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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드리앙이 호크모스에게 잡혀온 상황 / 반지 뺏겼는데 플랙은 안 뺐겼어요 ㅇㅁㅇ(레벅이랑 같이 있음

※ ‘진실 저 너머에’에서 원래 다루고 싶어했던 내용인데 개연성 문제가 컸습니다^p^

※ 레이디버그가 구하러 왔을 때의 시점 간단히






[아드마리] 그 자리에 서서





“아드리앙!”



의자에 앉아, 푹 숙이고 있던 소년의 고개가 쾅 소리와 함께 열려진 문을 향했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붉은빛이 소녀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그녀가 누군지를 알아본 아드리앙은 순간 환하게 미소지었다. 다행히도 꽤나 멀쩡해 보이는 소년의 모습에, 레이디버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레이디버그!”

“다행이야. 무사했구나.”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레이디버그를 보는 소년의 초록빛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상냥했다. 그에 안심하며 소년에게로 다가선 레이디버그의 팔을 붙잡은 소년이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다행이라는 듯이 눈을 감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아드리앙의 손이 그제서야 떨리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눈치챈 레이디버그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드리앙…?”

“응?”

“너 진짜 괜찮아?”

“…물론 괜찮지.”



거짓말.


웃는 얼굴과는 달리 손의 떨림이 멎질 않는다. 그의 손을 붙잡고 노려보는 레이디버그의 시선에 아드리앙은 흠칫하더니, 쓰게 웃었다. 역시 너한테는 뭐든 숨길 수가 없다. 감정을 버릴 수가 없으면 그 위에 더 강한 감정을 덧바르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원래 느꼈던 감정은 조금이나마 퇴색되니까. 그런 식으로 이제껏 어렵고 힘든 일들을 잊어버리고 덮어나갔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그런데.



“맞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이야기는 나가서 해도 늦지 않아.”

“플랙은?”

“플랙이야, 안전한 곳에 잘 있어.”



걱정하지 마. 상냥하게 웃어주는 레이디버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아드리앙의 입매가 살짝 굳어졌다.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그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아드리앙!!”

“난 갈 수 없어.”



아직은 이 곳을 떠날 수 없었다. 알아야만 할 것도 물어봐야만 할 것도 많았다. 게다가 반지가 아직 이 곳에 있다. 몸만 빠져나간다고 해도 반드시 너의 짐이 되겠지. 그건 제 자신이 참을 수가 없었다. 계속 자신을 여기에 가둬두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그래도 그가….



“너도 알잖아. 호크모스의 정체를.”

“…그건!”

“지금 나간다고 해도, 지금의 나는 호크모스를 벨 수 없을 거야.”



진지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아드리앙의 눈빛에 레이디버그는 말을 잃었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체를 알고 충격을 받았던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고개를 끄덕이기엔 이 곳은 너무 위험했다. 그가 아드리앙을 언제까지고 가만 내버려두리라는 보장은 없었고, 자신은 이런 위험한 곳에 그를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불안함에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녀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호크모스를 베지 않아도 좋아. 내가, 내가 혼자 싸울게. 네가 나설 일은 없을 테니까….”

“좋아하는 여자가 홀로 싸우고 있는데, 내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남자로 보여?”



아드리앙의 반문에 레이디버그는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그럴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나를 구하고 반지를 뺏겨 정체를 들키지도 않았을 테니까. 이렇게 잡혀오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그거랑 이건 다른 문제야.



“그럼, 나보고 너를 이 위험한 곳에 두고 가라는 거야?!”

“…위험하지 않을 거야.”

“그걸 어떻게 장담해!!”



호크모스가 노리는 것은 미라클 스톤. 이제껏 악당들을 만들어 자신들을 노렸던 이유는 거기에 있다. 이제껏 봐왔던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 주변 사람들을 악당으로 만들어 파리를 위협해왔다. 그를 붙잡아놓은 것도 자신을 협박하기 위한 인질이겠지. 수틀리면 언제든 그를 죽여버리겠다 말할지도 몰라. 그리고 그는 나에게 짐이 되느니 차라리 자신을 희생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울컥 차오르는 감정에 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같이 가.”

