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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라] 사랑싸움







“둘이 싸웠어요?”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사물함을 열던 손이 멈칫했다. 흑발에 쭉 째진 눈, 마치 여우같은 인상을 주는 남자가 홱 고개를 돌렸다. 그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후배, 마나미 산가쿠(真波山岳)를 보며 아라키타 야스토모(荒北靖友)는 지긋이 인상을 썼다.



“하?”

“싸웠네, 싸웠어.”



매섭게 째려보는 눈초리가 무섭지도 않은지 마나미의 얼굴엔 겁먹은 기색 따윈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싸웠다고 단정짓는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마냥 아니라고만 하기에는 찔리는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괴상한 소리 지껄일 거면 당장 옷 갈아입고 꺼져라.”

“둘이 사귀죠?”

“….”

“아, 역시.”



순간 흠칫한 눈동자를 마나미는 놓치지 않았다. 저 얄미운 면상을 한 대 후려갈기고픈 충동을 애써 이겨내고, 아라키타는 묵묵히 옷을 갈아입었다. 머릿속은 빙글빙글 정신이 없었지만 말이다. 평소에는 나사 몇 개 풀려있는 놈이 왜 이럴 때만 날카롭기 그지없는 거냐고!


틈을 보인 제 자신을 저주하며 그는 사물함을 쾅 닫았다. 반박도 제대로 못 하는 건 지금 저 말들이 구구절절 틀린 구석 하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떻게 제 연애사를 이 자식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기색을 눈치챘는지 마나미는 시원스레 답을 내놓았다.



“신카이 선배가 요 근래 표정이 암울하거든요.”

“하? 그 돼지새끼가? 맨날 실실 쳐 웃는 거밖에 할 줄 모르잖아.”

“하긴 아라키타 선배 표정이 더 죽상이기는 하죠.”

“…죽는다 너.”



가뜩이나 심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성질 긁지 말라 이거다. 심상치 않은 선배의 표정에 마나미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불편한 공기에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아라키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반면 마나미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어라-? 신카이 선배?”

“역시 여기 있었구나, 마나미. 누가 널 찾아왔던데.”



신카이는 평소와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는 얼굴에서는 당황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문 앞에 가만히 서서 여유롭게 미소짓는 얼굴이 꽤나 태평하다. 뻣뻣하게 굳어버린 아라키타를 사이에 두고 그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갔다.



“누가요? 설마 반장인가?”

“아니, 저번 그…. 소호쿠 쪽 안경 쓴 아이더라구.”

“정말이요?”

“그래.”



사카미치 군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나미는 환하게 웃었다. 웃는 얼굴로 변하는 제 눈빛을 숨기는 것이 참 그다웠다. 나가봐야겠다고 말하며 마나미는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는 아라키타를 지나쳐, 밖으로 나가던 마나미가 툭 말을 던졌다. 물론 신카이한테.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방금 왔는데.”

“흐-음.”



알겠습니다. 그 말만을 남기고 마나미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남은 둘 사이에는 침묵이 맴돌았다. 슬슬 정신이 들었는지 아니면 그와 말을 섞기 싫었는지, 따라 나가려던 아라키타의 앞에서 신카이는 팔을 뻗어 문을 쾅 닫아버렸다.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며 다가오는 그를 피해 아라키타는 몇 발자국 물러섰다.



“왜 그래? 야스토모.”

“오지 마, 돼지새꺄!!”



뒷걸음질치는 제 팔을 잡아당겨 입을 맞추려는 신카이를 짜증스레 밀어냈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그를 뿌리치려다 사물함에 몸을 부딪쳤다. 물러설 곳도 없고 이 와중에 얼굴은 더럽게 가깝다. 떨쳐내려고 주먹을 날렸지만 신카이도 만만찮았다. 많이 겪어봐서 그런지 몰라도 살짝 고개를 들어 피하더니 한 팔로 그의 팔목을 움켜잡았다.



“읏차.”

“이거 안 놔, 새꺄?!”



