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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마리] 사랑의 정의





사랑이라.


솔직히 사랑이라는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가끔 고개를 갸웃거릴 때도 있었다. 책에서는 사랑이란 달콤하고 로맨틱한 것이라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보며 심장이 뛰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곁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싶어지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너를 보면 가슴이 뛰었다. 무언가 간질간질 심장을 긁어내리는 것 같았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고, 손을 잡거나 그저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진다. 책에서 말했던 그대로의 감정에 나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사랑은 생각만큼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사랑을 하고부터, 나는 세간에서 말하는 짝사랑이 얼마나 괴로운지를 몸소 체험해야만 했다. 상대가 내게 아무런 감정이 없을 때 사랑은 가끔씩 칼날이 되어 나를 찔러왔다. 나를 쳐다보는 무던한 시선 하나에 아플 정도로 뛰어대는 심장이 고통을 호소했다. 나를 거절하는 행동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상처받고, 가끔은 손을 내밀기를 주저하기도 했다. 사랑의 반대가 무관심이라는 속설을 그 순간 느꼈다.


내 마음은 너의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온통 휘둘리고 오락가락한다. 종잡을 수가 없는 너라는 파도에 계속 휩쓸린다. 하지만 그런 기분이 결코 싫지는 않았다. 가끔씩 아프기는 했어도, 너와 함께 있을 때가 너무도 행복했기 때문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이리 심장이 뛰는데.



“사랑해.”



그래서, 너한테서 그 말을 듣는다면 무척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가끔 상상해보기도 했다. 너한테서 듣는 사랑고백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처음에는 분명 꿈이라 생각하겠지.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모를거야. 바보같이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나한테 그 말을 해준 당신을 꼭 끌어안고 사랑의 말을 속삭이겠지.


몇 번을 망설이다가 간신히 입에 담은 너의 그 한 마디에 숨이 멎었다. 벅차오르던 가슴은 이내 휙 고개를 돌리는 네 모습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분명 기쁜데, 기쁘지 않아. 저 한 마디가 너무 좋아서 꿈만 같은데, 마지못해 대답하는 것만 같은 네 모습에 마음이 아파. 사랑이라는 게 이런 거였던가? 사랑이 이렇게 아픈 거였던가. 가슴을 쥐어뜯고 싶을 정도로 아프고, 이렇게 눈이 따가워지는 이런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해야 한단 말인가.


그저 가볍게 지나가는 장난이었을 뿐이다. 사랑한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도와줄 수도 있다는 언제나와 같은 가벼운 장난. 당연히 돌아올 거라 생각했던 핀잔이 없어 의아해하던 찰나, 네게서 돌아온 그 말에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반짝 떠올랐던 기쁨을 차가운 분노가 덮어버리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나에게는 그리도 어렵고, 한 번 말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진정되지 않는 그 말이 네게는 그렇게 가벼웠구나.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그저 그런 한 마디일 뿐이었구나.


사랑해라는 말은 역시나 달콤했다. 지독히도 달콤해서 입 안이 쓰렸다. 어째서일까. 분명 너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마음은 왜 이렇게 점점 비참해지는 걸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잠깐만!!”



그 말을 남기고, 곧장 돌아서서 앞으로 걸어가려는 너를 다급히 불렀다. 너는 돌아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 멈췄다. 그 돌아선 뒷모습이 마치 너와 나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 같아 심장이 저릿했다. 너는 언제나 그랬지. 아드리앙일 때는 한없이 부드럽고 상냥하면서, 블랙캣인 나를 볼 때는 그저 차가워. 내가 아무리 쫓아가도 결코 돌아봐주지 않아. 싫어하는 건 아니면서도 그 이상의 관심을 주지 않아. 제발 나를 돌아봐달라고 목이 찢어져라 소리지르고 또 소리질러도, 네가 보는 건 내가 아니야. 진짜 내가 아니다.


닿지 않는 허상을 바라보는 너는, 결코 진실된 나를 돌아봐주지 않아.



“다시, 한 번만….”



늘 고민했어. 어떻게 표현해야 나의 이 마음을 좀 더 잘 전할 수 있을지. 늘 곁에 있어도, 네 앞에서 애써 강하게 행동해도, 좋아한다고 말하고 손을 붙잡아도 너에게 나는 언제나 파트너일 뿐이야. 조금 방법을 바꿔볼까 싶어 낭만적인 시를 써보기도 했지만 결국 전하지 못했다. 그 어느 것 하나, 너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네가 아직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를 돌아봐줄 날이 오리라고 믿고 있었다. 나를 피해다니는 너를 쫓아다니며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또 추스렸다. 괜찮으리라 믿었다.


