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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썰 링크: https://twitter.com/Rine_NL/status/664844330897575936




님들 근데 생각해보니 캣마리여도 마리네뜨는 캣버그일때랑 반응 개똑같지 않을까요 헐 썰이 떠올랐는데 난 지금 과제해야돼!!!ㅠㅠㅠ


블캣이 마리네뜨 지키러 왔는데 마리네뜨 태도가 너무 자기를 경계하지 않으니까 장난삼아 마리네뜨 침대에 눕히고 덮치는 자세 취하는데 마리네뜨가 눈 가늘게 뜨고 블랙캣 얼굴 옆으로 턱 밀어내면서 빨리 일어나서 가자고 말했음 좋겠다 블캣은 데자뷰가 떠오를듯


이게 생각했던 상황이, 나타니엘 때처럼 레벅이 부탁해서 마리네뜨를 지키러 찾아왔던 건데 마리네뜨가 처음에 블캣이 방에 들어온 거 보고 캐당황해서 너 일단 나가라고 하고 내보냄. 물론 이건 블캣을 경계해서가 <<절대>> 아니라 방에 붙은 아드리앙의 포스터와 컴퓨터 화면을 끄기 위해서였음ㅋㅋㅋㅋㅋ 그리고 방에 들여보내주는데 얘는 여자애 방에 들어와 있으니까 매우 신기한데 마리네뜨는 너무 경계를 안해서 왠지 심술이 솟아.(이게 방에서 대기타고 있는 거였다)


그래서 막 툴툴거리다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마리네뜨를 침대에 넘어뜨리고 덮치는 자세 취하는데 마리네뜨는 블캣은 그다지 의식하지 않으니까 손으로 턱 얼굴 밀어내고 농담으로 받아들이는데 이게 1화 상황이랑 너무 똑같은거야ㅋㅋㅋㅋㅋㅋ


거기서 아무리 눈새인 블캣이라도 뭔가를 느꼈겠지.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후로 마리네뜨 졸졸 쫓아다니면 재밌겠다. 마리네뜨는 굉장히 곤란해하지만 받아주는데 한번은 학교에서 변신해서 찾아오는데 마리네뜨가 처음으로 빨리 돌아가라고 화냄.


근데 이게 아드리앙 눈에 띌까봐서면 정말 웃길듯 야 본인이얔ㅋㅋㅋ 아무튼 블캣은 이 일이 굉장히 서운해서 시무룩한데 동시에 아드리앙도 시무룩하니까 마리네뜨는 걱정돼 아 얘 왜 이러지? 이러고. 그러다가 뒤돌아본 아드리앙이랑 눈이 마주치고 마는데, 마리네뜨는 놀라서 어버버거리지만 아드리앙은 괜히 얘를 멀뚱히 쳐다봐. 얘 나 싫어하나? 같은 관찰의 눈빛이었는데 마리네뜨는 어쩔줄 모를듯 얘가 왜 자꾸 날 쳐다보지? 으아아 으아아아 이러는데 아드리앙이 저기, 하고 운을 떼고는


"너 왜..."


까지 말하다가 관둘 거 같다 답답한데 얘 앞에서 그걸 물었다간 자기가 블캣인 거 다 티나잖앜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마리네뜨는 가슴이 콩닥콩닥하고 있는데 하필 이때 또 빌런이 나타남 ㅇㅇ 그리고 마리네뜨는 놀라서 밖으로 나가는데 아드리앙이 그 뒤를 따라감. 뭔가 미안하지만 일단 확인해보자고 생각하고 따라가는데 마리네뜨가 변신하는 거 보고 쩌억 굳어버릴 거 같다. 보고도 안 믿겨서 막 볼 꼬집어보고 그러는 아드리앙한테 뭔 놈의 꿈타령이냐고 플랙이 낄낄거릴듯.


아무튼 블캣으로 변신해서 레벅이랑 같이 빌런을 처리하는데 블캣이 다 처리하고도 레벅 얼굴 빤히 쳐다봐서 레벅이 "뭘 그리 빤히 쳐다봐?" 이럴듯. 근데 이 상황이 뭔가 익숙하다는 생각은 해도 방금 전 아드리앙과 블캣을 동일시하진 못하겠지(아오 눈새)


한편 블캣은 갑자기 자기 우상의 정체를 알게되서 혼란스러워. 막 집가서 아드리앙의 모습으로 침대에 풀썩 쓰러지면서 고민하는데 플랙이 아니 운명의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됐으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데 아드리앙은 왠지 날 싫어하는 거 아닐까 고민할 거 같앸ㅋㅋㅋㅋㅋㅋ 왜냐면 아드리앙일 때 자기가 쳐다보면 화들짝 놀라고 블캣일 때도 크게 화냈잖아. 왠지 원래 모습으로 접근하기는 좀 그래서 좀 더 자유로운 블캣 모습으로 다시 마리네뜨 찾아가서 사과함. 미안하다고. 근데 마리네뜨는 자기도 좀 충동적이었다 생각하고 머리 쥐뜯고 있었기에(...) 역시 자기도 심했다고 말하고, 블랙캣은 이참에 물어볼 게 있다고 하면서 너 좋아하는 사람 있냐고 직구 날렸으면 좋겠다^▽^ 어차피 얘는 자기가 정체 들킨것도 모르니까뭐 ㅇㅇ


