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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형식에 맞춰서 적은 거라 웹연출과 책의 연출이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Episode 8.

두 명의 블랙캣







어두웠던 밤이 지나고 푸르른 새벽이 밝아오던 시간, 어두운 갤러리 안으로 빛이 살짝 들이치고 있었다. 부서진 벽들 앞에는 「들어오지 마시오」 라고 적혀 있는 노란 테이프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벽 위쪽에는 혹시 그림에 빛이 닿아 손상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새까만 색의 가리개들이 걸려 있었다. 하얀 햇살이 걸려 있는 그림들의 발치를 살짝 비추고 있었다.


이토록 조용하던 박물관의 단잠을 깨운 것은 어떤 그림자였다. 까치발을 살금살금 걸어오던 그가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했는지 천천히 걸어와 어떤 그림 앞에 섰다. 가만히 그림을 올려다보던 그림자가 가볍게 손을 들어 그림을 보호하고 있던 유리를 깨부수고 그림을 꺼냈다.


유유히 사라지는 그의 뒤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좋은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나오는 마리네뜨에게 사빈이 상냥하게 말했다.



“어서 와서 밥 먹으렴.”

“네….”



웅얼거리며 제 아빠의 옆에 앉아 마리네뜨는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접시에 놓여 있던 소세지를 입에 넣으려는 찰나 TV에서는 갓 들어온 소식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의 뉴스입니다.]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소세지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던 마리네뜨의 귓가에 온 파리가 뒤집어질 만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오늘 새벽, 세계적인 명작 「Mona Lisa」 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고 홀연히 사라진 명화의 행방을 찾고 있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그 내용을 이해하자마자 마리네뜨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부모님도 놀라셨는지 TV를 망연히 쳐다보고 계셨다. 마리네뜨는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헐?”





[저번 폭탄 테러에 이어 또 다시 홍역을 앓게 된 박물관에서는 이번 사건의 범인에 강경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뉴스의 화면이 바뀌고, 수사팀 반장이라는 자막을 밑에 띄운 중년의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고 있었다.



[“저희 경찰에서는 이번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에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최선을 다해 도둑맞은 그림의 행방을….”]



뚝, 소리와 함께 TV의 화면이 꺼졌다. 들고 있던 리모컨을 소파에 던지며 펠릭스가 중얼거렸다.



“미쳤군.”



요즘 들어 왜 이렇게 박물관에 꼬이는 미친놈들이 많은지. 한숨을 쉬며 넥타이를 마저 매기 시작한 펠릭스의 주변으로 플랙이 새까만 발자취를 뿌리며 날아왔다.



“오오! 사건인 거야?”

“몰라. 경찰에서 알아서 하겠지.”



평소처럼 단정하게 소매 단추까지 꼭 잠근 뒤, 펠릭스는 옆에 있던 가방을 들고 뒤돌아섰다. 가방 속으로 쏙 들어가는 플랙을 못 말린다는 눈으로 쳐다보던 펠릭스가 이내 미련 없이 거실을 떠났다.





“펠릭스~!!”



언제나처럼 자신을 쫓아오는 마리네뜨의 목소리에 펠릭스는 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왜 아침마다 마주치게 되는 걸까. 정말 스토커 아니야?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마리네뜨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짐작이 갔다. 그런 자신이 짜증나서 펠릭스는 묵묵히 걷기만 했다. 펠릭스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온 마리네뜨가 방긋 웃으며 표를 들었다.



“이번에 나랑 콘서트….”

“안 가.”



딱 잘라 말하자 마리네뜨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지는 것을 보고 펠릭스는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 화들짝 놀란 펠릭스는 방금 전의 상념을 뿌리치겠다는 듯이 빠르게 마리네뜨의 옆을 벗어났다. 살짝 몸을 앞으로 향하며 터벅터벅 걷는 펠릭스의 팔다리가 양쪽 다 똑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보고 있어. 자신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을 마리네뜨를 떠올리며 펠릭스는 한숨을 쉬었다.


예전처럼 매정해지지 못하는 자신이 이상했다. 왜지? 그새 정이라도 든 걸까? 귀찮게 따라다닌다고 질색할 때는 언제고, 나라는 인간이 이렇게 변덕스러웠던가? 아니, 지금도 귀찮기는 했다. 필요 이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성가시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마음이 변한 걸까. 사람의 마음은 늘 변덕스럽다지만 자신에게는 절대 해당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번 공원에서 만났을 때부터인가? 아니면 호텔 연회장?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딘가 출발점이 있었을 텐데.


교실로 향하는 복도를 걸어가는 펠릭스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

바보같긴, 이런 생각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라고. 어차피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도 아까 봤던 녀석의 표정이 밝은 걸 보니 시험은 무사히 넘긴 모양이다. 당연하겠지, 자신이 그렇게까지 시간을 내서 가르쳐줬는데 안 좋은 결과를 받아올 리가 없잖아. 그 때는 그저, 아무 감정도 없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녀석의 얼굴이 신기했었다.


만약 블랙캣이 나라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만, 레이디버그도 사실은 싸우기 싫을지도 몰라요. 사람은 언제나 강하지 않으니까요. 약한 모습도 있다구요. 평범한 여자아이일 수도 있는 거야!’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손댈 수 없다. 본인이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부분은 손대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이건 그 녀석을 꺼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


솔직한 시선으로 나를 파헤치려고 하는 네가 두려워.


절대 말할 일은 없겠지만.


한숨을 쉬며 문을 열자 여느 때와 같은 활발한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



“여, 펠릭스!”



안녕? 반갑게 인사하는 앨빈을 흘끗 돌아보다가 펠릭스는 한숨을 내쉬며 짧게 대답했다.



“안녕.”



