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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3월 웹툰 온리전에서 배포한 배포본입니다. 길이는 대략 14500자 정도.


※ 주의사항.


네이버 웹툰 ‘이런 영웅은 싫어’ 의 [귀능다나] 커플링 팬소설입니다.

뱀파이어 AU. 스푼(Spoon)이 뱀파이어 헌터 기관이며, 나이프(Knife)는 뱀파이어 관련 범죄 조직으로 순혈과 혼혈, 잡종(뱀파이어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된 존재)들이 섞여 있는 곳.

원작처럼 다나는 스푼의 서장, 귀능이는 순혈 뱀파이어로 서장 비서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다나 시점의 1인칭으로 진행됩니다.

상상이 많고 캐붕이 우려되니 주의해주세요:)







[귀능다나]

귀찮음과 애정의 그 중간 사이






“으, 으아아악!!”



비명소리가 공기를 찢었다.


멀쩡했던 벽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무너진 벽 아래에 남자가 주저앉았다. 경악에 가득 찬 얼굴이 단단한 벽을 마치 얇은 종잇장을 뚫어버리는 것처럼 쉽게 부수는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벽을 부순 장본인은 후,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제 손을 거둬들였다. 놀랍게도 그의 양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없었다. 사람의 주먹이 저렇게 강할 수 있다는 것에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뭐, 뭐야! 사, 사람 맞아?!”

“어쩌라고.”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상대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중성적인 외모는 가만히 보고 있자면 꽤 호감형일 터였지만, 그러기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묘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카리스마나 더러운 인상을 보면 흡사 조폭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일단 옷차림부터 그래 보이고.


살벌한 눈길에 순식간에 다시 쪼그라든 남자가 벌벌 떨었다. 나대다간 더 처맞을 것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런 촉이라도 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하나.


남자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하나 더 드리웠다. 그림자의 주인은 꽤나 앳된 얼굴을 가진 소년으로, 나이는 많아봤자 20대 초반 정도가 될 것 같았다.



“서장님, 이쪽 다 정리했어요오-.”

“그래? 그럼 철수하자. 일단 이놈 체포하고.”



더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이 심드렁히 대꾸하고 뒤돌아서는 뒤통수로 날아드는 칼이 있었다. 주저앉아 있던 남자가 최후의 발악으로 몸을 날린 것이었다. 뒤돌아선 상대는 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끝이다.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올려붙은 순간,



“앗, 위험하니 이건 압수.”



남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갑자기 손에 가해지는 충격과 동시에 몸이 바닥으로 고꾸라진 와중에도 그는 한동안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남자의 손목을 쳐내고 그를 바닥으로 메다꽂은 건 바로 옆에 서 있던 소년이었다. 잡고 있던 남자의 팔을 강하게 비틀자, 아악, 소리와 함께 남자가 칼을 떨어뜨렸다. 싱그르르 웃으며 제 팔에 수갑을 채우는 소년을 향해 남자는 이를 갈았다.



“이…!”

“반항하면 몸만 더 피곤해진다구요? 순순히 오라를 받으시죠!”

“…빌어먹을.”

“사실 그런 걸로 찔러봤자 소용도 없을 테지만, 기분 나빠요.”



소년의 목소리가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나온 어린애마냥 해맑았다. 하지만 남자의 팔을 올려꺾는 완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몇 번을 발버둥쳤지만 꼼짝조차 하지 않았다. 소년이 쯧쯧 혀를 찼다.



“악당은 포기하는 게 너무 느려서 탈이에요. 어차피 잡힐 거 순순히 잡히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은데 말이죠.”

“웃기지마! 네놈들은 대체…. 큭.”



꺾인 팔이 아파서 신음소리를 흘리는 남자의 팔을 붙잡은 소년이 엎어져 있던 그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멀리서 짜증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잡설 그만하고 어서 따라와!”

“지금 가요!”



남자를 경찰에 넘겨주고 난 뒤 소년은 뒤를 돌아 저를 부른 사람을 따라갔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보았다.



“다시는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바이, 바이. 손을 흔들어주는 소년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



“요즘 잡것들이 왜 이리 설치고 다니는 거지.”



다나는 짜증스레 제 눈앞의 서류들을 쳐다보았다. 원래 이놈의 서류라는 녀석은 해도해도 끝이 보이지 않긴 했지만, 요즘따라 유독 심했다. 며칠을 밤새서 일했는데도 바닥을 보지 못할 정도였다. 어느 정도 처리했다 싶으면 직원이 또 한 다발의 종이뭉치를 들고 온다. 사실 이것만이라면 좋을 터인데, 사람이 부족해서 서장인 자신까지 서류를 결제하다 말고 밖으로 체포를 다녀야 한다니. 정말이지 짜증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놈의 서류는 왜 이리 많은 거야!”

“인력이 부족하니까요. 어쩔 수 없죠.”



그녀의 옆에서 종이에 도장을 찍고 있던 귀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비서라는 이유로 그녀와 같이 밤을 샌지라 그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완연했다. 다나가 짜증스레 중얼거렸다.



“뱀파이어란 놈들은 지치지도 않나. 아니면 지금이 배고픈 시기인건가?”

“뀨우? 전 딱히 배 안 고픈데요?”

“누가 네놈한테 물어봤냐? 아무튼,”

“요즘 확실히 빈도수가 잦기는 해요. 파견 요원들도 피곤에 쩔어 사는 것 같더라구요. 하도 임무가 많아서.”

“아오….”

“이쯤되면 저희 과로사 시키려고 이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니까요.”



귀능이 다 처리한 서류들을 다나에게로 넘겨주었다. 다나의 붉은 눈동자가 빙그르 굴러가면서 내용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둘 다 대화를 하면서도 일을 척척 처리하는 걸 보니 한두 번 있었던 상황도 아닌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 서류가 바닥을 보이자 그제서야 두 사람은 손에서 서류를 내려놓았다. 다나는 옆에 있던 각성제의 뚜껑을 따서 벌컥 들이키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귀능은 다시 노트북을 꺼내 중요사항을 체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서장님이 짱짱 세니까 어쩔 수 없죠. 보통은 서장님이 날리는 주먹 하나만 봐도 쫄아서 항복하는 놈들이 많잖아요?”

“…후.”

“요즘은 나이프가 잠잠해서 다행이에요. 가뜩이나 귀찮은 시국에.”

“그놈들까지 설치면….”



더 이상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몸을 일으켜 책상 쪽으로 다가간 귀능의 시야에, 고개를 젖힌 채로 눈을 감고 있는 다나의 얼굴이 들어왔다. 지쳤는지 수척해진 얼굴색을 보아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물끄러미 그 얼굴을 내려다보던 귀능이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야.”

“뀨?”

“귀여운 척 하지 말고, 이거 당장 치워라.”



어느 새 올라온 손이 그의 얼굴을 막고 있었다. 잠든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꾸욱꾸욱 밀어내는 손바닥에 귀능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의자에 묻었던 몸을 일으키며 다나가 제 머리를 북북 헝클어뜨렸다. 귀능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하여간 서장님은 빈틈이 없다니깐요. 재미없게.”

“쓸데없이 짜증나게 하지 마라. 죽고 싶냐?”

“하하, 아뇨아뇨. 오래 살아야죠, 오-래.”



사람 좋게 웃으며 뒤로 물러나는 귀능을 보고 다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들이 속한 기관인 스푼(Spoon).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헌터 기관으로 특기를 가진 인간들과 소수의 뱀파이어들이 속해 있는 단체다. 인간의 피를 노리는 뱀파이어들로부터 도시를 수호하고 경찰서나 공공기관을 돕기도 하는 일명 정의의 사도들.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냥 셔틀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 스푼의 서장을 맡고 있는 존재가 바로 다나였다. 스푼의 서장이자 유능한 뱀파이어 헌터. 평소 행동거지나 말투를 보면 든든한 오빠같지만 사실 이래 봬도 여자다. 특기는 금강불괴로, 어떤 물리적인 공격에도 타격을 입지 않는 방어력과 강철도 부수는 완력의 소유자.


그리고 그런 그녀의 비서를 맡고 있는 게 귀능이었다. 스푼 내에서도 드문 뱀파이어, 그것도 순혈종으로, 귀여운 얼굴과 달리 어마어마한 괴력을 소유한 인물. 스푼 내에서도 완력으로는 한 사람 빼고는 그를 이길 상대가 없다고 한다.


물론 그 사람은 다나였다.



“피곤해 보이시는데 더 주무시지 그러세요?”

“됐거든. 방금 자고 있는 사람한테 이상한 짓 하려고 했던 놈이 어디에 누구였더라. 망할 자식아.”

“뀨? 저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구요?”

“뭐…?!”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있는데, 다가가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뭐, 진짜 손댈 생각은 없었지만요.


웃고 있는 얼굴과는 달리 그의 말투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는지 다나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따르르릉-. 침묵 속에서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대화를 나누던 다나의 얼굴이 점점 진지해졌다. 끊어진 수화기를 내려놓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서류더미를 뒤적거리더니 파일 하나를 꺼내 귀능에게 건넸다.



“임무다. 이 서류 3조에 가져다 주고 와.”

“네.”



그는 다행히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파일을 받아들고 서장실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다나는 다시 털썩 의자에 기대앉았다. 골이 아파오는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고, 그녀는 귀찮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피곤하긴 한 건지 평소보다 얼굴이 뜨거웠다. 차가운 거나 마시고 싶군. 심드렁히 중얼거리며 몸을 조용히 의자에 기대는 다나의 뇌리에 방금 전 이곳을 나간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워지지 않는 잔상에 절로 머리가 아팠다.



“아-, 귀찮게.”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



‘좋아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뭐냐? 이제와서 낯간지럽게.’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던 건지도 모른다. 결코 녀석의 마음을 무시한 게 아니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탓이 더 컸다. 하지만 그 때 녀석의 태도에는 벙찔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라…!’

‘엉?’

‘…이성으로 보고 있다구요.’



꾹 다물린 녀석의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정말 못할 말을 꺼낸다는 것처럼 비장한 모습에 차마 더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도 몰랐다. 웃으면서 장난스레 넘기기에는 녀석이 정말 진심이라는 게 느껴져서, 그래서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있었던 녀석한테 고백을 받으면 다들 기분이 이럴까.



‘…생각할 시간을 줘라.’



단숨에 거절했어야 옳은 일이거늘, 얼떨결에 튀어나온 제 대답에 경악할 틈도 없이 녀석은 내 손을 턱 부여잡고 말했다.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보니 차마 실수였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 후로 쭉 이 상태다. 틈만 나면 달라붙으려고 하는 녀석을 떼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설마 진짜 자고 있을 때 무슨 짓 했던 건 아니었겠지. 애당초 제가 초래한 일이라 화를 내기도 뭐한 상황이었다.


다시 말을 꺼낼 타이밍이 좀체 잡히지 않았다. 아니, 사실 말하고자 했다면 진작 얘기하고 떨쳐냈을 터인데 그러지 못하는 건 제가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인정하기 싫지만. 녀석이 상처받을까 두려웠다. 전처럼 모든 걸 잃은 듯이 공허한 얼굴로 저를 쳐다볼까봐. 예전부터 저는 녀석에게는 약했으니까. 과거, 제 옷자락을 붙드는 녀석을 외면하지 못했던 것처럼.


대체 그 녀석은 왜 하필 내가 좋다는 걸까.


생각해 보겠다고 했으니 생각은 하고 있는데, 당최 녀석의 마음에 대해 실마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저를 보고 연애감정을 떠올린다는 게 말이 되나? 솔직히 녀석을 그런 대상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긴 어렸을 때부터 얼굴보고 지낸 녀석한테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그거야말로 더 문제가 아닌가. 악세사리로 은팔찌를 달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꽤 오래 전 지원을 나간 적이 있다. 습격당한 뱀파이어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스푼의 업무는 주로 뱀파이어를 퇴치하는 일이지만, 뱀파이어 세계의 균형점이 깨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뱀파이어들은 보통 인간에 적대적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인간에 우호적인 존재들은 있었고, 그들은 비밀리에 스푼과 협력해 동족이 일으키는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지원을 가게 된 이유는 그 사실이 알려져 동족의 습격을 받은 뱀파이어 가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뱀파이어 가문 중에서도 꽤 오래 되었다고 알려진 순혈 가문의 저택에는 죽은 자들의 피비린내가 즐비했다. 너무 늦게 도착했기에, 제가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고작 남자아이 하나뿐이었다. 혈향으로 물든 처참한 현장 한가운데에 주저앉아 공허하게 저를 올려다보던 그 눈동자를 아직도 기억한다.


이제는 즐겁게 웃고 있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녀석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모양이다. 부모의 사체 앞에서 목이 졸려 죽을 뻔했던 기억 때문인지 녀석은 뱀파이어 주제에 피를 보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피를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목을 긁어대는 건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이겠지.


그냥 은인에 대한 존경심을 애정으로 착각한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하는 짓들이 너무 발칙했다. 비서라서 떨어져 있기도 어렵고, 녀석 대신 다른 비서를 구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익숙한 게 편한 법이다. 그런 이유로 녀석을 멀리하기엔 그 동안 함께했던 세월이 만만치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묘하게 눈치를 보게 되는 제가 있다. 단 둘이 있을 때도 전과는 달리 어색하기만 하다. 그걸 즐기는 듯한 녀석에게도 화가 나고, 그럼에도 차마 이 모든 것을 끝내지 못하고 질질 끄는 제 자신에게 제일 짜증이 났다.


정말, 답지 않게도.



*



너와 나는 정말 다르다. 자라온 환경도, 나이도, 심지어 종족부터가 우리는 너무나 달라서.



“서장님, 괜찮아요?”



붉은 피를 뒤집어쓰고 저를 향해 미소짓는 녀석에게 차마 마주 웃어줄 수가 없어서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시작은 그저 간단했다. 많은 수의 뱀파이어들이 나타나 사고를 친다는 보고를 받고 출동한 게 처음이었다. 역시 사람이 부족한 탓으로 현장인원은 저와 비서인 이 녀석밖에 없었다. 아무리 저라지만 밤샘을 너무 한 탓인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까무룩 감길 것만 같은 눈꺼풀을 각성제로 애써 깨워냈다. 현장으로 달려가보니 뱀파이어 종족 특유의 검은 망토들이 보였다.


쪽수가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와 이 녀석이라면 문제없이 제압할 수 있는 정도였다. 다만 싸우던 중간에 머저리들 중 하나가 하필 저 바보 녀석을 들먹였던 것이 화근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녀석은 종족들 사이에서는 그리 소문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동족의 수치다, 인간에게 붙어먹은 배신자다, 이렇게 우리 종족을 배신하고 무사할 줄 아느냐, 순혈종의 피가 아깝다 등등.


정말이지 악당의 전형적인 대사들을 듣고 있자니 가뜩이나 피곤한 몸이 더욱 눅눅해졌다. 그 때문인지도 몰랐다. 제 앞으로 달려드는 녀석을 올려차려던 발이 헛돌았던 것도, 동시에 주먹이 제 배를 강타한 것도, 사실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피곤한 마음에 누웠다 일어나볼까, 일어나선 맨 처음 날 때린 저놈부터 조져야지, 라고 생각하며 그냥 바닥에 엎어졌던 것도.


