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c="https://code.jquery.com/jquery-1.12.4.min.js" integrity="sha256-ZosEbRLbNQzLpnKIkEdrPv7lOy9C27hHQ+Xp8a4MxAQ=" crossorigin="anonymous">

※ 시드사운드의 [조각나비] 라는 곡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이 곡 좋아요^~^

※ 꼬강이 위주 독백입니다.




[투림] 조각나비


WRITTEN BY. 리네







살랑 부는 바람이 눈가에 스치운다.


비가 개인 직후라, 유난히 맑은 하늘 위에는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살포시 걸려 있었다. 조물주가 붓으로 그려놓은 듯이 푸르고 넓은 들판의 흙은 축축하게 젖어서 질척거렸고, 잎사귀 끝에 매달려 있던 작은 물방울들이 바닥을 향해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사방이 적막했다. 숲에선 흔하다던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들판을 지배했다. 들리는 거라곤 오직 바람이 잎사귀를 세차게 훑고 지나가는 그 소리 하나뿐.


아무도 없는 너른 들판 한가운데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이제 막 중학생쯤 되었을까, 어린 티를 벗어가는 작은 소년이 하늘을 바라보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그저 위를 올려다보는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데도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보이지 않는 길을 천천히 되짚어보는 듯한 시선이 못내 처연하다. 입술을 달싹거리던 소년이 이내 다시 입을 다문다.



‘벌써 이렇게나 시간이 지났구나.’




아득히 먼 날도 어젯밤 꿈처럼

추억의 물결을 따라 흘러와




아니, 사실 그렇게 오래 지난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1년 남짓 지났을까.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떠오르는 수많은 기억들이 저를 혼란스럽게 한다. 아른거리는 장면들이 제 머릿속을 채우고 그 날의 감정들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잊겠다고 결심했고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인데. 




아른거리는 그 날의 풍경은

모든 걸 주고 그린 그리움




이 곳에는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 맹세했었다. 마지막을 기억하게 만드는 장소 따위에 오고 싶지 않았으니까. 미친 듯이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을 수 없는 존재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건 이제 그만두고 싶었다. 좋은 추억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울 뿐이어서, 행복한 꿈을 꾸다가도 깨어났을 때 남는 건 고통뿐이어서. 그래서 모든 걸 잊고 싶었고 잊어가고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 다시 여기에 오게 된 걸까. 그냥 평소와 같이 집으로 가려고 학교를 나섰을 뿐이었는데. 마침 비가 왔을 뿐이었는데.


다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쓰고 있던 우산은 어디로 갔는지 이미 제 손에 없었다. 도착하기 전까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정신없이 달렸을 뿐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개어 있는 맑은 하늘 아래에서 시야에 들어오는 건 온통 푸른빛.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그 풀밭 사이로 천천히 걸음을 디뎠다. 한참을 걸어 어느 한 지점에 섰을 때,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아- 여기다.


내가 당신을 떠나보낸 자리가.




비 개인 하늘로 비단결 날개가

돌아보지 않고 떠나간 자리




엄밀히 말하면 떠나보낸 건 아니었다. 그저, 보지 못할 뿐. ‘그 날’ 이후로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귀찮게 따라붙던 영충들도 귀신도, 저승사자였던 당신의 모습조차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사무실에 찾아가 보았지만 이미 매각된 장소라는 문구만이 눈에 처절하게 박혔다. 당신의 흔적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타들어가는 이 아픔 끝에는

상처가 되어 남은 그리움




당신은 언젠가 나를 떠나겠다고 했었다. 저승사자와 인간은 함께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속한 세계가 다르다고. 그러면 나는 늘 볼을 부풀리며 화를 내곤 했었다. 내가 누구랑 같이 있는가를 정하는 건 내 마음이라고.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얼굴이 떠오른다. 안개 속에 감춰진 것처럼 뿌옇기만 하던 당신의 얼굴이 왜 여기 와서는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 기억하느니만 못하다. 차라리 아예 떠오르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이리 가슴이 찢어지도록 고통스러울 바에는.




버려진 마음 깨져버린 조각을 모아

소리 없이 노래 하는데




헤어짐이 올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다. 삶과 죽음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잔인한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게 그렇게 급작스러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당신을 보내던 날에는, 비가 왔었다.


근래에 드물던 폭우였다. 축축하게 물드는 습기와 더불어 짙은 음기가 사방을 지배했던 날. 힘을 얻고 날뛰는 수많은 악령들을 제령하기 위해 당신은 목숨을 걸었고, 죽을 위험에 처했었다. 당신이 죽기를 바라지 않았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방법을 찾았고, 당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 영력을 모두 쏟아부어도 모자랄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주저하지 않았다. 당신이 정말로 살기를 바랬으니까.