마리네뜨는 당연히 있지! 하고 팔짱끼고 고개 돌릴듯ㅋㅋㅋ 블캣은 거기에 또 화들짝 놀라. 있어? 있어? 누군데? 하고 막 물어보는데 마리네뜨가 너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멋진 사람이야! 라고 당당하게 말해주겠지 사실 그 본인인데2222


블캣은 꽤 상심할 거 같다. 레벅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이러면서 그래서 누군지는 알아내자고 생각하고 그 후로 마리네뜨를 유심히 살펴볼 거 같음 아드리앙일때도! 근데 마리네뜨는 갑자기 얘가 나를 자주 쳐다보는 거 같아 당황스럽고 알리야는 너한테 관심있다고 막 부추김. 그, 그럴까? 하면서 막 망상에 폭주하는 마리네뜨를 보며 티키든 알리야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데 그래도 마리네뜨는 여전히 아드리앙 앞에서는 말을 더듬고 수줍어해서 아드리앙은 아니 블캣인 나를 앞에 둘 때는 레이디버그랑 비슷한 느낌인데 왜 현실의 자기 앞에서는 저러는지 답답해함.


그러다가 니노한테 은근슬쩍 어떤 사람이 나를 이러이러하게 대하는데 왜일까? 물어보는데 니노가 그거 여자냐고 물어보고 그렇다고 말하니까 널 좋아해서 그런 거겠지~ 라고 말해줌. 아드리앙은 당연히 안 믿는다(..) 그럴 리가 없잖아. 하고 웃으면서 넘기는데도 니노가 너는 너를 너무 몰라서 탈이라고 고개 절레절레 저음. 그리고 아드리앙은 설마? 진짜? 이러면서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마리네뜨를 관찰하게 됨. 그러다가..


알리야랑 마리네뜨가 막 뭐 편지 쓴다고 방방거리는 걸 우연히 엿들은거야. 그거 듣고 심장이 철렁하지. 헉, 설마 좋아하는 사람한테 쓰는 건가? 하고 막 전전긍긍해하면서도 그 자리를 못 떠나는데 알리야 입에서 자기 이름이 나와 아니 왜?


게다가 마리네뜨가 방방 뛰는 게 더 놀라워. 막막 이번에는 꼭 제대로 고백할 거라고 얼굴 붉히면서 밝게 웃는데 저런 얼굴은 또 처음 보거든. 그래서 순간 막 가슴이 뛰고. 얘가 레벅이냐 마리네뜨냐에 대한 경계가 아직 있었는데도 ㅇㅇ


근데 이게 자기한테 보내는 거라면 마리네뜨가 좋아하는 상대가 자기라는 거잖아? 그리고 애들이 자기 눈치채기 전에 재빨리 자리 빠져나와서 집으로 갔는데 집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생각나는 건 마리네뜨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었어. 동시에 블캣일 때 자기를 그렇게 내치던 게 떠올라서 마음이 아파. 그니까, 아드리앙일 때의 자기는 좋아하는데 블캣일 때의 자기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잖아. 이제 아드리앙은 고민을 하다가, 당분간 레벅한테 정체를 밝혀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아.


그리고 이제 블캣으로 다시 찾아가기 시작함. 어짜피 얘가 좋아하는 건 나라는 걸 알았는데 아드리앙으로서는 초조할 일이 아니지. 근데 얘가 아드리앙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일단 탐색전을 하자고 생각한 거야. 그리고 마리네뜨는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는데 막 블캣이 부추기니까 웃으면서 이것저것 말해주는데 얘가 말하는 아드리앙의 모습이 너무 완벽해서 블캣은 순간 위화감이 드는거야ㅋㅋㅋㅋ 어느 정도는 맞는데 대충 마리네뜨가 자기한테 환상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고민해. 결국 자기가 블랙캣인 걸 밝히면 마리네뜨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하게 되고, 아드리앙은 당분간 정체를 밝히지 않기로 결심함. 그래서 편한 블캣으로 마음 놓고 대쉬하기로 마음먹지! 마구 들이댈 거 같다 레벅일 때도 마리네뜨일 때도 ㅇㅇ


막 신경써주고 마리네뜨한테 자주 놀러오고, 자기가 찾아왔을 때 막 빌런이 나타나면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고 도망가줄듯ㅋㅋㅋㅋㅋㅋㅋ얘가 레벅인 건 알지만 좋아하는 여자를 위험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리고 레벅은 당황함. 이러면 변신을 못하잖아!


막 안전한 곳에 내려다주고 난 가서 시간이나 끌어야겠다~ 하면서 레벅한테 은근히 자기 정체를 암시하지만 역시 눈치채지 못하고(...) 마리네뜨는 변신해서 블캣이랑 빌런을 퇴치하지. 그리고 헤어지려는데 블캣이 레벅의 팔을 잡아.


"너, 만약에.."


까지 말하고 아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하고 끝. 평소보다 소심한 블랙캣의 모습에 레벅은 의아해하고, 요즘들어 왜 그러냐고 말하면서 막 블랙캣 코를 손가락으로 눌러주면서 웃어줄 거 같애 아씨 설레잖아ㅠㅠㅠ 그리고 블캣이 용기를 내서,


내가 싫어?"


하고 묻는데 레벅이 대답함.


"무슨 소리야, 싫어하진 않지."

"그럼 좋아해?"