그 한 마디와 함께 자리로 가서 앉는 펠릭스에 앨빈은 깜짝 놀라서 후다닥 펠릭스의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와 같이 책을 펴고 깔끔하게 자신을 무시하는 펠릭스에게 앨빈이 물었다.



“왜, 왜 그래?”

“뭐?”

“너 오늘 뭐 잘못 먹었어? 갑자기 영혼이라도 바뀐 거야?”

“…싫으면 말던지.”

“아냐, 아냐! 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오니까 굉장히 당황스럽네. 어메이징해!”



완전 감격했다는 듯이 두 손을 꼭 깍지끼고 중얼거리는 앨빈을 어이없다는 눈으로 올려다보던 펠릭스가 딱 잘라 말했다.



“니 자리로나 가라.”

“에이, 왜 그래 친구~?”

“징그러워.”

“어후, 너무하네. 내가 어딜 봐서 징그럽다는 거야?”

“전부.”



짤막짤막하지만 모두 제대로 대답하고 있는 펠릭스를 보며 앨빈은 그저 싱글벙글했다. 한편, 멀리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앨빈의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제 눈을 의심했다. 개중에는 눈을 비비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야, 내가 꿈을 꾸고 있냐? 앨빈이랑 쟤…, 왠지 대화를 하고 있는 거 같지 않아?”

“같지가 않아가 아니라 진짜야! 헐, 세상에. 저 새끼, 역시 무서운 놈이었어. 저 무뚝뚝한 놈하고 대화라는 게 가능하다니!”

“진짜 몇 주간을 줄창 쫓아다니더니 무슨 마술이라도 부렸나? 난 저 녀석이 대답을 세 번 이상 잇는 것도 처음 봐. 오, 미친.”

“진짜 독한 새끼. 이제 앨빈 저놈은 적으로 돌리면 안 되겠어. 복수도 진심 끈질기게 할 거 같아.”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친구들의 반응과는 별개로 앨빈은 정말로 즐거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앨빈을 참으로 특이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펠릭스는 남몰래 한숨지었다. 뭐가 재밌다고 이렇게 유치한 대화나 하고 있어야 하는지. 더 무서운 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처음만큼 이 상황이 귀찮지는 않다는 거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짜증스레 머리를 긁적이던 펠릭스의 머리 위로 수업 종이 울렸다.





수업이 다 끝나고, 펠릭스는 가방에 교과서를 챙겨 넣고 있었다.



“파트너!”



다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필기구를 집어넣으려는 순간, 가방 속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며 웃고 있는 플랙의 모습에 펠릭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뭔데.”

“나타났어!”

“그래서, 가야 한다고?”

“그렇지~”



능글맞게 웃고 있는 플랙에게 더 이상 묻지 않고 펠릭스는 재빨리 가방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왔다.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사람이 없는 뒤뜰로 나온 펠릭스는 가만히 반지를 낀 손을 올렸다. 검은빛이 번쩍하더니 소년이 있던 자리에서 튀어나온 블랙캣은 빠르게 건물 사이를 넘고 넘어 악당의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로 향했다. 한참을 뛰어가던 중 보이는 장소에 블랙캣은 깜짝 놀랐다.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도난 사건으로 시끌벅적할 텐데 왜 굳이 저기에 나타났다는 거지?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블랙캣은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모르면 몰라도 알게 된 이상 물러설 수는 없다.


루브르 박물관 앞에는 역시나, 수많은 경찰차들과 경찰들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폴짝 뛰어 바닥에 착지하는 블랙캣을 보자마자 좌중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어라? 왜 그러지? 의아한 눈으로 경찰들을 바라보는 블랙캣을 바라보던 경찰 하나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체포해!”



순식간에 우르르 달려온 경찰들이 블랙캣의 주변을 둥그렇게 감싸더니 그에게로 달려들어 팔을 결박했다. 난데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생각하며 블랙캣은 볼멘소리로 말했다.



“뭐하는 짓이에요?! 설마 얼마 전처럼~ 그림을 훔쳐간 악당이 절 감옥에 처넣어 달라는 요구라도 했나봐요?”



빈정거리는 블랙캣에 경찰은 살짝 뜨끔한 얼굴을 했지만, 곧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크, 크흠. 고작 그런 걸로 우리가 널 체포하는 줄 아나?”

“고작 그런 걸로 우릴 사지로 내몰았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그런 일로 네가 저지른 죄를 묻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죄를 짓지도 않았지만, 일단 들어는 보죠. 대체 왜 나를 체포하겠다는 겁니까?”

“흥, 이걸 봐라.”



선두에 선 형사가 내미는 사진을 보고 블랙캣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박물관 내부를 찍은 사진이었는데, 모나리자가 걸려 있는 유리관 쪽으로 걸어가는 누군가가 있었다. 검은색 슈트를 입고 고양이 귀를 쫑긋 세운 누군가.



“헉?”



자신과 똑 닮아있는 그 모습에 블랙캣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외쳤다.



“대체 왜 이놈이 나라는 거예요!”

“이렇게 똑 닮았는데도 시치미를….”

“내가 훨씬 잘생겼구만!”



당당하게 외치는 블랙캣의 한 마디에 경찰들은 모두 말을 잃었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지 그저 씩씩거리는 블랙캣에 경찰들은 더 할 말이 없다 싶었는지 한숨을 쉬었다. 앞에 서 있던 형사가 말했다.



“끌고 가.”






쾅- 소리와 함께 감옥의 문이 닫혔다. 진짜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감옥의 창살을 꼭 잡는 블랙캣을 보며 형사가 말했다.



“그간 파리를 위해 노력해준 것에 대한 예의로, 그림만 무사히 돌려준다면 더 이상 죄를 묻지 않겠다. 그러니 말해. 「Mona Lisa」는 어디 있지?”