쓰러진 저를 보고 녀석이 그렇게 돌변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의 것이 아닌 비명소리가 들리면서 사방으로 핏방울이 튀었다. 공중을 날아다니며 놈들을 베어내는 하얀 뒷모습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점점 새까맣게 물들어가는 검은 망토자락들과 함께, 비릿한 향이 코끝을 감돌았다.


흡사 지옥도를 보는 느낌이었다.


제가 보는 이 광경이 꿈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 맞은 순간에 이미 기절했던 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열댓 명이 넘는 뱀파이어 녀석들이 피가 즐비한 바닥 위로 쓰러지는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꿈만 같았다.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 밤샘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


녀석은 평소에 누군가를 해치는 걸 절대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피가 튀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누군가가 죽어가는 모습을 좋아하는 건 악취미가 분명해요. 부르르 떨면서 질색하는 그 모습에 넌 정말 뱀파이어가 맞냐고 구박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녀석은 웃고 있었다.


머리가 싸악 식어갔다.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대체 저건 누구지? 사람을, 아니지 뱀파이어를, 제 동족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죽여가는 저 녀석이, 과연 제가 알고 있던 그 녀석이 맞는 것일까. 웃고 있는 녀석의 입술 사이로 하얀 송곳니가 보였다. 싸우던 중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저를 보고는 씨익 웃는다. 그래, 흡사 피에 굶주린 듯한 광기어린 눈빛을 하고서. 피 묻은 손을 핥는 녀석의 눈썹이 움찔거리며, 얼굴 위로 환희가 가득 차올랐다. 심장이 자꾸만 덜컹거렸다. 


피를 무서워하던 그 바보 녀석은 어디로 간 거지?

혼란스러웠다.



“…서장님?”



녀석이 다가오기 전에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온몸에 피갑칠을 한 녀석에게 제 외투를 벗어서 던져 주었다. 받아들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얼굴이 평소와 같았다. 그럼에도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체포가 우선이긴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을 경우에는 뱀파이어를 사살하는 것도 허용된다. 나라에서도 허가한 일이다.


그런데도-.



“난 괜찮아. 뒤처리를 부탁한다. 끝나면 곧바로 퇴근해.”

“…? 네.”



어리둥절한 녀석을 내버려두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돌아가는 중에도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너에게 실망한 것은 아니다. 그놈들은 제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이미 그 건물에 있던 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피를 빨아먹은 괴물들이다. 천벌을 받았어도 할 말은 없겠지. 네가 뱀파이어로서의 본능을 보여줬던 것도 처음은 아니었다. 너와 함께 한 오랜 세월동안 나는 그러한 모습을 꽤 많이 보았고, 이제 와서 너를 탓하고 실망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다만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유는 있다. 그 아수라장을 누비며 놈들을 해치우던 너와 시선이 맞닿았던 순간, 뼈저리게 깨달았다.


너와 나는 다르다.

자라난 환경도, 나이도, 종족도 정말이지 다르다.


단 한 번도 너를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고백을 받아주기 귀찮다거나 어떻게 대답해야 서로 계속 잘 지낼까, 이런 생각은 해 봤어도 종족이 다르다고 느낀 건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뱀파이어의 흡혈 본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들었다. 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아마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본능대로 싸우는 너를 본 것이 정말이지 오래 전이라서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너의 모습을 보고 새삼 깨달았다. 평소에는 맹한 녀석이지만 너도 뱀파이어라는 걸. 나는 아니지만, 세간에서는 너라는 존재를 괴물로 생각할 것이라는 것도.


이제껏 전혀 그런 기색을 느낄 수조차 없었던 건 네가 숨겼기 때문이겠지. 새삼 네가 나와 함께 있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알 것만 같아서,

비밀스런 무언가를 훔쳐본 기분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너는 뱀파이어고, 나는 인간.

유치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저 말이 너와 내 관계의 핵심이었다.

나는 어째야 하는 걸까.




*



“서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뭐가.”



살짝 째려보자 나가 녀석이 흠칫 몸을 움츠린다. 그리고는 울먹거리며 말하는 목소리가 겁에 질린 듯하다. 스푼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능력자인 녀석이 왜 저렇게 겁은 많은 건지.



“아, 아니, 그냥…. 많이 피곤해 보이셔서.”

“일이 징글징글하게 많아서 잠을 못 잤을 뿐이다.”

“언니 괜찮아?”



저를 걱정하는 혜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도 동생이라고, 언니 걱정해주는 건 너뿐이구나. 사실 일 때문에 잠을 못 잔 건 아니지만 아무렴 어떻겠는가. 좋은 게 좋은 거지.



“어? 나가군. 여기 있었네요!”



들리는 목소리에 순간 몸을 흠칫거렸다. 녀석이다. 다가오는 발소리가 마치 시한부 선고마냥 쿵쿵 울린다.



“아, 난 이만 간다.”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고 그 자리를 떴다. 복도를 달리듯 걸어가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가지치기하듯 쳐냈다. 일은 많이 줄었지만 저는 여전히 잘 수가 없었다.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그 녀석과의 관계.


꽤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인생서 이렇게 머리를 써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제게 단순한 서장과 비서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는 녀석에게 슬슬 답을 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명확하게 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녀석은 뱀파이어다. 그리고 저는 인간. 인간은 뱀파이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고, 대부분의 뱀파이어에게 인간은 식량일 뿐이다. 어느 사회에 가든 뱀파이어와 인간이 어울리는 걸 좋게 보는 놈들은 없을 테고, 그게 친구 이상의 관계라면 더 그러하겠지.


아마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저는 귀찮은 일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지금 스푼에서만도 골치아픈 일들이 산더미인데, 굳이 거기에 고민거리를 더 추가하고 싶지 않았다.


그 모든 걸 감수하면서도 함께 있고 싶을 만큼, 제게 녀석이 소중한 걸까?


이 질문에 결론을 짓지 못하는 이상,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손을 뻗을 수도, 녀석을 쳐낼 수도.




=



“언니랑 무슨 일 있었어?”



혜나의 질문에 귀능은 그저 웃었다.



“에이, 저희 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어요?”

“거짓말. 그렇기엔 언니가 너무 대놓고 피하는걸?”

“혜나 양 눈에도 티가 나나 보네요.”

“당연하지.”



어깨를 으쓱하는 조그만 소녀를 내려다보던 귀능이 눈을 반달로 접으며 웃었다. 평소처럼.



“그거, 비밀로 해주시겠어요?”

“뭘?”

“서장님이 절 피하시는 거, 제가 알고 있다는 거요.”

“뭐, 상관은 없는데….”

“감사합니다.”

“정말, 별 일 아닌 거지?”



걱정스레 말하는 혜나에게 그가 아무렇지 않게 웃어주었다.



“네, 그럼요.”



그 속은 그렇지 않을 지라도.



*



“안녕?”



태평하게 인사하는 백모래를 향해 다나가 주먹을 날렸다. 어이쿠, 소리를 내며 피하는 그를 향해 다시 발차기가 날아왔다. 그조차 사뿐히 피하는 녀석을 노려보던 다나가 바닥에 사뿐히 착지했다. 이를 으득 갈았다.



“할 말이 그것뿐이냐?”

“하하, 다나는 역시 난폭해.”

“넌 너무 깝죽대고!”



다시 주먹을 날리자 하하 웃으면서도 다 피하는 모습이 얄밉기 짝이 없다. 노리기는 쉬웠다. 하얀 옷으로 온몸을 돌돌 말고 있는 녀석은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보통 뱀파이어는 검은 옷차림을 선호한다. 어둠에 몸을 숨기고 사냥하는 종족인지라 옷이 밝으면 표적이 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런 관습으로 볼 때 녀석의 옷차림은 꽤나 이단적이었다.


그 특이한 특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나타난 나이프는 평소보다 끈질겼다. 저와 백모래를 제외한 나머지 녀석들은 서로 엉켜서 치고박고 싸우는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다. 일단은 녀석에 집중했다. 저는 이 눈앞의 쥐새끼를 잡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요리조리 피하는 놈을 잡는 것에 슬슬 열이 뻗치고 있었지만, 화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오르카 녀석이 제게 검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봤자 칼이 먼저 우그러질 테니까.



“서장님, 위험해요!”



나는 괜찮은데.

너는 왜 내 앞을 막아선 거지. 왜, 어째서.

하얀 머리카락이 붉게 물들어간다.

눈앞이 새하얘졌다.



*



겁 없이 맨몸으로 나를 막아선 너의 어깨죽지에 칼이 박혔다. 뿜어져나온 피가 옷을 얼룩지고, 머리카락 끝을 물들이면서, 내 얼굴에도 몇 방울이 튀었다. 그럼에도 너는 웃고 있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바닥으로 풀썩 쓰러지더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슬로우 모션처럼 그 모든 게 천천히 눈앞에 재생되었다. 비명소리가 들리다가도 아스라이 흩어진다. 귓가가 웅웅 울려왔다. 아, 어지럽다. 눈앞이 흐릿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화조차 나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정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백지가 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쓰러진 녀석을 보고서부터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올려찼다. 왜 싸우는지도 잊어버렸다. 그냥 모든 걸 부수고 싶었다.


악몽이라면 이쯤에서 깨어날 텐데.



“서장님, 서장님! 다 끝났어요, 정신 차리세요!”



저를 부르는 나가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나이프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저는 애꿎은 벽에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 누워있는 녀석이 보였다. 터벅터벅 걸어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옮기는 발걸음에 오늘따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쪽 무릎을 굽혀 쓰러져 있는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코 밑에 조심스레 손을 가져다 대자, 숨소리가 손에 묻어났다. 긴장이 턱 풀렸다. 다행이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거 같아요.”

“…그러냐.”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며 녀석의 하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올려주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손의 떨림을 들키지 않게 조심히. 제 손길에 움찔거리던 녀석이 서서히 눈을 떴다. 검은 눈동자가 사람들을 빙그르 둘러보더니 마지막으로 저를 향한다. 뭐라고 말할까 망설이고 있던 차, 녀석이 입을 열었다.



“오우, 이거 생각보다 꽤 아프네요.”

“….”

“왜 다들 죽을상을 하고 있어요? 나 안 죽었는데?”



죽다 살아난 사람치고는 굉장히 명랑한 목소리였다. 어깨에 칼빵을 맞아놓고 할 말이 고작 저것뿐인가. 엄숙하던 분위기를 한 방에 깨고는 다나를 올려다보던 귀능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장님.



“제발 째진 눈 하지 마시라니까요. 가뜩이나 인상이 무서운데 여기서 더 무서워지면 진짜 조폭으로 오인받아요?”



다나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부들거림이 어떤 의미인지 그녀를 아는 스푼 사원이라면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다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컥, 으아악!”



배에 주먹을 얻어맞은 귀능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기절. 때리고도 더 때리지 못해 한이라는 얼굴로 손을 탁탁 털던 다나가 쌈박하게 명령했다.



“이놈을 병원으로 데려가.”



*



그렇게 명치를 얻어맞고 기절한 귀능은 무사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뱀파이어 중에서도 순혈이라 그런지 회복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아니, 빠르다 못해서 거의 괴물 수준이었다. 결코 얕지 않던 상처가 며칠 만에 아물었다는 진료 결과에는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리고 다나는, 한 닷새는 지나서야 그의 병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침대에 앉아 무료함에 하품을 하고 있던 귀능이 반갑게 그녀를 맞았다.



“어, 서장님!”

“….”

“이제야 오신 거예요?”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정말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쌩쌩했다. 이미 붕대를 풀었는지 병원복 사이로 드러난 어깨에는 흉터조차 거의 남지 않았다. 자신한 이유는 있었던 모양이다. 그 상처가 닷새만에 거의 흔적조차 남지 않다니.



“…상처는.”

“아, 괜찮아요. 이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팔을 붕붕 휘둘러댄다.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정말로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닌가 다시 열이 받았다.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것이 있었다. 다나는 느지막히 말을 뱉었다.



“야.”

“네?”

“거기서, 왜 뛰어들었냐?”

“에? 아, 그거요?”



저는 이래 봬도 금강불괴의 소유자다. 제게 물리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자는 스푼 내에는 물론 나이프에도 존재치 않았다. 금강불괴는 그 정도로 무적인 특기였다. 물론 같은 체질을 가진 유다 녀석과는 붙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걸 잘 아는 게 바로 이 녀석일 터인데도. 녀석은 제 앞을 가로막았다.

어째서?



“서장님이 다칠 뻔했잖아요.”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하는 녀석의 말을 한동안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나서는 어이가 없어졌다. 지금 저걸 변명이라고 하는 걸까? 놀리는 건가 싶어 다시 한 번 명치를 때려줘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노려보는 제 눈초리에도 녀석은 싱글벙글이었다. 산뜻하게 웃는 얼굴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내 능력이 뭐지?”

“뭘 새삼스레 물어보세요. 금강불괴죠.”

“너랑 나 둘 중에 맞으면 누가 더 덜 아프겠냐?”

“서장님이요.”



망설임 없이 나오는 대답들에 이젠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다 알면서.



“그걸 아는 놈이 왜 거기서 달려들어?!”

“서장님이 인간이니까요.”

“….”

“혹시 모르잖아요. 화나시면 금강불괴고 뭐고 다 소용없는데. 아무래도 그냥 제가 맞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화가 나면 금강불괴가 소용없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극히 드문 경우로, 화를 조절하는 것쯤은 어느 정도 가능했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문득 알 것만 같았다. 처음으로 녀석이 제 본성을 드러냈던 때, 제가 답지 않게 바닥에 잠시 고꾸라졌던 때. 그 모습은 흡사 금강불괴가 작동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을지도.


녀석은 그걸 신경 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종족 특성상 회복력 하난 끝내주잖아요, 제가.”

“….”

“죄송해요. 사실 서장님이 다치는 게 보기 싫었어요. 그뿐이에요.”



그래도 더 이상 말이 없는 다나의 모습이 불안했는지 우물쭈물하던 귀능이 대뜸 다시 말을 꺼냈다.



“그리고, 제가 쓰러져도 서장님이라면 다 해치우실 거라고 믿었다구요.”

“….”

“역시 생각대로 정말 다 해치우신 거 보고 감탄했어요! 이야 역시 우리 서장님!”



엄지를 척 세우며 발랄하게 말했지만, 그럼에도 급속도로 냉각되는 분위기를 느끼고 그는 재빨리 팔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렸다. 아무래도 그때처럼 한 대 맞을까봐 겁이 났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주먹이 날아오지 않았다. 뭐지? 싶어 살짝 팔을 내리자마자 그는 얼굴을 얻어맞고 뒤로 풀썩 넘어졌다. 침대인데다 다나가 평소보다 힘을 얕게 줬는지 매트릭스가 조금 파이는 수준에서 그쳤다. 귀능이 일어나서는 항의했다.



“아야야야야…. 서장님 치사해요! 이런 게 어딨어!”

“….”

“반칙! 반칙!”



재잘거리는 귀능의 목소리에도 영 말이 없던 다나가 갑자기 자리에서 불쑥 일어났다. 순간 움찔거리는 귀능을 돌아보는 눈빛이 살벌했다. 웃던 얼굴 그대로 굳어버린 그를 돌아보던 그녀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다시 흠칫 몸을 굳혔다. 곤란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다, 다음 순간 표정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이마에 힘줄이 돋아 있는 걸 보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녀가 짜증스레 말했다.