라고 묻는데 그 좋아해가 단순한 동료의 의미가 아닌 걸 레벅은 잘 알지.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레벅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블랙캣은 언제나처럼 손등키스를 하고 말을 얼버무려. 근데 이런 레벅 모습에 진짜 포기 못하겠다는 생각만 솟는거얔ㅋㅋㅋㅋ 하지만 절대 아드리앙으로서 사랑받고 싶진 않았지. 그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니까. 그래서 결국 블랙캣으로 마리네뜨, 즉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하는데 마리네뜨가 정말 철벽ㅋㅌㅋㅋㅋㅋ 안 넘어와 와 얘가 진짜 레이디버그구나를 뼈저리게 느낄 정도로ㅋㅋㅋㅋ


근데 어느 날 알아낸 게 얘가 아드리앙으로서의 면을 보여주면 좀 약하다는 걸 깨닫게 된 거야. 특히 진지해질 때. 게다가 레벅보다는 마리네뜨가 더 반응이 보여서(...) 마리네뜨한테 막 잘해줘 꽃도 주고 뭐도 주고 어쨌든 낭만적인 상황 다 해주는데 마리네뜨는 왠지 싫지는 않고. 그런 자신에 당황함. 그러다가 블랙캣이 어느 날 마리네뜨한테 찾아왔는데 얘가 길가에서 뭐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자기가 새로 찍은 향수 포스터야;; 정말 넋을 놓고 그걸 보고 있는 그 표정을 언제 봤는지 알았어. 아, 그 편지를 쓰겠다고 꺅꺅대던 그때. 근데 분명 자신을 좋아하는 건데도 블캣은 왠지 모를 패배감이 드는거야 그래서 마리네뜨한테 다가가서 팔을 어깨 위로 딱 올리고 안녕? 하는데 마리네뜨가 화들짝 놀라. 귀를 감싸고 막 말을 더듬고(사실 목소리가 아드리앙인 줄 알고 더 놀랐던거 아니 본인 맞지만) 있는 마리네뜨를 보며 블캣은 뭔가 눈치챘는지 씨익 웃으면서 마리네뜨한테 천천히 다가가. 왠지 달라진 블랙캣의 미소에 마리네뜨는 괜히 불안해져서 막 뒷걸음치는데 마침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어느 새 골목까지 몰려서 벽에 등이 닿고 블랙캣이 마리네뜨 머리 위 벽에 팔을 올리고 쓰윽 내려다봄. 마리네뜨는 왜, 왜? 하고 묻는데, 블랙캣이 손을 내밀어서 아주 살짝 마리네뜨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말해.


"나는 말이야."


하고 말하는 블랙캣의 미소가 아주 나른해서 괜히 긴장이 되는데, 블랙캣이 마리네뜨의 귓가에 다가가서 속삭여.


'역시 어렵네.'

"뭐?"

'적당히 좀 그만두지 않을래? 아무리 나라도 화가 날 거 같다고.'


라고 하면서 분한 표정으로 마리네뜨를 쳐다보면 좋겠다. 그리고는 막 턱을 잡아 들어올리는데 아무리 봐도 키스할 느낌인거야. 근데 레이디버그일 때처럼 막 거절을 못하겠어. 왜지? 침대 때는 잘 넘겼는데.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밀쳐내려고 했는데 블랙캣 표정에 왠지 몸이 안 움직여서 그냥 눈을 질끈 감고 마는데 이마에 뭔가 따뜻한 게 느껴져. 쪽, 소리와 함께 이마에 키스를 한 후, 어버버하는 마리네뜨를 보며 블랙캣이 속삭임.


"무슨 상상했어?"


정말 짓궃게 웃으면서 속삭이는데 순간 마리네뜨 얼굴에서 열이 확 오름. 미쳤어 미쳤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마리네뜨는 패닉이 오고. 막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는 마리네뜨를 보면서 블캣이 가만히 한숨쉬면서 언제나처럼 잘난 척 말해.


"나는 말이야. 물론 매우매우 완벽하지만..."

"하?"

"니가 생각하는 것만큼 완벽하지는 않단 말이지."


뭔 되도 않는 소리를 하고 있는 블캣을 보며 마리네뜨는 고개를 갸우뚱거려. 사실 이게 아드리앙으로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알지 못하고.


씨익 웃던 블랙캣이, 말해.


"니가 모르는 나의 다른 면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저기, 그게 뭔 소리...?"

"뭐, 오늘은 여기까지."


맞춰볼래?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두 팔을 머리에 얹은 블랙캣이 휙 돌아서. 그리고 말해.


"따라와. 집까지 바래다줄게. 이 이상은 손대지 않을 거야."


아직은. 그 말을 몰래 속으로 덧붙이고 앞장서는 블랙캣의 뒤를 조심조심 따라가는 마리네뜨는 아직도 괜히 심장이 쿵쿵거림. 방금 전에 본 블랙캣의 표정이 어느 누구를 매우 닮아 있었거든.


근데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넘기는데 심장이 진정되지 않아서 막 진정하라고 속으로 비명지르던 마리네뜨는 윽, 소리와 함께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림.


'내가 뭐 하고 있는 건지..


이젠 얘를 보면서도 아드리앙을 떠올리다니.


근데 그 후부터 마리네뜨가 블캣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지. 블랙캣은 그 후로도 계속 찾아오고 받아주는 건 똑같은데 뭔가 이상해. 자꾸 심장이 간질거리는 게 커져가서 죽을 맛이야. 아드리앙을 볼 때처럼 격한 감정은 아니지만 블랙캣을 보면서도 뭔가 마음이 자라는 거야. 왠지 시선이 가고, 점점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어져서 고개를 돌릴 때가 늘고. 그런데 블랙캣은 정말로 그 후로는 얘한테 손 하나 까딱하지도 않고, 그거에 마리네뜨는 괜히 기분이 묘해지는 거야. 사람을 그렇게 뒤숭숭하게 흔들어놓고 본인은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게 열받음. 그래서 진짜 이 얘기 꺼낼까 말까 되게 고민하는데 사랑 앞에선 소심해지는 마리네뜨는 차마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그 와중에 빌런 정화를 나가게 됨.


