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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의 팬픽입니다.

※ 본편물이에요.



[아드마리/캣버그너는, 그리고 나는-






“네가…, 좋아.”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겨우내 내뱉은 목소리의 끝은 조금 떨리고 있었던가. 한참이 지나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에 소녀는 다시금 숨을 들이켰다. 오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꽤 어려웠지만, 어딘지 후련한 것은 사실이었다.


긴장한 탓일까, 주변의 공기가 온 몸을 죄여오는 것만 같았다. 두 손을 뒤로 숨기며 살며시 마주잡았다. 터질 것 같이 뛰어대는 심장과 지금 이 순간의 정적을 견디는 것은 그녀에게도 꽤 고역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익숙하지는 않았다.


길어지는 침묵에 그녀는 소년의 얼굴을 마주하기가 두려워졌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었기에, 소녀는 당장이라도 뒤돌아서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그저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꽉 쥐어둔 주먹이 바르르 떨렸다.



“미안.”



그 한 마디에 그녀는 퍼뜩 고개를 치켜들고 소년을 쳐다보았다. 정말로 곤란한지 표정을 살짝 일그리면서도, 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하는 아드리앙의 모습에 마리네뜨는 조금은 서글프게 눈가를 일그렸다. 진심이구나.


저런 면이 좋았다.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누구에게나 진지하고 다정한 너의 그런 점이 좋았다. 밝고 상냥하지만 네가 보이는 것만큼이나 편안한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너는 남의 진심을 함부로 무시한 적이 없었다. 이제껏 네게 고백했던 애들에게도 모두 그랬음을 안다. 그게 네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라는 것도 알고. 그런 너의 상냥함을 알기에, 너를 좋아하게 됐던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너무 아프다.



“난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어.”



욕심이었는지도 몰라.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을 때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었는데, 처음에는 인사로 시작했다가 점점 대화를 주고받게 되면서 약간의 희망을 품었던 건지도 모른다. 네가 정말로 나를 좋아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그런 희망.


한쪽 눈가를 찡그리면서, 아드리앙은 뻘쭘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마리네뜨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 아니야.”



괜찮아. 마리네뜨는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그에게 부담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애초에 마음대로 좋아하게 된 건 자신이고, 그가 책임져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거절당할 거라는 것도 막연하게 짐작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막상 앞에서 듣는 거절은 좀 아프네.


쓰게 웃으면서도 마리네뜨는 애써 태연한 척 아드리앙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차분히 가라앉은 감성 위에 차곡차곡 진심을 쌓아올렸다.


네가 알아줄 거라 믿으며.



“그냥 말하고 싶었어.”



담아두기만 해서는 언제까지고 이 감정에 끌려다닐 것만 같으니까. 차라리 뱉어내면 조금은 후련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후련하긴 하지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힘들구나. 상상했던 것보다 더 단호하게 대답하는 네 눈동자에 서려 있는 건 명백한 애정이었다. 쓰려오는 마음 위로 작은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어떤 여자애일까.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아주 멋진 사람일 거야.



“그래도 난 정말로 너를 좋아하니까.”



그런다고 그를 포기했을 거라면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감정이었다.


너를 그 사람에게서 빼앗겠다거나 그런 생각같은 건 별로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말하는 네 얼굴에 엿보이는 때묻지 않은 진심에 차마 상대가 누구냐고도 묻지 못했다. 알고 나면 더 괴로워질지도 몰라서.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건 진심이야.


설령, 내 마음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해도.


괴로울 정도로 들썩거리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귓가에 윙윙 울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환하게 웃어주었다.


울지 않아.



“네가 어떻든 간에, 나는 계속 너를 좋아할 테니까. 그것만은 기억해줘.”



적어도 네 앞에서는.


뒤로 돌아서자마자 뜨거워지는 눈가를 애써 무시하며, 마리네뜨는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다가 곧장 앞으로 달려나가는 마리네뜨의 눈가로 투명한 눈물들이 조용히 스쳐갔다.




*



털어내지 못한 감정의 싹을 잘라냈어야 했다.



“위험해, 레이디버그!!”



방심했다.


블랙캣이 소리를 질렀을 때는, 이미 제 팔다리에 강력한 끈끈이가 붙어버린 후였다. 예상치 못한 실수에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제 모습이 웃긴지 깔깔 웃어대는 악당의 모습에 어떻게든 끈끈이들을 끊어내려고 발버둥치는 레이디버그에게 악당은 손을 뻗었다. 저게 공격하려는 신호인 것은 알았지만, 몸에 붙어있는 끈끈이들 탓에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날아오는 광선들을 망연히 지켜보다 질끈 눈을 감았다.


…아프지 않아?



“브, 블랙캣!!”



눈을 뜨자마자 제 앞에 보이는 검은 뒷모습에 레이디버그의 입가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반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정신을 잃은 몸이 풀썩 뒤로 넘어졌다. 그녀는 자유로워진 팔다리로 쓰러지는 그를 받아들어 바닥에 뉘었다. 쏟아지는 광선을 온 몸으로 막아내면서도, 그는 그 와중에 고대의 재앙까지 써서 그녀의 몸에 달라붙은 끈적이들까지 제거했던 것이다. 그 재치에 감탄하거나 지금 그의 상태를 살피고만 있기엔 아직 적이 남아 있어서, 그래서 그녀는 다시 악당에게로 달려들었다.


