잠시였다.



“그럼 질문을 바꾸지. 요새 왜 자전거 안 타냐?”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그나마 뱉어내던 마른 웃음마저 싹 멎었다.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처럼 따갑고 몸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기습적으로 날아온 질문에 평소처럼 대답할 수가 없어서 도망치려고 했다. 땅에 붙어버린 것처럼 무겁기 짝이 없는 다리를 애써 움직였다.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사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변덕이야.”



그렇게 말하고 떠나는 나를 너는 끝내 잡지 않았다.




2.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이 바르르 떨릴 정도가 되자, 그제서야 신카이는 자전거에서 내려 풀밭에 몸을 뉘였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무척이나 고요했다. 눈을 깜빡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르다 못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하늘과, 여유로이 떠다니는 구름들이 참으로 평화롭기 그지없다. 맑게 갠 좋은 날씨다. 피식 미소지었다. 정작 제 마음 속은 그리 개운치 못했음에도.


쓸데없는 상념들이 제 머릿속을 휘감는 통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달릴 때도 그랬지만 가만히 쉬고 있는 지금이 더했다. 지금쯤 인터하이를 위해 연습하고 있을 후쿠토미가 떠올랐고, 자신의 행동에 탐탁지 않아하는 부원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얼굴도.


자전거를 왜 타지 않느냐고 물었지. 그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타고는 있다. 다만 동료들이 모르는 곳을 택했을 뿐이다.


익숙한 루트가 아닌 새로운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게 한두 번도 아니건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조금은 더 답답했다. 굳이 그들이 모르는 장소를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어떻게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쉽지는 않았다. 여전히 왼쪽으로 가고자 하면 손은 저절로 브레이크를 잡고야 만다. 달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속도를 올리는 것에 미약한 거부감이 있어 페달을 더 밟기가 어렵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은 편이다. 누군가가 있는 장소에서는 그마저도 쉽지가 않아 이렇게 사람이 없는 장소를 찾았다. 하지만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는데도 딱히 진전이 없었다. 가끔 이런 제 자신의 무력함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내가 이렇게 약했던가.


알고 있다. 이건 벌이라는 걸.


싸움에 집착해서 승리를 쫓기만 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주는 벌. 지는 건 괜찮다. 자존심이 상하면 다시 노력해서 추월하면 된다. 하지만 생명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제가 죽인 어미를 새끼는 아직도 애타게 기다리고만 있을 텐데. 밀려오는 죄책감에 심장이 세차게 고동친다. 과연 이게 맞는 길일까? 사실 아직도 제가 과연 잘 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결심을 먹기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달리다 보면 제가 치어버린 토끼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또 그런 식으로 남에게 소중한 존재를 빼앗게 될까 겁이 난다. 그래도 해내고 싶었다.


- 하지만 내년에는 달려라.


그렇게 말해준 주이치가 있어서,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니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제 친구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아직 잘 되가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저를 도와주리라 믿고 있다. 비록 이번 인터하이는 포기했지만 1년이나 남았으니까, 달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실 반은 핑계인지도 모른다. 그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그저 계속 달리고 싶은 제 자신의 이기심을 감추기 위한.


팔을 크게 벌리고 눈을 감았다.


미안해, 토돌아.




3.



아라키타는 짜증스레 제 미간을 구겼다.


그리고 부원들은 앞다투어 그를 피했다. 연습이 끝나고 벤치에 앉아 있는 그의 얼굴에는, 딱 봐도 오늘 나 기분 더러운데 건드리면 죽는다-. 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감대로 그는 지금 정말이지 기분이 나빴다. 성격 같아서는 다 때려부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기물을 파손했다간 선배란 놈들보다는 후쿠짱한테 죽을지도 몰라. 몇 시간어치 잔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제가 야구를 더 이상 하지 못할 거라는 판정 이래로, 이렇게 답답해진 것은 간만이었다. 그리고 그 답답함의 원흉은 오늘도 연습을 나오지 않았다. 다들 쉬쉬하고는 있지만 그런 녀석의 행보가 입이 싼 놈들에게는 안주거리처럼 씹히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물론 제 눈에 띈 녀석들은 요절을 내줬지만.


난데없이 인터하이 출전권을 포기한 이래로, 신카이는 부에 얼굴을 잘 들이밀지 않았다. 이유도 모르고 본인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사실 짜증을 내는 놈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저도 솔직히 이런 상황 자체가 짜증나니까. 그의 행동이 얼마나 파격적인 건지, 하코네 자전거 부원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다.


명문 하코네 고등학교에서도 특히나 유명한 것은 자전거부다. 부원이 통상 50명은 넘으며 인터하이에서도 매년 제일 먼저 하얀 테이프를 넘나드는 우승 단골팀. 그만큼 철저한 실력주의에 경쟁이 심한 곳이다. 3학년 중에서도 주전으로 뽑히는 이들은 흔하지 않지만 1, 2학년이 그 벽을 넘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런 하코네에서 2학년이 주전이 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사실인지 아는 이들은 잘 알고 있다.


그걸 그렇게 간단하게 버리고 등을 돌린 녀석이 고깝지 않은 건 아니었다. 거기 한 번 나가보겠다고 저런 철가면한테 굴려지고 있는 자신이니까. 하지만 사실 그런 감정보다 더 우선인 것은 호기심이었다.


1년을 봐오면서 맨 처음 깨달았던 건, 신카이 하야토라는 녀석은 상당한 이중인격이라는 것이다. 평소에는 무슨 말을 해도 화 한 번 안낼 거 같이 구는 녀석이 자전거만 타면 돌변한다. 혀를 내밀고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아 골을 향한다. 무엇보다 눈빛이 맛이 간다. 싸이코가 저런 눈을 할까, 싶을 정도로 흔들림이 없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레이저가 발사될 것만 같다. 녀석이 전력으로 달리는 모습을 처음으로 본 순간, 진심으로 저런 새끼한테는 쫓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빠르고 거침없다. 무엇보다 쫓아야 할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런 점은 저와 닮았지만 그래서 또 다르다. 상대를 쫓는 것을 즐기는 자신과는 달리 신카이라는 놈은 철저히 골만을 바라본다. 자전거를 탈 때만큼은 승리에 굶주린 귀신의 형상을 하는, 그래서 녀석에게 붙은 별명이 ‘하코네의 직선 귀신’이 아니었던가.


그런 놈이 인터하이라는 대형 무대를 마다한다는 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단순히 제 잘난 맛에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았다. 그 녀석은 욕심이 없다. 녀석에게 있어 욕심이란 오로지 자전거에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더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로지 욕심내는 단 하나를 그런 식으로 팽개치는 건 어째서인지.


그래서 물어보았다. 이런 식으로 신경쓰는 것도 귀찮고 말할 거면 빨리빨리 말하는 게 나았다. 그런데 여전히, 자전거에서 내리면 물렁하기 짝이 없는 이 녀석은 언제나처럼 실없이 웃는다. 기껏 고민한 끝에 물어봤더니 변덕이라는 말로 대답을 회피한다. 답을 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솔직히 슬슬 열이 받았다. 사내자식이 뭐 저리 답답하게 구는지.


하지만 더 답답한 건 제 자신이다.


뒤돌아보지 않는 등을 붙잡을 수 없었으니까.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제 얼굴을 보며 쓸데없이 웃었을 녀석이 저를 마주보지도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평상시의 녀석과 달라서. 아마 변덕이라는 말은 진심이 아닐 것이다. 냄새가 다르다. 진심으로 말하는 녀석에게서는 그런 찝찝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이유를 알아낼 수도 없었으니 이거야 원.


