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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롤 주의. 대략 14000자




아 그런거 떠오른다. 그거 어때요? 마리네뜨나 아드리앙이 평소엔 평범한 학생인데 밤에 잠들면 꿈을 꾸면 갈 수 있는 또다른 세계에서는 레이디버그랑 블랙캣인거.


꿈 속 세계는 사람들의 또 다른 자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세계라, 모습들도 각자 다르고 현실에서의 기억이 없어요. 현실 때를 기억하는 건 아드마리뿐. 아드마리는 여기에 악당이 생겼는데 이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이 세계에 있는 미라큘러스 요정들에 선택되어서 같이 활동하게 되는데 역시 꿈 속에서는 원래 모습으로 있을 수 있지만 변신하게 되면 변신이 풀리는 순간 꿈에서 깨어나는 시스템.


캣버그의 경우는 블랙캣이 굉장히 괴로울 거 같아요. 꿈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여인을 사랑하다니. 현실의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깨어나면 아무런 접점도 없어서 만나지도 못할 텐데.


아무리 플랙이 이 세계는 단순히 꿈의 세계가 아니라 진짜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라고 말해줘도 결국 꿈에서 깨어나면 만나지 못하는 건 똑같으니까. 레이디버그는 그거 때문에 더 블랙캣에 선을 긋는 거. 그리고 마리네뜨는 현실에서는 아드리앙을 짝사랑하기도 하니까. 블랙캣에게도 나름의 정은 있지만 깨어나면 어차피 인연 끊어진다 생각하는 건 그쪽도 마찬가지라.


아, 좀 시리어스하지만 꿈 속 세계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그 존재가 사라지고 잊혀져요.


그래서 언제 다른 악당 손에 누군가 죽었는데 다음날 학교에 등교했는데 잊혀진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는 아드마리가 보고 싶다. 이게 왜 이러냐고 요정들에게 물어보면, 꿈의 세계 사람들은 너희쪽 사람들 마음속의 무의식으로부터 기반하기에 여기서 사라지면 현실에선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고... 너희는 미라큘러스 소유자라 기억하는거지 아니었으면 너희도 잊었을거라 말해서 둘이 충격받았으면. 그래서 더 파트너가 위험해질까 걱정되고 신경쓰는 캣버그! 블캣은 훨씬 더하겠지...


- 네 존재가 잊혀졌다는 현실로부터, 네 정체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는 않아. 절대로.


사실 이 세계에 있는 인물들의 관계도도 현실에 상당수 기반되어 있어서, 꿈 속 세계(사실 다른 세계긴 하지만 지칭 귀찮으니까)서 관련된 인물이면 현실서도 관련되었을 확률 높음. 그 사실로부터 얘도 의외로 나랑 관련되어 있는 사람인지 몰라, 라고 의심하고. 악당들을 처리하면서 이 세계에 이런 일을 벌이는 흑막을 찾아 다니면서도 모든 게 끝나면 다시 여기로 오지 못하니까, 그 전에 정체를 밝힐까 끝까지 숨길까로 갈등이 엄청날듯.


블랙캣은 그냥 꿈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했지만 레벅은 현실의 초라한 자신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함. 여기서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강하고 당당한 히어로지만, 현실은 그냥 평범한 소녀일 뿐이니까. 실망하게 될 블랙캣의 얼굴을 보는 게 두려워서 ㅇㅇ


예전에 읽었던 몽환전설이라는 절판본이 있는데 거기 세계관이 좀 떠오르네요 흠. 거기도 꿈을 꾸면 다른 세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는데 ㄷㄷ


아무튼 계속. 현실 파트를 잠깐 보면, 애들은 히어로로 활동해야 하니까 당연히 상대적으로 잠이 부족해서 피곤해할듯. 심지어 그쪽 세계에서 악당 나타났다는 텔레파시를 요정한테서 들으면 낮이어도 잠이 들어야 하니까 학교에서도 졸다가 꾸중듣고.


둘이 같이 잠드니까 같이 교무실에 끌려가기도 할 거 같다ㅋㅋㅋㅋ 막 둘 다 평소에 안 그러더니 요즘 들어 왜 이러냐고 하면 아드리앙은 할 수 있는 말이 없으니까 죄송하다고만 할 거 같고 마리네뜨도 마찬가지. 같이 벌서면서 서로 대화도 나눌거같다 ㅇㅇ


마리네뜨는 엄청 두근거리는데, 말을 더듬으면서도 너 평소에 안 그러면서 왜 그랬냐고 물을 거 같고 아드리앙은 머리만 긁적긁적.


그냥 피곤했나봐.

응?

나도 사람이니까. 지칠 때도 있어.


뭐 이런 실없는 대화나 주고받겠지.


그렇게 대화하다보니 마리네뜨는 아드리앙이 자기 생각만큼이나 완벽한 느낌은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친근하게 느끼고, 아드리앙은 아드리앙대로 자기를 위로해주는 마리네뜨의 말에서 굉장한 기시감을 느낄듯. 레벅이 제게 해주는 말들이 섞여 있어서.


얘야 설마 아드리앙이 블랙캣일 리 없다 생각해서 이러는 거겠지만... 아드리앙은 마리네뜨가 설마?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묻지는 못하겠는게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올까봐 무섭기도 하고, 만약 아니라면 상황을 설명할 때 분명 미친놈 취급받을 게 확실하니까.


다시 꿈속 상황으로. 흑막이 보내는 악당들을 처리해가며 점점 흑막에게로 다가가는 캣버그지만 갈등도 점점 심해짐. 악당을 처리하고 나면 이 세계가 더 이상 자신들을 필요치 않을 테니까. 결국 블랙캣은 자기 마음을 고백하기로 결심할 거 같다.


레벅이 질렸다는 듯이 소리질러.


"왜 그렇게 내 정체에 대해 궁금해해?! 그냥, 그냥 이대로이면 안 되는 거야?"

"..그럴 수 없어."

"왜?!

"너를 좋아하니까."

"...뭐?"