다른 장소로 이동해, 겨우내 악당을 정화하자마자 레이디버그는 재빨리 제가 방금 있었던 곳으로 돌아왔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를 조심스레 안아들었다. 얼굴을 무릎에 눕힐 때까지도 녀석은 그 흔한 신음소리 하나도 들려주지 않았다. 미동조차 없이, 죽은 듯 가만히 있는 블랙캣의 모습에 불안함이 안개처럼 제 몸을 휘감아왔다. 이건 아니었다. 평소였다면, 아무리 장난을 좋아한다 할지라도 분명 이쯤에서 눈을 뜨고 ‘나 불렀어, 레이디?’ 라고 말하면서 눈을 뜨는 녀석이잖아, 너.


일어나, 블랙캣. 일어나라고. 그를 천천히 흔들면서 계속해서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덜컥 심장이 조여들었다. 분명 죽은 게 아닌데, 숨을 쉬고 있는데.


왜, 일어나지 않는 거야.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을 피하지 못했던 건 제가 한눈을 팔았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이 자리에 쓰러져 있어야 하는 건 나여야만 했는데, 쓰러져 있는 블랙캣의 모습에 새삼 제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를 자각했다. 실연의 상처를 부둥켜안는 건 마리네뜨 혼자로 족해야만 했는데.


레이디버그가 되기로 했을 때 맹세하지 않았던가. 이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마리네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자고. 누구든 의지할 수 있고, 의지가 될 수 있는 인물이 되자고. 그 경계를 허물어버린 대가가 이것이던가. 마리네뜨로서 가졌던 미련 한 가닥을 끊어내지 못하고, 내가 감당해야만 했던 것들까지 네게 빚지고. 쉽사리 눈을 뜨지 못하는 블랙캣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눈앞이 점점 흐려졌다. 울컥 뜨거워지는 가슴에 절로 목이 메었다. 떨리는 주먹을 세차게 그러쥐었다.


한심해.


나 자신이. 그 생각과 함께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려, 검은 가면 위로 투두둑 떨어졌다. 요즘 너무 자주 우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소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뼈저리게 와닿는 무력감을 견딜 수가 없어, 그저 조용히 눈물만을 쏟았다. 약한 자신이 그저 서러웠다. 히어로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만은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조차도 아니었나 보다.



“미안해.”



눈을 감고 있는 블랙캣에게 가만히 사과를 건넸다. 미안해. 내 이런 나약함에 너를 끌어들여서. 결국 너까지 다치게 만들어서.


너는 늘 나를 강하다고 말하지.

하지만, 난 전혀 강하지 않아. 자기 마음 하나 다스리지도 못하는 바보일 뿐이야.


무언가 띠띠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마냥 울고 있는 그녀의 눈가에서 떨어진 눈물들이 블랙캣의 얼굴을 가득 적셨다.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눈물 몇 방울이 입술에 살며시 고이자, 그와 함께 블랙캣의 미간이 살짝 씰룩거렸다. 앓는 듯이 작게 신음소리를 흘리던 그가 살며시 눈을 떴다. 뿌옇게 흐릿하던 초록빛 눈동자는 몇 번을 깜빡거렸다.


가면 너머의 소년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는 거야?”

“….”

“넌 볼 때마다 우는 구나….”



또 나 때문인가. 꿈결처럼 멍하니 중얼거리던 블랙캣의 눈동자가 어느덧 선연한 초록빛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미묘하게 바뀌는 표정과 함께 목소리에 경악이 물들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대답이 그의 혀끝으로 굴러나왔다.



“마…, 리네뜨?”

“…어?”



무슨 소리지? 소녀의 손이 반사적으로 제 얼굴을 쓰다듬었다. 손끝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마리네뜨의 안색은 창백하게 변했다. 방금 전에 들렸던 소리는, 변신이 풀리기 전의 경고음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그녀는 영웅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소녀였다.


결코 들키고 싶지 않았던.


누워있던 자리서 몸을 일으키며, 무언가 더 말하려는 블랙캣에게 그녀가 다급히 소리쳤다.



“말하지 마!!”

“어?”

“말하지, 말아줘.”



그렇게만 말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마리네뜨의 팔을 강한 손이 꽉 붙잡았다. 도망치지 말라는 듯이 꿈쩍하지 않는 블랙캣의 손을 뿌리치려 발버둥치는 마리네뜨에게, 블랙캣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네가 마리네뜨였어?”

“말하지 마. 말하면….”

“왜, 어째서. 왜 하필 너야?”

“…왜? 나라서 실망했어?”



울컥하는 마음에 절로 쏘아붙이자 블랙캣은 당황했는지 평소보다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았다.



“아니야, 난….”



무언가 띠띠 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블랙캣의 시선이 제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향했다. 네 발가락이 전부 사라지고 초록빛으로 빛나는 몸통만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가, 블랙캣은 이내 과감히 반지를 제 손에서 빼어버렸다.


검은 가면과 타이즈가 점차 흐릿해지더니 곧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금빛 머리카락과 초록빛 눈동자, 자신을 거절할 때처럼 곤란하다는 듯한 눈빛을 하고서 제 앞의 소년은 웃어보였다. 처참하게 일그러지는 푸른 시선을 애써 마주하면서 소년, 아드리앙은 더욱 힘을 주어 그녀를 붙잡았다. 다시금 움찔거리는 마리네뜨에게, 그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미안해.”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

중간에 한 번 다 날려먹어서 아예 새로 썼습니다.


미안해 마리네뜨 이번엔 네가 굴렀네...

다음 연성은 달달한 거 쓴다고 해놓고 왜 이리 아련한 걸 들고 왔을까요0_0? 앗 다음에는 꼭 진짜로 제대로 된 달달물을 들고올게요...(전력: ㅋ



저도 달달물 좋아합니다 여러분..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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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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