이를 갈았다. 신카이 이 망할 새끼.



“아오씨, 짜증나!”



다 마신 물병을 집어던졌다. 통통 튀다가 데구르르 굴러가는 물병에 눈길을 힐끗 던지던 아라키타가 머리를 북북 긁었다. 복잡한 건 제 전공이 아니다. 단순한 게 좋다. 그런데도 생각은 복잡하게 꼬여간다. 인터하이를 포기하는 건 둘째치고 연습은 왜 나오지 않는 거냐, 왜.



“정말 자전거를 그만둘 생각은 아니겠지.”



말을 하면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그럴 리가. 그렇게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 갑자기 자전거를 버릴 리가 없다. 의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자전거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후쿠쨩 못지않은 놈인데.


그러다가, 아라키타는 생각을 관뒀다. 머리가 쥐가 날 것만 같았다. 컴퓨터도 CPU를 오래 돌리면 에러가 나는 법이거늘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는가. 천천히 일어나 물병이 굴러간 쪽으로 걸어갔다. 물병을 내려다보는데 문득 놈의 얼굴이 떠올랐다. 절로 열불이 솟구쳤다.


남들을 그렇게 경악시켜 놓고 니는 니 멋대로 군다 이거냐.


발로 그것을 꾸욱꾸욱 밟았다. 녀석을 밟아주듯이 자근자근.




4.



부원들과 달리는 것은 오랜만이다.


오랜만의 단체 레이스. 바라보는 시선들이 수군거리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레이스를 시작한 순간부터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고 하는 게 더 맞으려나.


달리는 공기가 기분 좋았다. 혼자 달리는 것도 즐거웠지만, 같이 달리는 상대가 있다는 게 이렇게 즐겁다는 걸 간만에 느끼고 있었다. 반겨주는 몇몇 선배나 후배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리웠던 이들은 제 옆에서 달리고 있는 이 세 명이었다. 돌아왔냐고 제 등을 팍팍 두드리는 진파치나, 옆에서 자신을 보며 안심한 듯이 웃고 있는 주이치나, 옆에서 투덜거리면서도 이제야 왔냐는 듯이 저를 구박하는 야스토모까지.


누구보다 같이 달리고 싶었던 이들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승리도 좋지만, 이래서 로드의 세계를 떠날 수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고.


그냥 즐겁게 달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아무래도 간만인지라 저도 모르게 흥이 났나 보다. 거침없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런 저를 보면서 다들 속력을 낸다.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즐겁기도 했지만 불안감도 같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애써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없어, 괜찮아. 괜찮을 거야-.


재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속도는 꽤나 오랜만이라 핸들을 잡고 있는 팔의 근육이 긴장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예전의 감각이 돌아오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있던 순간이었다. 400m라는 표지판이 세워진 장소에 커다란 커브길이 등장했다. 거리상 여길 지나면 곧바로 골이 보일 것이라 생각해 속력을 더욱 올리던 참이었다.


왼쪽으로 커브를 돌려는 순간, 하얀 형체가 보였다. 환영이었을 것이다. 눈을 깜빡인 순간 앞에서 사라졌으니까. 그러나 저는 이미 무의식적인 공포심에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누르고 있었다. 속도를 무시한 강한 급정거에 자전거 몸체가 세차게 흔들렸고, 균형을 잃었다. 어떻게든 밸런스를 유지하려 애썼으나 속력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대로였다면 확실히 쓰러졌을 것이다. 몇 달 전의 상황처럼. 하지만 저는 쓰러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손이 있었다. 자신을 붙잡는.




5.



신카이 녀석이 돌아왔다.


그렇게 남들 걱정시켜 놓고, 어슬렁어슬렁 돌아와서는 넉살좋게 웃는 폼이 얄밉기 짝이 없었다. 미안했다 한 마디만 툭 던지는 녀석이 얄미웠는지 토도 녀석이 놈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아프다고 하면서도 그저 웃고만 있는 녀석은 평소와 같았다. 그래서 안심했는지도 모른다.


앞에서 세차게 달려가던 녀석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은 것에는 놀랐다. 뒤에 달려가던 내가 잡아채지 않았다면 녀석은 정말 바닥으로 고꾸라졌을 지도 모른다. 녀석도 놀랐는지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이 근처는 풀밭도 없는 아스팔트라 넘어지면 정말 크게 다칠 수도 있는데, 다시 헤실거리는 녀석의 얼굴에 진심으로 화가 났다.



“야, 신카이, 너 지금 뭐 하는 짓거리야?!”

“으아, 구해줘서 고마워. 야스토모.”

“…오냐, 드디어 뇌가 맛이 간 거라면 사양 않고 때려주지.”



퍽퍽 등짝을 때리자 정말로 아팠는지 녀석이 옅은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내가 그런 거에 꿈쩍할 성격이 아니라는 건 녀석도 잘 알고 있다. 맞던 녀석이 손을 들어 내 팔을 잡았다.



“야스토모, 저기…. 그만 때리면 안 될까나? 이건 좀 아픈데.”

“닥쳐라, 니놈은 맞아도 싸. 속력을 내다가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변덕이냐? 넘어지고 싶어서 작정했어?”



망설임 한 조각 보이지 않는 주행은 신카이의 특기이자 장기였다. 그 깨끗할 만치 직선으로 달려가는 너는 그 누구보다 빨랐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코네의 모두는 그런 녀석을 인정하고 있다. 어벙벙한 표정으로 하하 웃는 얼굴이 마냥 편하지만도 않아 보여서 짜증이 치밀었다. 뭔가가 있다.


그런 식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만큼, 녀석을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다 이건가.



“너 순순히 불어라. 무슨 일 있었냐?”

“…아무것도.”



이 머저리는 또 시선을 피한다. 제게 변덕이라고 말할 때도 이런 표정이었을까. 팔을 잡아당기자 녀석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얌전한 얼굴에는 달릴 때의 기백은 온데간데 없었다. 낮게 으르렁거렸다.



“변덕이라는 헛소리 또 지껄이면 이번에야말로 죽여버린다.”

“어….”



뺨을 긁적거리던 녀석은 다시 한 번 팔을 뿌리치고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페달을 밟으며 다시 나아가는 녀석의 뒷모습에서 대답을 읽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말할 수 없다는 건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북북 긁었다. 앞으로 달려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마냥 바라보다 다시 안장에 앉았다. 그리고는 달려나갔다.


이미 많은 녀석들이 지나간 그 길을 따라서.



중요한 이야기를 할 거라고 말하며 저희 셋을 불러낸 녀석이 그간의 사정을 모두 털어놓은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6.



“야스토모, 이게 뭐야?”



신카이는 얼떨떨하게 물었다. 무언가를 잔뜩 안은 채로 그를 노려보는 아라키타의 눈빛이 형형하기 짝이 없었다. 자세히 보니 책이다. 산더미같은 책들을 무리없이 들고 있는 아라키타의 모습은 새삼 놀라웠다. 엄청 말랐는데도 저 괴력은 다 어디서 나오는지. 하지만 역시 무거운지 끙끙거리는 그를 보던 신카이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걸렸다. 웃고 있는 신카이에게 아라키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품에 들고 있던 책들을 떠넘겼다. 으악, 소리를 내며 책들을 받아드는 신카이가 의문을 표시했다.