"너를 좋아해. 좋아하니까, 불안해. 그래서 자꾸만 묻고 싶어져."


넌 대체 누구야?


레벅 데꿀멍. 대답을 하기에는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음. 이 세계가 카오스가 되가고, 학교에서는 점점 빈 자리가 늘어가지만 아무도 그 상황을 눈치채지 못해.(물론 어른들도 사라짐) 블캣도 그걸 알고 고백한거야.


"대답은 바라지 않아.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

"그래서 더 말하고 싶었어. 만약..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는 애써 태연하게 말을 건넸다.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널 사랑했다는 건 기억해줘."

그거면 충분하니까.


진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쐐기를 박아놓음. 그리고 그 후로 레벅은 블캣을 더 걱정하게 돼. 얘가 자기 일에 유독 목숨을 거는 건 있었는데, 그 한 마디에 괜히 불길해져서. 그러다가 어느 날은 악당을 좀 일찍 해치웠는데, 돌아가려는 레벅을 블랙캣이 붙잡고 어딘가로 데려가. 숲 속의 꽃밭으로 자길 데려온 블캣에게 여긴 왜 데려온거냐고 물으니 그가 웃으면서 기다려보라고 함. 시간이 지나고 어두워지니 꽃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빛들이 하나둘씩 떠오름. 반딧불이. 여긴 반딧불이의 숲이었던 거야.


예쁘다고 말하면서 넋 놓고 바라보는 레벅에 블캣은 뿌듯함을 느끼면서, 반딧불이들 사이에 있는 레이디버그를 하염없이 바라봄. 사실 아드리앙은 이 세계에 와서도 변신하기 전 모습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었거든. 여자보다는 체력이 되니까 피로도 좀 덜했을테고.


여긴 그 와중에 찾은 곳인데 한 번쯤은 레이디버그와 같이 오고 싶다고 생각했었지 타이밍을 못 잡았을 뿐. 예쁜 풍경에 좋아하다가 어쩌다보니 옆을 돌아본 레벅은 블캣의 표정을 보고 놀라.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자신 쪽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표정이 평소의 장난스러운 이미지랑 천지차이라서.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에 괜히 얼굴이 막 더워지는 거야. 쟤가 저런 얼굴로 날 쳐다봤었나? 동시에 진심이라는 걸 아니까 더 착잡해지지. 대답은 정해져 있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아.


그렇게 착잡해하던 중 중간보스와의 전투가 있었고, 둘은 열심히 싸우지만 상대가 너무 강해. 게다가 이 도시엔 거대한 주술진이 쳐져 있어서 변신이 풀려도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이 안 됨. 그냥 죽을 수도 있는거야.


그 와중에 악당이 레벅을 노리고, 그걸 본 블랙캣이 목숨을 걸고 악당을 붙잡고 둘이서 주술진을 해지해. 주술진이 해지됨과 동시에 두 사람의 모습도 희미해지기 시작하고(원래 세계로 이동중) 그 대가로 거대한 창을 정통으로 맞고 레벅 앞에서 쓰러지는 블랙캣을 마지막으로 마리네뜨는 꿈에서 깸.


깨어나서도 두쿵거리는 심장이 진정되지 않아.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고 가시지 않은 충격에 속이 뒤집혀. 겨우겨우 학교를 갔는데 누가 결석했네.


아드리앙 아그레스트.


그 이름에 마리네뜨는 심장이 철렁함. 에이 설마, 싶지. 결석이야 한 번쯤 할 수도 있는 거고, 무엇보다 죽었으면 존재가 잊혀지지 결석 처리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근데 이틀이 지나고 3일이 지나도 학교에 오지 않는 아드리앙에, 기어코 마리네뜨는 그의 집에 병문안을 가. 도련님은 지금 아무도 만날 수 없다고 말하는 나탈리에 어떡하지? 이러다가 결국 니노를 통해 보러가는데 성공해. 니노는 얘가 왜 이러나 싶다가도 걱정된다고 하니까 같이 가주지.


아드리앙은 침대에 누워 있었어. 하얀 얼굴로 고요히 눈을 감고 있는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지. 그런 아드리앙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 굳어버린 마리네뜨에 니노는 자기도 아드리앙이 걱정스러우면서 잠깐 나탈리한테 뭐 물어봐야 겠다고 잠깐 나가.


마리네뜨는 가만히 아드리앙을 보다가 그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는데, 이마쪽 머리칼을 넘겨주다가 거기에 나 있는 상처를 보고 놀라. 심지어 생긴지 얼마 안 된건데, 이 상처의 원인을 알고 있었거든. 자신을 구하려다가 악당의 거대한 손톱에 긁혔던 상처. 그리고 피부가 꽤나 차가워. 코끝에 손을 대봤지만 죽지는 않았어. 근데 일어날 기미조차 없어. 꼭... 꼭...


죽어버린 것처럼.


마리네뜨는 떨어지지 않던 입술을 열어 읊조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너였어?"


그가 블랙캣이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긴 했어. 아니길 빌면서도 만약 진실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각오도 했어. 근데, 막상 보니까 너무 감당하기가 힘든 거야. 그가 정말 블랙캣이라면, 자신의 눈앞에서 창을 맞고 쓰러졌다는 걸 인정해야 하잖아.


마리네뜨의 얼굴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해. 입술을 꾹 다물고 그냥 뚝뚝 눈물만 흘리던 그녀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움직일수가 없어. 그녀는 후회해. 차라리 말해줄걸, 내가 누구였는지.


이런 식으로 네 정체를 알아야 할 바에는.


죽지는 않았으니까 깨어날 방도는 있겠지. 무엇보다 레벅은 그렇게 돌아온 후로 꿈속 세계로 가지 않았거든. 무서워서. 그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서야. 아드리앙의 집에서 돌아온 뒤 그녀는 티키에게 연락을 넣고 다시 레이디버그가 됨.