“이런 걸 걱정한 내가 미쳤지. 간다.”

“…옙.”



의자에서 일어난 다나가 뚜벅뚜벅 걸어 문 앞으로 다가섰다. 문 손잡이를 잡은 순간 우뚝 몸을 멈췄다. 아, 맞다. 무언가 잊었다는 듯이 그녀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다신 다치지 마라.”

“….”

“날 위해서라며 덤벼들다가 다치는, 그런 헛짓꺼리를 한번만 더 했다간 스푼 건물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하게 될 테니까.”

“…헉.”



헛숨을 들이키는 귀능을 보던 다나가 짜증스레 말했다.



“지금부터 다 네라고만 대답해. 첫째, 난 몸을 함부로 굴리는 놈은 절대 사양이다.”

“네.”

“둘째. 한 번 했던 얘기를 반복하게 만드는 놈도 싫다. 귀찮으니까.”

“딱히 반복해서 말해주시진 않….”

“닥쳐.”

“넵.”



깝죽대려고 하던 귀능이 다나의 살벌한 한 마디에 금세 깨갱했다. 카리스마가 넘치다 못해 압력에 눌려 사망하시겠다. 그렇게 속으로 투덜대면서.


다나가 다시 말했다.



“솔직히 넌 좀 귀찮다.”

“…네.”



귀능은 애써 웃었다. 귀찮다는 그 말에 심장이 철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다나의 목소리는 험악한 기색은 가셨지만 그만큼 진지했다. 그걸 잘 알았기에 그는 목이 턱 하니 막혀왔다. 답답했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입을 열었다간, 지금 저를 짓누르는 감정의 덩어리들이 제 의지를 배반하고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서.



“꼬맹이 때랑 정말이지 달라진 게 없냐. 손이 많이 가는 것도 그렇지만.”

“…죄송해요.”

“네라고만 하라고 했지.”

“네.”



시무룩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귀능은 제 고개를 풀썩 떨어뜨렸다. 말을 할 때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는 것만도 용한 일이었다.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말이지, 귀찮아 죽겠는데…. 귀찮을 것도 잘 아는데 말이지.”

“….”



그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다나는 제 머리를 세차게 헝크러뜨렸다. 그러더니 표정이 쉭쉭 바뀌었다. 끙끙 고민하는 표정이다가도, 입을 우물거리기도 했으며, 그러더니 나중에는 체념했는지 한풀 꺾인 얼굴로 힘없이 답했다. 물론 귀능은 그녀의 그런 표정을 보지 못했다. 바닥을 보고 있었으니까.



“네놈에 한해서는 귀찮음을 감수하기로 했으니까, 영광으로 알아라.”

“네, 알겠습…. 네?!”

“이상. 난 간다.”



귀능이 말릴 새도 없이 다나는 문을 쾅 닫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사라진 그 자리를 귀능은 멍하니 보고 있었다. 손을 들어 몇 번 얼굴을 매만지더니 볼을 꼬집는다. 아얏. 느껴지는 아픔에 꿈이 아니라는 걸 체감했다. 벙쪄있던 얼굴에 순식간에 활기가 돌았다. 잠시 스쳐가듯 봤지만 분명 얼굴이 조금이나마 붉었던 것처럼 보였다.


이걸 대답이라고 봐도, 좋은 거려나.




=



“…내가 미쳤지.”



환호성이 들려오는 병실을 뒤로 한 채, 다나는 병실 문 밖 바로 옆에 있는 벽에 기대서 있었다. 어두운 병실 복도에 홀로 덩그러니 서서, 그녀는 방금 전에 제가 했던 말을 곱씹어보고 있는 중이었다. 충분한 대답이 된 건가. 한 손으로 제 눈 밑을 가린 그녀의 뺨이 살짝 붉어져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 봤다면 아마 꿈이라고 생각했겠지. 믿기지 않는 장면일 테니까.


다나가 피식 웃었다. 뭐,



“어쩔 수 없는 거려나.”



생각보다 내게 네가 중요한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달았으니까.


귀찮은 건 싫지만, 귀찮아도 곁에 두고 싶을 정도로.

옆에 네가 없는 걸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너란 녀석을, 마음에 둔 것 같아서.








* 후일담



“어이.”



다나의 눈썹이 조용히 씰룩였다. 소파에 앉아 손에 든 신문을 차분히 읽어내려가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다나의 바로 맞은편에 앉아 무릎 위로 세운 두 손등 위에 제 얼굴을 기대고서, 귀능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렸다.



“뀨?”



그리 표정이 좋아보이지 않는 다나와는 달리 대답하는 목소리가 참으로 해맑았다. 그에 더 짜증이 났는지 그녀가 버럭 성질을 냈다.



“지금 뭐하자는 거냐?”

“보시다시피 서장님을 관찰하는 중인데요.”

“…날 관찰해서 어디다 써먹으려고 그러지?”

“약점 탐구? 서장님을 화나게 만드는 법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지 모….”



말을 잇기도 전에 주먹이 그의 머리로 날아왔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아픈 머리를 부여잡은 귀능을 무시하고서 다나는 다시 신문을 읽었다. 얼마 전에 대대적으로 벌인 소탕 작전이 기사로 떴다. 궤멸 수준이 꽤 컸으니 이 정도면 한동안은 설치지 못하겠지. 당분간은 윗선들의 잔소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속이 후련했다.


다시 신문 삼매경에 빠져들려는 찰나, 다나를 잡아끈 건 부드럽고 차분한 저음의 목소리였다.



“뻥이고요, 사실 봐도봐도 보고 싶어서 그래요.”



힐끔 시선을 돌려 녀석을 쳐다보았다. 목소리도 표정도, 평소의 발랄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웃음기가 싹 걷힌 얼굴이 꽤나 낯설어서, 저도 모르게 툭 말을 내뱉었다.



“…그 대사 정말 오글거리는 거 알지?”

“에에, 그런가요?!”



나름 설레라고 한 말인데. 볼을 뿌우 부풀리며 투덜거리는 모습이 다시 평소와 같아서, 다나는 저도 모르게 안도했다. 방금 전의 녀석이 어쩐지 녀석답지 않아서. 깝죽댈 때와는 달리 부드럽게 말하는 목소리가 듣기에 좋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묘하게 심장이 간질거렸다.


이런, 나 지금 무슨 생각한 거야.


헛생각이다. 왠지 목이 말라오는 기분에, 다나는 제 앞에 놓여 있던 커피잔을 집어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 와중에 귀능이 다시 말을 걸었다.



“근데, 서장님.”

“뭐.”

“저희,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

“푸웁…!”



마시고 있던 커피를 내뿜을 뻔했다. 사레가 들렸는지 콜록거리던 다나가 근처에 있던 티슈를 뽑아 제 입가를 닦았다.



“…갑자기 무슨 소리하는 거냐.”

“하지만, 분명 그러셨잖아요. 귀찮은 건 질색이지만 저에 한에서는 귀찮음을 감수하겠다고. 그건 즉 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겠다는 뜻 아니….”



떠벌떠벌 떠들어대는 녀석의 입을 손으로 부리나케 틀어막았다. 분명 그렇게 말한 건 저였고, 그 말의 의미를 모를 만큼 녀석이 둔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았다. 각오하고 뱉은 말이니만큼 무를 생각은 없었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녀석과 함께한 십몇 년은 그렇게 쉽게 뒤집어질 것이 아니었다.


벌어진 손가락 틈새로 뚫어져라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까만 눈동자가 진지하게 저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다음 순간에 할짝, 오돌도돌한 무언가가 손바닥에 닿았다.


손바닥을 쓸어올리는 물컹한 감촉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황급히 손을 떼려고 했지만 강한 힘이 제 손을 붙잡았다. 분명 스푼에서 완력으로 저를 이길 상대는 없을 터인데, 꿈쩍않는 손을 잡아뺄 수가 없었다. 녀석이 입꼬리만 올려 씨익 웃었다.


순식간에 공기가 변했다.



“너, 뭐하는…!”



다나가 놀랄 틈도 없이, 귀능은 혀를 내어 뻗어있는 그녀의 손가락들 중 가운데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천천히 혀로 감아서 빨아올렸다. 그의 입술 사이로 하얀 송곳니가 드러났다. 말릴 틈도 없이, 따끔거리는 감촉과 함께 비릿한 혈향이 손끝을 따라 배어나왔다. 피가 스며나오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핥아올리는 그의 표정이 무척이나 황홀했다. 마치, 무척 맛있는 것을 맛보고 있는 것처럼.


느릿느릿 혀를 써가며 저를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을 다나는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손가락서 느껴지는 감각은 낯설고 간지럽고, 그리고 무척 뜨거웠다. 화악 번지는 열기가 손끝을 타고 저를 덮쳐오는 것처럼 온 몸이 더웠다. 마시지도 않은 술에 취한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자꾸만 몽롱해졌다. 미지근한 물 속으로 점점 가라앉는 것처럼 평온하다. 몸에서 힘이 점점 빠지며 나른해졌다. 갑자기 왜 이러지. 약이라도 먹인 걸까. 하지만 제 몸은 오수의 마약조차 듣지 않는데. 그럼 대체 이건 뭘까. 흐릿해지는 눈동자를 애써 깜빡거리며 앞을 바라보았다. 저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제 눈앞에 있었다. 평소와는 달랐다. 살짝 접힌 눈웃음도 천천히 제 손을 감아올리는 손가락도, 그 무엇도 녀석에게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나른하게 짓는 미소에 맥박소리가 조금씩 빨라졌다.


몽롱해지는 정신 중에도 생각했다. 뱀파이어들은 특유의 색기라는 걸 가지고 있다는데, 이게 바로 그건가? 저를 쳐다보던 녀석이 나른하게 미소를 짓는다. 어렸을 때부터 봤던 녀석인데, 지금은 무척이나 커 보였다. 이 녀석의 손이 이렇게 단단했던가. 흡사 남자인 것 같….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으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귀능은 세차게 뒤로 밀려났다. 소파가 넘어지며 그 위로 나가떨어진 그의 시선 끝에 살벌한 붉은 눈이 마주했다. 금방이라도 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다나의 눈초리도, 갑작스럽게 돌변한 이유도 귀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꽤 좋지 않았던가. 당황스러웠는지, 넘어진 그 자세 그대로 멍하니 올려다보는 그를 향해 다나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꺼져라, 당장.”

“엣, 아니. 그러니까….”

“맞고 꺼질래, 그냥 꺼질래?”

“그냥 나갈게요!”



후다닥 몸을 일으킨 귀능이 서장실 문을 열고 달음박질쳤다. 어느 정도 멀어지자, 쫓아오지 않는 것에 안도하며 그는 천천히 달리는 속도를 늦췄다. 가만히 숨을 몰아쉬면서 복도를 뛰어가던 그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반응했던 거 같은데…?”





귀능이 나가자마자 다나는 서장실 문을 조용히 닫았다. 문을 잠그고 넘어진 소파를 다시 세운 뒤, 그 위에 털썩 올라앉았다.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가려져 보이지 않는 얼굴 대신, 목덜미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이유는 아마도.



“죽었어.”



씩씩거리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두 사람 다, 서로 솔직해질 날은 언제나 올런지.




FIN.





* 후기



안녕하세요. 리네라고 합니다:)

배포본 안 내겠다고 그렇게 말해놓고 이번이 네 번째 배포본이네요(…) 허허허허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트위터에서 푼 썰을 토대로 대충 구체화를 시켜 보았습니다. 뱀파이어 귀능다나!

지만 사실 뱀파이어적인 면이 하나도 안 나와서ㅋㅋㅋㅋ 그냥 본편물 같네요 제가 봐도(._, 사실 이게 회지였으면 좀 더 디테일이 가미되었을 거고 이것저것 추가되었을 지도 모르지만 페이지로 봐서는 이게 한계입니다ㅠㅠ


웹툰온리전이라 뭐라도 내고 싶어서 고민하던 차, 친한 동생의 배려로 배포본을 내고 위탁까지 했네요 유프님 아리가또>_<

이영싫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캐붕이 있을까 우려되네요. 그 점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애초에 본진이 이 쪽이 아니라서요 ㅎㅎ; 물론 연성만 안할 뿐이지 이영싫은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나가 참 잘생쁨하고 성격도 멋져서 볼 때마다 두근거립니다. 귀능이는 참 귀여운데 중요할 땐 상남자라서 좋아요 헤헷!


어... 사실 비하인드를 더 말하자면 이 썰이 사실 스케일이 좀 많이 큰 녀석이어서, 원래 설계대로 쓰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중간 부분들을 많이 잘랐습니다. 참고로 중간중간 장면을 건너뛰는 게 보이실 텐데, 끊긴 그 사이사이의 텀이 생각보다 깁니다. 둘의 성격상(특히 다나) 썸을 좀 길게 탔을 거고 그 과정을 제대로 그렸어야 하지만 뭐... 좋은 게 좋은거죠bb(모두들: 웃기시네


마지막 후일담은 뱀파이어적인 면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적었습니다. 수위를 조절하는 것에 좀 많이 애먹었습니다(...) 손가락 무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안 괜찮으면 곤란해요ㅠㅁㅠ


사실 이 썰은 귀능이랑 다나가 이어지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이 통하고도 서로 고민이라던가 갈등하는 부분이 많을 거고, 그 과정에서 둘 중 한쪽이 폭발해서 일이 꼬이고 그럴 거 같은데... 그리고 아마 둘 다 성장하겠죠 감정들이 ㅇㅇ 그려보고 싶으나 제게 지금 시간이 없으므로 언제 다시 손댈지는 모르겠습니다^_^(안할거라 확답은 안하겠습니다 이래놓고 또 재밌겠다 싶으면 할 저를 잘 알아서...(먼산)


귀다를 파시는 분들께서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셨기를 빕니다ㅠㅁㅠ


가져가주시고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귀능다나 행쇼하렴!^^

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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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프가 어제 뱀파이어 au 귀다 얘기해서 문득 생각했는데 귀능이가 뱀파이어인데 얘네 집안에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에 그걸 경계한 뱀파이어들이 집안 멸족시켰다 해도 재밌겠다... 같은 뱀파이어지만 서로서로 알력다툼이 심해서 그걸로도 싸움이 나고 스푼의 주 업무는 헌터기도 하지만 그런 싸움들이 일어날때 일반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감시원이고, 뱀파이어들 사이에서도 온건파와 강경파가 있어서 온건의 경우는 비밀리에 스푼과도 협력하고 있어서. 귀능이네가 온건 쪽이었고 그래서 지원나갔던 다나가 귀능이를 구해서 키우게 되는(?) 귀능이는 뱀파이어지만 아버지 죽을 당시의 기억때문에 피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뱀파주제에 피만 보면 부들부들 떠는걸로. 근데 이상하게 서장님 곁에 있음 묘하게 안 떨리는...?


