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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야님 생일 축하드려요^ㅁ^




[투림] 생일상


Written by. 리네






아이의 하루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대개 6시. 세수를 하고 후다닥 밥을 먹은 후 잘 다려둔 교복으로 갈아입는다. 전날 준비해둔 책가방을 열어 빼먹은 것이 없나 확인한 후, 한쪽 어깨에 맨다. 액자 너머로 끼워진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선다. 출발 시간은 대략 7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올라가게 된 중학교는 집에서 꽤나 거리가 있는지라 되도록 빨리 가는 것이 시간상으로는 무리가 없으니까.


학교가 끝나고 나서는 집으로 돌아와 일을 나간다. 유감스럽게도 아이에게는 가족이 없는지라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여러 가지를 하지만, 특히 아이는 주로 영혼들을 찾아다니곤 했다. 가끔 저승으로 가야 하는데 그 순리를 어기고 떠돌아다니는 이들이 있다. 그러한 존재들을 찾아 그들이 올바른 목적지로 찾아갈 수 있게 인도해주는 자들에게 넘기는 것이 아이의 역할이기도 하였다.


가끔 일이 없어 한가할 때는 게임이나 숙제를 하거나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가족은 이미 오래 전에 전부 잃었고 친구라 부를 만한 이도 없었다. 혼자라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아이인지라 그렇게까지 외로움을 타지는 않았지만. 다만 가끔은, 쥐죽은 듯 조용한 집 안은 노닐고 있노라면 자그마한 가시가 박힌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따끔거리고는 하였다.


딱히 정해놓은 것도 아니었지만 마치 스케줄이 짜여진 것처럼 하루하루가 변화 없이 일정하게 굴러갔다. 사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았으니 저 이상 변화가 생기기는 어려웠으리라.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기 짝이 없을 법도 하건만, 그래도 아이는 자신의 삶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런 하루가 계속 반복되리라 생각했었다.


"…이게 뭐야?"


아이는 언제나처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제 방으로 올라가려던 중 문득 눈가에 살짝 스쳐가듯 지나간 장면에 우뚝 발걸음을 멈췄다. 거실에 무언가가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무언가가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살짝 천을 들춘 아이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이게 뭐지?


갈색의 작은 앉은뱅이상 위에 여러 가지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흰 쌀밥은 물론이고 각종 나물들과 불고기, 그리고 초록색 미역이 얹어진 미역국까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홉뜬 채로 아이는 주변을 휙휙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온 흔적은 없었다. 누가 온 것 같지도 않은데 그럼 이 상은 대체 뭐지? 아이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이 스쳐갔다. 여기가 우리 집이 아닌가? 혹시 누가 몰래 우리 집에 세들어서 사나? 아니면 책 속에서나 나온다는 우렁각시가 현신한 건지도. 밥그릇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숟가락 젓가락에 눈길이 간 그 순간,


"어라, 너 벌써 왔냐?"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그가 서 있었다. 푸른색이 살짝 감도는 흑발에 새까만 눈동자,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꽤나 바보인 사람. 아니, 딱 보면 사람같지만 저래 봬도 이미 죽은 사람이다. 그것뿐 아니라 죽은 영혼들을 저승으로 인도해가는 고스트 메신저라는 존재이기도 했다.


"이게 뭔 짓이야? 상은 왜 차렸어, 그쪽은 어차피 안 먹어도 상관없잖아." 

"…머리를 좀 굴려라. 저걸 보고 떠오르는 게 없냐?"

"음…. 담당하는 영혼이 숨기라도 했어? 그래서 제사라도 지내게? 설마 나 먹으라고 차린 건 아닐 거 아냐?"

"설마가 사람 잡는다지."


에? 아이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이걸 저보고 먹으라고 차린 거라고? 의심어린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았다.


"설마…."

"설마?"

"독이라도 탄 건 아니겠지. 나 오늘 죽을 날인가?"

"이게 진짜! 하여간 곱게 넘어가질 않아요. 꼬맹이가 왜 이렇게 의심이 많아? 애면 애답게 챙겨주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조용히 수저를 드는 게 어때?"

"어이구, 애가 아니라서 미안하네요. 갑자기 왜 이래? 바보령이 날 챙겨줄 이유가 없잖아. 오늘 무슨 날이야?"


지극히 당연한 것을 되묻자, 남자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저를 바라보았다. 질세라 쳐다보았더니 남자가 갑자기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제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둔탁하게 밀려오는 아픔에 이마를 부여잡았다. 손 한 번 더럽게 맵네. 인상을 쓰고 노려보자 남자는 쯧쯧 혀를 차며 제게 반문했다.