그리고 알아보니까 블랙캣은 죽은 게 아니야. 근데 살아있다고 보기도 힘들어. 그가 깨어나지 못한건 그가 가진 미라큘러스를 그 중간보스가 가져갔기 때문이지. 그 증거로 마리네뜨는 보지 못했지만 누워있던 그의 손가락에 있던 반지에는 고양이 무늬가 없었어.


그걸 되찾아야 한다는 걸 짐작하고 레이디버그는 몰래 그 중간보스의 아지트로 숨어들어가. 온갖 방들과 복도를 지나 중간보스의 방으로 접근했는데 다행히도 그는 아직 미라큘러스를 최종 보스에게 넘기지 않았음. 근데 진짜 개고생을 하긴 했지. 찾아왔지만.


(참고로 이 세계에서 입은 상처는 현실에서도 남습니다) 레이디버그는 온갖 고생을 해서 찾아온 미라큘러스를 가지고 잠에서 깨어나. 그리고 이른 아침인데도 아드리앙의 저택으로 달려가지. 근데 이때는 담을 넘어서(...) 몰래 숨어들어가요 ㅇㅇ


어찌어찌 들어가서 가지고 온 반지를 아드리앙의 손가락에 끼워주니까, 기존에 있던 반지는 부서지고 끼워진 반지에서 빛이 나. 잠시 뒤에 사르르 눈이 뜨이고 아드리앙은 자기 눈앞에서 울고있는 마리네뜨를 보고 놀라다가, 이내 부드럽게 웃음. 눈치챈 거지.


"..너구나."

"...응."


두서없어 보이지만,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서 아드리앙은 살며시 반지를 낀 손으로 마리네뜨의 한 손을 붙잡아. 이번에는 손이 무척 따뜻해서, 마리네뜨는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더 뼈저리게 깨닫고 그래서 더 눈물을 그치지 못하겠지.


아드리앙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고, 울고 있는 마리네뜨를 살며시 품에 안아줌. 그리고 등을 토닥토닥. 나중에 들어온 나탈리가 이 광경(아드리앙 깨어남+왠 여자애가 있음.)에 깜짝 놀라는데 아드리앙은 쉿, 하면서 손짓으로 내보낼 거 같다 ㅎㅎ


그리고 이 때부터 둘 사이가 정말정말 미묘해지기 시작하는데..


서로 정체를 알았지만 이게 만만한 게 아닌게, 블랙캣으로 고백했지만 아드리앙은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고 마리네뜨는 아드리앙을 좋아하지만 그가 블랙캣이라는 사실을 아직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뿐더러 블랙캣이 고백한건 레이디버그지 마리네뜨가 아니잖아.


그가 몸을 회복하고 다시 파트너로서 같이 활동하지만 두 사람 다 너무 무리해서 달려왔다는 걸 인정하고 서로 돌아가면서 임무를 수행하기로 해. 솔직히 매일같이 잠도 못자고 악당들을 상대하니 컨디션이 그 모양이지. 그리고 학교에서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사정을 모르는 애들은 쟤들 썸타나? 싶겠지(아니 썸은 맞지만). 그러면서도 둘 다 캣버그일 때도 미묘하게 어색한 상황이었을것.


중간보스들을 차근히 처리하며 최종보스인 호크모스의 소재를 파악하고 그가 있는 장소를 찾는 상황에서 하루는 아드마리의 모습으로 둘이 꿈 속에서 만나.(변신후는 눈에 띄니까) 아직 무슨 신호가 없어서 나름 평화로운 상황에서 같이 길을 걸어가며 마리네뜨가 물어.


"있지, 아드리앙."

"응?"

"너는 어쩌다 블랙캣이 된 거야?"

"아아."


그건, 이라고 운을 떼면서 아드리앙은 웃어.


"도와달라는 소리가 들려서."


그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해. 그리고 되묻지.


"그러는 너는?"

"응?"

"너는 왜 레이디버그가 된 거야?"

"나는 뭐.. 같은 이유려나?"


배시시 웃는 마리네뜨에게 아드리앙은 물어.


"후회하진 않아?"

"..."

"지금 그리 좋은 상황만은 아니잖아."


그렇게 묻는 아드리앙에게 마리네뜨는 고개를 저으며 말해.


"후회야 늘 하지. 네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도 엄청 후회했었는걸. 그래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러니까 책임은 져야겠지."


그렇게 말하니까 아드리앙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다가 웃음을 터트려.


"역시 넌 레이디버그구나."


두근.

그 한 마디에 괜히 심장이 뛰는 자신에 당황하던 마리네뜨가 조용히 중얼거려.


"다행이다."

"응?"

"나를 제대로 레이디버그라 생각해주는구나."

"무슨 소리야?"


아드리앙이 되묻자, 마리네뜨가 피식 웃으면서 말해.


"나, 평범하잖아. 뭔가 특출난 것도 아니고, 늘 덜렁대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 네가 실망하지 않았을까 해서."

"..설마. 그래서 정체를 말하지 않으려고 한 거야?"


고개를 끄덕거리는 마리네뜨에 아드리앙은 한숨을 쉬어. 그러는 너는?


"내가 블랙캣이라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아?"


막 횡설수설 말하다가 결국 신기하다고 자백하는(?) 마리네뜨에게 아드리앙이 자기 성격에 대해 설명해줘. 자긴 보이는 것만큼 완벽하지도 않고 쪼잔한 면도 있고 화도 잘 나고 질투심도 많다고. 힘들 때도 있고 외롭기도 하고, 누군가를 좋아해서 마음 앓이할 때도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자유롭기엔 주위의 기대가 무거워서, 다들 이런 나의 모습을 원하니까 이렇게 살았을 뿐이라고.


그렇게 말함.


"블랙캣은 또 다른 나야. 버림받고 외면받았던 내 안의 자유."


그렇게 말하면서 아드리앙은 말해. 너도 마찬가지지 않냐고.


"레이디버그는 너의 또 다른 면일 뿐이야. 그게 너라는 사실은 변함없지."

"..."

"나는 그런 너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다시 고백을 던지는 그의 볼이 좀 붉어졌어. 앞만 보고 있는건 아무래도 시선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겠지. 흠흠 헛기침을 하던 그가 조심스레 말해.


