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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즈러너현대 AU. 음대 일상물입니당:)

※ 뱅님의 로그를 이은 작품이옵니다(--)(__)(--)(__)




"에, 그게…."


토마스는 지금 실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일단 자신은 연습할 곳이 없었고 대학을 온종일 뒤졌음에도 자신에게 연습실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마침 구원자라도 되는 것마냥 제 앞에 나타난 녀석이 자신을 초대하겠다고 한 건 좋았다. 그래, 물론 저를 놀리는 투가 다분했지만 설마 나쁜 의도는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따라온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끌고 다니다가 '글레이드'라고 쓰여진 나무문 앞에 섰다. 문을 열고 따라오라는 듯이 들어가길래 쭈빗쭈빗 들어간 것도 좋다 이거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사람들이 갑자기 저를 붙잡고 의자에 앉히고 빤히 바라보는 것도, 그 중에서도 유난히 덩치 큰 동양인 녀석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그런데, 벌써 한참이 지나도록 이 상태인 건 좀 심하지 않나. 동물원 우리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는 듯한 기분이 결코 유쾌하지는 않다는 걸 부디 알아줬으면 하는데 말이다.


불편한 마음에도 애써 태연을 가장하면서 토마스는 뉴트를 가만히 째려보았다. 제 앞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는 이 금발머리 녀석은 이런 저를 구해줄 생각도 없는지 그저 웃고만 있다. 제 쪽에서 말을 걸고 싶어도 왠지 모를 위압감에 입을 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생각이 끝났는지 토마스를 노려보던 동양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편입생이라고?"

"이,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듣자하니 연습실에서 다 쫓겨났다고 하던데, 그래서 여기로 흘러들어온 거야?"

"아니, 그게…. 네, 일단은 그렇습니다!"


말끝을 흐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더욱 살벌해지는 남자의 눈빛에 토마스는 급하게 말을 뱉어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뉴트는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눈빛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 잘못 온 건가? 그 생각이 들락말락할 즈음에 갑자기 사람들이 와하하 웃기 시작했다. 배를 잡고 웃거나 입을 크게 벌리고 웃거나, 심지어는 제 앞에서 온갖 폼을 잡던 남자까지 큭큭거리며 웃는 모습에 토마스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어졌다. 심각한 상황 아니었던가?


"야야, 불쌍하다 불쌍해. 그만 놀리자."


너무 웃어서 눈꼬리에 눈물이 살짝 맺힌 뉴트가 눈가를 닦아내며 남자에게 말했다.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남자가 웃으며 토마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까는 좀 무서웠는데 이제 보니까 상당히 개구장이 같은 인상이었다. 뭐지 싶어 멀뚱멀뚱 바라보는 토마스에게 남자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 너무 심했나?"

"네?"

"미안. 간만에 신입이 들어온다니까 놀리고 싶어지길래, 그만. 어쨌든 잘 왔어. 보아하니 텃세 때문에 고생한 거 같은데, 편입생이라 모르겠지만 여기가 좀 쪼잔한 놈들이 많아서 말이야. 이래 봬도 우린 그런 건 없으니 안심해도 돼. 뉴트가 데려왔으니 설마 이상한 놈은 아니겠지."


조금만 더 정신이 있었다면 농담을 왜 그렇게 살벌하게 치냐고 물었을 지도 모른다. 남자의 손이 아직도 얼떨떨한지 쭈빗거리던 토마스의 손을 꼭 붙잡고 붕붕 흔들었다.


"내 이름은 민호. 2학년 피아노과야. 네 이름은?"

"…토마스입니다. 2학년이고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맞잡은 손이 따뜻했다. 그들이 인사하는 걸 보더니 다른 이들도 속속들이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 내 이름은 척이고 2학년이야. 현재 트럼펫 전공하고 있어!"

"어이, 3학년인 주제에 신입한테 약을 팔지 마! 나는 갤리고, 현재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있다. 학년은 이 녀석과 마찬가지로 3학년이야."


상당히 통통하고 체구가 작은 소년같은 남자의 뒤를 이어 왠지 관악기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가 차례로 인사를 건넸다. 척, 갤리…. 하나하나 열심히 외우고 있던 토마스의 어깨를 누군가 팡팡 때렸다. 아픔에 뒤를 돌아보자 덩치 큰 흑인이 뒤에 서 있었다. 키가 꽤 컸고 전체적으로 선해보이는 인상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내 이름은 알비. 지금 이 '글레이드' 팀의 리더이자 작곡가 겸 지휘자를 맡고 있지."


