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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60분] Helloween







“뭐?!”



깜짝 놀란 것처럼 마리네뜨는 눈동자를 휘둥그레 떴다. 그런 마리네뜨의 모습에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알리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반응이 왜 이리 격하냐는 듯이 웃으면서.



“얘는 왜 이리 놀라. 레이디버그 의상을 입겠다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아, 아니.”



하하 얼버무리면서도 마리네뜨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내일은 바로 10월 31일. 할로윈 데이다. 학교에서 매년 화려하게 주최하는 파티는 올해도 역시 시청 홀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올 때는 역시 할로윈이라는 컨셉에 맞춰 분장을 하고 와야 했다. 입고 갈 의상을 물색하던 중 알리야의 레이디버그 분장 제안은 그녀를 기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무래도 이런 자리에 파리를 수호하는 정의의 히어로 분장이~, 빠질 수 있겠어?”

“아, 하하. 그렇…, 겠지?”

“물론이지. 야, 마리네뜨. 너도 입을래? 빌릴 수 있는 곳이 있거든.”

“고맙지만 사양할게.”

“왜? 너 은근히 잘 어울릴 거 같은데?”



그래서 안 된다고! 집요하게 따라오는 알리야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마리네뜨는 곧장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아드리앙도 파티에 올까? 어떤 옷을 입고 올까 몰라~.”



틀림없이 아주 멋지겠지. 두 손을 꽉 맞잡고서 행복하게 미소짓는 마리네뜨를 보며 알리야는 못살아, 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 니 안중엔 아드리앙밖에 없지?”

“에헤헤.”



가벼운 타박에 마리네뜨는 개구지게 웃으며 혓바닥을 살짝 내밀었다. 아드리앙의 할로윈 의상이 기대되는 건 사실이었지만 이게 지금 떠올라줘서 다행이다. 위기를 모면했다는 생각에 마리네뜨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알리야는 한 번 시작하면 집요하니까.





*



“아드리앙, 너 이번에 무슨 옷 입을 거야?”



단짝 친구의 질문에 아드리앙은 고민하는 듯 살짝 눈살을 찡그리더니 이내 미소지었다.



“글쎄.”



무난하게 입지 않을까? 요란스러운 건 싫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아드리앙을 보며 니노는 낄낄 웃었다. 자기는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다며 자랑스레 브이를 그리는 니노에게 아드리앙은 적당히 웃으며 장단을 맞춰주다 아, 소리와 함께 물었다.



“할로윈 파티라는 거, 밤새 하는 거야?”

“에이, 그럴 리가. 집에 돌아가고 싶으면 적당히 놀다 빠지면 돼. 그나저나 너, 조심해라?”

“왜?”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드리앙을 보며 니노는 정말 모르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파티 중간에 춤추는 타임 있잖아? 여자애들한테 깔려죽지 않도록 조심하라구~.”

“아, 그거? 그런가.”



예나 지금이나 자기 인기에 대해 잘 모르는 친구의 둔함에, 절로 나오는 한숨을 주워삼키며 니노는 아드리앙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그 나름의 격려를 건넸다. 이거이거, 내일 아무래도 전쟁이 날 것 같네.



“뭐, 따로 춤추고 싶은 사람은 없는데.”



적당히 한 사람 붙들고 추면 되지 않을까. 골치가 아프다는 듯 떨떠름하게 웃으면서도 무언가 서운함을 담은 녹빛 눈동자는 파티에 올 일이 없을 한 사람을 그리고 있었다. 아니, 설령 파티에 온다고 해도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할 텐데. 그럼에도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제 마음이 바보같아 아드리앙은 설핏 웃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 아드리앙의 어깨에 니노가 팔을 걸쳤다. 우앗, 소리와 함께 깜짝 놀라는 아드리앙에게 니노는 씨익 웃으며 발랄하게 말했다.



“뭐, 그런 것보다. 내일은 어쨌든 파티잖아? 즐겨야지~!”



언제나처럼 밝고 명랑한 니노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그의 웃음이 전염된 것처럼 아드리앙도 그를 따라 웃었다.





*



“히야….”



와글와글 소란스러운 시청 홀의 내부에 마리네뜨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렸다. 시청 안을 꽉꽉 사람으로 채워넣은 것처럼 바글거리는 사람들, 곳곳 보이는 테이블에는 음식과 음료수가 가득 놓여 있었으며 평범한 모습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직접 와본 적은 없고 소문으로만 들어봤지만 역시 엄청난 규모였다.


마리네뜨의 고등학교가 주최하는 할로윈 파티는 비단 학교의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인근 시민들 모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파티였다. 물론 만 15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긴 했지만서도. 사람이 너무 많이 오기 때문에 어린애들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도 오는 애들은 몰래몰래 오긴 하지만.


하얀 레이스가 달린 푸른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풀어내린 마리네뜨의 분장 컨셉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물론 본인은 어색하다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지만, 알리야는 잘 어울린다며 그녀를 추켜세웠다.



