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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님 힘내세요~~ 빠샤빠샤!!>_<




[투림] 캠퍼스 로맨스


- 야작 끝나고.


WRITTEN BY. 리네







"하아-."



내쉬어진 한숨이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남자의 적갈색 눈동자가 창문 너머 하늘을 향했다가,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향했다. 자신은 그저 과제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 샌가 시계는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후 4시가 아니라 새벽 4시. 분명 시작은 9시부터 했던 거 같은데 벌써 동틀 시간이라니. 학교에서 보는 밤하늘이 이제는 낯설지가 않다는 것이 여러 모로 씁쓸한 사실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일, 아니 오늘이 공강이라는 사실이었다.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다. 남아 있는 전우들에게 손을 휘휘 흔들면서 강림은 컴퓨터실을 나섰다. 어깨를 조금 흔들자 뚜둑 소리가 난다. 제기랄.



"소프트학과가 이렇게 힘들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어."



컴퓨터를 다루는 것이나 조립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이 과에 들어왔다. 물론 작업 자체는 즐겁게 하고 있다. 간혹 교수님들이 이렇게 무더기로 과제를 주는 것만 아니라면. 무심코 복도 옆에 있는 창문을 바라보니 맞은편 건물들에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다. 저기가 어딜까, 멍한 머리로 궁리하던 중 답을 찾았다. 미대 쪽이구만.


자신들보다도 더 과제에 치여 산다고 들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단 오늘 저와 친구들이 한 과제는 홈페이지 개설과 더불어 각종 컨텐츠 제작. 프로나 할 법한 일을 왜 대학생한테 주냐고 항의하니까, 어차피 나중에 할 거 미리 해두면 좋지 않냐고 껄껄대는 교수님을 보던 학생 전원이 표정을 구겼다. 그건 좋은데 왜 하필 시험 2주 전에 이걸 몰아주냐고!


미대는 그나마 과제로만 때운다지, 저희 쪽은 시험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이번 학기는 전공 시간표가 거지같아서 시험과목이 3일로 몰려 있단 말이다. OMG를 외치면서, 저를 비롯한 소프트웨어과 3학년생들은 눈물을 흩뿌리며 과제를 시작했다. 그래도 자신은 좀 빨리 끝낸 편이다. 게다가 저 과제는 제출이 모레라 가장 먼저 끝냈을 뿐이고, 다른 과목 과제까지 있는 녀석들은 아직도 전쟁 중일 터이니.


불이 꺼진 어두운 복도를 걸어가다 보니 긴장이 풀리는지 몸이 축 처진다. 이제야 밀린 잠이 쏟아지는지 눈꺼풀이 자꾸 감긴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다간 진짜 길 걷다가 쓰러질지도. 억지로 눈을 뜨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멍한 정신 너머로 들려왔다.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니, 녀석이다.


다정다감하게 저를 보며 웃는 얼굴은 자신이 알고 있는 그가 맞았다. 저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에 반반한 얼굴에….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이자, 제 애인. 이젠 하다하다 환상까지 보는 건가. 아니면 혹시 진짜 길가에서 잠든 거 아냐? 어째서 이 녀석이 여기 있지? 1학년은 아직 그렇게까지 과제에 시달리지는 않을 텐데.



"데리러 왔어, 형."

"뭐야, 꿈인가…?"

"형?"

"나도 꽤 중증인가 보네…."

"왜 이래?! 피곤한 거야?"



놀란 표정으로 제 앞으로 걸어온다. 몽롱한 정신을 가까스로 다잡고, 제게 뻗어지는 팔을 꽉 붙잡았다. 드디어 몸에 한계치가 왔는지, 강림은 그의 품으로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의식이 끊겼다.




*  *  *



"하여간 무리하는 건 여전하다니까."



가뜩이나 잠도 많으면서. 강림을 등에 업고 걸어가는 남자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오늘 밤을 샌 것 같아서 마중을 나왔는데, 제 얼굴을 보자마자 갑자기 픽 쓰러졌다 이거다. 무슨 일인가 싶어 급하게 보건실에 데려가니 그냥 잠든 것 뿐이라나 뭐라나. 아니 그럼 왜 그렇게 극적으로 쓰러지냐구. 투덜거리면서도, 축 늘어진 그가 불편할새라 다시 그를 고쳐 업었다.


이 소동을 겪고도 세상 모르게 잠든 얼굴을 보니 진짜 피곤하긴 피곤했나 보다. 이제 2학년부터는 저도 이런 생활을 하게 되겠지. 가뜩이나 이 사람은 이제 곧 취업반이니 할 게 늘어나는 건 당연한지도. 그러고 보면 요새 이상하게 더 마른 것 같다. 왜 이리 가벼운지. 잘 챙겨 먹으라니까 또 밥을 거른 모양이다. 집에 가면 아무래도 뭐라도 좀 먹여야 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뒤에 있던 몸이 움찔거렸다. 으으음-. 소리를 내며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형.



"깼어?"

"…여긴 어디야?"

"형네 집으로 가는 길."



아직도 피곤한지 눈을 쉽사리 뜨지 못하는 것 같다.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아직도 잠이 덜 깬 것 같았다.



"더 자지 그래? 조금만 더 가면 집이니까 침대에 눕혀놓고 갈게. 형네 키, 아직도 거기 있지?"

"…응."

"정말, 눈 앞에서 갑자기 쓰러지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다음부터는 그래도 적당히 하라고. 안 그러면 나 삐진다?"



취업반 입장에서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짐짓 화난 척을 했다. 그런 그가 귀여웠는지 강림은 피식 웃다가 손을 뻗어 그의 목을 세게 껴안았다. 귓가에 가만히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남자의 새까만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해가 점점 떠오르면서 주위의 어둠을 걷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데리러 와 줘서 고마워."



보고 싶…. 그 말만을 던지고 다시 잠들어버린 제 야속한 애인에게, 그도 가만히 속삭였다. 



"나도."



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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