비가 개이자마자 당신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때는 그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다. 살아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왜 그리 무거웠는지. 무엇에도 쫓기지 않으면서 쫓기는 것처럼 발걸음이 점점 급해졌다. 어떻게 왔는지도 모를 만큼 순식간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던 저승의 존재들이 지우개로 싹 지워버린 것처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공포를 느꼈다. 처절하게 깨달았다. 당신과의 교차점이 사라져 버렸구나.


이제 나랑 당신은, 정말 안녕이구나.




귀 먼 나비도 이제 떠나갔다고

눈가를 스치는 바람




나비는 영혼을 상징한다고 한다. 당신이 화려하고 강해 보이지만 비에 한없이 약한 나비는 정말이지 당신과 닮아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스스로 조각내버린 당신의 모습을, 추억을 하나하나 끼워맞춰가다 보니 문득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상여를 짊어지고 가던 상여꾼들이 노래를 불렀어.’

‘헤에, 내가 본 장례식에선 안 부르던데?’

‘지금이야 상여 대신 차를 사용하니까 그렇지. 그 때는 대부분 무덤까지 먼 길을 가야 했으니까. 지금이야 장의사에 영구차까지 다 있는데 한가롭게 노래 부를 틈이 어딨냐?’

‘그런가?’

‘가는 사람을 애도하기 위해서기도 하고.’



평소와 달리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찰나의 추억. 당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전히 저승사자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혹시 이 근처에 있을까. 보이지는 않지만, 아직도 내 곁에 머물러 있을까. 여전히 맑게 개인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눈이 아팠다.


심호흡을 했다.




가만히 쉬어 가던 나비를

가녀린 그를 위해 부르던 노래




올린 고개가 슬슬 아파왔지만 내릴 수가 없었다. 그 한 순간에 당신의 모습이 스쳐 지나갈까봐. 부질없는 희망이라고 해도 버릴 수가 없는 이 마음이 서글프다. 천천히 입을 열어 무언가를 내뱉으려 했지만 차가운 숨소리만이 고요히 허공을 범람할 뿐이었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입술을 움직였다. 짜디짠 눈물이 혀끝으로 번져간다. 말 한 마디 내뱉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건 노래니까. 이미 떠나간 너를 위해 부르는 무언(無言)의 노래. 들리지 않을 것임에도 계속 부르는 이유는,


네가 그리워서라.


아마 나는 당신이 계속 그리울 거야.




듣지 못하는 이를 위해 들리지 않는 노래 부르네

아득히 먼 날 꿈보다 짧았던 그 날….




인생에서 극히 짧을 그 순간들이 나는 너무나 그리울 것이라서.


설령 듣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이렇게 아파하는 나를 몰라도 돼. 하지만,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부디 당신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그리운 존재로 남아 있기를. 나를 쉽게 잊어버리지는 말아줘. 울컥 쏟아지는 마음이 계속해서 눈물을 뿌렸다. 갑자기 한심해졌다. 당신을 본 마지막 장소라는 이유만으로 이리도 미련을 놓지 못하는 자신이.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 비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다가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에, 눈을 크게 떴다.


하늘을 물들인 고운 무지개 너머로 팔랑거리며 날아가는 푸른 무언가를 본 것만 같아서. 저도 모르게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금세 맑아진 시야에는 여전히 세간에서 말할 법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여전히 태양과 구름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하늘. 헛것을 본 것일까.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금방 사라진 그 순간을 떠나지 못하고, 여전히 눈을 떼지 못하고.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기다린다.








===


간단히 설명을 들어가겠습니다. 간만에 본진으로 돌아왔네요!


꼬강이가 화자고 강림이가 나비. 사실 조각나비의 가사가 많이 몽환적인데 저는 나비란 노래 부르는 사람이 기다리는 존재인 것과 동시에 그와의 추억이 아닌가 싶었거든요. 추억=그 의 개념이랄까? 그래서 쓰면서도 도입을 해 보았습니다 ㅇㅇ!


중간에 노래 가사를 좀 삽입했어요. 기울기가 되어 있는 대사들이 노래 가사입니다! 실제 가사에선 화자가 울지 않고 그냥 웃는데 꼬강이는 성격상 좀 울 거 같아서 그냥 울렸습니다^ㅁ^..


중간에 보시면 알겠지만 강림이랑 꼬강이는 물론 둘 다 살아 있습니다.(한놈은 저승사자지만) 다만 꼬강이가 영력이 없어져서 더 이상 강림이를 만나지 못하는 걸로 설정을...^^


고메느낌 나는 노래라고 해서 들어봤는데 오 좋더라구요! 여러분도 들어보세요 좋습니다>_<

노래를 영업해주신 리야님께 감사를+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I.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