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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쟁이페달 스포가 아주아주 많습니다. 인터하이를 다 보지 못하신 분들께선 조용히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대형 스포가 있기 때문입니다ㅠㅠㅠ

※ 마나미 독백이 많이 들어갑니다. 헤헤헤 조각글이니 그냥 가볍게 봐주세요!



[마나오노] 산가쿠(山岳)


WRITTEN BY. 리네





"사카미치군, 우리 시합할까?"



인터하이 이틀 째,

마나미 산가쿠(​真波 山岳​)는 언제나와 같이 웃으며 태연스레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무더운 한여름의 중심에 서 있는 선수들의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지 오래였다. 한낮의 태양이 무겁게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며, 체력을 앗아간다. 이미 오늘 레이스의 전반부가 지나가고 있는 참이라 선수들도 슬슬 지칠 터였다. 이 와중에도 선두 집단들은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이제 들어서는 곳은 본격적인 언덕라인. 클라이머들이 나서야 할 때였다.


힘을 비축하기 위해서일까, 선두 다툼은 그리 치열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달려나가는 몇몇의 선수들은 있었다. 오늘의 색깔 번호표 중, 빨간 번호표. '산악왕'을 쟁취하기 위해서였다. 전국에서 가장 빨리 산에 오르는 자, 그런 의미를 가진 이 '산악왕' 번호표는 팀의 사기를 올리는 효과도 있었지만 클라이머로서는 최고의 영예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땡볕의 더위와 치열한 선두 다툼 속에서도 웃는 얼굴로 산을 오르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마나미 산가쿠. 올해 2학년이자 하코네 학교의 천재 클라이머라 불리는 남자였다.


마나미의 옆구리에 붙은 선수 번호표는 13. 3은 하코네의 에이스 클라이머를 상징하는 번호다. 전국에 있는 모든 선수들 중에서도 '왕좌' 하코네의 선수는 특별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터하이의 달리는 연승의 전설이라 불린 강호답게, 하코네 자전거부는 그 규모도 크며 정예 멤버들은 다들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곳에서의 에이스 클라이머란 곧,


전국 최고의 클라이머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마나미는 혼자 달리고 있지 않았다. 그의 뒤에서 열심히 페달을 돌리고 있는 소년과 함께였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체구가 작지만, 선하고 여려 보이는 얼굴이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달리는 것만도 기뻐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것처럼. 마나미는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번호표 1을 단 노란색의 선수복. 작년 우승팀 '소호쿠'의 멤버이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작은 안경.


오노다 사카미치(小野田 坂道)

그리고, 아마 저에게 있어서는 최강의 라이벌.


태연하게 시합하자고 말하는 마나미의 얼굴이 일순 어두워졌다.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저를 따라오는 소년을 힐끗 내다보았다. 마음이 더 착잡해졌다.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 그 누구보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언가가 조금 변했다. 지금 제 마음 속을 차지하고 있는 건 온전히 자전거만이 아니었다. 시커먼 무언가가 저를 움직인다. 제멋대로 입이 움직여서는 네게 말을 꺼낸다.


당황할 틈도 없이, 너는 언제나와 같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자, 시합하자!"



웃고 있는 소년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 마나미는 다시 말없이 앞을 바라보았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앞에 몇 명이 더 있겠지만 마나미는 애초에 누군가에게 관심을 쏟는 타입이 아니었다. 팀에 속해 있다지만 사실 그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자유롭다. 심지어는 교토 후시미의, 거침없는 주행으로 악명 높은 그 미도스지보다도 더.


그런 그가 제 날개를 잠시 꺾었던 이유도 다름이 아니었다. '그 날' 이후, 너에게 졌던 그 순간부터 제 마음속에서 계속 자라나던 알 수 없는 이 감정. 마치 괴물과도 같이 무섭게 자라난 이 감정의 정체는 아직 모르겠다. 그저 혼란스럽고 머리가 아프다. 너무나 강해서 가끔 현실의 제가 눌릴 것 같다. 원래의 저를 찢어발겨 두 번 다시 형체조차 찾지 못하게 만들 것만 같은.


관두자. 생각을 접어버리고 네게 다시 웃어주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저번' 인터하이 때처럼. 목표는 이 언덕의 맨 위에 있는 하얀 선이야."

"응!"

"하지만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내기라도 할까?"

"내기?"

"이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아, 물론 무리한 거 말고."



잠시 고민하더니 너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 와중에도 너는 여전히 경계심이라고는 전혀 없구나. 그저 달리고 싶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골 앞까지는 이제 1km밖에 남지 않았다.



"준비…."



손바닥을 철썩 부딪히자마자, 앞으로 가속을 밟았다.



*



너를 인터하이에 데려온 것을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너는 아마 모르겠지.