정화를 끝내고 돌아서는 블랙캣한테 레벅이 무심코 말을 건다. 야, 너!! 돌아보는 블랙캣 얼굴에는 물음표. 왜?

근데 불러놓고도 본인이 뭔 말을 하고 싶은지 생각이 안나서 머릿속이 멍해졌어. 너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묻고는 싶은데 정체를 까발릴수는 없고ㅋㅋㅋ(이게 예전에 아드리앙이 마리네뜨한테 정말 똑같은 행동을 했었음) 그러다가 레벅이,


"너, 너 요즘은 꽤 즐거워 보인다?"


하고 말을 거는데 블랙캣은 천연덕스럽게,


"응 매우 즐거워."


하면서 막 웃으니까 레벅이 뭐가 그렇게 즐거운데? 라고 물음. 그래서 블랙캣은 그제서야 레벅이 뭘 말하고 싶은지 조금 눈치채고 웃음. 그냥, 레이디를 보고 있으니 즐거워서? 라고 말하면서 레벅 손등을 잡고 키스해. 근데 언제나처럼 피하지 않고 레벅이 인상 찌푸리면서,


"너 이런 행동 참 자주 한다?"

"무슨 행동?"

"그...!!! 아, 아니야. 됐어. 내가 미쳤지."


그 말만 하고 휙 돌아서는 레벅을 블캣이 붙잡고 진짜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다.


"무슨 행동을 말하는 건데. 말해."


진짜 궁금한지 박력이 넘치는 표정이 예전에 자길 벽에 몰아넣었던 때랑 너무 똑같아서 레벅은 당황하긴 하지만, 마리네뜨 때보다는 침착하니까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너, 마리네뜨랑 자주 붙어다니는 거 같던데."

"뭐야, 질투해요, 레이디?"

"아니거든!!"


빽 소리를 지르면서 표정 다 구기며 자기한테 얼굴 들이미는 레벅을 보고 블캣은 놀란 표정으로 두 손을 듬. 아니면 말고. 막 얼떨떨하게 중얼거리는 블랙캣에게서 휙 등돌리고 천천히 걸어가던 레벅이 이내 빨리 뛰어감 쪽팔려섴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때 자기가 얘한테 어느 정도 마음이 생겼다는 걸 자각한 마리네뜨는 밤에 이불을 차면서 엄청난 세기의 고민을 하게 되지.


내가? 블랙캣을? 대체 어떤 면이 좋다고!!! 진정해, 마리네뜨. 너한텐 완벽한 아드리앙이 있잖아!! 바람은 안 된다고!

...뭐 사귀지도 않지만.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침대에 푹 엎어져서 고민하는 마리네뜨한테 티키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생각하라는 충고를 해줘. 마리네뜨는 그럴까? 하고 말하면서 잠에 빠져듬. 그리고 다음부터 블랙캣을 매우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하고 블캣은 굉장히 당황함; 게다가 눈초리가 꽤 매섭거든. 아니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하는데 마리네뜨는 마리네뜨대로 너무 패닉인거야. 어떻게든 얘 단점을 찾아보려고 애쓰는데(ㅋㅋㅋ) 보면 볼수록 그래 이래이래서 괜찮았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미치겠어.


어느 날은 블랙캣이 마리네뜨한테 너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으면서 사온 음료수를 건네줘. 아, 아니아니아니. 하면서 음료수를 받아들고 쪽 마시던 마리네뜨는 자기가 너무 자연스럽게 얘랑 놀고 있는데 이게 데이트같다고 이제서야 자각하고 얼굴 빨개짐. 미쳤다고 중얼거리며 슬쩍 눈짓으로 블랙캣을 보다가 블랙캣이랑 눈이 마주쳐. 왜 그러고 있냐고 하니까 블랙캣이 웃으면서 말해.


"널 보고 있었어."


정말 아무 사심없이 툭 내던진 말이라는 거 아는데 마리네뜨는 굉장한 패닉이 옴. 막 놀라서 음료수 떨어뜨려서 발치에 튀어버림. 깜짝 놀라서 멍해있는 마리네뜨랑 달리 블랙캣은 너 괜찮냐고 이리저리 살펴주는데 그 와중에도 손은 안 대는 거야. 그게 느껴지니까 순간 짜증이 난 마리네뜨는 블캣 손을 덥석 잡음.


"왜 아무 짓도 안 해?"


"뭐?"

"헉..."


순간 말해놓고 마리네뜨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정신이 드니까 내가 뭔 소리를 한거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얼굴이 아주 불타요 ㅇㅇ 이제 이쯤 되면 눈새 블캣이라도 눈치를 안 챌 수가 없는게(...)


블랙캣이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마리네뜨 팔 딱 붙잡고 싱글싱글 웃으면서 물어봐.


"무슨 짓을 해 줬으면 좋겠어?"


이게 진짜 정말 돌직구라 마리네뜨는 진짜 인생 최고로 패닉이 옴. 레벅이었으면 몰라도 지금은 마리네뜨라 감정 통제가 안 되는거야. 어버버거리는 마리네뜨한테 블랙캣은 뭔가를 직감하고 속삭여.


"눈 감아."