“아니, 이건 무슨 개뼉다구같은 소리예요? 제가 그 그림을 훔쳤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유가 없긴 왜 없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인데!”



블랙캣은 그건 무슨 괴상한 소리냐는 표정을 지으며 눈 앞의 경찰을 쳐다보았다.



“그것도 팔 수가 있어야 가치가 있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가 도둑맞았다고 알려졌는데, 그게 경매에 나오면 다들 얼씨구나 하면서 사가겠습니까? 곧바로 신고하지.” 

“경매가 아니라 그냥 암거래를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오, 진짜! 이런 비싼 그림을 살 만한 사람이랑 제가 대체 무슨 인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 모르지. 네 정체가 엄청난 부자라서 그런 쪽으로 인맥이 있을지도.”



경찰의 한 마디에 블랙캣은 속으로 뜨끔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억울했다. 물론 그 뒷모습은 자신과 똑같아 보일 정도로 비슷하긴 했지만 그건 제가 아니다. 혹시, 요정에겐 히어로를 조종하는 능력도 있나? 플랙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변신을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니, 그게 왜 저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변장한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웃기지 마. CCTV 모두 확인했는데, 아무리 봐도 네놈이었다구.”

“네?!”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반문하는 블랙캣에게 경찰이 자못 엄숙하게 말하며 사진 한 장을 던졌다. 팔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진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블랙캣에게 경찰이 다시금 말했다.



“잘 생각해봐. 우리도 시간은 많이 못 주니까. 파리의 언론이 무척 소란스럽거든. 우리는 빨리 성과를 내야 해.”



그 말과 함께 돌아서서 밖으로 나가는 악당을 다시 한 번 붙잡으려다 그만두고, 블랙캣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니 진짜, 이건 또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야?!”



살다살다 도둑으로 몰릴 때도 있군. 짜증스레 중얼거리며 블랙캣은 이를 득득 갈았다.



“애초에 말이지, 왜 하필 모나리자인데? 돈을 노렸다고 해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을 대체 어디다 내다판다는 거냐고~!! 그림의 진짜 값어치를 받으려면 적어도 유명 경매시장에 내놓아야 한단 말이야. 근데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거든. 그리고 도둑맞았다는 게 전 세계적으로 광고된 그림을 대체 누가 사간다는 거야? 이건 나한테 메리트가 전혀 없는 일이라고!”



평소에도 명작이란 굳이 손에 넣기보다는 멀리서 감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였는지라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신념과 위배되는 행동을 한 것도 모자라서 그 죄를 나한테 덮어씌워?



“나를 도둑으로 몰기 위해서 ‘굳이’ 모나리자를 훔쳐낸 것 같은데, 진짜 어이가 없네. 당하고만 있어줄 성격으로 보이나, 이 내가?”



으아아, 비명을 지르며 한참을 짜증내다가 어느 정도 기분이 풀리고 나서야 블랙캣은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자신과 똑같이 생겼지만 절대 자신은 아닌 자.



“…새로운 악당인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루브르 쪽에서 굳이 악당의 기운이 느껴졌다는 것도 수상쩍었거니와, 사태를 보아하니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벌인 것 같고.


자신과 똑 닮은 녀석이라. 이제껏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딱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비눗방울을 불어서 사람을 공격하는 놈도 있고 비둘기를 타고 다니는 놈도 있고, 맨바닥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놈도 있는데. 저번 폭탄 사건 때 마주했던 놈은 심지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다루던 자가 아니었던가. 변신할 줄 아는 악당 한 명쯤 더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어디에 있지?”



자신은 그 악당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자를 어떻게든 찾아내야 누명을 벗을 수 있다는 거다. 그것도 이 좁은 감옥 속에서.



“아오, 미치겠네!”






“생각보다는 수월한 걸?”



살짝 느른하면서 섹시한 목소리가 붉은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검은색의 망토를 걸치고 박쥐 모양의 가면을 쓴 악당이 우아하게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곱슬거리는 연갈색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핸드폰을 귓가에 대고서 악당은 피식 웃었다.



“그래, 식은 죽 먹기지. 하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씌우는 게 얼마나 쉬운데? 조금만 머리를 쓰면 된다구.”



수화기 너머에서 뭐라고 했는지, 악당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아, 이 그림? 뭐~ 진짜 경매장에 내놓았다간 경찰이 블랙캣에 대한 의심을 풀 거 아니야? 그냥 가지고 있어야지. 그럼 영원히 감옥행이겠네~”



불쌍해서 어쩌나. 큭큭 웃어대던 상대는 곧 말을 이었다.



“경찰은 일단 어떻게든 사건을 조용하게 끝내고 싶은 모양인데 그럴 수는 없지. 일단 한 놈은 가둬놨으니, 다른 한 녀석을 처리하러 가볼까?”



그럼 그 분이 무척 기뻐하시겠지.


간단하게 통화를 마치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던 악당이 싱긋 미소지었다.



“자, 어떡할까나~?”






“네?! 블랙캣이 감옥에요?”



놀라는 레이디버그에게 40대쯤 되어 보이는 금발의 남자 경찰이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렇다니까요. 이미 증거가 다 있는데도 계속 아니라고 우기고, 그림이 어디 있냐고 물어도 죄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아니, 근데 정말 블랙캣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럴 리가 없어요. CCTV에 명확하게 찍혔습니다.”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경찰에게 레이디버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그것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조심스럽게 요청하는 레이디버그에게 경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 선선히 대답했다.



“안될 건 없죠.”