"넌 니 생일도 까먹고 사냐?"


생일? 아이는 한참을 멍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며칠인가 싶어 조용히 속으로 날짜를 곱씹어보았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또래들과 달리 아이는 유독 기념일에 관심이 없는 편인지라, 사실 그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오늘이 제 생일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물론 그건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라는 이유가 크기도 하겠지만.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아이의 시선에 남자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민망한지 살짝 빨개진 얼굴로 흠흠 기침하다가, 그는 마저 대답했다.


"자기 생일도 까먹는 멍청이가 여기 있을 줄이야."

"…뭐, 고마워."

"고마우면 빨리 먹기나 해라. 힘들게 만든거니까 남기면 죽을 줄 알아."

"이거 바보령이 다 한 거야?"

"참내, 그럼 누가 했겠냐? 우렁각시라도 불러왔겠어?"


나물은 집에 있던 걸 꺼낸 건 맞지만 나머지는 남자가 한 게 맞긴 했다. 인터넷 열심히 뒤져가며 레시피를 찾아보고 실패할까봐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친 후 내놓은 음식들이라는 걸 아이는 아마 모를 테지. 묵묵히 자리에 앉아 순가락을 든 아이가 밥을 한 술 떠 입으로 가져갔다. 우물우물. 반찬과 같이 입 안에 넣은 아이가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먹을 만 하네."

"헹, 순순히 맛있다고 하는 게 어떠냐."

"열심히 했다니까 특별히 먹어는 주지."

"…넌 정말 얄미운 꼬맹이야."


새삼. 그렇게 대꾸하며 아이는 계속 밥을 먹었다. 꺼낸 지 얼마 안 됐는지 밥은 무척 따뜻하고 야들야들했다. 그걸 씹고 있자니 아이는 마음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치받아 오르는 감정에 목이 턱 막혀왔다. 억지로 무시하고 반찬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아, 그리고."

"…?"

"생…. 흠흠. 생일 축하한다, 어쨌든."

"…."

"…어?! 야, 너 왜 울어?!"


쑥스러운지 그 뒷말을 잇지 못하던 남자는 갑자기 눈물을 울컥 터트리는 아이에 기겁했다. 그렇게 맛이 없었나? 분명히 이미 자신이 간을 다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괜시리 불길해졌다. 있는 거라곤 자존심밖에 없는 이 꼬맹이가 왜 갑자기 이러는가 이 말이다. 어지간한 일로는 눈물 한 방울 안 보이는 독종이.


"어, 어이. 맛없으면 억지로 안 먹어도…."

"…고마워."

"뭐? 뭐라고 했어? 야, 일단 뚝 그치고 좀…!!"


아이의 목소리는 아주 작아서, 차마 남자의 귀에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남자는 쩔쩔매며 아이를 달랬지만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속 밥을 제 입으로 가져갔다. 생일 같은 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잊고 살았는데. 기억해봤자 어차피 챙겨줄 사람도 없을 테고, 그런 걸 기억하고 살기에는 제 앞가림 하기도 바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도 기억 못한 생일을 기억해준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기쁜 걸까.


너무 오래 악을 쓰고 살아온 탓일까, 제가 아직 어리다는 것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나이라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사실, 생일이라는 것은 상관없었다. 그저 이런 기념일을 챙겨줄 만한 누군가가 제게도 생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벅차오른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혼자인 게 괜찮을 리 없으니까.


혼자라는 사실을 감당하기 힘들 때가 아예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리라. 가끔씩 정말 세상에 저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지독할 만치 몰려오는 외로움을 감당하기 힘들어, 절로 손끝이 차가워지곤 했다. 끊임없이 괜찮다고 세뇌하면서 제 마음을 부정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으니까. 쭉 혼자였고 사람과 어울리는 법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막연한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그런데….


눈물 젖은 눈으로 아이는 제 눈 앞에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얼굴이 저를 걱정하는지 살짝 찡그리고 있었다. 그 사실이 무척 기뻐서, 슬며시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남자 몰래 살짝 웃으며, 아이는 생각했다.


오늘은 그래도 평소보다는,

조금 더 '특별한' 하루인 것 같다고.



===


리야님 생일 축하드려요~!!

오늘 다행이 시간이 나서 짤막글!! 다른 분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받아주셔요(수줍수줍

투림빵을 받고 싶으시다기에 적어 보았...(과연 투림인지는 의문입니다만 ㅎㄷㄷ


헤헤 행복한 생일 되세요^ㅁ^

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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