“아, 진짜. 나 이상해 보이진 않지? 알리야.”

“문제없어. 엄청 잘 어울리는 걸?”

“그거 칭찬이야?”

“칭찬이지.”



그래도 왠지 모르게 불안해하는 마리네뜨를 보며 알리야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진짜 예쁘다니까. 아, 이거도 써봐.”

“뭔데?”



알리야가 꺼내든 것은 작은 유리병 속에 들어 있는 향수였다. 뚜껑을 열지도 않았는데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향기에, 마리네뜨의 인상이 살짝 누그러졌다.



“근데, 이걸 나보고 뿌리라구?”

“뭐 어때. 꾸밀 땐 확실히 꾸며야지.”



웃으면서 마리네뜨의 목덜미에 향수를 뿌려주는 알리야의 손길이 알게 모르게 세심했다. 이제 가서 아드리앙이나 제대로 꼬셔보라는 짓궂은 농에 마리네뜨의 얼굴이 새빨개지긴 했지만.


그런 친구의 모습에 즐거운지 가면 너머의 눈동자에 웃음이 가득했다. 예고한 대로 레이디버그 의상을 입고 온 알리야의 모습은 생각보다 꽤 잘 어울렸고, 예뻤다. 다만 신기한 것은 알리야뿐만 아니라 파티장 군데군데 빨간 타이즈를 입고 온 사람들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뭐 이리 많이들 입고 오셨지. 이리저리 둘러보는 마리네뜨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알리야가 작게 웃었다.



“왜, 레이디버그 의상 나름 인기 있어? 할로윈 시즌에 이걸 구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게 뭐라고.”

“어, 블랙캣도 있다, 봐!”



마리네뜨는 황급히 알리야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검은 옷과 고양이 귀를 단 가면의 남자가 레이디버그 분장을 한 여자와 하하호호 웃고 있었다. 저게 뭔 짓일까, 인상을 찌푸리는 마리네뜨에게 알리야는 친절히 설명을 던졌다.



“커플인가 보네.”

“뭐?!”

“왜, 블랙캣이랑 레이디버그가 파트너잖아. 뭔가 커플같아 보이기도 하고.”

“걔랑 내…!! 아, 아니. 걔랑 레이디버그가 어딜 봐서 커플같다는 거야?”



말도 안 돼. 픽 웃으며 어이가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찰나, 알리야가 던진 한 마디에 마리네뜨는 깜짝 놀랐다.



“어, 저기 아드리앙이다.”

“뭐?!”



마리네뜨의 고개가 절로 알리야를 향했다가 그녀가 보고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자리에 서 있는 금발의 소년은 머리끝부터 말끝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둘러쓰고 있었다. 검은 박쥐 가면과 햇(Hat), 거의 발목에 닿을 만큼 긴 망토까지. 아무래도 그의 할로윈 컨셉은 드라큘라인 모양이었다.



“어이구, 벌써 여자애들이 붙었네.”



그의 주변을 둘러싼 여자애들의 모습에 알리야는 혀를 끌끌 찼다. 보나마나 이번 댄스타임을 노리는 모양이다. 난감해하는 얼굴을 보니 아드리앙은 저 상황이 꽤 내키지 않는 게 분명했지만, 막 거절하기도 애매한지 하하 웃으며 손만 내젓고 있었다.



“하여간 저것도 참 피곤하겠다. 싶어. 그치, 마리네…, 야?”

“와….”



하긴 그러거나 말거나 마리네뜨는 그를 보며 멋있다고 꺅꺅대고 있었지만. 입을 벌리고 정신없이 그를 구경하는 마리네뜨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마리네뜨는 알리야의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꺄아, 역시 뭘 입어도 멋있어~!!”

“네, 네.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나저나 안 가봐? 댄스 신청할 거 아니었어?”

“내, 내가?! 아, 어, 어떡하지. 아니, 그게 좀 귀찮아하지 않을까?”

“일단 시도라도 해봐야지. 자, 가봐.”



망설이는 마리네뜨를 애써 밀어내던 중 알리야는 아드리앙의 근처로 다가오는 누군가를 알아차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레이디버그 의상을 입고 있는 금발머리는 딱 봐도 클로이였다. 대놓고 아드리앙에게 찰싹 달라붙는 클로이를 보던 마리네뜨의 표정이 와그작 구겨졌다. 반면 뭔가 생각하는지 아드리앙은 멍하게 클로이를 쳐다보았다.


그 때였다.



“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파티 한 가운데로 무언가가 툭 내려왔다. 낄낄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는 이는 딱 봐도 악당이었고, 그에 깜짝 놀란 마리네뜨는 넋 놓고 악당을 살펴보다 카메라를 꺼내는 알리야를 냅두고 몰래 빠져나와 변신했다. 레이디버그의 모습으로 홀로 돌아오니 사람들은 다들 악당에게 사로잡혔는지 검은 상자들만이 주위에 가득 덮혀 있었다.