자기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는 마리네뜨의 얼굴을 살며시 살펴보던 블랙캣은 살며시 다가가서 키스함. 살짝 닿는 정도였지만. 여전히 얼굴이 빨개진 걸 수습하지 못하는 마리네뜨한테 벌떡 일어선 블랙캣이 손을 내밀어. 에스코트하듯이.


순순히 그 손을 잡는 마리네뜨한테 블랙캣이 물어봐. 티는 안 내지만 조금은 긴장해서.


"나를 좋아하게 됐어?"


마리네뜨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티키가 예전에 해준 말을 떠올리고, 목소리가 자꾸 떨리는 걸 가다듬고 말해.


"...너는 날 좋아해?"


겁이 많아서는 쉽게 발을 내딛지 못하는 마리네뜨를 보며 블랙캣은 피식 웃어. 저기, 내가 아무리 자유로운 고양이라지만,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랑 키스하는 취미는 없어."


그거면 되잖아?

라고 말하듯이 손가락을 깍지끼고 꼭 잡는 블랙캣의 얼굴에 결국 마리네뜨는 순순히 인정해.


"미안해, 사실은 조금 혼란스러워.."

"..."

"나,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그래.."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블랙캣한테 마리네뜨가 말해.


"분명히, 분명히 그랬거든? 그런데 널 보면 자꾸 혼란이 와. 원래 이렇지 않았는데. 나 그렇게 가벼운 여자 아니란 말이야. 그런데 대체 왜..."


왜 너한테 흔들리는 거지?


창피해.


혼란스럽다는 듯이 막 우물쭈물하다가 푹 고개를 숙이고 말을 잇지 못하는 마리네뜨를 보면서 블랙캣은 이제 정말 정체를 밝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물론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더 이상 속이고 싶지 않아서.


"저기, 기억해?"

"응..?"

"내가 완벽하지 않다고 했던 말."

"아, 그거? 그게 왜..."

"네가 그랬잖아. 나는 완벽하다고. 정말 나 같은 사람이 현실에 있는게 신기하다고. 뭐든 잘하고 상냥하고 잘생겼고, 누구든 나를 좋아하는게 당연하다고."

"야, 그건 니가 아니라 아드리.. 뭐?"


순간 그 말뜻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마리네뜨는 저도 모르게 말을 멈춰. 블랙캣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쓰게 웃으면서 잡고 있던 마리네뜨의 손가락에 입을 맞춤.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레이디."


그리고 그 순간 변신을 풀어버림. 촤르륵 소리와 함께 블랙캣이 아니라 아드리앙이 자기 앞에 서 있는 아드리앙을 보면서 마리네뜨는 넋이 나가. 이게 뭐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거지? 예상은 했지만 더 충격을 받은 듯한 마리네뜨의 표정에 아드리앙은 정말 쓰게 웃으면서 말해.


"네가 말하는 것처럼 완벽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마리네뜨는 정신을 차리고 아드리앙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는데 얘가 안 놔줘ㅋㅋㅋㅋㅋㅋ 자기 놀린 거냐고 화를 내는 마리네뜨한테 아드리앙은,


"사람 하나 놀리자고 이렇게까지 시간을 들여 찾아올 리가 없잖아!"


라고 말하면서 진짜 화난 얼굴하는데 마리네뜨는 순간 쫄음.. 왜냐면 얘는 어쨌든 아드리앙 얼굴에 매우 약하니까(...) 블캣을 좋아한다고는 인정하고 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니가 정말... 블랙캣?"

"그래."

"어, 어. 그러니까..."

"솔직히 처음부터 그냥 털어놓고 싶었어. 네가 이런 반응을 보일까봐 말할 수 없었을 뿐이야."

"이런 반응?"

"나를 끔찍해하는 네 표정."

"내가 왜 너를 끔찍해한다는 거야?!"

"네가 말하는 것만큼 내가 완벽한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네게 탄로나면, 정이 떨어진다고 할까봐."

"..."

"그래서 기다렸어. 진짜 나를 봐주기를 바라면서."

"너, 설마..."


아드리앙이 고개를 끄덕거림.


"알고 있어. 네가 레이디버그라는 거."


그 순간 마리네뜨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싸해짐. 하지만 아드리앙은 꿋꿋이 말을 건네.


"근데 그런 건 이제 상관없어."

"..."

"나는 내가 아닌 블랙캣 앞에서 당당하고 자신 있는, 지금의 네가 좋아."

"..."

"...물론 넌 내 앞에선 절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부드럽게 말하는 아드리앙의 얼굴에 고뇌가 가득해. 그래서 마리네뜨도 이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슬슬 자각해. 그리고 그제서야, 자기가 아드리앙한테서 되게 열렬한 고백을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진짜 속으로 이게 꿈은 아니지?? 하고 막 멍하고 근데 기쁘기도 기쁘고 하지만 역시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막 입다물고 있는데 아드리앙이 다른 손 뻗어서 마리네뜨 어깨 붙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김. 그리고 싱긋 웃으면서,


"내가 싫으면 지금 거절해."


하고 말하는데 이게 아드리앙 평소 버전이 아니라 겁나 블캣같아. 근데 저 얼굴로 이 대사치니까 파괴력이 너무 개쎈거; 블캣 때도 못 밀어냈는데 아드리앙 보니까 진짜 미치겠는 거야.


그래서 결국 아드리앙 질문에 아니요아니 그럴리가. 하고 대답하고 그거 듣고 아드리앙 얼굴이 진짜 확 밝아져서는 씨익 웃어. 그리고는 마리네뜨 허리 껴안고 다시 한 번 키스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조금 진하게.


