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마리] In Rainy Day
청명한 하늘 위로 무언가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까만 먹구름이 조금씩 살금살금 걸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곧 우르르 빗방울이 쏟아졌다. 화창한 날씨를 즐기러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모두 갑작스런 봉변에 급히 주변으로 흩어져갔다. 곧장 거리를 내달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버스 정류장이나 근처에 있는 건물 안으로 피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이내 굵어져 매섭게 지면을 때리기 시작했다.
“으앗!!”
짧은 비명과 함께 마리네뜨는 급히 근처에 있는 건물 안으로 피신했다. 문이고 창문이고 없이 뻥 뚫린 우중충한 회색빛의 건물 안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지만, 꽤나 으스스한 장소였다. 재빨리 피신한 덕분에 비를 별로 맞지는 않았지만 상의 쪽은 꽤 많이 젖었다. 머리에 가득 묻은 물방울들을 손으로 탁탁 털어내며 그녀는 비가 내리는 바깥을 짜증스레 내다보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쨍쨍했는데.
“오늘은 재수가 없나, 진짜….”
조금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빗줄기를 멍하니 바라보던 마리네뜨가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진짜. 아침부터 준비물을 잊어먹고 나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수업 시간에는 멍해있다 선생님께 걸리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실수들만 아주 골라서 하는 걸 보니 오늘은 날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재수가 없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에 이젠 바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망했다. 집에는 어떻게 돌아가지?
“으, 춥다….”
마리네뜨는 작게 떨며 두 팔로 몸을 감쌌다. 아직 여름이라지만 가을의 문턱에 다다른지라, 비와 함께 상대적으로 확 낮아진 기온은 젖은 옷을 입고 버티기엔 많이 서늘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배경삼아 주변을 돌아보니 여긴 아무래도 사용하지 않은지 꽤 오래 된 건물인 모양이었다. 퀘퀘한 냄새가 코끝에 확 풍겼고, 어두컴컴한 내부는 어딘지 모르게 음침해 보인다. 굳이 안쪽으로 더 들어갈 생각이 눈꼽만치도 없었던 마리네뜨는 그저 비가 튀지 않게 몇 걸음 안으로 물러서는 것을 택했다.
아, 티키가 있었지.
옆구리에 메고 있던 가방을 열고 티키를 꺼내주려던 순간이었다.
처벅처벅, 무언가 달려오는 듯한 소리에 마리네뜨는 황급히 가방문을 닫고 숨을 죽였다. 잠시 뒤, 거센 빗줄기를 헤치고 발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릿한 시야를 뚫고 제 옆으로 뛰어온 누군가를 알아본 마리네뜨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부드러운 금발과 연한 초록빛 눈동자. 마리네뜨의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점점 커져가는 소리가 그녀의 몸을 뚫고 소년에게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상당히 뛰어왔는지 딱 보기에도 소년의 온 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물에 푹 절은 옷들이 바닥을 향해 축축 쳐졌다. 감싸안고 있던 가방을 이상할 정도로 조심스레 내려놓고,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로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물기를 짜내던 소년이 고개를 휙휙 흔들었다. 머리카락에 맺혀 있던 물기가 고갯짓에 따라 허공으로 흩날렸다.
“아우, 이건 대체 무슨 날벼락이야? 오늘 비 안 온다고 했었는데.”
작게 투덜거리는 혼잣말이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잠깐의 침묵. 자고 있나? 혼자만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보던 그가 확 고개를 들었다. 정면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마리네뜨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마리네뜨?”
“아, 아, 안녕?!”
겨우 더듬거리며 한 마디 했을 뿐인데도 그녀의 속은 타들어갔다. 아드리앙이 제 앞에 있다니! 그러다가 순간, 젖어서 축 늘어지는 옷이나 머리를 퍼뜩 떠올리고서 마리네뜨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머리를 정돈했다. 물에 흠뻑 젖은 건 자신보다 그가 더했지만 그런 건 그녀에겐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물에 젖은 모습조차 멋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콩깍지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
한편 아드리앙은 정말로 놀랐는지 뭔가를 감추려는 듯 두 손을 뒤로 가져다댔다. 허둥지둥 가방을 뒤로 감추며 뭔가 눈치를 보는 듯이 그녀를 흘끔거린다. 마리네뜨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대놓고 안심한 표정으로 그는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너도 여기서 비 피하고 있었던 거야?”
“으, 응!”
“우산이 없는 건 피차 마찬가지인가….”
“나야말로 놀랐어. 너 리무진 타고 다니지 않아?”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며 마리네뜨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하려고 애썼다. 다행히도 그녀에게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건 아닌지 아드리앙은 곤란하다는 듯이 살짝 눈가를 찡그렸다.
“오늘은 날씨가 좋길래 오랜만에 걸어가고 싶어서, 그냥 오지 말라고 부탁드렸지.”
설마 비가 올 줄은.