뱀파이어들은 사실 피를 어느 정도만 섭취해도 몇 달 정도는 안 마셔도 딱히 지장이 없고 사람의 음식도 어느 정도는 먹을수 있음. 그러나 아예 안 먹고 살 수는 없는지라 다나가 초반에 고생하겠지 기껏 구해놨더니 굶어죽을판이닠ㅋㅋㅋ


뱀파이어 세계가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는건, 강경의 경우 왜 우리가 짜피 우리보다 하찮은 존재들을 위해 절제하고 사냐 난 내맘대로 살겠다 느낌이고 온건은 다른 종족이라도 서로간의 존중과 배려는 필요하다고 생각함. 그러나 종족에는 강경이 훨씬 많아서 온건파는 살짝 배척당하는 느낌...? 뱀파이어의 이념 자체랑 어긋나는건 사실이니까. 아무튼 나중에 썸을 타더라도 둘은 꽤나 고된 사랑을 하지 않을까. 어쩌다 귀능이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면 꽤나 괴물처럼 보일텐데 그걸 보고 다나가 매우 고민할 거 같다 평소엔 다나가 훨씬 세지만 어쩌다 귀능이가 빡돌면 진짜 어지간한 순혈 뱀파이어보다 세다는 걸로. 적들 다 죽이고 피범벅을 하고선 괜찮냐고 자길 보고 웃고 있는 귀능이를 보면서 다나는 물론 고맙긴 하지만 마음이 많이 착잡해질듯.


평소엔 맹한 녀석이라 잊고 있었는데 이 녀석도 뱀파이어고, 세간에서는 이런 녀석을 괴물이라 칭할 테니까. 그 때서야 다나는 생각보다 종족의 차이라는 게 굉장히 무거운 장애물이라는 걸 깨닫겠지. 그리고 귀능이와의 관계에 대해 처음으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거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고민은,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길텐데 그래도 곁에 두고 싶을 만큼 이 녀석을 좋아하는가? 겠지. 귀능이는 귀능이대로 그날 이후 묘하게 자길 피하는 다나 모습에 대충 눈치는 채겠지만 티는 내지 않을거 같다.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나이프가 한 번 깽판쳐주면 재밌겠다. 모래야 니가 악역한번 맡아줘야 할거같다... 아무튼 싸우다가 귀능이가 어쩌다가 쓰러지고 다나는 그걸 보면서 머릿속이 백지가 되지만 화가나면 능력이 사라지기에 아무 생각을 안하려고 하면서 일단 나이프를 쫓아보내긴 할듯. 뭐 그래서 귀능이 살펴보는데 이 미친놈은 중상 입고도 농담치면서 하하 웃는데 그제서야 방금 나려다 만 화까지 다 치솟아서 다나가 귀능이 한대 세게 때릴거같다 지못미 귀능아..(죽을뻔한 판다씨 


지원나온 나가 편에 본부로 귀능이 돌려보내고 다나는 뒷수습을 하면서 생각에 잠김. 며칠 후에 귀능이 입원한 곳으로 다나가 찾아옴. 괴물같은 회복력으로 거의 며칠만에 상처가 많이 아물었음. 다행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구는 귀능이랑 얘기를 하다가 다나가 말을 툭 던진다.



-야

-네

-거기서 왜 뛰어들었냐?

(다나 구하려다 중상입음)

-서장님이 다칠 뻔했잖아요.

그말에 다나는 어이가 없어질듯. 다시 질문.

-내 능력이 뭐지?

-금강불괴죠.

-너랑 나 둘 중에 맞으면 누가 더 덜 아프겠냐?

-서장님이요.


정말 다 즉답하는데 그래서 다나는 진짜 말이 안나올거같다


-그걸 아는놈이 왜 거기서 달려들어?!

-서장님이 인간이니까요.

-...

-혹시 모르잖아요. 화나시면 금강불괴고 뭐고 다 소용없는데. 아무래도 그냥 제가 맞는게 나을거 같았죠?

-...

-제가 쓰러져도 서장님이라면 다 해치우실 거라고 믿었어요.


그리고 정말 다 해치우셨잖아요. 이야 역시 우리 서장님! 그러면서 귀능이가 엄지 척 세울거같다 그리고 한대 맞을걸 예상하고 팔로 가리는데 예상외로 주먹이 안 날아와 놀라서 팔 내리는 순간 맞는 귀능이ㅋㅋㅋ 그리고 다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이마에 빠직마크 붙임.

- 이런 걸 걱정한 내가 미쳤지. 간다.

그러면서 나가려는데 나가기 전에 한 마디 덧붙임.

-다신 다치지 마라.

-...

-날 위해서라며 다치는 헛짓꺼리를 한번만 더 했다간 건물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하게 될 테니까.

-...헉

-지금부터 다 네라고만 대답해. 첫째, 난 몸을 함부로 하는 놈은 사양이다.

-네

-둘째. 한 번 했던 얘기를 반복하게 만드는 놈도 싫다. 귀찮으니까.

-딱히 반복해서 말해주시진 않...

-닥쳐.

-넵(깨갱)

-솔직히 넌 좀 귀찮다.

-...네

-정말 귀찮지만 네놈에 한해서는 귀찮음을 감수하기로 했다. 영광으로 알아라.

-네 알겠습....네?!!

-이상. 난 간다.


그리고 동시에 문닫고 나가버리는 다나를 붙잡지도 못하고 귀능이는 벙찌고 문닫고 복도에 서 있던 다나는 살짝 빨개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살짝 가리고ㅇㅇ 그렇게 일단 고백아닌 고백을 한 다나의 말 이후로 애들은 꽁냥꽁냥 잘 살았겠죠? 대충 마무리ㅋㅋㅋ


Posted by I.R.E
,

※ 홍패랑 홍옥이가 초콜릿 만들어요~!

※ 무지 짧습니다. 삼삼님 리퀘작 ㅇㅇ





[마기/無커플링] Valentine Day 






"으아!!"



콜록콜록, 훅 불어오는 까만 연기에 기침을 몰아쉬던 소녀의 손이 허공을 휘휘 내저었다. 긴 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묶고, 화려한 앞치마를 입은 소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하얀 포대와 주걱, 초콜릿이 올려진 도마와 커다란 칼, 그리고 그 모든 게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주변을 보아하니 무언가를 만드려고 했다는 것만은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소녀는 그저 말없이 냄비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이미 형체를 잃고 참혹하게 변한 초콜릿의 형태에 들리지 않을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실패했네…."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분명 하라는 대로 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소녀는 속으로 온갖 불만을 곱씹으며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초콜릿을 자르래서 잘랐을 뿐이고, 끓이래서 끓였을 뿐이다. 크림을 만들려면 거품을 내야 한대서 힘껏 저어줬더니 어느샌가 들고 있던 통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있는 게 없었다.


난감해졌다. 이제 재료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창문 너머로 검푸르게 물든 하늘을 슬쩍 쳐다보았다. 곧 날이 밝을테고, 다들 일어나기 전에 일을 마치지 않으면 곤란하다. 얼굴에 묻은 크림의 잔해를 손으로 훑었다. 입에 넣으니 달콤한 맛이 난다. 씁쓸한 기분과는 다르게도.



"홍옥?"



흠칫하자마자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인물은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꽤나 뜻밖이기도 했다. 이 시간에 보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사람.



"호, 홍패?!"

"이 시간에, 왕실 주방에서 대체 뭘 하고…. 는 대충 짐작가네."



딱 보기에도 처참한 주방의 모습에 홍패는 혀를 끌끌 찼다. 홍옥의 목소리가 넓은 주방을 카랑카랑하니 울리고 지나갔다.



"시, 시끄러!! 너야말로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

"나야 수련하러 일어났지. 탄 냄새가 심하게 나길래 불이라도 났나 해서 와본 거라고."

"윽."

"대체 뭘 만드는 거야? 요리라곤 생전 해보지도 않았을 것 같은 공주님이."

"그게…."



성큼성큼 다가온 홍패가 도마 바로 옆에 있던 한지를 집어들고 살펴보았다. 몇 자 읽더니 소년은 가만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콜렛? 이건 또 뭐지."

"이번에, 타국 사절단이 가져온 증정품인데, 맛있었다구! 그…. 직접 만들어서, 특별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도 있다고 했어!"

"그래서 만들고 있었던 거야?"

"뭐, 뭐!! 그럼 안 돼?!"



안 된다고 말하면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이 홍옥이 제 얼굴을 붉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패는 말없이 한참 글자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더니 곧바로,



"초콜릿이라는 게 이 까만 거야?"

"…어?"



주걱과 통, 냄비 안을 꼼꼼히 살펴보던 홍패가 제 눈살을 찌푸렸다. 읽고 있던 얇은 한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소녀를 향해 휘휘 흔들더니, 말한다. 야.



"제대로 읽긴 읽었어? 이거."

"에?"

"냄비에 저걸 끓일 때는 냄비에 그냥 끓이는 게 아니라, 접시에 담아서 주변에 물을 붓고 녹이는 거라고 되어 있잖아."

"뭐? 진짜?!"

"이 크림인가 뭐시기도 알 만하네. 그냥 막 저었지? 적당히 살살하랬지 누가 무식하게 막 휘두르래?!"



거침없는 타박에 홍옥은 울상을 짓긴 했지만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열은 받지만 대꾸할 말이 없어서임이 분명했다. 그런 그녀를 내버려둔 채, 홍패를 창문 밖을 한 번 흘낏 건너보더니 주변을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주위를 대충 정리하던 소년이 도마에 올려져 있던 칼을 집어들었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걸 지켜보는 소녀에게 홍패가 간단히 말했다.



"얼마 안 남았네. 물이나 끓여봐."

"…?"



칼을 몇 번 휘두르더니, 홍패가 진지한 표정으로 도마 위에 있는 초콜릿을 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초스피드로 간다."




*



"여기, 받으세요!"

"자, 받아."

"뭐야, 내가 주는 걸 감히 사양하겠단 건 아니겠지?"



환하게 웃으며 작은 상자를 건네는 홍옥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성 안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뿌리고 다니는 공주의 모습에 아마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으리라. 거무죽죽하니 이상하게 생겨먹은 속 안의 내용물은 둘째치고라도.


홍염이나 홍명은 그래도 다행히 사절단이 가져온 진상품들을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독살 위협으로 간주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조금 얼떨떨한지 손에 든 상자와 홍옥을 번갈아가며 눈짓하긴 했지만, 먹어보고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아 맛도 그럭저럭 합격선인 것 같아 다행이었다.


알리바바는 대놓고 기겁했다. 생긴 것부터가 정상적인 요리는 아니니 저게 평범한 반응이기는 했다. 그러려니 한 홍패와 달리 홍옥은 마음이 좀 상했는지 버럭버럭 짜증을 냈다. 한바탕 말다툼이 벌어졌다. 뭐, 결국 먹어보고는 맛있다 말한 알리바바의 한 마디에 금방 기분이 풀리는 걸 봐서는, 홍옥도 아직 여린 소녀이긴 한 모양이었다.


좋아라 돌아다니는 홍옥의 뒤를 홍패는 계속 따라다녔다. 아무래도 오늘은 뭔가 따라다녀야만 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정말 즐거워보여서 조금 약오르기도 했지만, 웃는 얼굴을 보니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기분이 좋으니 이거 참 문제였다. 새벽에 제가 홍옥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울상이 되어 있었을까.


대충 방법을 보고 다시 처음부터 재료들을 섞고 만들고 틀에 찍어내고, 그리고 주변을 정리하고 나니 동이 터오고 있었다. 비밀로 하고 싶었는지, 주방으로 다가오는 걸음소리를 듣자마자 녀석은 저를 비밀문으로 끌어냈다. 그러고는 좋다고 상자들에 저것들을 포장하더니 성 안에 뿌리고 다니는 것이다. 대체 얼마나 재료를 많이 가져왔던지 실패한 흔적이 상당했는데도 남은 재료만도 굉장히 많았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홍옥의 바구니에 남아 있던 상자들도 하나 둘 씩 사라지고, 바구니가 텅 비어버렸다. 


해가 서산으로 지고 있었다.



"야!"



슬슬 방으로 돌아가려는 걸까, 복도를 따라 앞장서가던 홍옥이 홱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까지도 홍패는 그녀의 세 걸음 차이나게 뒤를 따르고 있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무언가에 놀라면서도, 재빨리 잡아챈 홍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붙잡은 것은 제 손바닥만한 작은 상자였다. 붉은 비단으로 감싸진 상자의 자태가 노을빛과도 닮아 있었다.



"줄게, 가져가."

"뭐야? 이건."



홍패의 질문에 홍옥은 잠시 입을 딱 다물었다. 금방 얼굴이 빨개지더니, 툴툴거리며 답했다.



"…뭐긴 뭐야? 답례."

"뭐야, 만든 건 나인데?"

"재, 재료는! 내가 가져왔잖아! 포장도 내가 다 했고…."



찔리긴 찔리는지 점점 기어들어가는 홍옥의 대답에 홍패가 큭큭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그에 더 창피한지 소녀가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시, 싫으면 관둬! 다시 내놓던가!!"

"누가 싫대?"

"…."

"다 주는데 나만 안 줘서, 더 있다간 삐질 뻔했다고. 잘 먹겠습니다."



또래 소년만치 피식거리며 웃던 홍패가 발걸음을 돌렸다. 정말 즐거운지 경쾌하게 스탭을 밟으며 복도를 걸어나가는 뒷모습을 홍옥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아니, 사실 하고 싶은 말이야 많았다. 이번에 도와줘서 고맙다고, 너 아니었음 이렇게 완성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폼을 재려고 했는데. 뭔가 직접 주려고 하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들이 엉키고 섥혀 하나를 꺼내자면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해야만 할 판국이었다.


그 와중에 떠오른 것은, 제게 이 음식의 제조방법을 알려주었던 사절단의 마지막 전언이었다.



- 저희 나라에는 특별한 행사가 있습니다.

- 특별한 행사요?

-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초콜렛을 전하는 날이죠.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좋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주변의 친한 이들에게도 나눠주기도 한답니다.

- ….

-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요.



입을 열었다. 이미 가버리고 없는 소년의 뒷자락에, 소녀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Happy Valentine. 홍패."




FIN.






===


홍옥이는 요리 못할 거 같습니다(단호


근데 은근 홍패는 막 잘하지는 않아도 레시피 주면 잘 하지 않을까 해서요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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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

※ 삼삼님의 리퀘스트입니다 ㅇㅅㅇ)/

※ 마기 251화 이후...? 감금소재가 좀 있습니다. 17금적인 수위가 좀 있으니 피하실 분들 피해주세요;ㅅ;




빛과 빛이 맞부딪혀 자욱한 먼지구름을 만들어낸다.



"물러서지 마라!"



함성보다도 더 크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이제 갓 약관을 지났을 법한 작은 소년에게서 들려오고 있었다. 선두에 서서 빛나는 마장을 둘러치고 있는 소년이 또 다시 제 금속기를 들어 거대한 빛의 파동을 만들어냈다. 거무죽죽하게 물든 '알 사멘'의 수족들이 거대한 방어벽을 소환하고 있었다. 그에 더 흥분했는지, 즐거워 미치겠다는 미소를 머금는 얼굴은 확실히 광기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는 이를 오싹하게 만든다. 씨익 웃으면서 들고 있던 낫을 휘두르려는 찰나에, 뒤에서 들리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그의 흥분을 깨뜨리지만 않았더라면.



"뭐야, 제법이네?"

"…?!"