"아, 오해하지마. 부담주려고 한 건 아니야."


내 마음은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하는 거니까.


마리네뜨는 그에 울컥해선 가만히 손을 뻗어서 아드리앙의 손을 붙잡아. 놀라서 힐끔 시선을 내리는 아드리앙의 시선 끝에 고개를 푹 숙인채 얼굴이 아주 새빨개진 마리네뜨의 모습이 보여. 마리네뜨가 더듬더듬 말을 꺼내.


"너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었어."

"..."

"사실 지금 좀 혼란스러워."

"...그렇구나."

"그래도 여전히...!! ...네가 좋아. 블랙캣이 너라는 건 좀 혼란스럽지만, 아니 그렇지만,"


그래도 네가 좋은걸.


아드리앙의 큰 손이 마리네뜨의 손을 강하게 붙잡죠. 두 사람은 이 때부터 사귀게 됩니다.


그리고 최종보스를 찾으러 가는데, 최종보스가 되게 악질인게 사람의 마음 속 어둠을 끌어내 정신공격을 가하는 타입이란 말이죠. 레벅도 레벅인데 이 공격이 블캣한테 진짜 치명적이어서 블캣은 세뇌를 벗어나지를 못해. 어릴적부터 사람이랑 어울리는 것도 금지되고 철저히 아버지에 의해 엘리트로 키워진 아드리앙의 내면 어둠이 너무 깊었던 탓. 혼자였던 어린 시절이 그의 정신세계에 계속 루프되고 현실의 블캣은 레벅과 싸움.


블랙캣이 생각보다 정말 세서 레벅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결국 레이디버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요요를 이용해 블캣 봉을 다 같이 날리고, 고대의 재앙을 시전하려는 블랙캣을 힘껏 껴안아. 그리고 말해.


울지 말라고.


싸우고 있는 블랙캣 눈에서 눈물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야. 감정에 솔직해지는 블캣 상태에서는 세뇌중이라 정신은 없었어도 눈물샘까지 제어할 수는 없었던 거지. 그 말과 자신을 껴안은 온기에 고대의 재앙을 사용하려던 블캣의 손이 딱 멈추고, 정신을 차려. 레이디의 품에서 아침을 맞다니 이거 좋은데~ 라고 농담을 치는 블랙캣을 보고 레벅은 피식 웃더니 역시 고양이는 성가시다니까, 라고 대꾸함.


뭐 대충 그러다가 둘이서 최종보스 무찌르고 나니 이제 진짜 모든 게 끝난거야.


그렇게 있던 두 사람 앞에 반투명한 형상의 티키와 플랙이 각각 나타나. 수고했다고 말하던 요정들이 이렇게 신세를 졌으니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말함. 뭐든 일단 말해보라는 요정들한테 아드마리는 서로를 마주보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빙그레 웃어.


그리고 손을 마주잡고 말하지. 우리가 바라는 소원은 하나뿐이야.


- 모든 것을 제자리로.


지금 꿈 속 세계는 거의 절반이 악당들에 의해 초토화되어 있는 상태였거든. 학교에도 책상이 절반 넘게 비어버렸고. 둘이 바라는 건 시간을 되돌려 사라진 사람들을 되돌려받는 것. 이건 미라큘러스의 비밀을 요정들이 귀뜸해줬을 때부터 둘이서 상의해서 이미 결정했던 일임.


어두운 기운을 펼치던 최종보스를 없앴으니 이 세계는 이제 안전하겠지. 이제 올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조금 후련하기도 해.


아무튼 요정들은 그 소원을 접수하고, 둘은 각자의 요정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지.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 언제나와 같은 일상에 사라졌던 친구들도 멀쩡한 세계로. 그 일상이 결코 그냥 찾아온 게 아니라는 걸 두 사람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더 열심히 삶을 살아감.

레이디버그와 블랙캣 이야기를 가슴에 묻고서.


- 본편 THE END




* 외전



꿈 속의 세계를 대하는 아드리앙과 마리네뜨의 태도는 많이 달랐을 거 같다. 아무래도 마리네뜨는 특정 상황 아니면 절대 모험을 감수하는 타입이 아닌데 아드리앙은 호기심이 많아서 변신하지 않은 상태로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닐거 같아.


일단 꿈 속의 세계는 나이는 똑같아도 생김새는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건 무의식의 모습이 실제 모습과 괴리가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 다만 아드리앙과 마리네뜨는 미라큘러스의 힘으로 두 개의 세계의 기억이 합쳐졌다는 차이 정도.


일단 이 세계의 둘은 정말 접점이 없음. 일단 배경은 현대의 모습처럼 세련된 도시만이 아닌 자연 친화적인 도시나 장소들이 상당히 많을 거 같다. 그렇지만 둘의 가정환경은 비슷했을 거 같은? 이쪽 세계의 마리네뜨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잘 자랐고 아드리앙은 이 세계에서도 역시 좀 큰 도시의 유명 정치가 아들이지만 아버지가 바쁘고 엄해서 얼굴을 잘 못보는 건 똑같지. 아무튼 사족은 넘어가고, 아버지가 자주 안 들어오니까 활동이 상대적으로 편한 아드리앙은 플랙이랑 이곳저곳을 같이 돌아다닐듯.


참고로 이 세계와 현실 세계는 낮밤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ㅇㅇ 현실의 낮이 여기의 밤이에요. 실제로 최종결전때 마리네뜨와 아드리앙은 하루를 꼬박 잠들어 있어야 했습니다ㅋㅋㅋㅋ 싸움이 아침해가 떠오르는 어스름한 새벽에나 끝나서.


연갈색의 낡은 망토를 입고 고글을 목에 메고(머리에 두르기엔 모자를 써야함)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아드리앙 보고싶다.. 악당이 나타나면 플랙이 순간이동 시켜주겠죠ㅋㅋㅋ 사막에 서서 모래바람 지나간 뒤에 갠 날씨를 보며 쓰고있던 고글을 벗는거 보고싶네요.