“내 마음은 변함없어.”

“왜?! 내가 혼자 싸우겠다고 하잖아!! 근데 왜!!”

“…여기를 나간다고 해도, 내가 갈 곳은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내가 어떻게든 알아봐줄게. 너라면 재워주겠다고 하는 사람들 쎄고 쎘을걸? 여차하면 내 방에서라도….”

“미안해.”



조용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제서야 레이디버그는 아드리앙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초록빛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 떨어뜨릴 것처럼 슬픔에 젖어 있었다. 말없이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맑고 푸른 눈동자에 고집스런 제 표정이 가득 담겼다. 나도 참 어지간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아드리앙은 낮게 웃었다. 그 모습은 언제나와 같이 부드럽고 온화했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야.”



그래서 더 슬프게 들렸다.



“우리 아버지니까.”



이 한 마디를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게 얼마나 연습했는지 너는 알고 있을까. 속으로 중얼거리던 아드리앙이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디버그를 다시 꽉 껴안았다.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안겨 있지만, 사실 그녀가 얼마나 많은 갈등을 하고 있을지 아드리앙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걱정하기에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도, 그녀가 무척 혼란스러울 거라는 사실도 이해한다. 당장 나부터 그러니까. 이제껏 싸우던 적이 제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지금도 이렇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야. 변하지 않을.


너처럼 단순하게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드리앙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이리 미련이 남을까. 지금 그녀를 따라나설 수 없는 건, 단순히 그녀에게 짐이 되고 싶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다치는 걸, 도무지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자신이 없어.


레이디버그는 손을 뻗어 그를 살짝 밀어내었다. 묵묵히 대답을 기다리는 아드리앙을 보며 그녀가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열어 말을 건넸다.



“꼭…, 무사해야 해?”

“응.”

“무슨 일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끝나고 나면 꼭 내 곁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해.”

“알았어, 마이 레이디.”



장난스레 윙크하는 그 모습이 꼭 블랙캣과 똑같아서, 조금은 안심이 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한참을 뒤돌아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레이디버그와 마찬가지로 아드리앙도 쉽사리 가라고 하지를 못하겠는지 괜히 손만 꼼지락거렸다. 당당하던 그녀가 제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니 익숙한 누군가의 환영이 그 위로 겹쳐졌다. 아직도 이 모습의 자신을 볼 때는 조금쯤은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만큼이나 사랑스러운. 그래서.


아드리앙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지더니,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서 가, 마…. 아니, 레이디버그.”



상냥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며 손을 내밀었다. 홀린 듯이 레이디버그가 손을 내밀자,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마리네뜨를 데리고 창문을 열었다. 방이 꽤 높은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유리창을 열자마자 강한 바람이 훅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보름이라 그런지 달이 밝았다. 조심해서 돌아가라고 그녀를 배웅한 뒤, 레이디버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아드리앙은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거기 있죠?”

“눈치챘나.”



그의 등 뒤, 어둠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탁하고 음산한 목소리가 어두운 방 안을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목소리만 듣고 있으니 익숙한 느낌에 괜히 숨이 막혀온다. 다행이다. 그가 들어온 걸 눈치채서. 그녀를 마리네뜨라고 부르지 않아서 다행이야. 붙잡히는 건, 위험해지는 건 자신만으로 족하다. 그녀를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자신있게 말했지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고개를 저었다. 지켜야지, 반드시.


조용히 심호흡을 했다. 태연하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서 뒤를 돌아본 아드리앙의 앞에 가면을 쓴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어둠을 둘러쓰고 제 앞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그가 씨익 웃어주었다. 변신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지금 블랙캣이야. 블랙캣이 아닌 아드리앙으로 이 사람을 마주하기엔 아직은 너무나도 약한 자신이 참으로 분하다.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어서.



“좋아. 오랜만에, 서로 이야기나 좀 해볼까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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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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