“뭘 그리 처웃어? 받아.”

“대체 이거 다 뭔지 물어봐도 돼? 야스토모.”

“눈이 삐었냐? 책이잖아.”

“그건 알겠는데….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야?”



그렇게 묻자 아라키타가 눈을 가늘게 홉 떴다. 평소에도 그리 착해보이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저러니 더 무서워 보인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관찰력이 좋고 궂은 일이라도 군말없이 해내는 녀석이라는 걸 이젠 알지만. 째진 눈은 언제 봐도 여우를 닮았다고, 신카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뭐시기냐, 트라우마에 관련된 책들이니 빠짐없이 읽어봐라.”

“…에?”

“이딴 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거보다는 낫겠지.”



신카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상대가 놀라든 말든 상관없다는 얼굴로 아라키타는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달려라.”

“뭐?”

“줘 패버리기 전에 다시 자전거나 타라고, 망할 새끼야.”

“대체 그게 무슨….”



웃던 얼굴 그대로 신카이는 말을 멈췄다. 간섭에 화가 난 것도 아니고, 멋대로 참견하는 것이 기분 나빠서도 아니었다. 그냥 순수하게 놀랐다. 그가 이렇게 나올 줄 몰라서.


달릴 생각이었고 앞으로도 그랬다. 그건 이미 확정한 상태였다. 비오는 날 도와주겠답시고 제 옆에서 달려주던 세 친구를 위해서라도 저는 계속 달려야만 했다. 극복해야 했다. 다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 나설 줄은 몰라서. 그런 신카이에게 아라키타는 일침을 놓았다.



“새꺄, 내가 니 속을 모를 줄 아냐?”

“….”

“불안해하는 걸 눈으로 티내지 마. 보기 껄끄러우니까.”



날카로운 눈초리가 저를 훑어본다. 그에 조금은 당황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아무러면 어떠냐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습도 계속 도와주지. 매일 저녁 7시에 나와라. 안 나오면 디진다.”

“왜?”

“뭐?”

“왜 이러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



비꼬는 게 아니었다.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그의 질문에, 거 참 까다롭다는 듯이 쳐다보는 시선을 신카이는 침착하게 받아냈다. 아라키타가 어이없다는 듯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그를 가리켰다.



“너, 자전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냐?”



아니,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듯한 신카이의 눈빛에 아라키타는 픽 웃었다. 제가 이런 말을 잘 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가끔은 변덕 정도는 부려도 괜찮겠지. 이 놈부터가 이미 멋대로 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좀 귀찮기는 한데. 그런데 말이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니 녀석이 달리는 모습은 꽤 봐줄만 하거든.”



한 대 맞은 것마냥 벙찐 얼굴로 변한 신카이를 스윽 쳐다보던 아라키타는 고소하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아마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겠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지 아라키타는 뒤돌아섰다.



“빨리 극복해서 돌아와라.”



털레털레 복도 반대쪽으로 걸어가던 아라키타가 이제야 살겠다는 듯이 기지개를 쭉 켜더니,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툭 던졌다.



“내년에 보자고.”



남은 한 손을 흔들어주며 유유히 제 시야에서 벗어나는 아라키타를, 신카이는 망연하게 바라보았다. 들고 있는 책들의 무게를 새삼 실감하면서.



이전과는 조금,

아주 조금 달라진 무언가를 느끼면서.



*



“그 때 반했던 건지도.”



회상을 끝내고 하하 웃고 있는 신카이의 얼굴에 아라키타는 베개를 집어던졌다. 퍽 소리가 났지만 솜베개라 별로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아라키타는 태연했다. 맞고도 그저 웃는 얼굴에 속이 터졌는지 아라키타의 이마에 빠직 마크가 새겨졌다.



“갑자기 왠 추억팔이야?”

“미안, 미안.”



그렇게 말하면서 신카이는 이불 채로 그를 끌어안았다. 갑갑하다는 듯이 표정을 살짝 구겼지만 피하지는 않는 아라키타에 신카이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라키타가 보지 못한 것이 다행이었다. 그랬으면 또 한 대 맞았을 테니까.


정말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그저 친구로만, 같은 부 동급생으로만 생각했던 그가 조금 더 특별해졌던 순간은. 변화는 서서히 찾아왔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 샌가 시선이 그를 따라가고 있었고, 뒤에 남아 죽어라 연습하는 그를 훔쳐보는 시간도 점점 늘어갔다. 제 친우인 주이치에게 웃어주는 모습에서는 살짝 심통이 나기도 했고, 투덜거리면서도 제게 내밀어주는 손이 무척 기뻤다.


뒤에서 묵묵히 힘쓰는 녀석이었다. 늘상 귀찮다 짜증난다 투덜거리지만 그게 입버릇일 뿐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남이 부탁하면 궁시렁거리면서도 다 해주고, 팀의 궂은 일들은 다 도맡아 하면서도 티를 내지는 않는다. 손해보는 역할을 맡으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자신보다도 더 남자답다면 남자다운 녀석이다. 그런 면이 좋았다.


머리를 기른 것도 그의 영향이 컸다. 늘 단정한 스타일을 추구했지만, 그가 범생이같다고 놀리는 것에 발끈해서 기르기 시작한 거니까.


마음은 점점 시간과 함께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 마음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을 때 힘겹게 고백했다. 생애 처음으로 했던 진지한 고백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미쳤냐는 소리와 함께 다가온 어퍼컷에 날아갔다.


그 후로 정말 대놓고 저를 피했다. 하지만 저도 집요한지라 끈질기게 쫓아가고 붙잡으려고 애썼다. 그런 저를 그가 용인해준 것은 아마도, 평소에는 철저히 선을 지킨 제 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생각한다. 주이치 앞에서 그랬다가는 제가 팀에 필요하던 아니던 간에 분명히 이미 죽었을 거다. 주이치는 그가 부에서 가장 존중하는 사람이니까.


질기게도 도망가던 녀석을 결국 붙잡았을 때는 정말이지 기뻤다. 그 때는 이미 졸업 시즌이 다가왔다는 사실에 조금 슬펐지만.


같은 대학이 아니라는 것도 많이 아쉬웠다. 물론 메이소에 그가 원하는 과가 없다니 떼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긴 했지만. 사실 그가 저를 받아들여 줬을 때도 조금 걱정했었다. 졸업 직전이니까, 그래서 받아준 게 아닌가 싶어서. 마지막 인사로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한 게 아닌가 싶은 불안감이 남아 있어서.


그런 저를 보더니 녀석은 손가락으로 제 이마를 세게 튕겼다. 아팠던 거 같지만 얼마나 아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픈 것보다도 그 다음에 그가 했던 말이 더 기억에 남았기에.


- 곧 헤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사내새끼 고백이나 받아주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그 다음은 어떻게 했더라? 팔을 뻗어 그를 끌어안았던가. 아니면 키스를 했었던가. 지금에 와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무척 기뻤다는 것 말고는.


벌써 졸업하고도 반 년이 다 되어간다.


별 문제없이 순조롭게 만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둘 다 새내기 입장이라 그런지 정신없이 바쁘기는 했다. 평소에는 전화나 문자로 하다가 정말 몇 주만에 겨우 얼굴을 봤다. 그래서인지 자제를 못 했던가. 정신없이 껴안고 입을 맞추고, 그리고….