쓰게 웃으며 그는 들고 있던 셔츠를 두 손으로 들고 툭툭 털었다. 꽤 야무지게 탁탁 폈지만 다 구겨진 셔츠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아드리앙, 그리고 그걸 멍한 얼굴로 지켜보는 마리네뜨. 기묘한 정적이 두 사람 가운데 내려앉았다. 쿵쿵 뛰는 심장소리가 싸하게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침묵에 섞여들어간다.
아드리앙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천천히 살펴보는 기회는 정말 흔하지 않았다. 일단 그는 자신과 거의 접점이 없었고, 어쩌다 기회가 생기더라도 제가 바보짓을 해서 분위기를 망치곤 했다. 쭉 뻗은 콧날이나 상냥한 눈동자, 부드러운 입매. 저 작은 얼굴에 어떻게 저 많은 게 다 들어가지? 물에 젖어서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숨이 막힌다.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이젠 아플 지경이다.
잠깐, 그럼 여기에 아드리앙이랑 나랑 단 둘뿐이야?
퍼뜩 정신이 들자 상황이 명확하게 다가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여기는 아무도 없다.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비의 장벽 속에 단 둘이 갇혀 있는 상황.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와 함께 얼굴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앞머리를 살짝 들어올리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는 아드리앙의 모습에 현기증이 날 것 같아 마리네뜨는 눈을 꽉 감았다.
아, 아직 나는 마음의 준비가…!!
“마리네뜨?”
헉. 가까이서 들리는 목소리에 마리네뜨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살며시 눈을 뜨자, 몇 걸음 앞까지 성큼 다가온 아드리앙이 이상하다는 듯이 마리네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들고 있던 셔츠는 가방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고, 물에 젖어 착 달라붙은 티셔츠가 몸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드리앙의 몸 쪽으로 자꾸 향하려는 시선을 애써 얼굴 쪽으로 돌렸다. 자신을 걱정하는 듯한 그 표정에 괜히 민망해진 마리네뜨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녀는 황급히 대답했다.
“어, 어?!”
“무슨 생각해?”
“무슨 생각하긴! 당연히 니 생가….”
“뭐라고?”
“으, 응?! 내, 내가 뭐랬더라? 아, 그니까 비, 비는 언제 그칠까 하고!”
두 손을 빠르게 내저으며 허둥지둥 말하다가, 퍼뜩 놀란 눈으로 제 입을 틀어막고 눈치를 보는 마리네뜨를 얼떨떨한 얼굴로 쳐다보던 아드리앙의 입가에서 풋,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하하하하…!”
뭐가 그리 웃긴지 아드리앙은 크게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청량한 웃음소리가 메아리처럼 공간을 뒤덮고,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어우러졌다.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는 그의 목소리가 마리네뜨의 가슴 한 구석에 스며들었다. 평소처럼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는 미소가 아니었다. 아이처럼 장난스럽게 거리낌없이 웃는 얼굴에는 평소의 어른스러움은 찾아볼 수가 없었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가 정말로 기분 좋아 보였으니까.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마리네뜨가 저도 모르게 툭 한 마디를 내뱉었다.
“…멋지다.”
“어?”
“어?! 아니아니, 너 그렇게 웃는 거 처음…, 봐서?”
그, 그래서 좋다구.
더듬거리면서도 확실히 할 말을 마친 후에, 차마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살짝 고개를 숙이고서 마리네뜨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나는 왜 이런 말밖에 못해서! 그래도 아드리앙한테 제대로 말했잖아?! 아니, 그래도…. 여러 가지로 표정이 변하는 마리네뜨를 가만히 지켜보던 아드리앙이 다시금 낮게 웃었다.
“너, 재밌네.”
“응?”
“칭찬이야. 아, 불쾌하게 들린 건…, 아니지?”
“아니아니아니 전혀!! 고, 고마워.”
여느 때와 달리, 꽤나 편안하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마리네뜨의 미소에 아드리앙의 얼굴에서 웃음이 점차 엷어졌다. 시선이 닿자마자 화들짝 놀라 휙 고개를 숙여버린 마리네뜨를 가만히 쳐다보던 그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작게 두 걸음 정도. 정말 그녀의 바로 앞에 서서야 그는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제 왼뺨에 닿는 부드럽지만 차가운 무언가에 마리네뜨는 깜짝 놀랐다. 커다란 손이 마리네뜨의 볼을 감싸고 천천히 들어올렸다. 생각보다 손이 차갑다는 생각은 자신을 똑바로 마주한 아드리앙의 시선에 눈 녹듯 씻겨 사라졌다.
빗소리가 귓가에서 점점 멀어졌다. 시선은 온통 아드리앙을 향해 있었지만, 긴장으로 굳어버린 입매가 바르르 떨렸다. 조심스레 제 뺨을 쓰다듬는 손길이 왠지 간지럽다. 진지한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는 아드리앙에게 이게 무슨 장난이냐고 웃어넘길 여유같은 건 전혀 없었다. 이 버릇 때문에 몇 번이고 좋은 기회를 날려먹었지만 영 고쳐질 기미가 없다.