즐겁게 웃는 얼굴에 배알이 꼴렸다. 쿨한 얼굴을 해가지고는, 자신만 보면 바보같이 풀어지는 얼굴은 여전하다. 그게 좋냐 싫냐라고 묻는다면 확실히 싫지는 않다. 하지만 배알이 꼴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런 녀석을 보면서 더 헤실하게 풀어지는 제 마음 때문이다. 다가오는 입술 사이에 손을 끼워 넣었다. 어이, 돼지새끼.



“치워, 나 아직 화 안 풀렸다?”

“왜 화가 났어?”

“….”

“벌써 3일째잖아. 내가 뭐 잘못했어?”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녀석을 순간 귀엽다고 생각한 저를 마구 내려치고 싶었다. 다 큰 저런 사내새끼가 어디가 귀엽다고, 아무래도 더위를 먹은 것 같다. 아니, 그래도 눈빛을 보면 낑낑거리는 멍멍이 새끼 같아 보이기도 하….



“지랄도 병이라고!!”

“야, 야스토모?”

“짜증나, 당장 안 떨어져?!!”

“…싫어.”

“뭐?”



부루퉁한 얼굴로 저를 쳐다보는 얼굴에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두 손을 뻗어 저를 꼭 껴안는다. 가뜩이나 체온이 높은 녀석이 껴안으니 더웠다. 등짝을 때려 내치려고 했지만, 녀석의 폼새가 마치 어리광치우는 멍멍이같아 차마 그러지를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동물에 약한 아라키타였다.



“안 때리네?”

“쳐맞고 싶냐?”

“아니아니, 맞을 거 각오했는데 조금 놀라서.”

“맞고 싶다 이거지?”



등짝을 시원하게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신카이의 표정이 꽤나 울상이었다. 그렇다고 진짜 때리냐는 듯이 쳐다보는 신카이의 눈빛을 아라키타는 여느 때와 같이 쌈박하게 무시했다. 하하, 사람 좋게 웃는 신카이의 얼굴을 보던 아라키타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도 팔자인가.



“야, 돼지새끼.”

“응?”

“…여자애들 적당히 떨궈내라.”



녀석이 토도 못지 않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개인 팬클럽까지 있을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지. 사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초딩도 아니고. 하지만 말이다, 명색이 애인이란 놈이 제 앞에서 여자애들에게 선물을 받으며 희희낙락 웃고 있는 꼬라지는 봐줄 수가 없단 말이다. 아무렇지 않았던 광경에 열받을 정도로 변해버린 제 마음이 참으로 성가셨다. 치솟는 짜증에 그 자리에서 녀석을 끌고 나올까 고민했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랬다간 이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니까.



“나 걱정했어?”

“….”

“질투한 거지?”



그래, 바로 이렇게.


예상대로 활짝 웃으며 제게 달라붙는다. 기뻐 죽겠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이 정말 바보같아, 웃으면서 그 얼굴을 꾸욱꾸욱 밀어냈다.



“야야, 많이 컸다? 이게 아주 기어오르네.”

“야스토모 참 귀엽다.”

“이게 맞을라고. 난 남자거든 등신아, 눈깔 삐었냐?”

“바람은 걱정하지마. 난 야스토모 아닌 사람한테는 관심 없는걸.”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

“야스토모, 좋아해.”



갑작스러운 고백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틈을 노리지 않고 입을 맞추는 녀석의 얼굴을 끔뻑끔뻑 바라보았다. 정말 기뻐보이는 얼굴이라 할 말이 없어졌다.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징글맞게 여전한 녀석이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자신만을 똑바로 쳐다보는 이 눈빛도. 속으로 픽 웃었다. 하긴, 이 녀석의 이런 표정에 아직도 이리 약해지는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아라키타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


이거 사실 신아라+마나오노예요... 시간이 없어서 일단 1탄인 신아라부터 썼다는ㅠㅠㅠ


음음 사실 처음 적는 신아라니까 최대한 꽁냥꽁냥하게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ㄷㄷ


어째 본편 보기 전보다 본편 보고 나서 캐해석이 더 난해하네요;; 신카이가 생각보다 굉장히 침착하고 과묵한 캐릭터라 다루기 어렵네요;ㅅ;


에구에구. 2탄은 언제 시간나면 써야겠죠 마나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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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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