음 사실 위에 풀어둔 설정이 매우 무색하게도(...) 이 세계에 있던 두 사람의 존재 자체는 그들이 미라큘러스에 선택된 순간 지워져..서.... 말이죠ㅠ.ㅠ 활동에 별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다만 애들이 잠을 못자다보니 진짜 피곤했을 거예요.


왜 현실의 애들이 선택되었냐면 미라큘러스의 힘 자체가 꿈 속 세계의 존재들이 사용 불가했던 능력이라; 그리고 최종보스도 이쪽 세계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마리네뜨는 너무 피곤해서 빨리 레벅으로 변신해 임무를 처리하는 걸 우선했고 아드리앙은 나름 즐겼습니다:) 일단 굉장히 자유로웠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들과 만나보기도 하면서 사회화를 많이 거쳐요. 정체를 안 후엔 마리네뜨랑도 같이 다니지만.


썰에 나온 반딧불이 숲도 그때 발견한거. 변신이 풀리면 무조건 현실로 돌아오게 되니까 가급적 본 모습으로 돌아다녔겠죠. 정체를 알고 같이 다니게 된 후로, 악당을 처리하고 돌아가야 하는 시간에 하는 인사는,


"학교에서 보자!"


였습니다 ㅎㅎ



여기서부터 본격적 외전,(본편 중의 이야기)


아 진짜 이쪽세계 알리야랑 니노 만나는 씬 꼭 넣고 싶었는데 빨리 끝내려고 버렸었던8ㅁ8 이쪽 세계 알리야는 숲속 통나무집에서 유유자적 살고 있는 소녀였구요 니노는 떠도는 나그네! 피리를 잘 불고 커다란 멕시코스타일 모자 쓰고 다녀요!


아드마리는 둘을 보고 반가워하지만 당연히 두 사람은 얘들을 몰라보죠. 아드리앙이랑 니노는 역시 현실 실친답게 몇번 말을 주고받더니 금세 죽이 맞아서 막 떠들고 있고, 마리네뜨는 어느샌가 알리야에게 연애상담중(..) 여기서 알리야는 나무꾼 집 딸입니다.


알리야네 통나무집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주고받던 중 알리야가 같이 온 남자 멋있네. 네 남자친구야? 라고 물으면 마리네뜨는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 막 더듬다가 아주 조곤히 ..응. 이라고 하겠죠. 잘못 말하면 사라질 것처럼 조심스럽게.

(이때 이미 사귀는 중)


일단 알리야랑 니노는 안면식 없는 사이였는데, 호크모스를 찾아다니다 어떤 도시에서 둘이 잠시 갈라졌는데 아드리앙이 니노를 발견하고 마리네뜨가 알리야 발견해서 아드리앙이나 마리네뜨 둘 다 놀라가지고 걔들 붙잡고 같이 길을 걷다가 길 한복판에서 마주하면 진짜 재밌을듯ㅋㅋㅋㅋ


아무튼 거기서 서로 막 인사하고 수다 떨다가 쿨한 알리야의 초대로 집에 놀러가고... 저녁까지 있으면서 모닥불 도란도란 피워놓고 니노가 피리 불어줬으면 좋겠다 알리야가 아드리앙 춤 시켜보는데 더럽게 못춰서 다들 웃음 터트리고ㅋㅋㅋ 니노는 자꾸 삑사리나서 눈감고 피리불듯ㅋㅋㅋㅋㅋㅋ


어두운 밤 고요한 숲속에 잔잔한 피리 소리가 들리고, 모닥불 타닥타닥 타는 소리 듣고 있자니 진짜 매우 평화롭겠지. 얘들이 왜 밤까지 있냐면 지금이 방학중이기 때문(..) 안 그러면 활동이 힘드니깐요 ㅇㅇ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나. 지금도 어디서 악당들이 활개치고 있는지 모르는데 이렇게 여기 있어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마리네뜨랑 아드리앙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차마 말로 꺼낼수가 없음. 현실로 돌아오게 될까봐ㅇㅇㅠㅠㅠ


그 순간, 숲에 거대한 굉음이 울려.


무슨 일이지? 하고 놀라는 니노알리와 달리 아드마리는 귀걸이와 반지에서 오는 신호를 보고 감을 잡음. 애들한테 기다리라고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변신한 캣버그는 도시를 향해 날아가고 알리니노도 도시로 가.


그 이유는 지금 도시에서 모든 어른들에게 소집령을 내린 상태라 알리야의 부모님도 도시에 가 있었거든. 그래서 여차저차 광장에 있던 사람들을 붙잡아 가두고 있는 악당들과 대치한 캣버그는 치열하게 싸우지만 수적 열세에 인질로 잡힌 사람들 때문에 그냥 피해다니고만 있는데 알리야랑 니노가 머리를 써서 인질들을 해방시켜. 그에 나이스를 외치던 중 악당의 공격에 알리야가 맞아서 벽으로 밀려서 쓰러짐. 알리야 머리에서 피나는 거 보고 빡돈 레벅이 진짜 괴력을 발휘해 최단시간만에 악당을 정리.


그렇지만 싸움이 꽤 거칠었어서, 다 부서진 광장이나 다친 사람들을 본 캣버그는 정신이 확 듬. 빨리 모든 것을 정리하지 않으면 이런 사람들이 더 나올 수도 있겠구나. 심지어 악당들은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을 꼬여내기 위해서도 이런 짓을 하는 거니까. 머리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앉아 있는 알리야를 보고 마리네뜨는 차마 시선을 맞추지 못해. 자기가 레벅인거 들키면 안되는데 말이야. 그런 마리네뜨에게 알리야는


"어 왔네. 걱정했어? 난 괜찮아~ 좀 꿰매긴 했는데, 한 2주만 조심하면 된대."


라고 말해주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리네뜨는 괜히 미안해지고. 몇 마디 주고받다가도 마리네뜨가 이제 떠나야 한다고 할 때는 알리야의 입가에 있던 미소도 조금 엷어짐. 알리야가 말해. 아쉽네.