키스 끝나고 망 멍해 있는 마리네뜨의 콧등에 살짝 키스하고 떨어지면서 아드리앙이 말해. 말투는 부드러운데 허리 안고 있는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만. 놓아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마리네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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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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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드리앙이 호크모스에게 잡혀온 상황 / 반지 뺏겼는데 플랙은 안 뺐겼어요 ㅇㅁㅇ(레벅이랑 같이 있음

※ ‘진실 저 너머에’에서 원래 다루고 싶어했던 내용인데 개연성 문제가 컸습니다^p^

※ 레이디버그가 구하러 왔을 때의 시점 간단히






[아드마리] 그 자리에 서서





“아드리앙!”



의자에 앉아, 푹 숙이고 있던 소년의 고개가 쾅 소리와 함께 열려진 문을 향했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붉은빛이 소녀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그녀가 누군지를 알아본 아드리앙은 순간 환하게 미소지었다. 다행히도 꽤나 멀쩡해 보이는 소년의 모습에, 레이디버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레이디버그!”

“다행이야. 무사했구나.”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레이디버그를 보는 소년의 초록빛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상냥했다. 그에 안심하며 소년에게로 다가선 레이디버그의 팔을 붙잡은 소년이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다행이라는 듯이 눈을 감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아드리앙의 손이 그제서야 떨리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눈치챈 레이디버그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드리앙…?”

“응?”

“너 진짜 괜찮아?”

“…물론 괜찮지.”



거짓말.


웃는 얼굴과는 달리 손의 떨림이 멎질 않는다. 그의 손을 붙잡고 노려보는 레이디버그의 시선에 아드리앙은 흠칫하더니, 쓰게 웃었다. 역시 너한테는 뭐든 숨길 수가 없다. 감정을 버릴 수가 없으면 그 위에 더 강한 감정을 덧바르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원래 느꼈던 감정은 조금이나마 퇴색되니까. 그런 식으로 이제껏 어렵고 힘든 일들을 잊어버리고 덮어나갔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그런데.



“맞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이야기는 나가서 해도 늦지 않아.”

“플랙은?”

“플랙이야, 안전한 곳에 잘 있어.”



걱정하지 마. 상냥하게 웃어주는 레이디버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아드리앙의 입매가 살짝 굳어졌다.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그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아드리앙!!”

“난 갈 수 없어.”



아직은 이 곳을 떠날 수 없었다. 알아야만 할 것도 물어봐야만 할 것도 많았다. 게다가 반지가 아직 이 곳에 있다. 몸만 빠져나간다고 해도 반드시 너의 짐이 되겠지. 그건 제 자신이 참을 수가 없었다. 계속 자신을 여기에 가둬두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그래도 그가….



“너도 알잖아. 호크모스의 정체를.”

“…그건!”

“지금 나간다고 해도, 지금의 나는 호크모스를 벨 수 없을 거야.”



진지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아드리앙의 눈빛에 레이디버그는 말을 잃었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체를 알고 충격을 받았던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고개를 끄덕이기엔 이 곳은 너무 위험했다. 그가 아드리앙을 언제까지고 가만 내버려두리라는 보장은 없었고, 자신은 이런 위험한 곳에 그를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불안함에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녀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호크모스를 베지 않아도 좋아. 내가, 내가 혼자 싸울게. 네가 나설 일은 없을 테니까….”

“좋아하는 여자가 홀로 싸우고 있는데, 내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남자로 보여?”



아드리앙의 반문에 레이디버그는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그럴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나를 구하고 반지를 뺏겨 정체를 들키지도 않았을 테니까. 이렇게 잡혀오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그거랑 이건 다른 문제야.



“그럼, 나보고 너를 이 위험한 곳에 두고 가라는 거야?!”

“…위험하지 않을 거야.”

“그걸 어떻게 장담해!!”



호크모스가 노리는 것은 미라클 스톤. 이제껏 악당들을 만들어 자신들을 노렸던 이유는 거기에 있다. 이제껏 봐왔던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 주변 사람들을 악당으로 만들어 파리를 위협해왔다. 그를 붙잡아놓은 것도 자신을 협박하기 위한 인질이겠지. 수틀리면 언제든 그를 죽여버리겠다 말할지도 몰라. 그리고 그는 나에게 짐이 되느니 차라리 자신을 희생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울컥 차오르는 감정에 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같이 가.”

“내 마음은 변함없어.”

“왜?! 내가 혼자 싸우겠다고 하잖아!! 근데 왜!!”

“…여기를 나간다고 해도, 내가 갈 곳은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내가 어떻게든 알아봐줄게. 너라면 재워주겠다고 하는 사람들 쎄고 쎘을걸? 여차하면 내 방에서라도….”

“미안해.”



조용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제서야 레이디버그는 아드리앙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초록빛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 떨어뜨릴 것처럼 슬픔에 젖어 있었다. 말없이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맑고 푸른 눈동자에 고집스런 제 표정이 가득 담겼다. 나도 참 어지간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아드리앙은 낮게 웃었다. 그 모습은 언제나와 같이 부드럽고 온화했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야.”



그래서 더 슬프게 들렸다.



“우리 아버지니까.”



