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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에 대한 망상

※ 이랬으면 좋겠지만 이러지 않을 것을 알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곶통






[캣마리] resemblance





“어이, 거기.”



난데없는 난입이었다. 장난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밤의 공원으로 검은 실루엣이 훌쩍 내려섰다. 손에 봉을 들고 빙글빙글 웃으며 다가오는 그림자의 주인은, 블랙캣이었다. 데이트를 방해받은 이블 아티스트의 눈매가 매섭게 좁혀졌다. 한편, 마리네뜨는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미쳤어! 쟤가 지금 오면 어떻게 변신해!


도와주러 온 건 고마웠지만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괜히 일이 꼬일 것 같다는 생각에 마리네뜨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블랙캣은 능글맞게 웃으며 툭 내뱉듯 말했다.



“이거이거, 숙녀분을 데리고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실례잖아. 쯧쯧거리며 그를 도발하는 블랙캣과 달리, 할 수 있었다면 분명 마리네뜨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했을 것이다. 무슨 생각이야?!


이블 아티스트는 그런 그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그의 머릿속으로 호크모스의 지령이 들려왔다.



‘미라클스톤을 뺏어라. 이 자는 지금, 너와 그녀의 사이를 방해하려고 하고 있다.’



적이다. 그렇게 인식한 순간 그는 손에 붙은 타블렛에 재빠르게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나와 마리네뜨를, 방해하지 마!!”



타블렛으로부터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공격들을 착착 피해가며, 블랙캣은 빠른 속도로 그에게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빙긋 웃었다.



“너무 무른 거 아냐?”



그가 어느 새 이블 아티스트의 타블렛에 손을 뻗고 있었다. 잡았다 싶었는데, 초인적인 반사신경을 발휘해 뒤로 물러난 이블 아티스트를 보며 블랙캣은 휘파람을 불었다.



“우와, 꽤 빠른걸.”

“꺄악!!”



갑작스레 제 허리에 닿는 손길에 마리네뜨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블랙캣의 손이 마리네뜨의 허리를 감싸더니 이내 그녀를 번쩍 안아올렸고, 누가 봐도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겨진 마리네뜨의 얼굴에 당혹감이 배어들었다. 반사적으로 발버둥쳤다.



“야, 뭐하는 거야?!”



저도 모르게 허물없이 말한 것을 깨닫고 마리네뜨는 즉시 입을 닫았다. 다행히 눈치채지 못했는지, 블랙캣은 그녀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일단 설명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여길 벗어날까요? 존대를 쓰며 싱긋 웃던 블랙캣이 이야호~ 소리와 함께 하늘로 높게 솟아올랐다. 꺄아악, 비명을 지르며 마리네뜨는 두 손으로 블랙캣의 목을 꽉 붙들었다. 제게 안겨있는 마리네뜨를 보던 블랙캣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My Lady도 이렇게 안겨주면 좋을 텐데. 손을 대기도 전에 곧바로 얻어맞겠지만.


재빠르게 달려 공원을 빠져나가는 블랙캣의 품에 꼭 안겨서, 마리네뜨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지금 그녀는 이 상황에 반쯤 체념한 상태였다. 그래, 일단은 여길 벗어나서 레이디버그로 변신하면 되겠지. 도와주러 온 애한테 뭐라 하겠는가. 저 빌런이 노리는 것은 자신 혼자뿐이니 별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헉!”



공원을 달려 빠져나가던 중 그들의 머리 위로 커다란 무언가가 쿵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거대한 유리상자가 그들의 머리 위를 덮친 것이다. 나름 차분한 블랙캣과 달리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 마리네뜨는 제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유리벽에 경악했다. 이러면 변신을 할 수 없잖아!



“가만히 있어봐요, 레이디.”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불안해하는지 안색이 좋지 못한 마리네뜨에게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자신을 달래려는 듯,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블랙캣을 올려다보는 마리네뜨의 눈동자가 놀란 듯 살짝 커졌다. 평소의 깨방정떠는 모습은 어디다 버려두고. 괜히 진지해뵈는 그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러니까 그래도 좀 영웅같아 보이긴 하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러는 걸까. 이건 마치….


…미쳤어!!


순간적으로 떠올린 얼굴에 마리네뜨는 충격받은 얼굴로 눈을 깜빡거렸다. 묘한 표정을 짓던 마리네뜨가 아무 말 없이 제게서 시선을 돌리는 모습에 블랙캣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뭔가 익숙한 느낌인데?



“레이디.”



레이디라는 칭호가 술술 나오는 것도 그렇고, 괜히 존대를 쓰게 되는 것도 그렇다. 자유로운 고양이인 자신이 이렇게 반응하는 존재는 오직 한 명밖에 없었는데도. 아는 사이라서, 같은 반 친구라서 그런 걸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블랙캣은 괜히 복잡해지는 마음에 마리네뜨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별로 다를 게 없었다. 마리네뜨는 마리네뜨일 뿐이지. 당연한 결론을 내렸을 뿐인데 왜 이렇게 찝찝한 기분이 들까. 그러다가 그는 픽 웃었다. 방금 전 말투가 그녀와 닮았던 탓인지도 모른다. 평소랑 달리 저를 향해 거침없이 뱉어내는 말투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퍽 새로웠다. 그래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마리네뜨를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주었다. 무슨 생각이냐는 듯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에게 블랙캣은 손가락으로 뺨을 긁적거리며 뒤를 가리켰다. 그들의 앞으로 이블 아티스트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 선 블랙캣이 한 손을 뻗어 그녀를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속삭였다.



“이거 없어지면, 재빨리 뒤쪽으로 뛰어요. 내가 시간을 벌어볼 테니까.”

“에?”

“음, 내가 말이죠. 지금 누구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레이디버그?”

“맞아요. 뭐 하느라, 아직도 안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금방 오겠죠. 투덜거리는 것처럼 굴지만, 걱정없다는 듯이 씨익 웃는 블랙캣을 보던 마리네뜨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뭐지, 이거.


왜 자꾸 그가 떠오르는 거지?



“고대의 재앙!!”



소리지르는 것과 동시에 블랙캣은 뒤로 돌아 마리네뜨가 있는 쪽의 벽에 손을 짚었다. 삭아서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유리를 멍하니 보고 있던 마리네뜨에게 블랙캣이 크게 소리질렀다.



“어서 가!!”



이블 아티스트의 분노에 찬 공격을 막아내며, 또 다른 자신을 기다리는 블랙캣을 등지고 마리네뜨는 뛰기 시작했다.


곧 달려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이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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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나오자마자 급삭할 삘이군요 허허허

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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