그 목소리를 끝으로, 시꺼먼 어둠이 저를 찾아왔다. 





[쥬다홍패]

Dream


Written by. 리네





"어이."



계속해서 부르는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한다. 눈조차 마주칠 생각이 없는지, 연한 붉은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은 입을 꾹 다물고 벽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그가 마지막으로 입었을 당시와 똑같았지만,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의 오른쪽 발목에 금빛으로 빛나는 족쇄가 채워져 있다는 것 정도일까. 가지고 있던 금속기도 어디로 갔는지 그 낌새를 느낄 수조차 없었다.



"뭐야, 화났냐?"



여전히 묵묵부답. 제 앞에 서 있는 흑색 머리카락의 소년을 외면하면서, 눈동자를 조심스레 굴리며 방 안을 훑어보았다. 기껏해야 제 방의 절반쯤 될 법한 작은 방에는 탁자며 침대며, 갖추어질 것들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오른쪽에는 닫힌 창문이 있었고 제 왼쪽 대각선 앞에는 출입문이 보인다. 제가 앉아있는 침대는 푹신하니 감촉이 좋았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짜증이 난다.



"정말 아무 말도 안 할 건가?"

"…."

"순순히 대답하는 게 좋을 텐데."



정겨울 정도로 자주 왔던 곳인데도 지금 이 순간 여기가 끔찍한 것은 어째서일까. 자신은 이 곳을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의 방. 모를 리가 없었다. 그와 친구였다 생각했을 당시 자주 놀러왔었으니까. 더 좋은 방들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넓은 건 싫다며 부득이하게 이 방을 고른 녀석이었다. 위치도 상당히 폐쇄적이라 별로 좋은 곳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막무가내였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게 좋아.


분명 그 때 그렇게 말했던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강한 힘이 제 턱을 잡아당기는 통에 홍패는 난데없이 고개를 위로 젖혀야 했다. 열받은 듯한 표정과 형형한 눈동자가 저를 내리깐다. 타전으로 검게 물든 머리카락에서 파지직 전기가 올라올 것만 같다. 그의 불편한 심경처럼.



"봐주니까 내가 만만해 보여? 알잖아? 내 성질머리."

"…."

"난 기다리는 거 싫어해. 빨리 대답하랬지."

"…뭐가 그렇게 알고 싶은건데? 지금 내 심정?"



꽤나 힘이 세졌군. 턱 끝에서 올라오는 미미한 아픔을 무시하며 맞잡아 그를 노려보았다. 붉은끼가 도는 눈동자에 그의 얼굴이 가득 담겼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검은 머리칼의 소년은 픽 웃으며 손을 풀었다. 예상 외로 순순히 놓아주는 모습에 놀라는 홍패를 뒤로 한 채, 그는 침대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뭐야, 너무 놀라서 벙어리라도 된 줄 알았잖아."



한 손을 휙휙 내저으며 그는 언제나와 같이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 방금 전의 사이코같던 얼굴과는 영 딴판이다. 홍패는 그런 그가 아까보다도 더 불편했다. 진심을 숨길 때 그는 언제나 저런 표정을 하니까. 다시 말을 걸어보았다.



"그럼 이 상황에, 쥬다르 널 만나서 반갑다고 기뻐 춤출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뭐, 그건 그런가."

"날 왜 데려왔어? 인질로라도 쓰게? 미안하지만 염형은 나 하나 때문에 진군을 멈출 사람은 아니야. 죽일 거면 지금 죽이던가."

"오호, 꽤나 빨리 목숨을 포기하네."

"…어차피 너한테 잡힌 이상 둘 중 하나일 테니까. 내 편이 되라, 아니면 죽어라. 전자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니 자연히 선택권은 없는 거 아닌가?"



빠져나가고 싶어도, 이 안에서는 마법이나 금속기를 사용할 수 없다. 알라딘이 전에 그렇게 말했으니까. 발목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게다가 모르긴 몰라도 이 족쇄 또한 힘을 억제하는 마법도구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닿은 부분부터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연홍염이 좋아? 목숨이 달려 있는데도?"

"형님을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보다, 난 너희들이 추구하는 그 사상 자체가 맘에 들지 않거든."



알 사멘의 위협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제국을 둘로 쪼개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그 가치관을 환영하지 않는 건 당연지사다. 전쟁이 나면 고통받는 건 백성들 뿐이고, 타국을 침략할지언정 자국 내에서 피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싸움도 좋고 피튀기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밖에서의 일일 뿐,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는 안 될 문제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추하게 발버둥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죽는 게 나으려나. 굳이 목숨을 구걸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을 테지.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가만히 눈을 떴다. 칼을 들고 당장이라도 절 베어버릴 줄 알았던 쥬다르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다. 웃음기는 싹 걷힌지 오래였다.



"뭐, 말로 해서 들어먹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는데…."

"뭐?"

"생각보다 더 까다롭기 짝이 없군."



알 수 없는 소리만 중얼거리던 쥬다르가 홍패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일렁이는 감정들이 설핏 그의 눈빛을 타고 스쳐갔다. 너무 순식간이라 차마 무언지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일그러진 눈동자를 환한 미소로 덮어버리며 쥬다르가 다시 운을 떼었다.



"죽일 생각은 없어. '지금 당장은.'"

"그거 참 고맙네."

"도망가려고는 하지 마. 이 안에서는 마법이나 금속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쯤은 너도 잘 알고 있지?"

"…내 검은 어디 있어?"

"설마 그걸 알려줄 거라 기대하는 건 아니지?"



킥킥 웃던 쥬다르가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완전히 나가기까지 기다리다, 홍패는 제 몸을 뒤로 털썩 넘어뜨렸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실상 홍패의 마음속은 꽤나 심란했다. 그가 사라지고 나니 이제야 다른 사람들 생각이 난다.


형님들은 무사할까? 이렇게 붙잡혀 온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전쟁이 일어날 거 같은데 무사히 진행하고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나를 잡아온 이유가 뭐지? 내 검은? 레라쥬가 어디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될 텐데. 사실 굳이 마장이 없더라도 검술로 누군가에게 쉽게 질 생각은 없었지만 금속기를 두고 갈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도 발 쪽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감촉에 홍패가 가만히 인상을 썼다. 제 발을 살짝 들어올리자 짤랑거리는 금속의 울림이 귀를 어지럽힌다. 반짝거리는 족쇄는 얼핏 보기에도 꽤 튼튼해 보인다. 일단 이 족쇄는 어떻게 하나. 부수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마고이를 흡수하는 건지 몸에 자꾸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정말 완벽하게 무력해진 느낌에 홍패는 저도 모르게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간만이네."



이런 더러운 기분은.




*



"진짜 심심하네."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홍패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 묻어났다. 이 방에 갇혀 지낸지도 벌써 어언 3일이 넘어간다. 그 동안 자신이 한 거라고는 가만히 방에 뒹굴거리거나, 자거나,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태생부터 활동적이고 한 곳에 못박히기 싫어하는 제 성격에, 지금 상황이 심심하지 않다면 더 이상한 일이겠지. 진짜 방에만 갇혀있으니 애완동물이라도 된 기분이다.


아무것도 모르니 더 답답했다. 지금도 밖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알 수 있는게 없었다. 결계를 쳐둔 것인지 창문은 열리지도 않았고 밖의 소리들도 완벽히 차단당했다. 오는 사람은 쥬다르 혼자 뿐이고 대화량도 꽤 적었다. 그마저도 중요한 부분은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지금이 전시라는 것도 문득문득 까먹을 정도로 평화롭고 조용한 공간, 물론 이런 상황에 세뇌될 만큼 제가 그리 무른 것도 아니었지만.


물론 자신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은 바로 쥬다르다. 왜 자신을 잡아왔는지도 이해를 못하겠거니와 이렇게 잡아두기만 하는 건 대체 어째서인지. 이 방에 생각 이상의 마고이가 사용되고 있다는 걸 안다. 아마 녀석은 제 존재를 다른 이들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결계를 치는 것만도 성가실텐데 어째서 이런 귀찮은 짓까지 해서 저를 붙잡아 놓는 것일까?


사실 지금의 행보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어째서 택한 녀석이 하필이면 연백룡이냐.


녀석에 대해서는 저도 몇 번 본 적은 있었다. 쥬다르가 녀석에 눈독들이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고. 하지만 정말 가까이하고 싶지는 않은 존재였다. 그 녀석에게서는 축축한 어둠의 냄새가 난다. 딱 보기에는 예의바르고 건실한 모범생같아 보여도, 속을 파헤치면 몇 겹은 곪아 있을 것처럼 찝찝한 냄새를 풍기는 녀석. 몇 번이고 물어봤었다. 왜 하필 녀석을 골랐느냐고. 쥬다르의 대답도 언제나와 같았다. '맘에 드니까.'


왜?


너는 설마 그 때부터, 이런 순간이 올 것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에 와서야, 시간이 많아진 지금에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지금 내 앞에서 웃는 네 얼굴이 정말 예전과 다를 바가 없어서 가끔씩 서글퍼진다. 겉은 그대로인데 변한 우리를 알아서. 나도 이런데, 아마 너도 마찬가지겠지. 친한 친구로 계속 지낼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이렇게 변해버린 너와 나의 관계가 너무 낯설어서.


팔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렸다.



"언제까지…."



너를 견뎌야 할까, 쥬다르.




*



'조금만 더 가면…!!'



검을 힘차게 휘두르며 홍패는 출구 쪽으로 향했다. 과일칼로 간신히 족쇄를 따고, 몰래 보물창고로 들어가 레라쥬를 찾아낸 지금 저는 천하무적이다. 크기가 장난이 아니라 아무 곳에나 두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이 들어맞아 천만다행이었다. 일단 여기를 탈출하는 것은 둘째치고, 금속기가 없는 저는 쓸모없는 잔병일 뿐이니까. 쓸모없다, 라-. 그 생각에 욱신거리는 심장을 무시하며 재빠르게 발을 놀렸다. 출구까지 고작 100여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저기를 넘어서면 마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



"서."



드디어 궁을 벗어났다 싶었더니, 제 앞을 가로막는 건 예상 외의 복병이었다. 대응할 틈도 없이 쥬다르가 휘두른 지팡이에서 뻗어난 마법에, 홍패는 앞으로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다. 다만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속박 마법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공중에 동동 띄워졌다. 경악한 표정으로 굳어버린 홍패가 간신히 입을 떼어 말했다.



"너…. 이 자식…!!"

"그 와중에 족쇄까지 풀고 나오다니. 내가 방심하긴 했나봐?"

"이거…, 놔…!!"

"싫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쥬다르는 제 손을 휘둘러 홍패의 입마저도 막아버렸다. 그리고는 공중에서 홍패를 받아들어 안았다. 떼록떼록 눈동자만 굴리며 쥬다르의 얼굴을 올려다보던 홍패는, 문득 그의 눈빛이 굉장히 싸늘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명 입은 웃고 있는데 눈동자에 감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걸 깨달은 순간, 홍패는 제 마음속에 스멀스멀 들어차기 시작한 감정을 알아차렸다.


두려움이었다.


어느 새 다시 제 방 안으로 돌아온 쥬다르가 문을 닫았다. 드르륵 문이 닫히는 소리가 마치 단두대가 내리앉는 것 마냥 소름끼치게 들려왔다. 가만히 홍패를 눕히고 발에 다시 족쇄를 채운다. 썼던 칼은 이미 저 멀리로 던져버린지 오래였다.



"설마 칼로 족쇄를 따는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지."

"…."

"이번에 가져온 건 전보다 강력한 거니까, 쉽게 벗어나진 못할걸?"

"…."

"아, 미안. 입을 막아놨지."



손가락을 탁 튕기자 그제서야 홍패는 제 몸이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을 느꼈다. 몸을 일으킨 홍패가 손을 들어 쥬다르를 때리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가볍게 제압당했다. 이를 갈았다.



"이…!!"

"정말 탈출하려고 했을 줄은 몰랐어. 그 의지에는 감탄할 정도야."

"놔, 난 돌아가야 해!"

"그건 곤란한데."

"그럼 죽이던가."

"…."

"날 내버려두면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야. 그러니까 그냥 죽여!"



정말 화가 났는지 고래고래 소리치는 홍패의 모습에 쥬다르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홍패의 멱살을 꽉 붙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읍…?"



갑자기 닿아오는 입술에 홍패는 눈을 크게 떴다. 놀라서 반응할 틈도 없이 구강 안으로 밀려드는 부드러운 감각이 저를 더욱 기겁하게 만든다. 제 혀를 붙잡고 빨아올릴 때는 혀가 빠질 것만 같이 아팠다. 이건 또 다른 고문인가? 난폭하게 제 입을 휘젓는 체향이 마치 제 머릿속을 휘젓는 것마냥 정신을 빼놓으며 저를 유린한다.


안을 구석구석 헤집고 숨이 막힐 정도로 저를 몰아붙이는 키스는 전혀 상냥하지 않았다. 난폭하고 거칠고 전혀 물러서지 않는다. 사실 이런 상황에 충격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더 저를 아프게 만드는 건 이렇게 열렬히 키스하면서도, 정말 화가 난 것처럼 그저 무심하기 짝이 없는 쥬다르의 눈동자였다. 새까맣게 울렁이는 눈빛이 지독하게 냉막해서 쳐다보고 있자면 가슴 깊은 곳이 시리게 차가워진다.


밀어내려고 몸부림쳤다. 하지만 제게 걸린 마법의 부작용인지 팔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동으로 뒤로 툭, 하니 넘어가 침대에 눕혀졌다. 그제서야 키스를 멈추고 위에서 올려다보는 녀석이 저를 보며 픽 웃음짓는다.



"표정 보니까 힘이 다 풀렸나보네. 당연히 주먹이 날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헉, 헉…. 너…!!"

"내 생각이 짧았어. 그냥 아예 처음부터 몸을 길들일걸. 아예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말이야."

"…잠깐, 뭐…?"



숨을 고르던 붉디붉은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쥬다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고 손을 뻗어 책상 옆에 있던 향로를 틀었다. 달콤하지만 어딘가 몽롱한 향기가 방을 서서히 메워가기 시작한다. 만족한 듯 씨익 웃던 쥬다르가 다시 홍패에게로 손을 뻗더니, 옷의 단추를 하나씩 풀러내고는 서서히 그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 경악하며 쥬다르를 붙잡는 홍패의 입가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물론 분노로.



"뭐하는 짓이야!"

"왜? 모르지는 않을 거 아니야?"

"너 미쳤어?! 우린 둘 다 남자…."

"남자끼리도 충분히 즐길 수는 있어."

"이 미친놈…. 윽…!"



손 끝에 걸리는 돌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또 다시 깊게 키스했다. 한 손은 가슴 부근을 배회하고 다른 한 손은 바지 속으로 들어가 중요한 부분을 살살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과는 다른 무척 부드러운 애무에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홍패의 몸에서 힘이 조금씩 빠져나간다. 방 안을 자욱하게 채운 이 정체모를 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슬슬 효과가 도는 걸까, 뜨거워지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 홍패의 뺨을 두 손으로 잡은 쥬다르가 씨익 웃었다. 마치 악마처럼. 아니, 홍패의 눈에는 악마처럼 보였을지 모를 일이다.