모든 게 끝나고 잠깐 쉬다가 씻고 나왔다. 그런 자신과는 달리 귀찮은지 계속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는 아라키타의 모습이 꽤나 귀여워 보여, 신카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도 중증이군. 안고 있던 팔을 풀어주며 큭큭 웃고 있는 신카이에게 뭘 그렇게 웃냐는 듯이 아라키타가 눈을 흘겼다.



“대학 생활은 재미있어? 야스토모.”

“전공은 재밌지만 부에는 병신들만 있어서 피곤하다.”

“하하, 자전거부에 들어갔다며? 그럼 이번에 대회에서 만나려나.”

“덕분에 심신이 무척 피곤하시다. 대회가 다가오니까 점점 빡세게 굴리더군. 하긴 고등학교 때만 하겠냐만은.”



쯧쯧 혀를 차면서도 표정이 즐거워 보인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안심하면서도 신카이는 조금 심술이 났다.



“즐거워 보이네, 야스토모.”

“멋대로 생각해라.”

“뭔가 서운한걸.”

“또 뭐.”

“내가 없어도 그렇게 즐겁나 싶어서.”



장난스레 던진 진심에 아라키타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묘하게 낮았다. 가만히 노려보는 시선에 신카이는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분위기를 보아서 역시 농담은 아니다. 아라키타는 혀를 찼다.



“너, 또 이상한 생각하냐?”

“뭐가.”

“학교가 다른 게 뭐가 어때서 그렇게 야단인지.”

“그래도 섭섭하긴 섭섭한걸.”

“참내.”



어이없다는 듯이 올려다봐도 신카이의 얼굴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이상한 곳에서 솔직한 녀석이다. 그게 이 녀석의 장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가끔 이렇게 솔직하게 다가오는 진심에는 조금 당황하게 된다.



“킨조랑 친하지?”

“그 이름이 지금 왜 나와?”

“녀석에 대해 얘기할 때 즐거워 보이길래.”

“쓸데없는 생각하고 있다면 당장 집어치워. 그 놈은 같은 부 친구야.”

“알아.”



알긴 개뿔이. 아는 녀석이 그런 표정을 하냐. 평소처럼 쿨하면서도 살짝 시무룩해 보이는 눈동자. 약해지려는 마음에 아라키타는 고개를 내저었다. 진짜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라니까.


신카이라는 녀석은 처음 알았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종잡기 힘든 존재였다. 늘상 쿨한 녀석이지만 자전거에 타면 귀신이 되고, 실제로 그 명성만큼이나 빠르다. 하코네에서 녀석을 인정하지 않는 부원은 없을 정도다. 평소의 온화하고 친화력 있는 모습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지만.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언가에 집요한 면이 없잖아 있다. 무언가에 딱히 큰 관심을 두지 않지만 관심을 준 것에는 악착같이 매달린다. 그 대상 중 하나가 되었다는 건 솔직히, 그렇게 기분 나쁜 일만도 아니었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괜스레 더 투덜거렸다.



“너야말로 후쿠쨩 괴롭히지 마라. 그럼 진짜 죽는다.”

“내가 주이치를 괴롭히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하긴, 자전거를 때려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은 별 문제 없겠지.”

“때려치다니….”

“이제와서 말하지만, 니가 인터하이를 포기했을 때 후쿠쨩이 묘하게 풀이 죽어 있었거든?”

“주이치가?”



처음 듣는 소리다. 깜짝 놀라는 신카이에게 아라키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모르고 있었군.



“하여간 이상한 곳에 눈치는 없어가지곤.”



아라키타는 그 당시의 후쿠토미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신카이의 사정을 이미 알고는 있었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풀이 죽어 있었던 그를. 다른 녀석들은 평소와 같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제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라고 했으니 당연히 그만큼 신카이에 대해 고민도 많았겠지. 그래서 더 연습을 미친 듯이 하고 승리에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내년에 녀석과 함께 인터하이에 나가기 위해서.


여전히 왕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그럼에도, 걱정되긴 걱정되었는지 연습할 때조차 그는 가끔 음울한 기색을 내비치고는 했다. 미묘하게 드리워진 우울함, 낯빛에 옅게 내려앉았던 그림자는 신카이가 돌아왔을 때에서야 사라졌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골치아프다. 아라키타가 짜증스레 대답했다. 



“역시 너란 놈은 손이 많이 가.”

“…미안, 역시 그런가.”

“그래도, 싫진 않아.”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한 손을 이마에 올리고, 아라키타는 신카이의 팔을 잡아당겼다. 어어-. 소리를 내며 다가온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표정은 놀랐는데 바짝 굳어버린 신카이의 모습에 아라키타는 픽 웃었다.



“멍청아, 이젠 자부심을 가질 때도 되지 않았냐?”

“야스토모.”

“누누이 말했지. 네 녀석이 날 선택한 게 아니라고.”



선택한 건 나야.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아라키타에게 그가 다시 입을 맞추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키스 뒤에 신카이가 말했다.



“한 번 더 하면…. 안 되려나?”

“…적당히만 해라.”



응. 정말로 기쁜 듯이 저를 내려다보는 신카이의 얼굴에, 아라키타는 피식 웃으며 눈을 감았다. 역시,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  








FIN.



안녕하세요. 페달에서는 시즈라는 닉을 쓰는 리네라고 합니다:)

우선, 배포본 다 사라져서 너무너무 기뻤어요8ㅁ8 가져가주시고 읽어주신 분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시간이 없어 하루만에 쓰게 된 신아라입니다! 사실 겁페는 거의 소비러로 사는 사람인지라(떠먹떠먹) 신아라는 이게 두 번째인데 설마 배포본으로 이걸 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ㅋㅋㅋㅋㅠㅠㅠ


2학년 신아라를 쓰고 싶었습니다. 본편에 이랬으면 좋았겠다- 싶은 걸 썼어요 그래서 제목이 비하인드! 모처럼 떠오른 썰이 있어서 간단히 끄적거렸어요. 사실 이게 신아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감정선이 없ㅇ…. 죄송합니다 제가 봐도 애들한테서 캐붕이 보여서 좀 안쓰럽네요;ㅅ;


초반에 캐해석으로 좀 헤매는 건 아무래도 영고인 듯 합니다ㅠㅠㅠ 페이지를 맞추는 건 예나 지금이나 힘들군요 중철은 못해먹을 짓이에요!^^;


사실 배포본을 할 생각은 네버 없었는데, 사사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님이 저보고 중철본을 하라고 꼬득였습니다(?) 그러나 케스까지 겨우 7일이 남은 시점에서 쓸만한 게 떠오를리가 없었죠;ㅅ; 그런데 예전에 써보고 싶어서 끄적해뒀던 2학년 신아라 콘티가 떠올라서 배포본이나 만들까 하고 다시 한 번 끄적끄적...(부들부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급하게 쓴 티가 너무 심하게 나서인지 뭔가 아이들에게 못할 짓을 한 기ㅂ.....ㅠㅠㅠㅠ


온화 쿨뷰티인 신카이와 시발데레지만 멋진 남자 아라키타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는데 아... 장렬히 실패한 거 같아 부끄럽군요ㅠㅠㅠ 좋아하는 아이들인데!!! 사사님 귤님 아..죄송합니다...ㄷㄷㄷㄷㄷ


역시 신아라는 열심히 소비만 하는 걸로….


헤헤 그래도 겁페는 재밌고 신아라도 좋아요! 둘이 행쇼행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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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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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쟁이페달 스포가 아주아주 많습니다. 인터하이를 다 보지 못하신 분들께선 조용히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대형 스포가 있기 때문입니다ㅠㅠㅠ

※ 마나미 독백이 많이 들어갑니다. 헤헤헤 조각글이니 그냥 가볍게 봐주세요!