이 마음이 네게 닿을 것이라 믿었다.

어리석게도.


말을 하는 것이 이렇게 무거웠던가. 이렇게 힘들었던가. 떨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말을 멈추고 조용히 심호흡을 했다. 네가 뒤돌아보고 있어 다행이다. 정면으로 마주하면 이 정도로 뻔뻔해지지도 못할 테니까.



“다시…, 한 번만 더, 사랑한다고 거짓말 해줘.”



제발.


맥없이 중얼거리듯 애원하는 목소리, 총기를 잃은 초록빛 눈동자는 몹시 지쳐 보였다. 흠칫, 몸을 떨면서도 그를 돌아보지 않고 침묵하는 마리네뜨의 주먹쥔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지는 절절한 애원에, 단지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겠다는 무언의 타협에 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블랙캣은 쓰게 웃었다.


이것조차 안 되는 건가.


기대하고 기대하고 또 기대하고, 그럼에도 그 끝은 언제나 좌절이었다. 돌아봐주지 않는 너에게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물이 없어 시들어가는 꽃처럼, 보답을 받지 못하는 사랑은 점점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상상 속에서도 너는 언제나 매정하게 내게서 등을 돌릴 뿐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상상하는 것조차 그만두었다. 결국 진짜 나로서는 네게 닿을 수 없다는 절망만을 느끼게 될 뿐이어서.


그럼에도, 네게서 듣는 그 말은 너무도 달콤했다. 마치 마약처럼. 중독되고 난 뒤에 따라오는 건 고통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달콤함 뒤에 남는 건 쓰라림 뿐일지라도 다시 한 번 더 듣고 싶었다. 거짓말이라도 좋아. 나를 동정하는 거짓말이라도, 그 말 하나가 내게 스며들어 결국 나를 망칠 거라는 걸 알아도,


뿌리칠 수 없어.


너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없었다.



“너한테는 그게 거짓말로 들렸어?”



한참이 지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려 나를 쳐다보는 얼굴을 보자마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꽤 태연한 목소리와 달리 슬프게 일그러진 푸른빛 눈동자는 울고 있었다. 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잠시 멍해졌다.



“…뭐?”



멍청하게 되묻는 나를 보고서 너는 그저 입술을 깨물며 눈물만을 쏟았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묘하게 선명한 시선이 날카롭게 나를 훑었다. 원망하는 듯한 눈동자에 어찌 반응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려는 나를 제지하는 네 목소리의 끝이 살짝 갈라졌다.



“다가오지 마!!”



단호한 거절에 반사적으로 몸이 굳었다. 그런 내 모습에 너는 잠시 당황한 듯하다가도, 괴롭게 일그러지는 표정을 주체하지는 못했다. 다시금 말을 꺼내는 네 목소리에는 이번엔 확실히 울음기가 담겨 있었다.



“나는 네가 싫어.”



정말 싫어.


그 말만을 남기고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가는 네 발자취 위에 울음소리가 조금씩 담겨간다. 쫓아가지 못하고 나는 그저 멍하니 네 뒤에 남아 있었다. 너는 뭐가 그리 서러워서 울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뺨에 닿는 촉촉한 무언가에 살짝 손을 들어 눈가를 만져보았다. 투명한 무언가가 손가락 끝에 가득 묻어났다. 하, 탄식을 내뱉었다. 사랑이 대체 뭐라고, 이리도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걸까.


쫓아가도 되는 걸까.

쫓아가서 손을 뻗으면, 너는 이번에야말로 나를 돌아봐줄까. 방금처럼.


무겁다고 생각한 발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어느 샌가 달리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나는 너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인 걸까. 다시금 뛰기 시작하는 이 심장소리는 그저 반사적인 육체의 움직임일 뿐일까, 아니면 너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니, 도망가지 말아줘. 나를 마주봐줘.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너의 이런 한 마디에 다시금 흔들리는 나는 역시 바보인걸까. 멀리 가지 못한 너의 어깨를 붙잡자,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뒤돌아보는 네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마저도 너무 예뻐서 심장은 진정할 줄 모른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식으로 도망가지 말라구.”



거짓말이 아니라면,

이번에는 다시 한 번 제대로 말해줘.


나를 사랑한다고.






===


연성키워드: 한 번만 더 사랑한다고 거짓말 해줘.

시뛰님이 뽑으신 연성키워드에 착안해서 써봤어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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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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