“요호, 재밌는데.”

“블랙캣!”



어느샌가 나타났는지 능글맞게 웃으며 제 옆으로 온 블랙캣을 보며 레이디버그는 반갑게 그를 불렀다. 커플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가 그녀에게 좋은 파트너임에는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으흐흐 웃어대는 악당을 보며 이맛살을 찌푸리던 그녀에게서 뭔가 느꼈는지 블랙캣이 코를 킁킁거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제게 얼굴을 들이미는 블랙캣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뭐야?”



손으로 얼굴을 홱 밀어내며 불퉁하게 묻는 레이디버그에게 블랙캣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오, 무슨 향수라도 뿌렸어? 달콤한 향이 나네.”

“음, 글쎄.”



조금 뜨끔했지만 레이디버그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알리야가 뿌려준 향수가 생각보다 효과가 오래 가는 모양이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그들에게로 뿌려지는 공격들을 재빨리 몸을 날려 피한 뒤 상자 뒤에 숨었다. 이번에 검은 나비가 깃든 대상은 아무래도 악당이 들고 있는 저 지팡이인 모양이다.



“좀 골치 아픈 녀석이네.”

“그러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어서 해치우자!”



상자 밖을 주시하며, 무언가 떠올랐는지 싱긋 웃던 레이디버그는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블랙캣을 잡아끌었다. 그런 레이디버그를 멍하니 쳐다보던 블랙캣의 입가에서 작은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역시 가짜보단, 진짜가 낫지.”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어서 가자구, 레이디?”



언제나처럼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블랙캣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



악당을 해치우고 정화를 끝낸 뒤, 파티는 다시 재개되었다.


언제 악당이 나타났냐는 듯이 다시 활기차게 돌아가는 파티장 사이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마리네뜨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레이디버그로 변신이 끝난 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을 때 알리야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하긴 한 자리에 오래 있을 타입은 아니지. 한숨을 쉬며 그녀를 찾아다니던 중 마리네뜨는 제 앞을 우르르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 걸려 뒤로 떠밀렸다. 넘어지려는 찰나 따뜻하지만 단단한 무언가가 자신을 받쳐 주었다. 제 어깨를 붙잡고 받쳐주는 손에 마리네뜨는 감사인사를 하려 고개를 돌렸다.



“아, 감사합….”

“마리네뜨?”

“아, 아드리앙!”



검은 망토에 검은 모자, 박쥐 모양의 가면을 쓴 남자는 분명 아드리앙이었다. 살짝 삐져나온 금발 머리카락이 입고 있는 복장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아드리앙의 얼굴을 보자마자 마리네뜨는 후다닥 일어섰다. 방금 전까지 아드리앙의 품에 안겨 있었다는 사실에 마리네뜨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지금 고개를 들면 분명히 들킬 거야. 내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마리네뜨를 가만히 쳐다보던 아드리앙은 방금 전 느꼈던 기시감에 절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도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이 향기는, 분명….



“향수….”

“어, 어?!”

“너, 향수 뿌렸어?”

“아, 알리야가 뿌려줬어!”



향기 좋지. 배시시 웃는 마리네뜨의 얼굴을 녹빛 눈동자가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딘지 멍한 느낌에 마리네뜨는 저기, 하면서 그를 불렀다. 그에 퍼뜩 정신을 차린 아드리앙이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자신의 행동이 꽤 무례라는 걸 깨달았는지 흠흠 헛기침을 하던 아드리앙은,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마리네뜨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Trick or Treat?"



할로윈 장난. 사탕을 주지 않으면 못된 장난을 칠 테야! 라고 말하듯 싱글싱글 웃는 아드리앙의 얼굴은 비록 가면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 행동은 꽤 귀여웠다. 그에 마리네뜨는 깜짝 놀라 주머니를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음에 속으로 머리를 쿵쿵 때리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앗, 미안해. 나 지금 사탕이 없어서.“

“그래? 그럼, 장난친다?”

“어?”



정중히 뒤로 물러선 아드리앙이 살짝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Shell we dance, Mademoiselle? (한 곡 추실까요, 아가씨?)"



허리를 숙이며 조심스레 손을 내미는 아드리앙의 표정은 가면을 쓰고 있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꽤나 짓궂었다. 가면 너머로 보이는 녹빛 눈동자가 악동마냥 반짝거린다. 정말 장난을 치는 것처럼. 검은 가면을 얼굴 위로 올려쓰고 장난스레 웃는 아드리앙을 보면서 마리네뜨는 순간 그가 누군가와 매우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검은 고양이.


그럴 리 없다고 애써 머릿속에 떠오른 잔상을 지워내면서도, 마리네뜨는 살며시 그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얼굴이 가려져 있어서인지 평범하게 대화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은 그래도 운이 좋은 날이라는 생각과 함께 마리네뜨는 환하게 웃으며, 승낙의 대답을 입에 담았다.



“물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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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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