[마나오노] 산가쿠(山岳)


WRITTEN BY. 리네





"사카미치군, 우리 시합할까?"



인터하이 이틀 째,

마나미 산가쿠(​真波 山岳​)는 언제나와 같이 웃으며 태연스레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무더운 한여름의 중심에 서 있는 선수들의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지 오래였다. 한낮의 태양이 무겁게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며, 체력을 앗아간다. 이미 오늘 레이스의 전반부가 지나가고 있는 참이라 선수들도 슬슬 지칠 터였다. 이 와중에도 선두 집단들은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이제 들어서는 곳은 본격적인 언덕라인. 클라이머들이 나서야 할 때였다.


힘을 비축하기 위해서일까, 선두 다툼은 그리 치열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달려나가는 몇몇의 선수들은 있었다. 오늘의 색깔 번호표 중, 빨간 번호표. '산악왕'을 쟁취하기 위해서였다. 전국에서 가장 빨리 산에 오르는 자, 그런 의미를 가진 이 '산악왕' 번호표는 팀의 사기를 올리는 효과도 있었지만 클라이머로서는 최고의 영예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땡볕의 더위와 치열한 선두 다툼 속에서도 웃는 얼굴로 산을 오르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마나미 산가쿠. 올해 2학년이자 하코네 학교의 천재 클라이머라 불리는 남자였다.


마나미의 옆구리에 붙은 선수 번호표는 13. 3은 하코네의 에이스 클라이머를 상징하는 번호다. 전국에 있는 모든 선수들 중에서도 '왕좌' 하코네의 선수는 특별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터하이의 달리는 연승의 전설이라 불린 강호답게, 하코네 자전거부는 그 규모도 크며 정예 멤버들은 다들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곳에서의 에이스 클라이머란 곧,


전국 최고의 클라이머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마나미는 혼자 달리고 있지 않았다. 그의 뒤에서 열심히 페달을 돌리고 있는 소년과 함께였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체구가 작지만, 선하고 여려 보이는 얼굴이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달리는 것만도 기뻐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것처럼. 마나미는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번호표 1을 단 노란색의 선수복. 작년 우승팀 '소호쿠'의 멤버이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작은 안경.


오노다 사카미치(小野田 坂道)

그리고, 아마 저에게 있어서는 최강의 라이벌.


태연하게 시합하자고 말하는 마나미의 얼굴이 일순 어두워졌다.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저를 따라오는 소년을 힐끗 내다보았다. 마음이 더 착잡해졌다.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 그 누구보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언가가 조금 변했다. 지금 제 마음 속을 차지하고 있는 건 온전히 자전거만이 아니었다. 시커먼 무언가가 저를 움직인다. 제멋대로 입이 움직여서는 네게 말을 꺼낸다.


당황할 틈도 없이, 너는 언제나와 같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자, 시합하자!"



웃고 있는 소년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 마나미는 다시 말없이 앞을 바라보았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앞에 몇 명이 더 있겠지만 마나미는 애초에 누군가에게 관심을 쏟는 타입이 아니었다. 팀에 속해 있다지만 사실 그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자유롭다. 심지어는 교토 후시미의, 거침없는 주행으로 악명 높은 그 미도스지보다도 더.


그런 그가 제 날개를 잠시 꺾었던 이유도 다름이 아니었다. '그 날' 이후, 너에게 졌던 그 순간부터 제 마음속에서 계속 자라나던 알 수 없는 이 감정. 마치 괴물과도 같이 무섭게 자라난 이 감정의 정체는 아직 모르겠다. 그저 혼란스럽고 머리가 아프다. 너무나 강해서 가끔 현실의 제가 눌릴 것 같다. 원래의 저를 찢어발겨 두 번 다시 형체조차 찾지 못하게 만들 것만 같은.


관두자. 생각을 접어버리고 네게 다시 웃어주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저번' 인터하이 때처럼. 목표는 이 언덕의 맨 위에 있는 하얀 선이야."

"응!"

"하지만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내기라도 할까?"

"내기?"

"이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아, 물론 무리한 거 말고."



잠시 고민하더니 너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 와중에도 너는 여전히 경계심이라고는 전혀 없구나. 그저 달리고 싶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골 앞까지는 이제 1km밖에 남지 않았다.



"준비…."



손바닥을 철썩 부딪히자마자, 앞으로 가속을 밟았다.



*



너를 인터하이에 데려온 것을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너는 아마 모르겠지.


처음에는 그저 순수하게 너와 달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첫 만남에 네게 물병을 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산에서 곤란해하는 사람을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언덕은 나에게 살아갈 의미를 줬으니까. 언덕에서 만난 너에게 기이한 인연을 느꼈다. 나처럼 자전거를 탄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이상할 정도로 거듭되는 만남과 자전거에 대한 너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면서 너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갔다. 페달을 밟아 회전수를 높이는 재미있는 클라임을 하는 녀석. 얼마나 더 성장하게 될까? 인터하이에서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터하이에는 수많은 강자들이 몰려드니까. 많이 겨뤄보고 승부해보지 않으면, 아쉽잖아.


처음에는 반 장난삼아 말했던 '승부'가 그런 형태로 이루어질 줄 몰랐다. 인터하이 3일째의 선두라니. 너에게 화가 났던 것은 아니다. 너는 정당하게 내게 이겼고 졌다는 사실에 후회는 없다. 너와의 승부가 팀전의 우승을 결정하는 시합만 아니었어도, 나는 순수하게 그저 좋은 라이벌을 만났다고 기뻐했을 지도 모른다. 이제껏 달리면서 이렇게까지 즐거웠던 적은 없었으니까.


네가 그렇게까지 나를 따라올 것이라고도, 마지막까지 나와 골을 겨룰 것이라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질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언제나 승리는 저를 찾아왔고, 때문에 그렇게 사력을 다해 페달을 밟았던 것도 난생 처음이었다.


무지했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연약했기에, 내 무지함에 대한 원망을 너에게로 쏟아부었다. 네가 준 물병을 버린 것도 그래서였다. 네가 원망스러워서가 아니라는 걸, 토도 선배의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네가 싫어서라기보단, 그걸 넘겨주며 다시 만나자고 말했던 내 자신이 싫어서. 내가 속한 팀을 무릎꿇리고 왕좌를 빼앗아갈 자가 너라는 걸 알았더라면.


생각보다 더 많이 후회했다. 누군가에게 지면 분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었다. 정말, 정말 분했다. 너를 인터하이에 끌어들인 과거의 자신이 미치도록 싫었을 정도로. 하코네의 모두는 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선배들도 그랬고, 깨닫지는 못했었지만 나도 그랬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위로 올라서서 박수를 받고 있는 소호쿠를 보고 있자니 새삼 패배의 아픔이 몰려왔다. 이제야 깨닫다니. 나조차도 나 자신을 너무 모르고 있었나보다.


그저 등을 돌렸다. 내년에는 반드시-. 그런 맹세를 남기고서.



너란 존재에 집착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을까.

 

네가 준 물병을 버린 후부터, 나는 너를 만나게 되는 것이 무척 꺼려졌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승부에서 졌다고 뻐기거나 나를 비웃을 성격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래도 너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질투라던가 원망 때문만은 아닌, 그 이상으로 생소한 감정. 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알아서는 안 될 것 같았다.