"너랑은 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이미 좋은 친구야.


그렇게 말할 수 없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마리네뜨에게 알리야가 말해.


"그래도 나중에 또 여기 올 일 있으면 들러! 그때도 맛있는 빵이랑 우유 준비해두고 기다릴 테니까."

"..응. 그럴게."


그렇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아드리앙은 니노랑 병실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떠돌이인 니노라면 분명 이것저것 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고, 예상대로 그는 호크모스의 소재지에 대한 쓸만한 정보를 몇 가지 알려줘. 그걸 숙지하는 아드리앙에게 니노가 말해.


친구.


"혹시 여행에 흥미 있어?"

"어, 어?"

"그럼, 나중에 나랑 같이 돌아다니지 않을래?"


너랑 얘기하면 꽤 즐겁다구. 싱글 웃으며 자기 어깨를 투닥이는 니노에게 아드리앙은 정중히 거절해.


"미안, 레이디가 있어서."


니노가 호기심어린 눈동자로 물어봄.

"오호? 그럼 역시 그렇고 그런 사이?"

"뭐 그렇긴 한데..."

"뭔가 찾아다니고 있는 모양이네~"

"응?"

"그런 위험장소들에 대해 골라 물어보는 것만 봐도 감이 잡히지. 위험한 일인가?"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웃는 아드리앙을 보고 니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묻지 않겠다고 말함. 친구는 그런 거 따져가며 하는 게 아니니까! 라고 웃어주면서. 고맙다고 하는 아드리앙에게 니노는 그래도 생각은 한 번 해보라고 말해.


이 도시에 자주 들를 테니까, 생각 바뀌면 연락하라고.


차마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할 수 없었던 아드리앙은 그저 떨떠름히 웃는데 그 순간 마리네뜨가 병실을 나와. 그리고 니노 앞에서 덥석 아드리앙 손을 붙잡고 끌고가기 시작해. 뒤에서 휘파람을 부는 니노를 뒤로 한 채 자기 손을 붙들고 말없이 병실 복도를 걸어가는 마리네뜨가 걱정된 아드리앙이 조심스레 물어. 무슨 일이야? 마리네뜨가 말해. 아드리앙.


"나, 소원이 생겼어."

"소원?"

"모든 것이 다 끝나면..."


그와 동시에 마리네뜨는 홱 돌아서서 아드리앙의 귓가에 몇 마디를 속삭이는데, 그걸 들은 아드리앙의 눈동자가 놀람으로 살짝 커졌다가 이내 씨익 웃어. 블캣처럼. 마리네뜨가 말해.


"어때?"

"좋은 소원이야."

"미안, 내 멋대로.."

"아니."


고개를 젓던 아드리앙이 쥐고 있던 마리네뜨의 손등에 입을 맞추면서 씨익 웃어. 괜찮아.


"내 뜻은 언제나 너와 함께 할 테니까. 마이 레이디."

"아드리앙..."

"그리고 기왕 비는 거, 스케일 큰 게 재미있지."


안 그래? 그렇게 말하는 아드리앙의 눈동자가 정말로 상냥한데 또 개구져서, 마리네뜨는 픽 웃으면서 말해.


"한 가지 틀렸어."

"어?"

"내 마음은 이미 네가 훔쳐갔는데 뭐가 함께 하겠어야? 도둑고양이 씨."


그러면서 마리네뜨는 다른 한 손으로도 아드리앙의 손을 꼭 붙잡고 그래.


"정말 끝내자."


이런 비극 따위는.



- 외전 THE END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 에필로그



일상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일단은 고등학교에 진학합니다. 저 세계에서 보낸 시간이 자그마치 1년이었기 때문이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착실히 사귀고 있지만 아무래도 고등학생이 된 후로 아드리앙은 더 바빠졌고 마리네뜨는 마리네뜨대로 진로를 위해 도약하기 시작해요.


다만 아드리앙은 여전히 인기가 많고 바쁘고 그만큼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마리네뜨는 불안해지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실 그 세계에서의 일은 내 꿈이 아니었을까? 내가 아드리앙이랑 사귀고 있다니, 지금이 꿈인 거 아냐? 하는 의심이 피어오르죠. 레이디버그로 활약했던 시간도 그 때 느꼈던 감정들도 아직 여전히 생생하지만, 그를 믿고 있지만. 이렇게 불안한 이유는 알고 있어요. 그만큼 그를 좋아하니까.


아드리앙은 사실 아드리앙대로 불안한데, 자주 못 만나서 불안한 건 마리네뜨만이 아니란 말씀. 고등학생이 되고 갑자기 밀려드는 일에 짜증도 치밀지만 더 열받는 건 마리네뜨가 고등학교 올라가고 인기가 갑자기 늘었다는 사실.(마리네뜨는 인지 못함)


그래서 뭔가 질투 되게 귀엽게 할 거 같아요. 전화라도 하면 마리네뜨한테,


"너 요즘 누가 접근하고 그런 거 없지?"

"응? 없어. 어, 설마... 질투하는 거야?"

"어. 질투나니까 남자애들이랑 너무 오래 같이 있지 마."


해서 마리네뜨 무지 설렐 거 같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짐짓,


"너야말로, 촬영하러 가면 되게 예쁜 언니 많을 거 아냐. 그, 그러니까.."

"응?"

"바람피우면, 안 돼!!"


하고 창피해져서 확 전화 끊어버리고, 아드리앙은 끊어진 폰을 말없이 보다가 막 함박웃음 짓고ㅋㅋㅋㅋ 그렇게 나름 잘 사귈 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때때로 작년의 일을 떠올리겠지. 어느 날 밤, 마리네뜨는 둥글게 뜬 보름달을 보면서 문득 그 때를 회상해요.


그건 정말 현실이었을까?


직접 겪어보고도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건 어째서일까. 정작 그 시절에 잠이 부족해서 수업시간에 맨날 졸거나, 방학 때 하루종일 자면서 악당들과 격돌했던 감각은 아직도 이리 선명한데. 그럼에도 믿기지 않는 건 너무 꿈 같은 얘기여서.