레이디버그를 데리고 박물관 안에 있는 관리실로 들어간 경찰이 곧 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을 불러 오늘 새벽의 CCTV 영상을 틀게 했다. 처음에는 어두운 갤러리의 모습만 나오다가 직원이 몇 번 버튼을 돌려가며 조율하자 곧 장면이 드러났다.



“여깁니다.”



레이디버그는 말을 잃었다. 갤러리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온 것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유리관을 부순 것도, 안에 있던 그림을 들고 있던 것도 모두 블랙캣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이상했다. 뭐지? 뭐가 이상하지?


레이디버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했다. 잠깐만 더 돌려줄 수 없겠냐고 부탁하자 직원은 선선히 부탁을 들어줬다. 팬이라고 하면서 악수 한 번만 해달라고 웃는 직원에게 기분 좋게 악수를 건넨 뒤 레이디버그는 다시금 화면에 집중했다. 몇 번을 돌려본 후에야 레이디버그는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림자….”

“예?”

“여기 봐요, 이 블랙캣. 그림자 모양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레이디버그는 급기야 손으로 버튼을 잡고 계속 영상을 돌리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블랙캣이 그림을 들고 박물관을 빠져나가는 장면이었다. 레이디버그가 블랙캣의 발에서부터 길게 늘어져 있는 그림자를 가리켰다.



“이거 보세요.”

“엇?!”



블랙캣의 발에서부터 이어지는 긴 그림자를 본 경찰과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서 있는 사람은 블랙캣이 맞았는데 그림자는 블랙캣의 것이 아니었다. 쫑긋 솟은 고양이 귀가 없는데다 체형도 미묘하게 달랐다. 할 말을 잃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레이디버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블랙캣을 만나야겠어요. 데려다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 하지만 저것만 가지고 무조건 블랙캣이 아니라고 하기엔….”



아직도 우물쭈물하는 경찰에게 레이디버그는 웃으며 말했다.



“얼굴 보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요, 그쵸?”



싱긋 웃으면서도 엄청난 힘으로 자신을 붙잡는 레이디버그의 손에 밖으로 끌려가던 경찰의 핸드폰이 띠리리링 울렸다. 레이디버그의 팔에 끌려가면서도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은 경찰이 잠시 후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라고? 탈옥?!”

“네?!”



그 말에 놀라 돌아본 레이디버그가 재빨리 경찰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갔다. 경찰이 하려던 순간 레이디버그는 다급하게 검지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쉬잇-! 헙, 분위기에 눌려 저도 모르게 두 손을 입으로 틀어막는 경찰을 내버려두고 레이디버그는 스마트폰의 스피커를 켜고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렇습니다! 감옥의 벽을 부수고 탈출한 모양이에요! 심지어 도망친 지 꽤 시간이 지난 거 같아요!]



심지어 이 소란을 틈타 죄수들 몇 명도 같이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빨리 돌아와달라 재촉하는 목소리에 경찰은 다시 레이디버그에게서 핸드폰을 뺏어들고 몇 마디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골치 아프다는 듯 그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탈옥이라니,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인지.”



하아, 한숨을 쉬는 남자의 옆에 서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레이디버그의 옆구리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아직 녀석을 만나기는 좀 어렵겠지만.”



권유해주는 경찰에게 레이디버그는 가방에 손을 찔러넣은 채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전 지금 급한 일이 생겨서 그쪽 먼저 우선시해야 할 거 같아요. 그 바보를 발견하면 나중에 연락 주세요.”

“? 네 그러죠.”



영문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경찰을 뒤로 한 채 레이디버그는 최대한 빠르게 루브르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지붕 위로 뛰어올라 한참을 달려온 뒤에야 레이디버그는 가방에 넣었던 손을 쑥 뺐다. 손에 든 알록달록한 모양의 스마트폰이 지잉지잉 울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레이디버그가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여, 레이디. 안녕~?’

“너 지금 어디야?! 감옥 부숴먹고 탈옥했다는 건 또 뭐야!”



버럭 소리지르는 레이디버그에 조금 놀랐는지 블랙캣이 잠시 멈칫했다가 곧 태연하게 다시 말했다.



‘그건 아직 말해줄 수 없고~ 레이디. 혹시 경찰이 무슨 헛소리를 했다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어. 나는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구.’

“그건 이미 알아, 이 멍청아! 이미 사실 다 확인했어! CCTV에 찍힌 사람은 그림자가 너랑 달랐다구.”

‘뭐야, 그런 것도 있었어? 그래도 사실을 알았다니 다행이네. 사실 레이디가 나를 믿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거든.’

“믿고 있는 게 당연하잖아.”

‘정말로?’



날카롭게 훅 찔러오는 블랙캣의 질문에 레이디버그는 말문이 막혔다. 곤란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블랙캣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화제를 돌렸다.



‘뭐 그건 됐고. 지금 내가 급하게 어딜 들렀다 와야 하거든. 레이디는 지금 한가해?’

“그래, 누구씨 덕분에 곧 바빠질 거 같지만.”

‘그래, 그래. 그럼 부탁 좀 할게. 샹젤리제 거리 중심가에 가면 라뒤레라는 초록색 간판의 마카롱 가게가 있어. 거기 앞에 ‘데니스 브라운’이라는 30대 초반처럼 보이는 갈색 머리카락에 푸른색 눈을 가진 남자가 있을 거야. 그 남자 데리고 내가 말하는 장소로 와줘. 참고로 말은 조심해, 기자거든.’



그 외에도 블랙캣은 몇 마디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할 말은 다 끝났는지 전화를 끊으려는 블랙캣에게 레이디버그는 조용히 물었다.



“…왜 이런 걸 부탁하는 거야?”

‘음, 뭐랄까. 당하고만 있는 건 재미없잖아? 그래서 갚아주려고.’

“갚아준다니…. 어떻게?”