*



[앞으로 100m!! …50m, 10m…!!]



*



클라이머의 골인은 언제나 같다.

승자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패자는 분한 듯이 바닥에 엎드린다.


산의 맨 위를 결정하는 하얀 선, 그 위를 쌩하니 스쳐지나온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우렁찬 함성소리가 그들 주위를 뒤흔들었다.



[산 정상은 하코네 학교!! 하코네 학교 마나미 산가쿠 선수가, 산악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이겼다.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투명한 하늘색 위에 하얀 구름들이 둥실 떠다녔다. 하늘과 가까운 곳, 수십 번은 올랐을 터인데. 오를 때마다 새로웠고 아직도 제게는 미지의 세계이기도 했다. 이 곳에 발을 디딜 때면 언제나 경건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래서일까.


이겨서 기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렇게까지 실감나지도 않았다. 그냥, 힘을 다 쏟아내서인지 더 이상은 기운이 없었다. 들고 있던 팔을 다시 핸들에 걸치고 페달을 조금씩 밟다가, 옆을 바라보았다. 너 역시 지쳤는지 아무런 말도 없이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털썩 걸쳐있는 모습이 정말로 지쳐보여서 그냥, 지나가는 듯이 말을 걸었다.



"고마워."

"…."

"너와 달릴 수 있어서 기뻤어. 1년 전에도, 지금도."

"…."

"내 소원은…. 별거 아냐, 그냥."

"…."

"이런 와중에 말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난 그냥 네가, 나를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어."



이름이란 제게 특별하다. 너를 신경쓰게 되고 이름을 부르게 된 계기는, 너의 이름이 '사카미치(坂道)' 였기 때문에. 산의 이름을 타고난 저기에, 같은 뜻의 이름을 가진 네가 신기했다. 너를 '사카미치 군' 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아마 그런 친근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너도 나를, 나와 같이 생각하기를 바랬다. 모두를 좋아하는 너에게 조금은 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1년 전 그 순간부터 너는 내게 친구였고, 아마도 일생의 라이벌이 될 것이라 예감했기에.


그것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네가 고개를 든 순간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땀으로 범벅된 너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그래, 웃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바보가 아니었다. 눈에서 흘러내리는 무언가가, 그저 힘겨워서 흘리는 땀이 아니라 눈물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절로 몸이 떨려왔다. 이 와중에 네가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너의 눈동자에는 악의나 원망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들어찬 것은 오로지 순수하디 순수한 나를 향한 동경과 찬사. 그리고 분하고 분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흘러나오는 눈물뿐이었다. 너는 네 괴로움을 눈물로 쏟아내고 있었다.


마치 1년 전의 나처럼.



"나도, 너와 달릴 수 있어서 좋았어."

"…."

"축하해, 산가쿠(山岳) 군."



눈물범벅이 되어서도 제게 웃어주려 애쓰는 너를 보니, 가슴 한 부분이 더 조여오는 것 같았다. 네가 처음으로 불러준 나의 이름은 생각만큼 그리 달콤하지 않았다. 들떠 있던 마음이 냉수를 들이부은 것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맑고 환하던 세상이 순식간에 무채색으로 물들었다. 울컥 치받아오르는 무언가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내면에 잠들어 있던 그 괴물이 다시 고개를 들고 안에서 날뛰었다. 두근두근, 무서울 정도로 세차게 펌프질하는 심장이 너무도 아파, 저도 모르게 가슴을 쥐어뜯었다.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닌데, 악의 없는 눈빛에 왜 이렇게 마음이 찢기는 것 같을까?


그렇게 생각하고서야, 이 감정의 정체를 깨달았다.

너에 대한 질투와 원망 이전에, 너라는 존재를 갈망하는 정말이지 추악할 정도의 이기심.


언제부터 너에 대한 마음이 이리도 변질되었을까. 네가 나를 이겼을 때부터? 아니면 인터하이에서 만났을 때? 그도 아니면 하코네에서, 아님 처음부터 그랬을까. 그조차 나는 알 수가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너에게 손을 뻗고 싶은 이 마음을 억누르는 것만도 벅찼다. 너란 존재가 다른 이들과는 전혀 달랐던 것은 그래서였을까. 졌다는 사실에 자신을 자학하고 괴로워했을 때조차 나는 너를 떠올리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나는 역시, 나를 너무나도 몰랐다.


'산가쿠(山岳) 군.'


목소리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해서 저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이름이라는 것의 무게를 새삼 깨달았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이름에 얼마만큼의 감정을 담고 있었는지 너는 알고 있을까. 모르겠지. 당사자인 나도 이제야 알았는데.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 걸까.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와, 내가 너를 부를 때의 감정이 같지 않다는 걸 알기에. 너는 약속대로, 앞으로도 나를 그렇게 부르겠지. 그 이름을 부르는 네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기뻐하겠지, 그리고 절망하겠지. 감정의 온도차에 안타까워하고 제 마음을 죽이고 싶어지겠지.



그래도, 나는 결코 그 이름을 버리지 못할 거야.





- fin.



===


저의 겁페 최애는 마나미! 아마 얘가 아주 싸이코가 되지 않는 이상은 변함없을 거 같네요 ㅇㅇ

개인적으로는 마나미가 상큼하기도 하지만, 레이스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면이 좋아요. 자전거에 진지하고 자존심 강하지만 책임감도 투철한, 마나미의 그런 면을 좋아합니다.


오노다한테 돌려받은 물병을 버렸다는 에피소드를 봤을 때, 이런 소재로 한 번 다크한 분위기를 적어보고 싶었어요. 마나미 독백! 생각보다 하코네의 패배에 대해 엄청 책임감을 느끼길래;; 그 내면은 어떨까 싶었습니다 되게 어두웠을 거 같아요ㅠㅠㅠ


사실 겁페에서 가장 캐해석이 힘든게, 정말 겁페 통틀어 최고로 성격이 많이 바뀐 아이라서요... 진짜 20권 중반부부터 애가 성격이 완전 변하더니 30권 넘어가니까 아주ㅠㅠㅠ 인터하이에서의 패배가 그 정도로 영향이 컸던 거 같아 좀 안쓰럽습니다8ㅁ8

뭐,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나름 안심했지만.


사실 오노다와의 승부는 2일째에 산악승부 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때는 마나미가 이기고, 3일째 우승은 소호쿠가 했음 좋겠습니다^~^ 원래 이런 경기는 무조건 중립하자는 입장인데요, 사실 마나미가 너무 가엾어서 이번 2학년은 하코네가 이겼으면 하고 했지만 잡지사랑 이즈미다가 소호쿠 홀대하는 모습이 너무 짜증나서ㅋㅋㅋㅋ 걍 이번 종합우승도 소호쿠였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솔직히 이즈미다가 주장하는 모습이 후쿠짱이랑 달리 전혀 호감이 안 가요....ㅠㅠㅠ


미안해 마나미 이런 누나라서8ㅅ8


그럼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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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라] 사랑싸움







“둘이 싸웠어요?”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사물함을 열던 손이 멈칫했다. 흑발에 쭉 째진 눈, 마치 여우같은 인상을 주는 남자가 홱 고개를 돌렸다. 그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후배, 마나미 산가쿠(真波山岳)를 보며 아라키타 야스토모(荒北靖友)는 지긋이 인상을 썼다.



“하?”

“싸웠네, 싸웠어.”