"최음효과가 있는 향도 틀어뒀으니 별 문제는 없을 거야. 기왕 할 거 즐기자고."

"너, 죽일 거야. 죽여버린다…!!"

"그래, 그러든가. 얼마든지 증오하라고."

'날 좋아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쾌감이 지나친지 눈물을 주륵주륵 쏟으면서도, 붉은 눈동자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듯이 형형하게 빛난다. 피식 웃으면서 허벅지 사이를 어루만지는 그를 밀쳐내지 못하고, 홍패는 그저 눈을 질끈 내감았다. 이 모든 게 꿈이길 바라는 것처럼. 그걸 보고 쓰게 웃으면서도, 그는 홍패를 만지는 손길을 거두지는 않는다. 눈물범벅인 얼굴로 홍패는 그저 버티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민망한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히고 저를 비참하게 만든다. 하지만 차마 눈을 뜰 용기는 나지 않아서. 그래서 보지 못했다.


그가 웃는 모습이, 평소보다 더 쓸쓸해 보인다는 것을.




*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홍패의 눈이 망연하게 천장을 응시했다. 이불을 덮고 침대 속에 폭 파묻혀 얼굴만 나와 있는 모습만 봐서는 꽤나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그는 이제서야 좀 정신이 돌아오는 판국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 몸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건 정말이지 새로운 경험이다. 너무 새로워서 이렇게 만든 녀석을 마구 패주고 싶을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움직여보려고 꼼지락거릴 때마다 요추부터 올라오는 통증에 절로 민망해졌다.



"이 자식이…."



나른하게 쉬어버린 목소리의 끝이 살짝 갈라진다. 그마저도 창피했다. 아, 진짜 미치겠네. 속으로 비명을 지르던 홍패가 이불을 살짝 들고 빼꼼 제 몸을 살폈다. 가슴, 허리, 허벅지와 다리에까지 고르게 퍼져 있는 민망할 정도로 돋은 울긋불긋한 자국들, 심지어는 잇자국도 상당했다. 하긴 그 난리를 쳤는데 멀쩡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지만….


허리가 삐걱거리는 느낌이야 여전했지만, 기분 자체는 몽롱하고 나른했다. 뜨뜻한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부유감. 아직도 향이 남아 있는 걸까? 킁킁거리며 주변을 돌아보지만 그 때의 달콤한 향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번 다시 맡고 싶지 않은 녀석이니까.



'아파….'

'….'

'그만, 하라고. 쥬다르…!'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에 절로 얼굴이 불타는 것처럼 새빨개졌다. 붕붕 고개를 돌려 생각을 떨쳐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생각이라는 게 하지 않으려면 더 선명해진다 하지 않던가. 녀석 앞에서 부린 추태를 생각하면 정말 창피하다 못해 쥬다르 녀석을 때려죽이고 싶었다.



'으윽….'

'기분 좋아 보이네.'

'흐으읍….'



흥분했던 탓인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탓인지, 다행히도 기억의 일부가 상당히 날아간 듯 싶었다. 드문드문 흐릿한 이미지들 속에서 들려오는 건 제 신음소리와 얄미울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 치솟는 짜증에 발을 세차게 굴렀다. 짤랑거리는 금속에 또 한 번 이를 악물었다. 힘을 억제하는 족쇄와 그 망할 놈의 향만 아니었어도 이런 꼴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탈주하려던 저를 잡아오고 나서 녀석은 향을 피웠고, 멋대로 옷을 벗기고 제 온 몸을 더듬었다. 그리고는 멋대로 남의 중요한 부분에 손을 댔다. 절대 반응하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결국 당했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정말 민망했다. 제 것으로 물든 녀석의 손을 볼 때는 더욱 그랬다. 사실 그거까지는 괜찮았다. 제 허벅지 사이로 기어들어오는 손에는 심히 기겁했지만.



'너, 너 뭐하는…!'

'혼자 즐기면 재미없지.'

'누가…. 즐기고, …싶댔냐?! 손 치…. 으윽.'

'아파?'



그럼 너라면 안 아프겠냐, 빌어먹을 새끼야.


원래 그렇게 사용하는 곳이 아닌지라 압박감과 이물감이 엄청나게 심했다. 토할 것 같이 역한 기분을 애써 억누르는데 갑자기 눈앞에 불꽃이 튀었다. 순간 튕기듯 튀어오르는 허리에 제 자신이 더 경악했다.



'뭐, 뭐야…?!'

'아, 여긴가.'



그 후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없이 그저 녀석의 몸짓에 따라 흔들린 것 같다. 지치지도 않는지 녀석의 행위는 끝도 없었고, 제게는 날뛰는 녀석을 멈출 힘이 없었다. 제발 그만두라고, 너무 힘들다고, 그러다가도 다시 좋다거나 더 해달라거나 하는, 어느 쪽이든 정말 민망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던 건 분명했다.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그저 애원하던 제 모습이나 목소리가 제발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다. 나중에는 지쳐서 축 늘어지는 저를 붙잡고 한 번만 더 하자고 꼬득이던 악마같은 놈.


몸을 길들이겠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는지, 그냥 계속 닥치는 대로 당한 것 같다. 대체 얼마나 당한 건지 허리 아래로는 감각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행위가 뭔지 모를 만큼 어리지는 않았다. 다만 제가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뿐이다.



"날 그런 대상으로 보고 있었던 건가…?"



제가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라는 건 인정한다. 형들과 달리, 어머니를 더 많이 닮은 저는 체격도 얼굴도 나이에 비해 여리고 유약했다. 이상한 놈들도 많이 꼬였지만 천만 다행히도 제게는 강한 힘과 지위가 있었고, 이제껏 저를 함부로 하려는 녀석들은 모조리 제 손에 처단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친구라 믿었던 놈한테 배신당하다니.


- 얼마든지 증오해.


죽여버리겠다고 말했을 때, 녀석은 그렇게 말했다. 사실 되묻고 싶었다. 정말 내가 널 증오해도 상관 없어? 싫어해도 괜찮아? 물었는지 어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서글펐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 한 구석에 날카로운 조각이 박힌 것처럼 따끔거린다. 너만은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는데.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너는 더 이상 내 친우가 아니고, 너 또한 그걸 바라지는 않는다는 걸.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건 어째서일까? 붙잡기에는 늦었다고 머리가 말하는데, 가슴은 쉬이 미련을 놓지 못한다.


사실 더 문제인 건 자신인지도 모른다.

이 지경까지 와서도, 결국 녀석을 완전히 뿌리치지 못하는 건 나니까.



'흐윽, 싫어….'

'에, 너 또 섰는걸.'

'이제, 이제 그만해. 힘들다고….'

'…정말 그만해?'



그 땐 무슨 정신이었는지,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눈동자가 묘하게 슬퍼보여서. 달뜬 기분에도 차마 그런 녀석을 마구 뿌리칠 수도 없었다. 손을 뻗어 녀석의 어깨를 마주 안아주자 녀석이 살짝 몸을 흠칫했던 건 기억난다.



'이 멍청아….'

'….'

'한, 번쯤은…. 더 어울려줄게. 그러니까….'



그런 슬픈 얼굴 하지 마.

속삭이듯 흘린 목소리를 녀석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옛날부터 그랬지만 저는 쥬다르에게 약했다. 싫다고 거부하다가도 녀석이 불안한 표정을 하면 저도 모르게 약해지는 부분이 있다. 저 행위가 민망하긴 하지만 아예 싫은 것도 아니었다. 지금에 와서도 녀석이 싫냐고 말하면, 단번에 그렇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이쯤되면 제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충분했다.


친한 친구일 뿐인데.



"어-이."



문이 열리고 쥬다르가 나타났다. 몸이 멀쩡했다면 펄쩍 뛰며 놀랐을지도 모를 일이나,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었기에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본능적으로 뻣뻣하게 경직되는 몸을 무시하며 애써 태연하게 미소지었다.



"흐음, 멀쩡한가 보네?"

"…니 눈엔 그렇게 보이나보지?"

"뭐,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도망가지는 못하겠네."

"대체 얼마나 지난 거야, 시간."

"3일."

"뭐?!"



3일이나 그 삐리리를 했다 이거냐, 어쩐지 몸에 힘이 없더라니.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지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번뜩이는 홍패의 안광에도 쥬다르는 태연했다. 오히려 그게 뭐? 라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통에 홍패는 몸에 절로 힘이 쭉 빠지는 걸 느꼈다. 하긴 저 뻔뻔함이 녀석의 무기 중 하나이긴 했지만.


어이없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홍패에게 가까이 다가간 쥬다르가 쪽 입을 맞췄다. 살짝 내려앉는 정도의 가벼운 키스. 화르륵 타오르는 홍패의 얼굴이 재미있었는지 쥬다르가 피식 웃었다. 그도 사실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더한 것도 했으면서 뭐 그리 새색시같이 굴어? 철판같은 뻔뻔함은 어디다 숨겼는지."

"…죽고 싶냐."

"딱히."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다시 입을 맞춘다. 이번에는 좀 깊어지는 키스에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싶을 즈음, 침대 위로 올라오는 쥬다르에 싸한 기운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설마.



"설마…. 또 하려고?"

"그럴 건데?"

"…도망 안갈게."

"내가 하고 싶은데."



더 말은 필요 없다는 듯이 다시 입을 맞추며 이불을 걷어내는 쥬다르를, 홍패는 속으로 저주했다.




*



"요 근래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렇게 말하는 백룡에게 쥬다르는 코웃음을 쳤다.



"난 1년 365일 내내 기분이 좋다구?"

"아니, 넌 지금 확실히 기분이 좋아."



단정짓듯 대답하는 말투가 심히 거슬렸지만, 이 이상 대답하면 말릴 것 같다는 기분에 쥬다르는 침묵으로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인정하기엔 제가 배알이 꼴린다. 눈치가 빠른 건 좋지만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는 놈은 이 쪽에서 사양이다.



"네가 데려온 3황자와 관련이 있는 건가?"

"남이사."

"뭐, 별 문제가 없다면야 상관없지만…."



제 불쾌감을 눈치챘는지 백룡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선은 확실히 지키는군. 쥬다르는 내심 속으로 감탄했다. 이런 면을 보면 역시 제가 사람 하나는 잘 골랐다는 걸 깨닫게 된다. 비록 지금 밖에서 소란을 피우는 잔챙이들 처리에 골치가 아프긴 하지만, 녀석은 나름 현명하게 잘 대처하고 있었다. 제국을 반으로 나누는 것도 성공했지만 수도를 장악했다는 점에서 일단 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쪽이 아무래도 더 명분이 설 테니까.



"뭐, 됐고. 부른 이유가 뭐야?"

"아, 맞다. '잔당들'이 이쪽에 편지를 보내왔던데."

"무슨 편지?"

"직접 읽어보는 게 빠를 거야."



던져주는 편지를 받아서 펴든 뒤 10초만에, 쥬다르는 종이를 손으로 구겼다.



"더 읽을 필요도 없네."

"3황자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어. 어쩔 거야?"

"돌려줄 생각 없는데."

"결계는 확실한 거겠지?"

"물론."



걱정 말라는 듯이 웃었다. 실제로도 걱정이 없었으니까. 같은 마기라지만 엄연히 그 급이 있기 마련이다. 알라딘이란 녀석은 저를 당해내기엔 아직 멀었고 뢰엠의 마기는 이제 새로 태어난 녀석인데다 나머지 한 녀석은 이런 일에 관여할 타입은 아니다. 밖에 있는 잔챙이들은 아무래도 홍패 녀석을 포기하지 않았나 보다.


어떻게 붙잡은 녀석인데. 쥬다르는 입술을 짓씹었다. 물론 돌려보낼 생각 따위는 없었다. 지금 보내면 두 번 다시, 살아서 녀석을 만나지 못할 게 자명하므로.


녀석을 데리고 온지 열흘이 다 되어간다.


처음부터 손을 댈 생각은 없었다. 감히 제가 결계를 쳐둔 수도로 덤벼드는 연홍염 측의 선봉장이 누군가 심심해서 나가봤을 뿐인데, 거기에서 녀석을 보았다. 언제나처럼 신나하며 제게 덤벼드는 이들을 베어내는 모습은 역시나 그 녀석답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반짝거렸다.


조금, 욕심이 생겼을 뿐이다. 녀석을 납치해 제 방으로 데려온 것도 그래서였다. 그저 녀석이 제 공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좋았다. 이 순간만큼은 녀석이 제게 속해있는 존재 같아서. 연홍패라는 존재는 꽤나 독특했다. 딱 봐도 제왕의 피가 흐르는 연홍염과는 다르다. 양지에서 떠받들어질 타입은 절대 아니지만, 천대받는 이들에게 추앙받고 그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어내는 음지의 제왕. 이 녀석에게는 그런 끼가 있었다. 그게 신기해서 녀석에게 접근했던 건지도.


먼저 집착하게 된 것은 아마도 저였을 것이다. 백룡과 손을 잡고 이 거대한 계획에 시동을 걸면서도, 순간이나마 떠오른 건 그의 얼굴이었다. 멍청한 상념이라고 여기며 애써 떨쳐버렸지만. 분명 이 계획을 말해줬더라도, 녀석은 절대 제게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알고 있다. 아무리 비슷해 보인다고 해도, 녀석과 저는 다르다는 걸.


친하긴 했지만 언제나 저와 녀석의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일부러 거리를 둔 건 저였다. 선을 긋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알 사멘에 의해 부모님을 잃고 제 자아조차 잃어가며 철저하게 타전된, 비참할 정도로 썩어 문드러진 제 내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절대 빛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제 운명에, 그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제가 아무리 이기적이어도 그 정도 구분은 할 줄 알았으니까.


녀석이 탈출하려고 했을 때 이성이 뚝 끊겼다. 아마 녀석을 보냈더라면 두 번 다시 자신은 그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죽기 직전에나, 최후의 싸움에서나 가능하겠지. 이미 욕심이라는 녀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불어나 있었고, 이기적인 저는 결국 그 유혹을 이기지는 못했다. 사실 이기고 싶지도 않았다.


원하는 걸 갖는 게, 뭐가 나빠?


3일 내내 녀석을 안았다. 아마 백룡이 저를 급하게 부르지 않았다면 더 이어졌을지도 모르지. 그 후로도 용무가 끝나면 부리나케 방으로 돌아온다. 또 탈출하려고 할까봐, 아무도 없는 빈 방만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봐. 홍패 녀석 앞에서는 철저히 무덤덤한 척 한다지만.


그리고 드디어, 연홍염 일당이 그 녀석을 요구한다. 쓸모없는 패는 즉각 버리는 녀석답지 않아서 사실 조금 놀랐다. 역시 핏줄이라 이건가? 아니면 녀석이 아직은 그 쪽에 쓸모있는 존재라는 걸까.


어느 쪽이든, 제게 그리 좋은 전개는 아니다.


쳇, 혀를 차는 쥬다르를 백룡이 호기심어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쥬다르라는 이름은 여러 의미에서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손에 꼽히는 특징은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가지고 노는 언변이다. 그런 녀석이 말 한 마디 못하고 머리를 북북 긁어대기만 하는 광경은 솔직히 백룡에게도 꽤 신선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한 동안 침묵이 내려앉는다 싶더니, 잠시간의 평화를 깬 것은 갑작스레 어전으로 뛰어들어온 병사의 외침이었다.