‘그건 아직 비밀. 기대해도 좋아. 이번 일을 보면 아무리 레이디라도 나한테 반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걸?’



즐겁게 웃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통화가 끊어졌다. 끊어진 핸드폰 액정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레이디버그가 피식거렸다.



“하여간 잘난 척은.”



곧바로 샹젤리제 거리 쪽으로 날아간 레이디버그는 블랙캣이 말한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밝은 형광초록색으로 칠해진 간판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하자마자 레이디버그는 재빨리 남자에게로 달려가 남자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어어…! 깜짝 놀랐는지 짧은 감탄사를 내뱉는 남자를 안고 계속 하늘을 달려가는 레이디버그를 신기하다는 얼굴로 쳐다보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왠지 재미있는 자세네요.”

“네?”

“이 나이 들어서 공주님 안기를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헉, 죄송해요. 기분 나쁘시다면….”

“아뇨, 재미있고 좋은데요 뭐.”



처음 겪는 일에도 저렇게 태연하게 구는 것만 봐도 왠지 보통 성격은 아닌 듯 싶었다. 자신보다 작은 여자아이가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상당한 체구의 자신을 안고 가는 것이 놀라웠는지 남자는 잠시 경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보다 되게 신기하군요. 기자라면 피해 다닌다던 영웅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날도 있다니.”

“기자시라고 했죠?”

“네, 「르 피가로」 지의 기자인 데니스 브라운입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데니스에게 레이디버그는 다시 물었다.



“지금 뭘 하러 가시는지는 알고 계세요?”

“몰라요. 저는 오늘 기사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입니다. 이렇게 멋진 레이디께서 데리러 와주실 줄은 몰랐지만요.”

“기사요?”

“네, 기사.”



지붕을 크게 껑충 뛰면서 레이디버그는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처음 듣는다는 듯이 제게 반문하는 레이디버그의 모습에 뭔가를 짐작했는지 데니스가 태연하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



“뭐 가보면 알겠죠.”





“잘 찾아가려나~?”



전화를 뚝 끊고서 블랙캣은 폴짝폴짝 지붕을 건너다니며 필요한 장소로 향했다.


레이디버그의 얘기를 듣고서야 자신이 지금 탈옥한 상태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부숴진 감옥의 벽을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될 불쌍한 간수에게 애도를 표하며 블랙캣은 다시금 하늘 위로 점프했다. 심경은 상당히 복잡했지만.

방금 전에 확인한 사실 때문에.


한 시간 전, 감옥 바닥에 앉아 앞으로의 일을 곰곰이 생각해보던 블랙캣은 머지 않아 탈출밖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아하니 저 무능한 경찰들에게 자신이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몇날 며칠을 여기에 갇혀있을 수는 없었다. 내일 학교를 가야 하는 입장에서 그건 무리한 요건이다. 적어도 오늘 안에 끝을 봐야만 했다.


소리없이 벽을 부수는 것은 쉬웠다. 고대의 재앙으로 벽에 사람 하나가 지나갈 만한 틈을 만들고 밖으로 나왔다. 최대한 조용히, 자신이 사라진 사실을 가급적 늦게 눈치채도록.


계획을 얼핏 수립하기는 했지만 관객이 필요했다. 저절로 뇌리에 떠오르는 누군가의 얼굴이 있었지만 블랙캣은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어떻게 연락을 하지? 아는 사실이라고는 기자라는 직업과 얼굴, 목소리뿐이 없는데.


그냥 아무 곳에나 전화해서 다른 사람을 찾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중 블랙캣은 순간 떠오른 생각에 물끄러미 제 가방을 살펴보다가 가방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혹시 이런 것도 되려나?


반신반의하며 아무렇게나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간 후에 곧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블랙캣은 정말로 깜짝 놀랐다. 저번 파티장에서 만났던 그 기자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그 사람의 전화번호가 없어도 원하는 사람한테 전화를 거는 게 가능하다고?


장난전화인 줄 알고 끊으려는 남자에게 대충 자신이 블랙캣이라고 소개하고 특종에 흥미 없냐고 물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껄껄 웃더니 매우 흥미 있다고 대답하는 기자에게 블랙캣은 만날 장소와 시간대를 얘기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혹시 자신이 진짜 블랙캣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딱히 손해볼 일은 없으니 반신반의하며 나오기는 하겠지.


데리러 가줄 사람은 정해져 있고.


감옥에서 나온 블랙캣이 맨 처음으로 향한 장소는 다름 아닌 파리 시청사였다.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블랙캣은 재빨리 시청사 뒤쪽에 있는 3층 창문으로 훅 뛰어 들어갔다. 분명 이 근처에 관제실이 있을 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람들을 피해 조심히 움직이던 블랙캣의 시선 끝에 관제실이라고 적힌 문이 발견되었다. 누가 오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살금살금 걸어서 관제실 문을 연 블랙캣은 자신을 등지고 앉아 있는 직원의 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툭,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진 직원을 다시 의자에 앉혀놓고 앞에 보이는 수십 대의 모니터 화면을 살펴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엄청나네.”



언제 사람이 들어올지 몰랐기에 블랙캣은 재빨리 파리 전역에 설치되어 있는 교통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켰다. 곧바로 화면들에 각 구를 관통하는 도로와 건물의 모습들이 보였다. 차분히 악당을 찾기 시작하는 블랙캣의 눈동자가 예리하게 빛났다.


악당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음에도 굳이 관제실을 찾은 이유는 느껴지는 악당의 기운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일이 찾아다니기엔 시간이 없으니 파리 전역을 살펴보고 필요한 상대를 찾아내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었다.