매섭게 째려보는 눈초리가 무섭지도 않은지 마나미의 얼굴엔 겁먹은 기색 따윈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싸웠다고 단정짓는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마냥 아니라고만 하기에는 찔리는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괴상한 소리 지껄일 거면 당장 옷 갈아입고 꺼져라.”

“둘이 사귀죠?”

“….”

“아, 역시.”



순간 흠칫한 눈동자를 마나미는 놓치지 않았다. 저 얄미운 면상을 한 대 후려갈기고픈 충동을 애써 이겨내고, 아라키타는 묵묵히 옷을 갈아입었다. 머릿속은 빙글빙글 정신이 없었지만 말이다. 평소에는 나사 몇 개 풀려있는 놈이 왜 이럴 때만 날카롭기 그지없는 거냐고!


틈을 보인 제 자신을 저주하며 그는 사물함을 쾅 닫았다. 반박도 제대로 못 하는 건 지금 저 말들이 구구절절 틀린 구석 하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떻게 제 연애사를 이 자식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기색을 눈치챘는지 마나미는 시원스레 답을 내놓았다.



“신카이 선배가 요 근래 표정이 암울하거든요.”

“하? 그 돼지새끼가? 맨날 실실 쳐 웃는 거밖에 할 줄 모르잖아.”

“하긴 아라키타 선배 표정이 더 죽상이기는 하죠.”

“…죽는다 너.”



가뜩이나 심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성질 긁지 말라 이거다. 심상치 않은 선배의 표정에 마나미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불편한 공기에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아라키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반면 마나미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어라-? 신카이 선배?”

“역시 여기 있었구나, 마나미. 누가 널 찾아왔던데.”



신카이는 평소와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는 얼굴에서는 당황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문 앞에 가만히 서서 여유롭게 미소짓는 얼굴이 꽤나 태평하다. 뻣뻣하게 굳어버린 아라키타를 사이에 두고 그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갔다.



“누가요? 설마 반장인가?”

“아니, 저번 그…. 소호쿠 쪽 안경 쓴 아이더라구.”

“정말이요?”

“그래.”



사카미치 군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나미는 환하게 웃었다. 웃는 얼굴로 변하는 제 눈빛을 숨기는 것이 참 그다웠다. 나가봐야겠다고 말하며 마나미는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는 아라키타를 지나쳐, 밖으로 나가던 마나미가 툭 말을 던졌다. 물론 신카이한테.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방금 왔는데.”

“흐-음.”



알겠습니다. 그 말만을 남기고 마나미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남은 둘 사이에는 침묵이 맴돌았다. 슬슬 정신이 들었는지 아니면 그와 말을 섞기 싫었는지, 따라 나가려던 아라키타의 앞에서 신카이는 팔을 뻗어 문을 쾅 닫아버렸다.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며 다가오는 그를 피해 아라키타는 몇 발자국 물러섰다.



“왜 그래? 야스토모.”

“오지 마, 돼지새꺄!!”



뒷걸음질치는 제 팔을 잡아당겨 입을 맞추려는 신카이를 짜증스레 밀어냈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그를 뿌리치려다 사물함에 몸을 부딪쳤다. 물러설 곳도 없고 이 와중에 얼굴은 더럽게 가깝다. 떨쳐내려고 주먹을 날렸지만 신카이도 만만찮았다. 많이 겪어봐서 그런지 몰라도 살짝 고개를 들어 피하더니 한 팔로 그의 팔목을 움켜잡았다.



“읏차.”

“이거 안 놔, 새꺄?!”



즐겁게 웃는 얼굴에 배알이 꼴렸다. 쿨한 얼굴을 해가지고는, 자신만 보면 바보같이 풀어지는 얼굴은 여전하다. 그게 좋냐 싫냐라고 묻는다면 확실히 싫지는 않다. 하지만 배알이 꼴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런 녀석을 보면서 더 헤실하게 풀어지는 제 마음 때문이다. 다가오는 입술 사이에 손을 끼워 넣었다. 어이, 돼지새끼.



“치워, 나 아직 화 안 풀렸다?”

“왜 화가 났어?”

“….”

“벌써 3일째잖아. 내가 뭐 잘못했어?”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녀석을 순간 귀엽다고 생각한 저를 마구 내려치고 싶었다. 다 큰 저런 사내새끼가 어디가 귀엽다고, 아무래도 더위를 먹은 것 같다. 아니, 그래도 눈빛을 보면 낑낑거리는 멍멍이 새끼 같아 보이기도 하….



“지랄도 병이라고!!”

“야, 야스토모?”

“짜증나, 당장 안 떨어져?!!”

“…싫어.”

“뭐?”



부루퉁한 얼굴로 저를 쳐다보는 얼굴에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두 손을 뻗어 저를 꼭 껴안는다. 가뜩이나 체온이 높은 녀석이 껴안으니 더웠다. 등짝을 때려 내치려고 했지만, 녀석의 폼새가 마치 어리광치우는 멍멍이같아 차마 그러지를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동물에 약한 아라키타였다.



“안 때리네?”

“쳐맞고 싶냐?”

“아니아니, 맞을 거 각오했는데 조금 놀라서.”

“맞고 싶다 이거지?”



등짝을 시원하게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신카이의 표정이 꽤나 울상이었다. 그렇다고 진짜 때리냐는 듯이 쳐다보는 신카이의 눈빛을 아라키타는 여느 때와 같이 쌈박하게 무시했다. 하하, 사람 좋게 웃는 신카이의 얼굴을 보던 아라키타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도 팔자인가.



“야, 돼지새끼.”

“응?”

“…여자애들 적당히 떨궈내라.”



녀석이 토도 못지 않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개인 팬클럽까지 있을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지. 사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초딩도 아니고. 하지만 말이다, 명색이 애인이란 놈이 제 앞에서 여자애들에게 선물을 받으며 희희낙락 웃고 있는 꼬라지는 봐줄 수가 없단 말이다. 아무렇지 않았던 광경에 열받을 정도로 변해버린 제 마음이 참으로 성가셨다. 치솟는 짜증에 그 자리에서 녀석을 끌고 나올까 고민했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랬다간 이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니까.



“나 걱정했어?”

“….”

“질투한 거지?”



그래, 바로 이렇게.


예상대로 활짝 웃으며 제게 달라붙는다. 기뻐 죽겠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이 정말 바보같아, 웃으면서 그 얼굴을 꾸욱꾸욱 밀어냈다.



“야야, 많이 컸다? 이게 아주 기어오르네.”

“야스토모 참 귀엽다.”

“이게 맞을라고. 난 남자거든 등신아, 눈깔 삐었냐?”

“바람은 걱정하지마. 난 야스토모 아닌 사람한테는 관심 없는걸.”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

“야스토모, 좋아해.”



갑작스러운 고백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틈을 노리지 않고 입을 맞추는 녀석의 얼굴을 끔뻑끔뻑 바라보았다. 정말 기뻐보이는 얼굴이라 할 말이 없어졌다.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징글맞게 여전한 녀석이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자신만을 똑바로 쳐다보는 이 눈빛도. 속으로 픽 웃었다. 하긴, 이 녀석의 이런 표정에 아직도 이리 약해지는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아라키타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


이거 사실 신아라+마나오노예요... 시간이 없어서 일단 1탄인 신아라부터 썼다는ㅠㅠㅠ


음음 사실 처음 적는 신아라니까 최대한 꽁냥꽁냥하게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ㄷㄷ


어째 본편 보기 전보다 본편 보고 나서 캐해석이 더 난해하네요;; 신카이가 생각보다 굉장히 침착하고 과묵한 캐릭터라 다루기 어렵네요;ㅅ;


에구에구. 2탄은 언제 시간나면 써야겠죠 마나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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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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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위가 좀 있습니다. 더 넣기에는 아무래도 공개적인 장소인지라 무리겠군요 하하(땀땀

※ 저는 겁페를 본 적이 없습니다. 모든 것은 오로지 탐라의 스포와 엔하위키의 힘입니다. 혹여 캐붕이라면 죄송합니다;;




[토도마키] 너의 곁으로.