그 때 여기저기 돌아다녔었는데. 기왕 하는 거 즐길 건 다 즐기자고, 아드리앙이 여기저기 데려가줬었지. 그 세계도 달이 이렇게 밝았었는데. 하면서 그 때는 옆에 아드리앙이 있었지.. 하다가 그 시절의 추억을 잠깐 떠올립니다.


방학이던 시절에는 애들이 좀 깊이 잠들었었거든요. 꼬박 하루를 잔 적도 허다하고, 체력 부족이 될까봐 운동도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쪽 세계에 있었습니다. 데이트하기도 이쪽이 더 편하니깐요.


그 때는 진짜 어두운 밤이었는데, 어둠 속에서 별 하나 없이 둥글게 그려진 듯한 보름달이 하늘 위로 둥실 떠올랐었어요. 탁 트인 들판을 걸어가던 중 그 광경을 돌아보고서 문득 발걸음이 멈춘 두 사람은 말없이 그 장면을 지켜보고만 있었어요. 노랗게 밝은 달을 하염없이 쳐다보던 마리네뜨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가 자신을 살짝 내려다보는 아드리앙과 시선을 마주했어요.


자신을 보며 왜? 라고 물으며 부드럽게 웃는 아드리앙의 얼굴이 달빛을 받아 살짝 역광이 졌는데 그게 너무 신비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리네뜨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더 꽉 쥐었어요. 어딘지 하얗게 빛나는 아드리앙의 미소를 보니 그가 갑자기 사라져버릴 거 같은 묘한 예감이 들어서.


그런 마리네뜨의 모습이 어리광을 부린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웃던 아드리앙은 마리네뜨의 손을 살짝 끌어당겨서 가만히 입술에 입을 맞춰요. 살짝 닿았다가 떨어지는 가벼운 입맞춤이었지만 마리네뜨는 금세 새빨개져서 허둥거리고, 아드리앙은 그걸 보고 소리내어 웃습니다. 하하 웃던 그의 밝은 미소를 보고 마리네뜨도 그냥 픽 웃고 말았었죠.


그 때를 생각하니까 마리네뜨는 저절로 입술에 닿았던 감각이 떠올라서 막 얼굴 다시 빨개지고ㅋㅋㅋㅋ(여긴 현실) 막 얼굴 감싸고 중얼거려요.


"아, 어떡하지?"


지금 아드리앙이 너무 보고 싶다.


생각하니까 진짜 아드리앙이 보고 싶어져서, 막 혼자 안절부절 못하던 마리네뜨는 에잇! 소리와 함께 아드리앙의 핸드폰에 보고 싶어. 라고 적은 카톡을 하나 보내요. 이 정도쯤은 말해도 좋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한참을 더 추억을 떠올리던 마리네뜨는 문득 카톡을 다시 봣는데, 아드리앙이 카톡은 읽었는데 답이 없어요.


아니 왜 카톡은 받았는데 답이 없지? 이상해서 다시 보내봤는데 이번엔 안 읽고 있어요. 그러니까 마리네뜨는 이젠 불길해지는 거. 가뜩이나 요즘 못 만났는데, 설마 내가 너무 어린애처럼 말해서 질렸나? 까지 망상이 아주 최악으로 치닫죠ㅋㅋㅋㅋ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던 찰나에 마리네뜨는 윙 울리는 전화기 발신음을 듣고 깜짝 놀라죠. 깜짝 놀라서 후다닥 받았는데 아드리앙임. 놀라가지고 막 숨이 멎어있는 마리네뜨와 달리 아드리앙 목소리는 참 밝아요.


아드리앙이 말해요.


-다행이다,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아, 아드리앙?

-마리네뜨. 너 잠깐 나올 수 있어?

-이 시간에?

-아래를 봐.


해서 마리네뜨가 아래를 봤는데 아드리앙이 웃으면서 핸드폰 들고 마리네뜨가 있는 옥상을 올려다보고 있음.


-나도 보고 싶어서, 그만 와버렸어.


수화기 너머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너무 달콤해서, 마리네뜨는 입을 틀어막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요.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커서 난감해하던 찰나, 아드리앙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외투를 재빨리 걸치고 아래로 내려옴. 부모님한테 들키지 않게 몰래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드리앙은 그런 마리네뜨의 모습을 보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마리네뜨를 꽉 끌어안고, 놀라는 마리네뜨에게 속삭이죠.


"아, 역시 좋다."


정말로.


정말로 즐거운 듯한 아드리앙의 목소리에 마리네뜨는 불안감이 눈 녹듯 사그라지는 걸 느끼고, 아드리앙은 잠깐 같이 걷자고 말하면서 둘이서 밤거리를 걸어요. 마리네뜨는 막 두근거리는 거 애써 자제하고 있는데 아드리앙은 잠깐 달을 올려다보더니 웃으면서 말합니다. 저기, 기억나?


"우리 예전에, 비슷한 상황 있었던 거."


라고 하면서 마리네뜨의 손을 잡아요 꺄악! 그리고는 중얼거려요.


"그 때도 이렇게 손을 잡았었는데."


하면서 돌아보는 아드리앙의 표정이 정말 그 때랑 너무 닮아 있어서, 마리네뜨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려요.


"...사라지는 줄 알았어."

"응?"

"근데, 현실이구나."


배시시 웃으면서 손을 맞잡는 마리네뜨의 모습이 의아하다가도 아드리앙은 손을 꼭 잡아주고 함께 걸어요. 걸으면서 이것저것 물어봐요.


"요즘 학교 어때?"

"늘 그렇지 뭐."

"이상한 남자들이 꼬이는 거 아니지?"

"아니라니까."

"거짓말. 니노가 며칠 전에 네가 어떤 잘생긴 남자애랑 같이 다니는 걸 봤다고 했는걸?"

"아, 나타니엘? 걔랑은 같은 조라서 과제 때문에 같이 있었어."

"너무 붙어 있지 마."

