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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퍄프님 죄송해요ㅜㅁ ㅠ 조각글입니다. 주제는 야경이었습니다!





[캣버그] 시선의 끝에




악당을 정화했다.



"임무 완수!"



그 말과 함께 주먹이 맞닿았다, 떨어졌다. 싱글 웃으며 시선을 돌리는 레이디버그와 달리 블랙캣은 가만히 제 손등을 쳐다보다가 쓰게 웃었다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온기에 아쉬움이 드는 건 늘 같았다. 언제쯤이면 익숙해질까.


밤에 임무를 마치는 건 오랜만이다. 하늘을 올려보자 새까만 밤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하얀 점이 간간히 몇 개 보이는 밤하늘은 아주 까맣다기보단 짙은 남색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말 별이라곤 하나도 없구나. 주변은 이렇게 화려한데.


가만히 하늘을 훑어내리던 블랙캣은 뭔가 생각났는지 씨익 웃다가, 곧장 떠나려는 레이디버그의 팔을 붙들고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어, 야?! 자연스럽게 제 허리를 껴안는 블랙캣에 당황했는지 뭐라 외치는 레이디버그를 무시한 채 그는 봉을 꺼내 바닥에 꽂고 그녀와 같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단단히 붙잡은 탓에 굳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레이디버그는 새초롬히 그를 노려보았다.



"뭐하는 짓이야? 지금 변신 다 끝나간다고."

"미안, 미안. 그래도, 저걸 봐."



씨익 웃으며 그녀를 제 무릎 위에 앉힌 블랙캣이 가만히 눈짓했다. 화를 내려다가 저도 모르게 블랙캣의 시선을 따라간 레이디버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작은 노란 불빛들로 알알이 덮힌 파리의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다. 별의 바다. 별이 담긴 바다가 꼭 이런 모습일까. 먹으로 칠한 듯한 검은 배경 위에, 크고 작은 노란 별들이 가득 박힌 밤하늘처럼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도시는 그들이 매일을 살고 있는 곳임에도 마치 처음 보는 것마냥 생소했. 이렇게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도.


저 멀리 반짝, 아래서부터 점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에펠탑의 모습이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살짝 놀란 듯한 레이디버그의 얼굴에 블랙캣은 괜히 뿌듯해져 자랑스레 말했다.



"우리가 늘 구하고 있는 도시잖아. 언제봐도 아름답지 않아?"



악당이 그렇게 노릴 만 하다니까. 어깨를 으쓱거리며 레이디버그의 옆모습을 쳐다보던 블랙캣은 저도 모르게 말을 멈췄다. 피식 웃으며 파리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레이디버그의 눈빛이 평소보다 더 부드러웠던 것 때문인지도. 홀린 듯이 자신을 쳐다보는 블랙캣의 시선을 느끼지도 못하는지, 돌아보지 않는 그녀의 옆얼굴이 새삼 무척 여려 보였다. 그렇게 생각한 자신에 블랙캣은 무척 놀랐다. 늘 지켜주고 싶다고는 생각했었지만.


레이디버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게. 새삼스럽네."



너의 그런 모습이 더 새삼스럽다고, 농담으로라도 말할 수 없었던 건 굳이 이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였다. 꾹 입을 다물고 레이디버그를 쳐다보는 블랙캣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야경은 물론 아름다웠지만 지금 자신의 시선을 빼앗는 건 제 곁에 있는 그녀뿐이었다. 야경은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이런 레이디버그의 얼굴을 볼 일은 흔치 않으니까.


띠띠-.


뭔가 울리는 소리에 그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레이디버그의 귀걸이에서 점이 하나 사라졌다. 이제 남은 점은 두 개인가. 곤란한 듯이 미간을 살짝 찡그리는 레이디버그를 보며 블랙캣은 장난스레 웃었다.



"변신시간 아직 좀 더 남지 않았어? 1분 전에 떠나도 충분하잖아."



조금만 더 같이 있자.


그 말을 입 안으로 꿀꺽 삼키며 블랙캣은 그저 씨익 미소지었다. 낭만적인 시를 읊는 건 거리낌이 없으면서, 이 별 것 아닌 한 마디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오늘은 꽤 기분이 좋은지 레이디버그는 더 이상 대꾸않고 경치를 바라보았다. 너무 무방비라 차라리 약속을 어기고 계속 붙잡고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하리라는 건 본인이 더 잘 알았기에 블랙캣은 깨끗이 포기했다. 그녀도 그걸 아니까 이렇게 태연한 거겠지.


하지만, 가끔, 돌아봐주지 않는 시선에 답답해진다. 이 정도는 익숙하다고, 기다리겠다고 생각했지만 가끔씩 보여주는 이런 표정을 볼 때마다 자꾸 안달이 난다. 만인에게 사랑받는 너를 탐내는 게 과연 나 혼자뿐일까. 너는 대체 누구일까. 진짜 모습의 너에게 이미 연인이 있으면 어쩌지? 네게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순간순간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겁이 난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우리는 대체 어떤 사이일까. 만날 때마다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호흡을 맞추는지는 알아가면서, 진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나는 아직 네 이름조차 모르걸. 너도 그렇겠지만.

그래도-.


새삼 답답해지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블랙캣은 그녀를 붙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무릎 위로 얹혀진 그녀의 존재가 새삼 무겁게 느껴진다. 제 마음의 무게처럼.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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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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