"적입니다, 적이 쳐들어 왔습니다!"

"뭐라고?!"

"역도의 무리들이 궁 바로 앞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평온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아무런 낌새도 없더니, 기습하려고 이런 거였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백룡이 차분하게 물었다.



"병사는 대략 얼마쯤 되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대략 몇 천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결계 상황은?"

"토템 몇 개를 부순 모양입니다. 복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알라딘이다.

본능적으로 그의 이름이 쥬다르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실, 저런 수를 생각해낼 법한 마기는 녀석밖에 없었으니까. 결국 연홍염과 협력하기로 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다가 순간 멈칫했다. 제 아무리 제게 대항할 마기를 손에 넣었다지만, 형왕이라는 남자는 이런 식으로 무작정 덤벼드는 인물이 아니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굉장히 불길했다. 그래, 마치 잘 짜인 체스판을 보는 것만 같다. 체스에서 자주 쓰는 속임수. 일단 한 쪽에 정신을 쏠리게 해 두지만 사실 노리는 진짜가 따로 있는….


거기까지 생각하자마자 쥬다르는 어전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확실히 결계가 풀렸는지 제 주위를 맴도는 루프들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마고이를 발에 감고 바람처럼 가볍게 날아갔다. 확실히 마법이 편하긴 편했다. 순식간에 방문 앞에 당도했으니까.


드르륵, 문을 세차게 젖히자 시원한 바람이 제 얼굴을 향해서 불어왔다. 밀폐된 공간에 어떻게 바람이 부는 걸까, 그런 의문을 떠올리기에 앞서 쥬다르의 눈동자가 제 바로 앞의 창문가를 향했다. 어느 새 열린 창문 너머로 금발의 소년이 깜짝 놀란 얼굴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창틀에 발을 디디고 나가려고 하는 건, 익숙하디 익숙한 저 뒷모습은.



"쥬다르…?"



뒤돌아보는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



왜 하필, 지금 네가 여기에.


문이 열리는 소리에 등을 돌린 것이 화근이었을까. 새까만 눈동자가 저를 고요히 맞이했다. 경계심에 한 걸음 물러났으나, 쥬다르 녀석은 땅에 발이 박힌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말하지도 않는다. 그 모습에 괜시리 울컥한 것은 자신이었다.


그렇게 보내주지 않겠다고 그러더니, 사람 덮쳐가면서까지 가지 못하게 막겠다고 그랬으면서 왜 그렇게 무덤덤해? 붙잡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녀석에게 이러면 안되지만 서운함이 몰려왔다. 놀라서 멈춰 있는 건가, 싶어도 한참이 지나도 움직이기는 커녕 말조차 한 마디 없다. 그저 멈춰서서 뚫어져라 저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마치, 마지막을 기억하려는 것처럼.

언제나 오만하고 당당하게 굴던 너답지 않게도.


옆에서 알리바바가 외치는 소리가 아득히 멀어진다. 어쩔까 고민했다. 이렇게 헤어져도 되는 걸까? 고민했으나, 결국 답은 하나뿐이었다. 결심한 후에 어서 가야한다고 저를 끌어당기는 손을 살짝 뿌리쳤다. 사실 조금은 망설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저는 그에게로 손을 뻗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떨어졌다. 그 언젠가 그가 제게 그러했던 것처럼. 새까만 눈동자가 조용히 크게 열리고, 제 뒤에서는 경악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제게는 지금 중요한 건 눈 앞의 이 바보라서. 입을 열어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솔직히 지금도 널 이해하지 못하겠어."

"…너."



첫 마디가 너라니, 나쁘지는 않군. 홍패의 눈가가 가만히 초승달을 그렸다. 그 와중에도 쥬다르는 여전히 우뚝 솟은 나무처럼 굳어 있을 뿐이다. 잡았던 옷가지를 놓아주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짐짓 엄하게 말했다.



"네가 나한테 한 짓은 지금도 사실 용서가 안 돼."



동의도 없이 그런 짓을 한 것은 여전히 용서할 수 없다. 그의 표정이 굳어지든 말든 홍패는 여전히 제 멋대로 말을 잇는다. 평소의 그답게.



"하지만 웃기지 않아?"

"…."

"여전히 네가 싫지는 않다니."



그런 짓을 한 너를 끝까지 미워하지 못하겠다. 어째서일까, 그 답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걸 곱게 말해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해주고 싶어서.



"사실, 알고 있어."

"…."

"우리 길이 달라졌다는 거."



네가 선택한 길과 내가 걸어야 하는 길은 다르다.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서 더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은 어느 샌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아마 나만큼이나 너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겠지. 그래서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던 것도, 처음 탈출시도 이후로 더 이상 탈출하려고 애쓰지 않았던 것도. 염의 명령으로 저를 데리러 온 알리바바의 손을 선뜻 잡기 망설였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제 감정을 깨닫고 나서는 더더욱.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너를 버릴 수가 없다."

"…."

"그냥 과거의 인연이었다, 그렇게 떼어낼 수가 없단 말이야."

"…."

“똑똑한 척 하는 너 같은 바보를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잖아.”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쥬다르에게 홍패는 씨익 웃어주었다. 여기로 들어오고 나서는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천연 그대로의 미소를. 새장을 벗어나려는 새가 펼치는 마지막 날갯짓처럼.



"꿈은 끝났어."

"…."

"그러니까, 기다려."



데리러 올 테니까.


등을 돌려 창문 밖으로 빠져나가는 홍패를, 쥬다르는 차마 붙잡지 못했다.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했던 새는 자유를 찾아 날아가버리고 빈 새장만이 주인을 맞이할 뿐이다. 이 방이 이렇게 넓었던가. 주변을 휘휘 돌아보던 쥬다르가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기 시작했다. 광기 가득한 웃음소리로 시작해서 점점 사그라들다, 허탈한 듯이 낮은 웃음을 뱉어내며 그가 한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역시 녀석은 예리하다. 제가 차마 인정하기 싫었던 것들을 날카롭게 집어내 제 심장을 후벼판다. 서로 다르다는 걸, 이미 더 이상 인연으로 엮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외면하고 있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명백히 적이겠지. 서로를 겨냥하고 대립하고, 어쩌면 어느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손에 넣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여버릴까. 너를 죽이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네 목숨을 거두는 게 나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짜릿하다가도, 싸늘하게 식어버린 네 주검을 생각하면 몸 속의 피가 식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모순된 감정들이 머릿속에서 춤추며 저를 괴롭혔다. 그걸 그렇게 간단히 인정하는 너는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너를, 나는 무척이나-.


다시 만날 기약을 남기고서 떠나는 네 뒷모습을 보는 건 서글프지만, 그 이상으로 제게 희열을 남긴다. 그 전까지 너는 죽지 않을 테니까. 다시 너를 볼 수 있을 테니까. 그 끝이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메마른 웃음을 게워내며 즐겁게 중얼거렸다.



"그래, 그러지."



기다려줄게, 기꺼이.

언젠가, 다시 널 만나게 될 때까지.






FIN.




===


넘 길어질 거 같아서 스토리를 좀 잘랐습니다.

부가 설명을 좀 하자면 드러났기를 바라지만 사실 쥬다르는 홍패를 어느 정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설정. 그래서 잡아온 거죠. 홍패도 자각은 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마음이 있었다는...? 이 정도만 아시면 될 듯합니다 거의 망상 수준이라서 ㅋㅋㅋㅋㅋ;;;


제 친우 삼삼님께 드리는 백달 리퀘! 넘 늦어서 미안하요'A' 맘에 들어야 할텐데ㅠㅁ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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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연말정산

기타 2014. 12. 26. 00:07

인데 1-6월은 신탑 위주고 그건 본계에 있으니 패스.


6월 말부터 고메 버닝 시작!




※ 6-8월은 고메 덕통사고, 고메 위주로. 커플링 위주로 정리!



[투림] 약 속 - 대략 12000자

[투림] 인 사 - 대략 12000자

          인 사 After Story - 1865자

[투림] 너는 나에게-. - 역시 대략 12000자.

[투림] 캠퍼스 로맨스 - 4779자

          캠퍼스 로맨스 얀데레 버전  - 1927자

          캠퍼스 로맨스 [축제] - 3775자

          캠퍼스 로맨스 [야작] - 1841자

[투림] 재 회 - 12450자

          재 회 After Story - 4036자

[꼬강이 독백] NIghtmare - 132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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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더레코드] 2화 종료 후 - 395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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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꼬강/컾링아님] 쇼핑 - 1323자

[사라 전력 60분] 기 약 - 2032자



9월 초까지 대충 이랬고요. 9월 초부터 12월까지는,


[강건너 림구경2][투림] Carpe Diem - 207620자

[고메x가디언즈][잭꼬강강림] 눈꽃 내리는 날에. - 14051자


딱 이 두 개 썼습니다. 고메 배포전 때문에요 ㅇㅇ 두달이나 버렸으면서 20만자밖에 쓰지 못한 걸 보면 저도 손이 엔간히 느린듯.



===


우와 징글맞게 많다. 역시 하나에 몰입하면 여기 작품을 주로 쓰는 나의 성질머리...

근데 짧은 조각글도 겁나 많네요 나레기 귀차니즘 고쳐라 ㄷㄷㄷ


저 기한들에 고메만 쓴 것도 아닙니다.

신탑두 썼구 일단 지인위주 커뮤에서 연재하던 장편도 한 13편 있구요 1차도 좀 썼구 기타 등등... 그래요 ㅇㅇ




이상 끝! 아 힘들다 ㄷㅅ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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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메 배포전 후기

기타 2014. 12. 21. 21:39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데 드립력이 없어서 글로 씁니다...☆




이번 배포전은 초반부터 살짝 피곤했지요.



사실 어제 저녁에 잠을 많이 설쳐서 8시 반엔가 간신히 일어났습니당. 재빨리 씻고 밥을 먹고 집을 나섰으나 가는 길도 험난했어요. 아니 왜 1호선은 그렇게 통로가 많아서 길치인 저를 곤란하게 만드냐뇨...ㅇㅅ"ㅇ? 루트가 한 번 갈아타고 거기서 또 1호선으로 갈아타고 구로에서 내려서 가산디지털단지로 가는 거였는데 아나 왜왜왜!! 통로가 9개다뇨... 아 진짜 헤맸습니다 한참ㅋㅋㅋㅋ 그래도 다행인건 부스입장 20분전에 도착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부스 1빠로 도착하신 제 사랑 보련님을 만났습니다>_<


그리고 부스를 1빠로 들어갔습니다...ㅋㅋㅋㅋㅋ 사실 그런데 정말 고메 팬들은 스애를 닮는 거 같아요. 배포본 왜 이리 많아요? 아니 그것보다 3화를 늦게 내는 스애처럼 다들 진짜 늦게들 오셔서ㅋㅋㅋㅋㅋㅋ 일반입장 시간 다되도록 부스가 절반밖에 안오신거예요ㅋㅋㅋㅋ 살건 대충 다 샀는데 다만 문제는 제가 사야 하는 나머지 회지들이 아직 안와서ㅠㅠㅠㅠ 근데 저는 선입금 예약을 하신 분들에게 책을 드려야 해서 부스를 많이 떠날 수가 없었어요..(보련님 사랑해요)


보련님이 안 도와주셨으면 저혼자 우왕좌왕했을 거 같은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 위탁만 하시는데 진짜 저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ㅇㅇ 배포본도 참 애들이 귀여워서 좋았구! 사실 행사 도중에는 진짜 정신이 없었는데 행사 끝나가니까 그래도 멘탈이 돌아오대요0_0? 다행이죠(mm


그리고 저랑 같이 부스낸 친구 시드! 사실 시드가 원고하다가 넘 힘들어해서 차라리 그만두라고 말해주려고 했지만 그럼 진짜 그만둘까봐(...) 너를 더 열심히 쪼았어 나를 용서해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고생한 회지를 나의 양만 많은(...) 녀석과 등가교환한다는 게 어째 좀 미안했지만 그래도 양이 많으니 봐주라...☆ ㅋㅋㅋㅋㅋ 그래도 회지 재미있게 보았어 헤헤 너의 회지는 내손에! 우후후후후 다음 회지도 기대할게^^(시드: 안내! 안낼거야ㅠㅠㅠ



사실 이벤트도 꽤 재미있었어요. 처음 등신대 봤을 때 넋을 놓았단.... 아 애들이 하나같이 예쁘고 잘생겼어요 꼬강이랑 바리는 넘 이쁘고 사라랑 강림이는 넘 잘생겼어... 진짜 등신대 그려주신 분들에게 무한 절을 드리고 싶었습니다ㅠㅠㅠㅠㅠ 정말... 사실 바리 등신대가 제일 탐났으나 돈이 없는 관계로 포기... 사실 등신대 정말 치열하더군요 꼬강이랑 바리가 각각 2분씩 상한가 부르고 사라가 5명에 강림이가 3명 ㅋㅋㅋㅋ 참 신선한건 사라 상한가를 외치신 분들이 돈을 꺼내 사라를 때리셨다는 겁니다 저게 그 유명하다는 돈으로 뺨맞기인가요! 우와 부러워ㅠㅠㅠㅠ라고 순간 생각한 ㅋㅋㅋㅋㅋㅋ


올라오신 분들이 대부분 얼굴 아는 분들이라서 놀랐어요 더 놀라운 건 정말 등신대들이 대부분 제가 성격을 잘 아는 분들에게 넘어갔다는 겁니다ㅋㅋㅋㅋ 사실 바리는 얼굴을 모르는 분이 가져가셨는데 이님이 제일 위험해...부들부들) 진짜 너무 위험해보여섴ㅋㅋㅋㅋ 사실 꼬강이 데려가신 분이 가장 순해보였어요 우쭈쭈해주실 거 같은ㅋㅋㅋㅋㅋ



아, 그리고그리고 저를 챙겨주신 모두에게 감사합니다ㅠㅠㅠ 진짜 먹을 거 많이 챙겨주셔서 먹기가 아까운... 하지만 꿋꿋하게 아껴서 잘 먹겠습니다!!! 진짜 완전 감동이었어요 제가 가지고간건 많았는데 바빠서 넘 못챙겨드린 거 같아 오히려 넘 죄송하구ㅠㅠㅠ 들고 다니기가 무겁긴 했지만 마음만은 완전 가볍구 기뻤습니다 히히>_<


만나뵈었던 트친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일단 리야님 호두님 밍꽁님 보련님 등등... 정말 순식간이었지만 사사님이랑 별님이랑 쿠냥언니랑 라온님 르메 츠바사님 파벳님 유하님 등등! 유하님은 몸이 아프시대서 많이 걱정되었지만요8ㅁ8 오랜만에 엠님이랑 벼루님 뵌 것두 좋았구요ㅠㅠㅠ

(자주 만났던 분들은 제외! 제가 정신이 없어서 닉을 까먹고 안 넣은 분들도 있을지 몰라요ㅠㅠㅠ)


그리고 헤헤 회지는 완매되었어요! 사실 페이지도 그렇지만 가격대가 좀 세서 현장판매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제가 드리기로 한 분들 제외하고는 싹 다 샘플까지 팔렸더라구요ㅠㅠㅠㅠ 진짜 사가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회지에서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그냥 돈이 안 아까우셨으면 좋겠어요ㅠㅠㅠ 제 시간을 많이 버리긴 했지만 사실 그거보다는 결과물이 더 중요하니까 ㅎㅎㅎ 사신 분들께서 좋아해주신다면 저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제 투림에 대한 욕망을 너무 충실하게 집어넣어서(...) 쓰면서도 진짜 헤헤헤 덕밍아웃하는가 이 생각을 제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회지는 재미있었지만 다 쓰니 진이 빠지더라구요 히히힛>_< 그리고 이렇게 말하기 뭐하지만 날조가 좀 많아서ㅠㅠㅠㅠ 여러분 본편과 2차는 다릅니다 달라요!