"나야말로 하고 싶은 소리네요. 아기고양이 씨. 너야말로 인기 많지 않아?"


라고 했다가 마리네뜨는 헙 하고 입을 다물어. 뭔가 말해선 안 될 걸 말한 느낌이야. 아드리앙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가 픽 웃으면서 주머니에 다른 쪽 손을 찔러넣고 걸어. 그러면서 살짝 눈을 깜빡이더니 천천히 읊조림.


"...그립네."

"응?"

"뭔가 그리운 감각이 들어."

"아드리앙..."

"하하, 이상한가? 우리 그 때 진짜 고생했었잖아. 막 죽을 위기도 넘기고."


이제와서 그 세계가 조금은 그립다니.


웃으면서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는 아드리앙에게 마리네뜨는 조심스럽게 말해. 사실 나도.


"오늘 떠오르더라. 그 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이."

"그래?"

"응. 블랙캣과 레이디버그에 대해서도."

"아아."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아드리앙의 눈빛은 무언가를 떠올리듯 아득히 멀어지고, 마리네뜨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걸어. 한참을 걷다가 아드리앙이 툭 말을 던져.


만약 그 세계에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서로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까?


마리네뜨는 뭐라고 말하지 못하는데, 아드리앙은 고개를 가로젓다가 자문자답해.


"아니, 그래도 분명 나중에는 알게 되었을 거야. 조금 더 일찍 알게 된 것 뿐이지."

"..."

"하지만 그래서 감사해. 너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날 수 있었어서."


아드리앙의 마디진 손가락이 마리네뜨의 손을 빠져나갈 수 없게 하겠다는 듯이 단단히 옭아매지. 예전에 잡았을 때보다 조금 더 갑갑하다는 생각을 하던 마리네뜨는, 그게 아니라 아드리앙의 손이 큰 거라는 걸 깨달아. 힐끔 올려다보니 그 전보다 눈높이도 높고. 전보다 자란 거지. 고등학생이고 성장할 시기라지만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에 마리네뜨는 괜히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리고 자신은 얼마나 자랐나 싶은데,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지. 아드리앙이 이상하다는 듯이 돌아보자 그에게 말해.


"너 많이 자랐다."

"응?"

"키라던가, 말하는 거라던가. 음. 좀 변했어."

"그런가?"

"응. 왠지 섭섭한걸~?"

"..."

"날 두고, 너 혼자 멀리 가버리는 것 같아서."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는 아드리앙에게 마리네뜨가 재빨리 덧붙여.


"그래도, 너무 빨리 가지만 않으면 괜찮아."

"..."

"열심히 뒤쫓아 갈 테니까. 네 옆에서 걸어갈 수 있도록, 나도 노력할 거야."


라고 말하며 살며시 웃는 마리네뜨의 모습을 한참 쳐다보는 아드리앙이 손을 뻗어 마리네뜨를 와락 껴안아. 그리고는 한숨쉬면서 막 퉁명스럽게 중얼거려.


"아, 너 반칙이야."

"뭐, 뭐가?"

"방금 전에 니 표정. 진짜 두근거렸다구."


미치겠다니까? 라고 정말 솔직하게 말하는 아드리앙에 마리네뜨가 막 어버버거리고 있는데 아드리앙이 막 더 힘줘서 껴안음. 놔주기 싫다는 것처럼 껴안고서 아드리앙이 뭔가 어리광섞인 말투로 대답해.


"아아, 진짜 어쩌지. 정말 혼자 내버려두기 불안하다구 진짜."


다른 남자가 눈독들이면 어떡해. 추욱 머리를 마리네뜨 어깨 위로 묻는 아드리앙의 행동에 가만히 있던 마리네뜨가 살짝 손을 내밀어 아드리앙을 마주 껴안아. 이제 키 차이가 제법 더 나서 막 고개를 숙인 아드리앙의 무게감이 기분 좋아서 마리네뜨가 조용히 대답해. 그런 일 없어.


"다른 남자가 눈독들여봤자, 내 눈엔 너밖에 안 보이는 걸."


막 그러면서 사실 자기가 더 불안하다고, 너 이번에 새로 나온 잡지 봤는데 너무 상대역이랑 붙어있는 거 아니냐고 막 궁시렁거리는 마리네뜨의 목소리에 아드리앙이 고개를 들고 마리네뜨를 마주봄. 장난스러운 미소를 걸고. 깜짝 놀라는 마리네뜨한테 말해.


괜찮아.


"제 눈에도 그대밖에 안 보여서 말이에요. 마이 레이디."


라고 말하는 아드리앙의 얼굴 위로 누군가가 겹쳐져. 블랙캣. 정말 멍하게 그를 쳐다보는 마리네뜨에게 아, 이 모습으로 하니까 아무래도 좀 어색한가? 하면서 머리를 긁적거리는 아드리앙의 팔을 마리네뜨의 두 손이 와락 붙잡음.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 아드리앙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숙인 마리네뜨의 머리를 쓰다듬어줘. 말했잖아.


"블랙캣은 또 다른 나라니까. 사라진 게 아니야."

"응."

"물론 너도."


내 하나뿐인 마이 레이디.


그 사실만은 영원할 거야. 라고 말하며 아드리앙은 그 말과 함께 다른 한 팔로 마리네뜨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만히 입을 맞춰. 그 시절의 달밤처럼.


깊게 파고들던 입맞춤이 끝나고 나서 아드리앙은 다시금 손을 내밀어.


"가실까요. 마이 레이디."


저와 함께. 웃고 있는 아드리앙이 말하는 게, 단순히 지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자신과 함께 해달라는 이야기(즉 프로포즈 비슷한)인 걸 알아서 마리네뜨는 가만히 그 손을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그러잡아.


그리고 둘은 같이 길을 걸어감.

달빛이 비추는 그 길을 따라서, 계속 앞으로.



- Epilogue THE END






정말 제가 풀었던 썰 중에 최고 길었네요... 전 이럴 의도가 아니었는데ㅇㅁㅇ; 아무튼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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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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