가지고 왔던 고양이 발바닥 무늬가 그려진 검은색 리모컨을 관제실 모니터 쪽에 연결하자 곧 바로 앞 모니터에 파리 어딘가의 영상이 떴다. 바람 때문인지 살짝 흔들리기는 했지만 영상을 확인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드론이 제대로 날고 있는가보다 싶어 안심하면서 블랙캣은 일단 교통카메라 정보를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힘이 느껴지던 방향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니 악당들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비둘기 떼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미스터 피죤을 지나, 북동쪽에서 느껴지는 힘의 방향에 설치되어 있는 교통카메라를 모조리 살펴보던 블랙캣은 곧 한 건물을 발견했다. 연결해두었던 드론을 조종해서 건물 위로 띄우자 곧 건물 지붕 위에 유유히 서있는 누군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치렁거리는 검은 망토에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악당을 발견한 블랙캣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녀석인가?”


처음 보는 얼굴인 걸 보니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았지만, 블랙캣이 느낀 악당의 수는 대략 세 명이었다. 또 새로운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니 확인해서 나쁠 건 없다 생각하면서 천천히 방향을 감지했다. 동남쪽 방향. 그쪽 방향에 있는 구의 카메라들을 모두 살펴보았으나 사정권 밖인지 찾기가 불편했다. 에잇, 혀를 차며 블랙캣은 다시금 드론을 움직였다. 그러나 드론이 향하는 방향에 있는 장소를 본 블랙캣의 눈이 살짝 커졌다.



“왜 여기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 블랙캣은 침을 꿀꺽 삼키고, 조용히 드론을 제가 본 건물 쪽으로 움직였다. 하늘 높이 날고 있던 드론은 프랑스 자연사박물관이 위치한 공원 안으로 조용히 날아 들어갔다. 무의식적으로 자연사 박물관의 뒤쪽 숲으로 방향을 잡고 드론을 움직였다. 그리고 블랙캣은 깜짝 놀랐다.

동굴이 있었다.


저번에 몇 번 가봤을 때는 분명히 없었던 동굴 앞에 저번에 봤던 그 하얀 얼굴의 남자가 서 있었다. 문제는 그 남자만이 아니었다. 그 남자의 옆에 서 있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문제였다. 모자를 쓰고 검은색 제복을 갖춰 입고 있었지만 악당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동굴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는데, 개중 몇 명은 악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혼란스러웠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조금 더 가까이 내렸다. 어느 정도 사람의 얼굴이 분명하게 보일 정도까지 아슬아슬하게 내리다가 블랙캣은 문득 창백한 얼굴의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자 위에 수놓아진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건, 분명….


그 순간 제 쪽을 올려다보는 남자에 깜짝 놀라던 찰나, 화면이 꺼져버렸다.


꺼진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블랙캣은 살짝 고개를 내려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저도 모르게 힘을 줘버렸는지 손에 든 리모컨이 박살나 있었다.

쫑긋, 귀를 세웠다. 멀리서 발소리가 들린다. 발소리가 가까이 오기 전에 블랙캣은 직원이 앉아있는 의자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펄쩍 뛰어올라 천장에 붙었다. 잠시 후 벌컥 문이 열렸다.



“야, 살만하냐? 먹을 거 사들고 왔다~!”



발랄하게 소리치는 직원의 등 뒤로 폴짝 뛰어내린 블랙캣은 소리없이 문 밖으로 빠져나와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빠르게 시청사를 벗어나서 자신이 목표한 상대가 있는 장소로 향하면서 블랙캣은 레이디버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뒤 신호음이 끊기고 전화를 받는 레이디버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도하는 제 자신에 블랙캣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믿는다고 말해주는 것에 기뻤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조금만 더 나를 믿어주면 좋을 텐데.


아직 너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가 하기엔 비겁한 말일지도 모른다. 너를 좋아하면서도 온전히 너를 좋아한다고 인정하기에 겁쟁이인 나를 인정한다. 그래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좀 더 나를 봐줘. 나를 의지해줘.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다가 문득 블랙캣은 무척 재미있는 생각을 떠올렸다. 기왕 엿을 먹일 거면 아주 제대로 먹이는 게 좋겠지? 피식피식 웃으며 블랙캣은 다시금 매직박스에서 핸드폰을 꺼내 몇 곳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지 키득거리며 웃던 블랙캣은 곧 생각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파리는 물론 프랑스 전역을 통틀어 가장 큰 기차역이라 불리는 장소.


파리 북역이었다.


곧바로 북역으로 가지 않고 근처에 있는 건물로 숨어든 블랙캣은 곧 발을 동동거리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레이디버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서 와, 레이디!”



반가운 마음에 레이디버그에게로 달려간 블랙캣이 자연스럽게 레이디버그의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휙 손을 빼버리는 레이디버그의 모습에도 좋다고 웃고 있던 블랙캣은 곧 뒤에 서 있던 기자를 발견하고 악수를 청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데니스 브라운 기자님.”

“오…. 천만에요.”



얼떨떨한 얼굴로 악수를 하고 난 뒤 데니스는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반쯤 장난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로 보게 되니 놀랍네요.”

“가져오라고 부탁드렸던 물건은 가져오셨나요?”

“물론이죠. 그래서, 제가 뭘 도와주면 되는 거죠?”

“제가 지금부터 재밌는 쇼를 보여드릴 예정이라서요.”

“쇼?”

“이걸 보시고 최대한 재미있게 기사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블랙캣의 설명을 다 듣고 나자 정말 재미있겠다는 듯이 데니스의 눈이 반짝거렸다.



“어메이징! 정말 재미있겠네요. 하지만 이런 영광을 안을 사람으로 제가 선택된 이유를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기자님이라면 분명 멋진 기사를 써주실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웃으며 대답하는 블랙캣을 보며 데니스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말하기 싫다는 거군요. 뭐, 알겠습니다. 저야 이런 특종을 거절할 이유는 없지요.”