잘 부탁해. 눈을 찡긋거리며 토마스의 머리카락을 북북 쓰다듬던 남자, 알비가 뒤로 물러나 제 동료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모여 있는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토마스는 이 멤버들 모두가 외모도 국적도 전공도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성격들도 개성이 넘치는 것 같은데 그렇게 허물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러다가, 토마스는 문득 구석에 기대 있던 금발머리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 봤을 때는 요정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요정은 장난끼도 많은 모양이었다. 자신을 향한 눈길에 뉴트는 벽에 기대있던 몸을 일으키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앉아 있는 토마스의 앞에 선 뉴트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아까도 소개했지만 난 뉴트. 여기 헬퍼를 맡고 있고, 현재 첼로 전공 3학년이야."

"선배…. 였습니까?"

"어쩌다 보니. 뭐,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뉴트의 입꼬리가 선선히 올라갔다. 토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뉴트의 얼굴이 해사했다. 내밀어진 손을 꼭 잡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글레이드에 온 걸 환영해."



*


연주를 할 때의 녀석들은 평소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첫째, 녀석들은 악보를 잘 보지 않는다. 보통 긴 곡들은 악보를 보고 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들은 악보보다는 상대의 눈을 본다. 서로에게 흘깃 눈길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음을 맞춰가는 것이다. 둘째, 잘 웃는다. 각 과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들의 모임이라는 명성답게 연주 하나에는 수많은 피드백과 다툼이 일어났다. 이게 낫다느니 저게 낫다느니, 올라가기 바로 직전까지 투닥거리면서도 막상 무대에서 연주를 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듯이 웃는 것이다. 마치 이 순간만으로도 행복해 견딜 수 없다는 것처럼. 그들은 연주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장난끼도 다분했다. 연주 솜씨도 훌륭하고 서로서로 호흡도 잘 맞는다. 팀으로서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하지만 연주를 하다가도 문득 장난끼가 드는지 한 명이 갑자기 템포를 바꾸기 시작할 때가 있다. 그러면 보통 어그러지기 십상인데 이 녀석들은 오히려 어디 해봐라라는 식으로 그 템포를 따라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다른 리듬을 섞는다. 그러면 이제 너도나도 자기 쪽으로 흐름을 끌어오기 위해 역량을 발휘하려고 한다. 조용한 쟁탈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 마치 주도권을 두고 다투는 것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걸 끝낸 후 박수소리를 받는 얼굴들에는 환희가 차 있다. 그러고는 내려오면서 다음에는 내가 이길 거라느니 그런 소리들을 한다. 그런 그들의 유대가 토마스는 가끔 부러울 때가 있었다.


"뭐, 그거야 너보다는 오래 같이 지냈으니까 그렇지."


너도 꽤 빨리 적응했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민호는 토마스의 등을 팍팍 쳤다. 팀 내에서 유일하게 같은 학년이다 보니 자연스레 토마스는 민호와 가장 빨리 친해졌다. 학년이 같다보니 가끔 이것저것 수업이 겹치기도 하고 가치관 면에서도 맞는 면이 많았다. 그래도 살짝 걱정하는 듯한 토마스의 얼굴에 민호는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쭉 폈다.


"야, 그렇게 따지면 나도 처음부터 막 친해진 건 아니야. 하물며 아직 들어온 지 두 달밖에 안 된 네 입장에서는 조금 거리감을 느껴도 어쩔 수 없지 뭐."

"그러려나."

"그래, 그리고 솔직히 친한 걸로만 친다면 리더랑 헬퍼가 가장 친할 걸? 두 사람이 지금의 글레이드 팀을 만든 장본인이니까."


지금의 글레이드를 만들고 계획을 짠 건 알비, 과를 돌면서 단원들을 모아온 건 뉴트라고 들었다. 어쩌면 저렇게 능력 있는 녀석들만 골라오는지 모르겠다고 민호는 혀를 내둘렀다.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팀원들 하나하나가 꽤나 성격이 드센데, 저 자존심 센 녀석들을 정말 수월하게 팀으로 끌어들인단 말이야. 가끔 신기해."

"넌 어떻게 들어왔어?"

"역시나 스카웃. 솔직히 엮일 일도 전혀 없는 사람이라 나도 이름이나 얼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피아노 치는 걸 듣더니 자기 팀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하더라. 정말 수상하기 짝이 없었지."

"용케 수락했네."

"왠지 저 사람은 뭐랄까, 묘하게 거절할 수가 없잖아."


늘 웃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박력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토마스도 그에 공감했다. 실제로 첫 만남부터 꽤 수상하다고 생각했음에도, 결국 아무 말 없이 따라간 전적이 있지 않던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이나 행동거지들은 가끔 그가 어린아이인지 어른인지 헷갈리게 한다. 실력으로는 이미 프로를 능가하는 첼리스트지만.


"뭐, 그래도 말이야. 들어오니까 재미있고 난 만족해. 너도 그렇잖아?"


털털하게 웃는 민호가 제 옆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에 토마스는 마주 웃어주었다.


"그러게."


즐거워.



FIN.



 마지막이 좀 이상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셔요ㅠㅅㅠ



※ 헬퍼(helper): 리더를 돕는 역할. 팀의 부리더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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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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