처음에는 그저 순수하게 너와 달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첫 만남에 네게 물병을 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산에서 곤란해하는 사람을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언덕은 나에게 살아갈 의미를 줬으니까. 언덕에서 만난 너에게 기이한 인연을 느꼈다. 나처럼 자전거를 탄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이상할 정도로 거듭되는 만남과 자전거에 대한 너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면서 너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갔다. 페달을 밟아 회전수를 높이는 재미있는 클라임을 하는 녀석. 얼마나 더 성장하게 될까? 인터하이에서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터하이에는 수많은 강자들이 몰려드니까. 많이 겨뤄보고 승부해보지 않으면, 아쉽잖아.


처음에는 반 장난삼아 말했던 '승부'가 그런 형태로 이루어질 줄 몰랐다. 인터하이 3일째의 선두라니. 너에게 화가 났던 것은 아니다. 너는 정당하게 내게 이겼고 졌다는 사실에 후회는 없다. 너와의 승부가 팀전의 우승을 결정하는 시합만 아니었어도, 나는 순수하게 그저 좋은 라이벌을 만났다고 기뻐했을 지도 모른다. 이제껏 달리면서 이렇게까지 즐거웠던 적은 없었으니까.


네가 그렇게까지 나를 따라올 것이라고도, 마지막까지 나와 골을 겨룰 것이라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질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언제나 승리는 저를 찾아왔고, 때문에 그렇게 사력을 다해 페달을 밟았던 것도 난생 처음이었다.


무지했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연약했기에, 내 무지함에 대한 원망을 너에게로 쏟아부었다. 네가 준 물병을 버린 것도 그래서였다. 네가 원망스러워서가 아니라는 걸, 토도 선배의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네가 싫어서라기보단, 그걸 넘겨주며 다시 만나자고 말했던 내 자신이 싫어서. 내가 속한 팀을 무릎꿇리고 왕좌를 빼앗아갈 자가 너라는 걸 알았더라면.


생각보다 더 많이 후회했다. 누군가에게 지면 분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었다. 정말, 정말 분했다. 너를 인터하이에 끌어들인 과거의 자신이 미치도록 싫었을 정도로. 하코네의 모두는 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선배들도 그랬고, 깨닫지는 못했었지만 나도 그랬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위로 올라서서 박수를 받고 있는 소호쿠를 보고 있자니 새삼 패배의 아픔이 몰려왔다. 이제야 깨닫다니. 나조차도 나 자신을 너무 모르고 있었나보다.


그저 등을 돌렸다. 내년에는 반드시-. 그런 맹세를 남기고서.



너란 존재에 집착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을까.

 

네가 준 물병을 버린 후부터, 나는 너를 만나게 되는 것이 무척 꺼려졌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승부에서 졌다고 뻐기거나 나를 비웃을 성격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래도 너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질투라던가 원망 때문만은 아닌, 그 이상으로 생소한 감정. 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알아서는 안 될 것 같았다.



*



[앞으로 100m!! …50m, 10m…!!]



*



클라이머의 골인은 언제나 같다.

승자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패자는 분한 듯이 바닥에 엎드린다.


산의 맨 위를 결정하는 하얀 선, 그 위를 쌩하니 스쳐지나온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우렁찬 함성소리가 그들 주위를 뒤흔들었다.



[산 정상은 하코네 학교!! 하코네 학교 마나미 산가쿠 선수가, 산악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이겼다.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투명한 하늘색 위에 하얀 구름들이 둥실 떠다녔다. 하늘과 가까운 곳, 수십 번은 올랐을 터인데. 오를 때마다 새로웠고 아직도 제게는 미지의 세계이기도 했다. 이 곳에 발을 디딜 때면 언제나 경건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래서일까.


이겨서 기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렇게까지 실감나지도 않았다. 그냥, 힘을 다 쏟아내서인지 더 이상은 기운이 없었다. 들고 있던 팔을 다시 핸들에 걸치고 페달을 조금씩 밟다가, 옆을 바라보았다. 너 역시 지쳤는지 아무런 말도 없이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털썩 걸쳐있는 모습이 정말로 지쳐보여서 그냥, 지나가는 듯이 말을 걸었다.



"고마워."

"…."

"너와 달릴 수 있어서 기뻤어. 1년 전에도, 지금도."

"…."

"내 소원은…. 별거 아냐, 그냥."

"…."

"이런 와중에 말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난 그냥 네가, 나를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어."



이름이란 제게 특별하다. 너를 신경쓰게 되고 이름을 부르게 된 계기는, 너의 이름이 '사카미치(坂道)' 였기 때문에. 산의 이름을 타고난 저기에, 같은 뜻의 이름을 가진 네가 신기했다. 너를 '사카미치 군' 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아마 그런 친근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너도 나를, 나와 같이 생각하기를 바랬다. 모두를 좋아하는 너에게 조금은 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1년 전 그 순간부터 너는 내게 친구였고, 아마도 일생의 라이벌이 될 것이라 예감했기에.