<배포전 끝나고>


사실 뒷풀이는 가고 싶은데 딱히 약속한 분들이 없어서 되게 고민했었어요.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들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까 적당히 뻔뻔(?)하게 끼어갈까... 했습니다만 결국 그리했네요(?) ㅂㄷㅂㄷ 처음에는 시드를 따라 토빗님 쪽에 합류했어요! 친절하게 끼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8ㅅ8 사실 근데 문제가 있었다면, 조금 이야기하다 카페에서 얘기하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그 근처에 카페들이 다 전멸이더라구요... 게다가 눈도 오고 날씨가 넘 추워서 많이 떠들지 못하고 1차 해산을 했습니다. 자리를 사당쪽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토빗님이랑 두 분이 거리가 머시고 해서 먼저 헤어졌는데 사실 조금 아쉬워요. 담번에는 더 이야기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당쪽으로 가는 멤버가 저 빼고 다섯이었습니다. 시드, 류카님, 슬레님, 사라님, 지수님, 그리고 저요. 이노에 가서 밥을 시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단...!! 개인적으로 저는 재미있었고 다른 분들 얘기 듣는 것도 좋았어요 저랑은 해석이 다른 부분도 많아서 색다르기도 했구요 ㅎㅎ!! 무엇보다 멤버분들이 다들 넘 착하시고 저는 정말 떠드는 타입이라(._. 피곤하신 건 아닌가 모르겠지만...!!


사실 캐릭터는 슬레님이 제일 재미있으셨던 거 같아요 되게 개성적이신ㅋㅋㅋ 굉장히 단호하고 딱 주관이 있는 분이라 그런지 얘기 듣는 것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타입 좋아하거든요 ㅋㅋㅋㅋ!! 사강 파시는 분들은 다들 정말 캐릭터가 개성있으신 거 같아요 그간 겪어본 바로는...!!


시드는 너무 수척해서;; 제가 밥을 먹여주고 싶었습니다 애가 거절했지만ㅠㅠㅠㅠ 사실 내가 구박하긴 했지만 시드쨘 난 널 아껴... 늦게왔어도 난 괜찮았어 다만 그렇게 고생한 걸 배포한다는 게 좀 안타깝지;; 집에 무사히 잘 돌아갔을 좋겠다요'A' 그리고 담에는 밤을 새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요(회지를 품에 안는다)(시드: 어이 말이랑 행동이 다르잖아!


류카님은 제가 끌고온거지만 오랜만에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히히히>_< 배포전 즐거우셨을라나 몰라요! 하지만 시험은 포기하지 마시어요... ㅂㄷㅂㄷ 제 양심이 스스로 저를 찌르고 있습니다(부들부들


지수님은 의외로 되게 어리고 귀여우셔서 놀랐어요! 사실 고메 쪽 행사라던가 이것저것 주최하시기에 여지없이 성인분이실줄 알았는데... 나 저나이때 뭐했지0_0?(걍 생각이 없었다) 아니 근데 너무 귀여우셨어요 그래서 보면서 즐거웠습니다~~!! 강림바리 배포본이나 무제경전 배포본도 넘 귀엽고 아기자기해서 좋았어요 헤헤 소중히 간직할게요>_<


사라님은 별로 말을 걸어보지 못한 거 같아 아쉬워요ㅠㅠㅠㅠ 제가 넘 말하는 사람과만 말했나 싶어서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다면 더 많이 말해보고 싶어요ㅋㅋㅋㅋ!!!





<감사 인사>

- 닉이 있습니당!



일단 보련님 제 천사님..ㅠㅠㅠㅠㅠ 진짜 보련님 없었으면 이번 배포전 패닉이었을지도 몰라요 진짜 이것저것 넘넘 감사하구 맛있는 호두파이 감사합니다>_< 완전 너무 제가 부려먹은(?) 거 같아서 넘 죄송해요 근데 감사해요ㅠㅠㅠ(보련님: 이님 뭐지) 헤헤 보련님 덕에 살 거 다 산거 같아서 넘넘 행복해요>_< 담에 제가 맛난 거라도 사드릴게요 우리 데이트하죠!(보련님: 간다고 안했는데;;)


축전 주신 엠님과 샌님께도 넘 감사드려요! 진짜 저는 축전을 보고 회지를 달렸습니다 이야 제 천사님들 그림이 이렇게 예쁩니다!! 저 진짜 넘 행복했어요 히히 삽화 넣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구! 바쁘신 와중에도 제게 보석같은 축전을 선사해주신 두분께 사랑을...!!


표지 만들어주신 리야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되게 바쁘셨을텐데 그 와중에 신경써주셔서 진짜 감사하고 있어요! 기대해주신다는 말이 너무 기뻤구요,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면 그저 좋겠습니다ㅠㅠㅠ 리야님의 투림이나 그림은 언제나 좋아해요 앞으로도 화이팅이어요!




이상으로 겁나 쓸데없이 긴(...)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후아 감사해요>_<


배포본은 오늘 내로 올라올 예정입니다! 회지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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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 관련 설명: 


배포전에서 뵈어요 다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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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즈러너현대 AU. 음대 일상물입니당:)

※ 뱅님의 로그를 이은 작품이옵니다(--)(__)(--)(__)




"에, 그게…."


토마스는 지금 실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일단 자신은 연습할 곳이 없었고 대학을 온종일 뒤졌음에도 자신에게 연습실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마침 구원자라도 되는 것마냥 제 앞에 나타난 녀석이 자신을 초대하겠다고 한 건 좋았다. 그래, 물론 저를 놀리는 투가 다분했지만 설마 나쁜 의도는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따라온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끌고 다니다가 '글레이드'라고 쓰여진 나무문 앞에 섰다. 문을 열고 따라오라는 듯이 들어가길래 쭈빗쭈빗 들어간 것도 좋다 이거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사람들이 갑자기 저를 붙잡고 의자에 앉히고 빤히 바라보는 것도, 그 중에서도 유난히 덩치 큰 동양인 녀석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그런데, 벌써 한참이 지나도록 이 상태인 건 좀 심하지 않나. 동물원 우리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는 듯한 기분이 결코 유쾌하지는 않다는 걸 부디 알아줬으면 하는데 말이다.


불편한 마음에도 애써 태연을 가장하면서 토마스는 뉴트를 가만히 째려보았다. 제 앞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는 이 금발머리 녀석은 이런 저를 구해줄 생각도 없는지 그저 웃고만 있다. 제 쪽에서 말을 걸고 싶어도 왠지 모를 위압감에 입을 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생각이 끝났는지 토마스를 노려보던 동양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편입생이라고?"

"이,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듣자하니 연습실에서 다 쫓겨났다고 하던데, 그래서 여기로 흘러들어온 거야?"

"아니, 그게…. 네, 일단은 그렇습니다!"


말끝을 흐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더욱 살벌해지는 남자의 눈빛에 토마스는 급하게 말을 뱉어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뉴트는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눈빛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 잘못 온 건가? 그 생각이 들락말락할 즈음에 갑자기 사람들이 와하하 웃기 시작했다. 배를 잡고 웃거나 입을 크게 벌리고 웃거나, 심지어는 제 앞에서 온갖 폼을 잡던 남자까지 큭큭거리며 웃는 모습에 토마스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어졌다. 심각한 상황 아니었던가?


"야야, 불쌍하다 불쌍해. 그만 놀리자."


너무 웃어서 눈꼬리에 눈물이 살짝 맺힌 뉴트가 눈가를 닦아내며 남자에게 말했다.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남자가 웃으며 토마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까는 좀 무서웠는데 이제 보니까 상당히 개구장이 같은 인상이었다. 뭐지 싶어 멀뚱멀뚱 바라보는 토마스에게 남자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 너무 심했나?"

"네?"

"미안. 간만에 신입이 들어온다니까 놀리고 싶어지길래, 그만. 어쨌든 잘 왔어. 보아하니 텃세 때문에 고생한 거 같은데, 편입생이라 모르겠지만 여기가 좀 쪼잔한 놈들이 많아서 말이야. 이래 봬도 우린 그런 건 없으니 안심해도 돼. 뉴트가 데려왔으니 설마 이상한 놈은 아니겠지."


조금만 더 정신이 있었다면 농담을 왜 그렇게 살벌하게 치냐고 물었을 지도 모른다. 남자의 손이 아직도 얼떨떨한지 쭈빗거리던 토마스의 손을 꼭 붙잡고 붕붕 흔들었다.


"내 이름은 민호. 2학년 피아노과야. 네 이름은?"

"…토마스입니다. 2학년이고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맞잡은 손이 따뜻했다. 그들이 인사하는 걸 보더니 다른 이들도 속속들이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 내 이름은 척이고 2학년이야. 현재 트럼펫 전공하고 있어!"

"어이, 3학년인 주제에 신입한테 약을 팔지 마! 나는 갤리고, 현재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있다. 학년은 이 녀석과 마찬가지로 3학년이야."


상당히 통통하고 체구가 작은 소년같은 남자의 뒤를 이어 왠지 관악기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가 차례로 인사를 건넸다. 척, 갤리…. 하나하나 열심히 외우고 있던 토마스의 어깨를 누군가 팡팡 때렸다. 아픔에 뒤를 돌아보자 덩치 큰 흑인이 뒤에 서 있었다. 키가 꽤 컸고 전체적으로 선해보이는 인상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내 이름은 알비. 지금 이 '글레이드' 팀의 리더이자 작곡가 겸 지휘자를 맡고 있지."


잘 부탁해. 눈을 찡긋거리며 토마스의 머리카락을 북북 쓰다듬던 남자, 알비가 뒤로 물러나 제 동료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모여 있는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토마스는 이 멤버들 모두가 외모도 국적도 전공도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성격들도 개성이 넘치는 것 같은데 그렇게 허물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러다가, 토마스는 문득 구석에 기대 있던 금발머리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 봤을 때는 요정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요정은 장난끼도 많은 모양이었다. 자신을 향한 눈길에 뉴트는 벽에 기대있던 몸을 일으키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앉아 있는 토마스의 앞에 선 뉴트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아까도 소개했지만 난 뉴트. 여기 헬퍼를 맡고 있고, 현재 첼로 전공 3학년이야."

"선배…. 였습니까?"

"어쩌다 보니. 뭐,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뉴트의 입꼬리가 선선히 올라갔다. 토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뉴트의 얼굴이 해사했다. 내밀어진 손을 꼭 잡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글레이드에 온 걸 환영해."



*


연주를 할 때의 녀석들은 평소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첫째, 녀석들은 악보를 잘 보지 않는다. 보통 긴 곡들은 악보를 보고 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들은 악보보다는 상대의 눈을 본다. 서로에게 흘깃 눈길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음을 맞춰가는 것이다. 둘째, 잘 웃는다. 각 과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들의 모임이라는 명성답게 연주 하나에는 수많은 피드백과 다툼이 일어났다. 이게 낫다느니 저게 낫다느니, 올라가기 바로 직전까지 투닥거리면서도 막상 무대에서 연주를 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듯이 웃는 것이다. 마치 이 순간만으로도 행복해 견딜 수 없다는 것처럼. 그들은 연주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장난끼도 다분했다. 연주 솜씨도 훌륭하고 서로서로 호흡도 잘 맞는다. 팀으로서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하지만 연주를 하다가도 문득 장난끼가 드는지 한 명이 갑자기 템포를 바꾸기 시작할 때가 있다. 그러면 보통 어그러지기 십상인데 이 녀석들은 오히려 어디 해봐라라는 식으로 그 템포를 따라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다른 리듬을 섞는다. 그러면 이제 너도나도 자기 쪽으로 흐름을 끌어오기 위해 역량을 발휘하려고 한다. 조용한 쟁탈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 마치 주도권을 두고 다투는 것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걸 끝낸 후 박수소리를 받는 얼굴들에는 환희가 차 있다. 그러고는 내려오면서 다음에는 내가 이길 거라느니 그런 소리들을 한다. 그런 그들의 유대가 토마스는 가끔 부러울 때가 있었다.


"뭐, 그거야 너보다는 오래 같이 지냈으니까 그렇지."


너도 꽤 빨리 적응했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민호는 토마스의 등을 팍팍 쳤다. 팀 내에서 유일하게 같은 학년이다 보니 자연스레 토마스는 민호와 가장 빨리 친해졌다. 학년이 같다보니 가끔 이것저것 수업이 겹치기도 하고 가치관 면에서도 맞는 면이 많았다. 그래도 살짝 걱정하는 듯한 토마스의 얼굴에 민호는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쭉 폈다.


"야, 그렇게 따지면 나도 처음부터 막 친해진 건 아니야. 하물며 아직 들어온 지 두 달밖에 안 된 네 입장에서는 조금 거리감을 느껴도 어쩔 수 없지 뭐."

"그러려나."

"그래, 그리고 솔직히 친한 걸로만 친다면 리더랑 헬퍼가 가장 친할 걸? 두 사람이 지금의 글레이드 팀을 만든 장본인이니까."


지금의 글레이드를 만들고 계획을 짠 건 알비, 과를 돌면서 단원들을 모아온 건 뉴트라고 들었다. 어쩌면 저렇게 능력 있는 녀석들만 골라오는지 모르겠다고 민호는 혀를 내둘렀다.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팀원들 하나하나가 꽤나 성격이 드센데, 저 자존심 센 녀석들을 정말 수월하게 팀으로 끌어들인단 말이야. 가끔 신기해."

"넌 어떻게 들어왔어?"

"역시나 스카웃. 솔직히 엮일 일도 전혀 없는 사람이라 나도 이름이나 얼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피아노 치는 걸 듣더니 자기 팀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하더라. 정말 수상하기 짝이 없었지."

"용케 수락했네."

"왠지 저 사람은 뭐랄까, 묘하게 거절할 수가 없잖아."


늘 웃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박력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토마스도 그에 공감했다. 실제로 첫 만남부터 꽤 수상하다고 생각했음에도, 결국 아무 말 없이 따라간 전적이 있지 않던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이나 행동거지들은 가끔 그가 어린아이인지 어른인지 헷갈리게 한다. 실력으로는 이미 프로를 능가하는 첼리스트지만.


"뭐, 그래도 말이야. 들어오니까 재미있고 난 만족해. 너도 그렇잖아?"


털털하게 웃는 민호가 제 옆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에 토마스는 마주 웃어주었다.


"그러게."


즐거워.



FIN.



 마지막이 좀 이상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셔요ㅠㅅㅠ



※ 헬퍼(helper): 리더를 돕는 역할. 팀의 부리더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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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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