이 한 마디를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게 얼마나 연습했는지 너는 알고 있을까. 속으로 중얼거리던 아드리앙이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디버그를 다시 꽉 껴안았다.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안겨 있지만, 사실 그녀가 얼마나 많은 갈등을 하고 있을지 아드리앙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걱정하기에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도, 그녀가 무척 혼란스러울 거라는 사실도 이해한다. 당장 나부터 그러니까. 이제껏 싸우던 적이 제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지금도 이렇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야. 변하지 않을.


너처럼 단순하게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드리앙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이리 미련이 남을까. 지금 그녀를 따라나설 수 없는 건, 단순히 그녀에게 짐이 되고 싶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다치는 걸, 도무지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자신이 없어.


레이디버그는 손을 뻗어 그를 살짝 밀어내었다. 묵묵히 대답을 기다리는 아드리앙을 보며 그녀가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열어 말을 건넸다.



“꼭…, 무사해야 해?”

“응.”

“무슨 일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끝나고 나면 꼭 내 곁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해.”

“알았어, 마이 레이디.”



장난스레 윙크하는 그 모습이 꼭 블랙캣과 똑같아서, 조금은 안심이 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한참을 뒤돌아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레이디버그와 마찬가지로 아드리앙도 쉽사리 가라고 하지를 못하겠는지 괜히 손만 꼼지락거렸다. 당당하던 그녀가 제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니 익숙한 누군가의 환영이 그 위로 겹쳐졌다. 아직도 이 모습의 자신을 볼 때는 조금쯤은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만큼이나 사랑스러운. 그래서.


아드리앙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지더니,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서 가, 마…. 아니, 레이디버그.”



상냥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며 손을 내밀었다. 홀린 듯이 레이디버그가 손을 내밀자,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마리네뜨를 데리고 창문을 열었다. 방이 꽤 높은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유리창을 열자마자 강한 바람이 훅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보름이라 그런지 달이 밝았다. 조심해서 돌아가라고 그녀를 배웅한 뒤, 레이디버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아드리앙은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거기 있죠?”

“눈치챘나.”



그의 등 뒤, 어둠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탁하고 음산한 목소리가 어두운 방 안을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목소리만 듣고 있으니 익숙한 느낌에 괜히 숨이 막혀온다. 다행이다. 그가 들어온 걸 눈치채서. 그녀를 마리네뜨라고 부르지 않아서 다행이야. 붙잡히는 건, 위험해지는 건 자신만으로 족하다. 그녀를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자신있게 말했지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고개를 저었다. 지켜야지, 반드시.


조용히 심호흡을 했다. 태연하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서 뒤를 돌아본 아드리앙의 앞에 가면을 쓴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어둠을 둘러쓰고 제 앞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그가 씨익 웃어주었다. 변신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지금 블랙캣이야. 블랙캣이 아닌 아드리앙으로 이 사람을 마주하기엔 아직은 너무나도 약한 자신이 참으로 분하다.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어서.



“좋아. 오랜만에, 서로 이야기나 좀 해볼까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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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장 어제 2D 트레일러를 보는 게 아니었어!!





“블랙캣!!”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검은 환영이 아주 천천히, 바닥을 향해 고꾸라졌다.





[펠릭마리] 너는 과연 어디에





“어디 있는 거지.”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음산한 기운이 내리깔렸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금발의 소년이 학교 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무뚝뚝한 표정, 얼핏 차가워 보이는 청록색 눈동자가 고민에 빠진 것처럼 조금 멍했다. 사실 펠릭스는 지금 상당히 짜증이 난 상태였다. 찾고 있는 상대의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내를 다 둘러보았지만 삐죽 솟은 더듬이조차 보기 힘들었다.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펠릭스는 가만히 며칠 전 밤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제 진짜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 듯한 눈동자, 일그러지는 표정. 말을 걸기도 전에 뒤돌아서서 달아나버리는 그 뒷모습을 붙잡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자신도 몹시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던 상태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레이디버그의 정체가, 하필 그 여자라니.


당당하고 강인하고, 매정할 정도로 언제나 단호하게 제 고백을 뿌리치던 그녀가 하루종일 자신을 따라오던 찐드기였다는 사실은 매사 침착하던 그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니, 어딘지 느낌이 좀 닮았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바보같은 생각이라 여기고 넘겼던 것이 실수였을까.


그 후로 이상할 정도로 소식이 없다. 하루 정도는 무슨 일이 있겠거니 하고 그러려니 했지만, 이게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가 되니 슬슬 짜증이 치밀었다. 껌딱지처럼 매번 달라붙으려고 할 땐 언제고 이럴 때만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니. 어차피 이렇게 피해다녀봤자 악당이 나타나면 다시 만나야 할 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렸지만 요 며칠 간 악당조차 감감무소식이었다.


괜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런 제 자신에 당황하다, 펠릭스는 고개를 내저으며 애써 상념을 떨쳐냈다. 그는 다시금 중얼거렸다.


잡히기만 해봐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펠릭스는 마리네뜨가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 머리를 굴렸다. 어디 있을까. 그러다가 그는 문득 떠오르는 사실에 우뚝 발걸음을 멈췄다.


내가 그 여자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뭐가 있지?


언제나 제 주변을 맴돌았던 여자였다.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는 자신에게 진득할 정도로 달라붙어 바보처럼 웃던 여자였다. 시간이 없다 매번 거절하는데도 쫓아오고 또 쫓아오고. 거절의 대답을 들으면 늘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다음 날 또 다시 웃으며 제게 다가오는 녀석의 모습이 황당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게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까지 싫던 건 아니었다. 아니, 물론 귀찮았지만, 저렇게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쫓아와주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이 아주 조금은 기쁘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 여자가 제 주변에서 사라질 거라고는. 어차피 늘 주위에 있었으니까, 찾기도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우습다. 도시는 넓고, 당장 이 학교만도 크기가 상당한데.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면 얼마든지 피해다닐 수 있다. 아니, 그 전에 그 여자가 이 학교에 다니긴 했던가?