WRITTEN BY. Rine






매앰, 매앰…. 매미 우는 소리가 간혹 가다 들려온다. 여름이 어느 정도 지나가서 그런지, 쨍쨍 내리쬐던 햇빛의 열기가 많이 사그러들었다. 여름의 끝과 함께 지나간 인터하이. 저 멀리서 비명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는 후배들을 바라보던 마키시마 유스케(巻島 裕介)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혹여 저를 알아볼까 싶은 노파심에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썼다. 모자 사이로 드리워진 녹빛 머리카락을 살며시 뒤로 넘겼다. 아아-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도 맑구나. 마치, 승리를 축하하는 것처럼.



“돌아왔구나.”



*



“오랜만이야, 마키짱!”



집에 오자마자 저를 찾는 손님이 있다고 했다. 영국에서 돌아온 게 바로 그제인데, 대체 누가? 싱글거리는 집사의 얼굴에 살짝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설마 했는데. 응접실에 앉아 제 집마냥 편안하게 손을 흔드는 건 검은 단발머리의 남자였다. 반갑긴 한데, 왠지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역시나 너인가. 토도 진파치(東堂 尽八). 제가 다니던 소호쿠 자전거부와 경쟁하던 하코네 자전거부의 동갑내기 클라이머. 포지션이 겹치는데다 나이도 같아서 자연스레 서로 경쟁하게 되었던, 자신의 둘도 없는 라이벌이자….


저의 연인.



“언제 봐도 마키짱네 집은 화려하네~.”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마키를 향해, 그가 살살 손을 내저었다. 누가 주인이고 손님인지. 선선히 다가가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빤히 쳐다보는 토도에게, 마키가 툭 내뱉었다.



“할 말이 있는거니.”

“돌아온 걸 환영해!”



칼같이 나오는 대답. 싱글거리며 웃는 토도의 모습에 마키도 따라 웃었다. 쿡쿡대며 웃는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건데도, 마치 며칠 전에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가 흘러가고 있었다. 토도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돌아오면 저 말을 꼭 해주리라 다짐했었는데 기뻐해줘서 다행이다. 태연하게 웃고는 있지만, 제가 얼마나 이 순간을 고대했는지 그는 모르겠지. 그가 없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물론 연락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전화통화를 가끔 하긴 했지만, 말수가 적은 마키의 성격상 통화가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전화할 때마다 보고 싶다고 말하려다 매번 그만두었다.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자신이 외롭다고 말하면, 티는 안 내겠지만 분명 걱정하겠지.


오랜만에 본 마키는 조금 변하긴 했다. 외양상으로는. 런던은 안개의 도시라더니, 안 그래도 하얗던 얼굴이 더 하얘졌다.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그건 좀 걱정스러웠지만 그것 빼고는 예전과 같았다. 별 탈없이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다 싶으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돌아온다는 특급 정보를 전달해준 집사님께 감사 인사를. 왠지 저희들 사이를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어때.



“그나저나 올해도, 소호쿠가 우승하지 않았니~.”

“아아- 뭐. 간발의 차로 역전당할 줄은 몰랐지. 아까웠어.”

“실수도 실력이지 않니.”

“잠깐. 오늘 대회 보러 갔었어, 마키짱? 나보다 먼저 후배들을 보러 갔단 말이야?”



토도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는 모양이 평소와 같았다. 저를 먼저 찾지 않다니 섭섭하다, 왜 온다고 빨리 연락은 안 했냐, 그나저나 밥은 잘 챙겨먹는 거냐, 왜 이리 얼굴색이 더 새하얘졌냐, 등등. 표정을 보니 연락 때문에만 서운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오늘 대회. 정말 아깝게 졌으니까. 이미 졸업했다고는 하지만 저가 속했던 학교가 진 것을 분해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겠지. 그래서 오늘따라 더 떠드는지도. 좀 시끄럽지만. 떽떽거리는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던 마키가 툭 내뱉었다.



“그래도, 내가 와서 좋은 거 아니었니?”



그 말과 함께 정적이 흘렀다. 뭐니? 그렇게 말하려던 마키를 토도가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당연하지. 그렇게 대답하던 토도의 입술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턱을 붙잡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살짝 벌어진 입 안으로 물컹한 혀가 들어와, 서로 엉켜간다. 구강으로 밀려드는 체향에 소름이 돋았다. 오랜만이다, 싶어서 기분 좋게 반응해주고 있었다. 녀석이 이상할 정도로 저를 몰아붙이기 전까지는. 입 안을 샅샅이 핥고 혀를 뽑으려는 듯 감아올리는 키스가 평소보다 무척 거칠었다. 그렇다고 심하게 난폭하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여유가 없어보인다고 해야 하나.


오랜만이라 그런지 아니면 자극이 강해서인지, 몸이 평상시보다 빨리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열이 오르는 제 몸을 깨달았는지, 키스하던 그가 제 다리 사이로 다리를 밀어넣어 비비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오는 자극에 자꾸만 이성이 날아가고 있었다. 떨리는 손을 뻗어 녀석의 목에 감고 몸에 기댔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격해지는 키스에 숨 쉬기가 힘들 정도여서 적당히 하라고 몸을 쳐내는데도 꿈쩍도 않는다. 아주 단단히 날을 잡은 것처럼 제 욕심을 취하고 있다. 입술 사이로 타액이 흘러내렸다.


내려가던 손이 허리를 쓸어내리자, 마키가 하아- 숨을 뱉어냈다. 어느 새 입술을 떠난 토도가 아래로 내려와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쪼옥 소리를 내며 살살 혀를 내어 핥자, 마키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런 마키를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는 토도의 눈이 반달을 그리며 웃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평소에는 엄마처럼 굴면서, 이럴 때만 남자의 얼굴을 하지 말아주겠니. 차마 뱉을 수 없는 말들을 목 안으로 내리삼켰다. 응접실에서 난데없이 진한 스킨십이라니. 평소라면 이미 내쳤을 테지만 이렇게 순순히 당해주는 건, 저항하지 못하는 건 저에게 너무나 다정한 녀석의 태도가 맘에 들어서다. 강압적이지는 않지만, 제발 가지 말라는 듯이 저를 꼭 붙잡는 팔이 좋아서.


점점 내려오던 손이 허리를 지나, 제 둔부를 움켜쥐었다. 다른 한 손은 셔츠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오면서 제 척추 위를 덧그리고 있었다. 점점 대담해지는 손길에 흠칫거리던 마키가, 토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살짝 힘을 주어 밀어내자, 방금 전과는 달리 순순히 물러난다. 불안한지 살짝 굳은 얼굴로 저를 바라본다. 싫었어? 그렇게 물어보는 토도를 바라보던 마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지만.



“적어도 여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니.”

“그럼….



침대로 갈래? 속삭이는 목소리에 돌아온 대답은 하나.


네가 데려가주련.




아랑 언니 리퀘로 쓴 글!! 헤헤헷>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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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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