입을 열면 또 분위기를 깨리라는 것을 짐작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어떤 때보다도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을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애써 시선을 마주하고는 있지만 그가 한 마디라도 말을 꺼내면 당장에라도 말해버릴 것만 같다.
좋아해, 라고.
꿀꺽,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유달리 생생하다. 그런 그녀를 조용히 응시하는 초록빛 눈동자가 이채로운 빛을 띠었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눈을 감은 마리네뜨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며, 무언가 망설이던 아드리앙이 손을 내려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려던 순간이었다.
밝은 햇살 한 줄기가 그의 손끝에 닿아, 부서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바깥을 내다보자, 어느덧 물러간 비구름 너머로 청명하게 갠 푸른 하늘이 언뜻 보였다. 구름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하얀 햇빛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던 아드리앙의 시선이 다시금 마리네뜨를 향했다. 눈을 감고서 딱 굳어있는 그녀의 이마를 조심스레 짚어주자, 마리네뜨는 그제서야 눈을 떴다. 아드리앙이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보여.”
“그, 그랬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던 이유가 그거였나.
그럼 그렇지, 하면서도 묘한 실망감이 마리네뜨의 마음 한 구석을 치고 올라왔다. 곧바로 고개를 흔들어 쫓아냈지만.
“이제 슬슬 날이 개는 거 같아. 소나기였던 모양이네.”
“그, 그러게. 소나기, 하하….”
다행이라고 싱긋 웃는 아드리앙과 달리 마리네뜨는 괜히 아쉬워졌다. 처음에는 짜증나고 열받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조금만 더 내려주지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간사하구나.
왠지 시무룩해진 마리네뜨의 표정에 아드리앙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지? 그러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급히 그는 가방에 들어 있던 폰을 꺼내들었다. 버튼을 몇 번 눌러 시간을 확인한 그가 낭패라는 듯이 제 머리를 쓸어 올렸다. 급히 가방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아드리앙이 마리네뜨를 향해 밝게 웃어주었다.
“그럼, 나 갈게!”
“어?”
“조심해서 돌아가! 내일 학교에서 보자!”
검지손가락을 들어 총알을 쏘듯 흔들며 윙크하는 모습이 참으로 상큼했다. 그에 홀린 듯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마리네뜨를 뒤로 한 채 그는 햇살 아래로 성큼 발걸음을 내딛었다. 평소라면 분명 이런 으슥한 곳에서 집에 돌아가는 건 위험하다고 데려다주려 했을 테지만, 그러기엔 그는 지금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뛰어가다시피 그 자리를 벗어난 아드리앙은 말없이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이 그의 동요를 절실히 드러내주고 있었다.
방금 전에 그건 뭐였지?
눈을 감고 있는 마리네뜨를 보던 순간, 묘한 충동이 일었다. 뭔가 손을 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기분에 별 생각없이 행동으로 옮기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이거 좀 위험했던 거 아닌가? 제가 했던 행동들을 돌이켜보니 새삼 마리네뜨가 제 뺨을 올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근데 당시에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거리낌이 없었다.
정말 감정대로 행동한지라 왜 그랬는지도, 뭘 하려고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비가 그치지 않았다면 그 다음에는 무슨 짓을 하려고 했을까. 끙, 소리와 함께 고민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기분에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떨림이 멎질 않는다.
괜히 오해하면 어쩌지. 아니,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오해가 아니라….
어렴풋이 짐작가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
…어서 집에나 돌아가자. 고개를 붕붕 흔들며 아드리앙은 다시금 앞으로 걸어나갔다. 복잡해진 머릿속을 애써 달래가면서.
한편,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뺨을 한 손으로 감싸고 있는 마리네뜨의 가방 안에서 붉은 생명체가 튀어나왔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는 마리네뜨에게 티키가 조용히 말을 걸었다.
“마리네뜨…?!”
“티키. 어어떡하지…? 아드리앙이, 아드리앙이! 내 뺨을 만졌다구!”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비명을 지르듯 대답하는 마리네뜨의 표정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정말 좋아서 팔짝팔짝 뛰어대는 제 파트너를 향해 티키가 떨떠름히 물어보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수를 안 하려구?”
“당연하지! …근데 그러면 더러워 보이려나? 그러다가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아, 하지만 진짜 씻고 싶지 않은데 며칠 정도는 안 될까?! 아아아, 어떡해!”
난리부르스를 추던 마리네뜨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사라진 아드리앙의 뒷모습을 그리며 마리네뜨는 다리를 굽히고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불타오르는 뺨을 감싼 마리네뜨가 작게 한숨을 쉬며, 너무나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너무 좋아.”
날은 말끔하게 개여 있었다. 그녀의 기분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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