시원시원하게 응수하는 데니스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블랙캣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그려졌다.



“그럼 갈까요.”






“그 녀석이 탈주를 했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악당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북역 지붕 위에 서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던 중, 난데없이 걸려온 전화가 가져온 뜻밖의 소식에 악당은 다시금 계획을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행동할 줄은 몰랐다. 생각만큼 만만치는 않다는 건가. 수화기 너머 상대방이 뭐라 말하는 것을 들으며 그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래, 분명 나를 찾아오겠지. 그 전에 수를 써야겠어.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쪽 일이나 잘해.”



뚝, 전화를 끊으며 악당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악당의 그림자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운이 악당의 온 몸을 덮더니 검은 고양이 수트를 입은 누군가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그게 네 능력이구만.”



휙 돌아서는 악당의 앞으로 블랙캣이 탁 내려섰다. 웃고 있는 블랙캣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그가 말을 툭 내뱉었다.



“뭐야, 너. 뭔데 나랑 똑같이 생겼어?”



정말 자신인 것마냥 당당하게 말하는 상대를 보며 블랙캣은 혀를 쳤다. 이것 봐라?



“어딜 봐서 니가 나라는 건데? 아무리 봐도 내가 더 미남이잖아!”

“웃기시네. 가짜 주제에 헛소리하지 마. 어디 여기서 진짜가 누군지 가려볼까!”



그 말과 함께 블랙캣의 모습을 한 악당이 블랙캣에게로 달려들었다. 재빨리 악당의 합을 받아내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악당은 그걸 막아내고 다시금 반격을 시작했다. 엎치락뒤치락 엉겨붙어 싸우던 두 사람에게로 레이디버그가 달려왔다.



“블랙캣!”

“오우, 레이디.”



바닥에 깔려 있던 블랙캣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에 레이디버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일단 두 사람 좀 떨어져줄래?”



그 말대로 뒤로 물러나는 두 사람의 발끝을 유심히 보던 레이디버그는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한 녀석에게 달려들어 그의 복부를 세게 발로 찼다. 그 순간 레이디버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사람의 배가 아니라 단단한 목판을 걷어찬 것만 같은 이질감.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걷어차인 배를 붙잡고 뒤로 물러난 블랙캣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는 레이디버그에 더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곧 모습을 바꿨다. 그림자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는 검은 연기와 함께 원래의 모습을 드러낸 악당이 레이디버그를 노려보았다.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침묵을 깨뜨렸다.



“어떻게 나란 걸 알았지?”

“그걸 알려줄 의무는 없는걸? 넌 누구야?”

“내 이름은 셰이드 플뢰르. 생각보다는 머리를 굴릴 줄 아는 모양이군. 벌써 나를 찾아내다니.”

“과연, 역시 그림자 술사였나.”



중얼거리는 블랙캣을 옆에 두고 레이디버그는 크게 소리쳤다.



“자, 이제 순순히 말하지 그래. 모나리자는 어디 있어?”

“흥,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내가 그걸 알려줄 이유는 없잖아?”



코웃음을 치며 악당은 제 그림자 위로 손을 뻗었다. 그림자 속에서 온통 새까만 검이 튀어나와 악당의 손에 들어갔다. 깜짝 놀라는 두 사람에게로 검이 날아들었다. 둘 다 양 옆으로 몸을 돌려 휘둘러지는 검날을 피하기는 했지만, 곧바로 다시 덤벼드는 악당의 검을 레이디버그는 두 손을 내밀어 붙잡았다. 내리찍으려는 악당과 어떻게든 버티던 레이디버그가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러던 중 셰이드 플뢰르가 싱긋 미소지었다. 에? 놀라던 찰나 레이디버그의 손에 있던 검이 먼지처럼 스러졌다. 동시에 레이디버그의 뒤에서 날카로운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가만히 있어, 레이디!”



블랙캣이 재빨리 달려들어 그림자를 발로 걷어찼다. 블랙캣에게 얻어맞고 잠시 주춤하던 그림자는 곧 스르륵 바닥에 있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림자가 사라지는 순간 블랙캣은 뭔가 생각났다는 얼굴로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그림자에 스며들어 사라지는 구슬을 보며 블랙캣이 가만히 중얼거렸다. 과연.



“저기, 레이디.”

“왜?”

“모나리자를 어디에 숨겼는지 알 거 같아.”

“정말?! 어딘데?”



놀라서 되묻는 레이디버그에게 블랙캣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녀석의 배를 한 대쯤 더 쳐줘야 할 거 같은데. 가능하겠어?”

“해볼게.”

“그리고 제대로 설치해놨지? 그거.”

“물론.”



웃으며 대답하는 레이디버그와 달리 블랙캣의 낯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미안, 덕분에 무기도 사용 못해서.”

“괜찮아. 난 너보다 강하니까!”



당당하게 말하며 싱긋 웃는 레이디버그의 표정에 그래도 좀 기분이 나아졌는지 블랙캣은 웃으며 말했다.



“좋아, 해볼까. 그나저나 이제 슬슬 나타날 때가 됐는데.”

“뭐가?”

“비밀. 벌써 알면 재미없잖아?”



싱글싱글 웃는 블랙캣을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레이디버그는 곧 생각을 접었다. 알아서 하겠지. 그를 뒤로 한 채 셰이드 플뢰르에게로 달려들었다. 다시금 검을 빼든 셰이드 플뢰르는 마치 펜싱하듯이 검을 앞으로 찔러가며 레이디버그의 급소를 노렸다. 막기가 애매해 무작정 피하기만 하며 빈틈을 노리던 레이디버그는 한 순간 발견된 틈을 파고들어 셰이드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넣었다.