그것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네가 고개를 든 순간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땀으로 범벅된 너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그래, 웃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바보가 아니었다. 눈에서 흘러내리는 무언가가, 그저 힘겨워서 흘리는 땀이 아니라 눈물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절로 몸이 떨려왔다. 이 와중에 네가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너의 눈동자에는 악의나 원망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들어찬 것은 오로지 순수하디 순수한 나를 향한 동경과 찬사. 그리고 분하고 분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흘러나오는 눈물뿐이었다. 너는 네 괴로움을 눈물로 쏟아내고 있었다.


마치 1년 전의 나처럼.



"나도, 너와 달릴 수 있어서 좋았어."

"…."

"축하해, 산가쿠(山岳) 군."



눈물범벅이 되어서도 제게 웃어주려 애쓰는 너를 보니, 가슴 한 부분이 더 조여오는 것 같았다. 네가 처음으로 불러준 나의 이름은 생각만큼 그리 달콤하지 않았다. 들떠 있던 마음이 냉수를 들이부은 것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맑고 환하던 세상이 순식간에 무채색으로 물들었다. 울컥 치받아오르는 무언가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내면에 잠들어 있던 그 괴물이 다시 고개를 들고 안에서 날뛰었다. 두근두근, 무서울 정도로 세차게 펌프질하는 심장이 너무도 아파, 저도 모르게 가슴을 쥐어뜯었다.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닌데, 악의 없는 눈빛에 왜 이렇게 마음이 찢기는 것 같을까?


그렇게 생각하고서야, 이 감정의 정체를 깨달았다.

너에 대한 질투와 원망 이전에, 너라는 존재를 갈망하는 정말이지 추악할 정도의 이기심.


언제부터 너에 대한 마음이 이리도 변질되었을까. 네가 나를 이겼을 때부터? 아니면 인터하이에서 만났을 때? 그도 아니면 하코네에서, 아님 처음부터 그랬을까. 그조차 나는 알 수가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너에게 손을 뻗고 싶은 이 마음을 억누르는 것만도 벅찼다. 너란 존재가 다른 이들과는 전혀 달랐던 것은 그래서였을까. 졌다는 사실에 자신을 자학하고 괴로워했을 때조차 나는 너를 떠올리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나는 역시, 나를 너무나도 몰랐다.


'산가쿠(山岳) 군.'


목소리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해서 저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이름이라는 것의 무게를 새삼 깨달았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이름에 얼마만큼의 감정을 담고 있었는지 너는 알고 있을까. 모르겠지. 당사자인 나도 이제야 알았는데.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 걸까.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와, 내가 너를 부를 때의 감정이 같지 않다는 걸 알기에. 너는 약속대로, 앞으로도 나를 그렇게 부르겠지. 그 이름을 부르는 네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기뻐하겠지, 그리고 절망하겠지. 감정의 온도차에 안타까워하고 제 마음을 죽이고 싶어지겠지.



그래도, 나는 결코 그 이름을 버리지 못할 거야.





- fin.



===


저의 겁페 최애는 마나미! 아마 얘가 아주 싸이코가 되지 않는 이상은 변함없을 거 같네요 ㅇㅇ

개인적으로는 마나미가 상큼하기도 하지만, 레이스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면이 좋아요. 자전거에 진지하고 자존심 강하지만 책임감도 투철한, 마나미의 그런 면을 좋아합니다.


오노다한테 돌려받은 물병을 버렸다는 에피소드를 봤을 때, 이런 소재로 한 번 다크한 분위기를 적어보고 싶었어요. 마나미 독백! 생각보다 하코네의 패배에 대해 엄청 책임감을 느끼길래;; 그 내면은 어떨까 싶었습니다 되게 어두웠을 거 같아요ㅠㅠㅠ


사실 겁페에서 가장 캐해석이 힘든게, 정말 겁페 통틀어 최고로 성격이 많이 바뀐 아이라서요... 진짜 20권 중반부부터 애가 성격이 완전 변하더니 30권 넘어가니까 아주ㅠㅠㅠ 인터하이에서의 패배가 그 정도로 영향이 컸던 거 같아 좀 안쓰럽습니다8ㅁ8

뭐,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나름 안심했지만.


사실 오노다와의 승부는 2일째에 산악승부 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때는 마나미가 이기고, 3일째 우승은 소호쿠가 했음 좋겠습니다^~^ 원래 이런 경기는 무조건 중립하자는 입장인데요, 사실 마나미가 너무 가엾어서 이번 2학년은 하코네가 이겼으면 하고 했지만 잡지사랑 이즈미다가 소호쿠 홀대하는 모습이 너무 짜증나서ㅋㅋㅋㅋ 걍 이번 종합우승도 소호쿠였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솔직히 이즈미다가 주장하는 모습이 후쿠짱이랑 달리 전혀 호감이 안 가요....ㅠㅠㅠ


미안해 마나미 이런 누나라서8ㅅ8


그럼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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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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