이번에는 느낌이 있었다.


커억,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가는 셰이드의 뒤로 블랙캣이 날아들어 목을 한 손으로 붙잡았다. 발버둥도 치지 못하게 목덜미를 꽉 붙잡고 악당의 모습을 그려내는 그림자에 세게 주먹질을 했다. 강한 힘으로 내리치자 그림자가 움찔거리더니 그 속에서 상당한 크기의 무언가가 튀어올랐다. 액자에 담겨 있는 커다란 그림을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액자 틀만 붙잡고 받아낸 블랙캣이 제 앞에 놓인 명화를 넋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역시 그림자 속에 숨겨두고 있었나.”



그 말과 함께 블랙캣은 붙잡고 있던 셰이드의 몸을 바로 옆으로 세게 던졌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셰이드를 본체만체하며 가방에서 유리관을 꺼낸 블랙캣이 그림을 그 속에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심한 충격을 주면 토해내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대로라 다행이네.”

“이 자식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죽일 듯이 자신을 노려보는 악당에게 블랙캣이 피식 웃으며 충고했다.



“아, 맞다. 어서 도망가는 게 좋을 거야.”

“뭐?”



그 말과 함께 사방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악당은 물론 레이디버그도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갖 로고를 단 헬리콥터들이 그들이 있는 장소로 날아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멍하게 그 장면을 쳐다보고 있던 악당에게 블랙캣이 씨익 웃으며 정답을 들려주었다.



“방송사에 연락해놨거든. 특종 잡을 생각 없냐고 말이야.”

“이…!!”

“눈에 띄어봤자 좋을 게 없잖아? 더 일을 벌이면 좋을 게 없을 텐데. 어서 꺼지시지.”



웃으면서 말하지만 뼈가 있는 블랙캣의 한 마디에 악당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곧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악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깨닫자마자 블랙캣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캠코더 제대로 설치해놨지?”

“그럼.”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디버그는 뒤쪽으로 후다닥 달려가더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잡고 들어올리는 모션을 했다. 허공에서 반투명한 천이 벗겨지더니 바닥 위에 고정해둔 캠코더가 나타났다.


레이디버그의 매직박스에서 꺼낸 카멜레온 천이었다. 덮어놓으면 주변의 사물과 섞여들어서 육안으로는 발견할 수 없도록 만드는 특수한 재질을 가진 천. 그 밑에 있던 캠코더를 수거하면서 레이디버그가 재잘거렸다.



“말도 마. 진짜 이쪽으로 오지 않게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빌린 물건인데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떡하겠어?”

“그러게.”

“저기 오는 방송국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에 어서 숨겨야지. 나중에 그 기자분한테 갖다드려야 하니까.”



사람들이 그 그림 보고 되게 말이 많을 거라며 웃고 있는 레이디버그와는 달리 블랙캣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점점 엷어졌다. 뭐라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블랙캣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레이디, 진지하게 들어줘.”

“응?”



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디버그에게 블랙캣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 악당들은 우연히 파리에 나타난 게 아닌 거 같아. 뒤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이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어? 호크모스 말하는 거야?”

“……호크모스?”

“너 몰라? 또 다른 미라큘러스를 가진 히어로인데 다른 사람에게 변신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저기, 블랙캣? 표정이 왜 그래?”



충격을 받은 것처럼 갑자기 안색이 새하얗게 변한 블랙캣의 모습에 레이디버그는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블랙캣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이디버그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너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하지 않았어?”

“…아무것도 아니야. 잊어버려. 그나저나 많이도 왔네~”



다시금 웃는 얼굴로 돌아와서는 아무렇지 않게 굴고 있지만 레이디버그는 블랙캣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그가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처럼.





다음 날, 파리 시내는 또 한 번의 특종을 맞아 떠들썩했다. 「모나리자 도난의 진실!」 이라는 문구를 달고 제 1면을 장식한 기사에는 전날의 사건에 대한 진실과 더불어 경찰의 무능함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었다. 캠코더에서 찍었던 악당의 변신 장면이 그대로 찍혀 기사에 그대로 게시되었으며, 덕분에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수백 개가 넘는 항의글이 올라왔고, 계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기사의 바로 옆에는 감옥이 부숴졌을 때 같이 탈주한 흉악범 몇몇의 얼굴 사진도 작게나마 실려 있었다.



“파트너~ 표정이 왜 그래? 의도한 대로 다 잘 됐잖아.”



생각한 대로 다 이루고도 표정이 전혀 밝아보이지 않는 펠릭스를 플랙이 걱정스럽게 불렀다. 읽고 있던 신문을 의자 앞에 있던 테이블 위로 던지며 펠릭스는 앉아 있던 안락의자에 살짝 머리를 기댔다. 가만히 중얼거렸다.



“…너무 얕잡아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엥?”

“……아니야, 아무것도.”



청회색 눈동자가 스르륵 감겼다.





-9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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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악당의 등장이네요.

이름은 셰이드 플뢰르(Shade Fleur)! 그림자의 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매우 귀찮게 해줄 악당 하나가 또 등장했네요.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7화에서 나온 마임맨이 꺼려하던 상대가 바로 이 분이랍니다.


8편은 제목에서부터 눈치채셨겠지만 한국 에피소드 기준으로 3화의 카피캣 에피소드를 오마주했습니다.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다른 분위기를 적어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을지 모르겠네요ㅇㅁㅇ)


9화도 작업 중이랍니다. 일단 줄간격만 대충 정리하고 있으니 빨리 올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재판 시기를 적어놓지 않은 거 같은데 내년 1월입니다.

9월 둘째주 안으로 12화까지 업로드해두려고 합니다 ㄷㄷ

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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