엉키는 머릿속을 애써 정리했다. 관심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닌데, 막상 찾으려니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그녀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무력감에 속이 쓰렸다. 좋아하는 여자의 정체를 알았으면 기뻐야 할 텐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할까. 왜 이렇게 괴로운 거지? 설마 내가 블랙캣이기 때문에, 너 같은 남자는 질색이라고 했던 남자라서?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나를 쫓고 싶지 않은 걸까.


그 생각을 하자마자 느껴지는 강렬한 감정에 펠릭스의 얼굴이 싸하게 굳어갔다. 동요를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당황해서는, 펠릭스는 스스로를 꾸짖었다.


고작 여자 하나 아니야!


이해할 수가 없는 감정에 펠릭스는 가만히 제 눈가를 찡그렸다. 이렇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부터가 웃기지도 않은 일 아닌가. 애초에 자신은 녀석에게 뭐 하나 기대할만한 행동 하나 해준 적이 없다. 그런 제게 질려서 떠나가 버린다면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어차피 사람은 무언가를 바라고 상대에게 감정을 쏟아붓는 존재다. 돌아오는 것이 없다면 포기하는 것이 여러 모로 이로운 일이다.


나는, 녀석이 정말 계속해서 자신을 쫓아와주길 바라고 있었던 걸까?


우스운 결론에 펠릭스의 입꼬리가 씁쓸하게 말려 올라갔다. 참으로 어이없는 생각이지만 우습게도 감정은 그걸 온전히 부정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만에 너무나 약해져버린 자신에 조소했다. 이루어지지 못할 환상 따위는 품지 않는다고 자부했었는데,


어째서일까.

어째서 계속 그러리라는 자만을 했던 걸까.


좋아한다는 마음같은 건 다 찰나의 것일 뿐인데. 겉모습만 보고 다가오는 사람은 지긋지긋하다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러던 중, 펠릭스의 눈길이 교정 어느 한 곳에 머물렀다. 푸른색 양갈래 머리에,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며 천천히 교정을 걷고 있는 소녀의 움직임이 오늘따라 별로 힘이 없어 보였다. 답지 않게 시무룩한 얼굴이 신경쓰여, 펠릭스는 일단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말을 걸었다.



“야, 거기, 너….”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걷고 있던 소녀는 화들짝 놀라서 걸음을 멈췄다. 삐걱삐걱, 고개를 돌린 소녀의 시선이 그와 맞닿았다. 펠릭스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마리네뜨는 대답도 없이 홱 고개를 돌리고 부리나케 뛰기 시작했다. 손쓸 틈도 없이 내달리는 마리네뜨의 모습에 펠릭스는 황당해하다가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그가 소리질렀다.



“야, 거기 서!!”



서란다고 섰다면 애초에 도망도 안 갔겠지만.


냅다 달리는 마리네뜨의 뒤를 쫓아가는 펠릭스의 이마 위로 빠직 힘줄이 돋아났다. 몇 번 거의 다 잡을 뻔했다가도, 무슨 여자애가 저리 발이 빠른지 요리조리 잘도 피해나간다. 저런 점을 보니 레이디버그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솔직히 그는 지금 상황에 꽤나 신경질이 난 상태였다. 여자애 하나 잡자고 교내를 내달리는 미친 짓을 하고 있다니. 누가 보기라도 하면 대체 무슨 소문이 돌겠는가.


그러니 그 전에 잡아야지.


마리네뜨가 쉽게 잡혀주지 않자 그는 살짝 머리를 굴렸다. 으윽, 일부러 크게 비명을 지르며 한쪽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지가 좀 더러워지겠지만 세탁하면 되겠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을 태평하게 중얼거리며 그는 아픈 척 신음을 흘리는 것에 열중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제 앞으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졌다 싶더니, 그의 머리 위로 음영이 드리웠다.



“괜찮…?!”



깜짝 놀라는 마리네뜨의 팔을 왼손으로 세게 움켜쥐고, 펠릭스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놀랐는지 말도 못하고 굳어버린 마리네뜨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는 왠지 모를 허탈감이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이렇게 예상대로 움직일 줄이야. 얘가 정말 그 똑부러지고 자신감 넘치는 마이 레이디가 맞는 걸까. 그녀도 상당히 허당끼가 있긴 했지만.



“잡았다.”



무감각하게 중얼거리며 펠릭스는 툭툭 몸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가했다. 아픈지 살짝 눈가를 찡그리는 소녀의 얼굴에 순간 레이디버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조금씩 이 상황이 현실로 와닿기 시작했다.



“이, 이거 놔줘.”

“안 돼.”



제게서 시선을 피하는 마리네뜨의 얼굴을 보며, 펠릭스는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흥분이 가라앉고 나니 긴장으로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냥 말하지 말까,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가 그는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말해두지 않으면 아마 영영 말할 수 없을 거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겁쟁이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레이디버그.”



레이디버그.


그 호칭 하나에 정신이 번쩍 든 마리네뜨의 고개가 펠릭스를 향해 돌아갔다. 침착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펠릭스의 눈동자에 마리네뜨는 할 말을 잃었다. 농담할 생각은 없다는 듯한 진지한 시선이 제 몸을 옭아매는 것 같다. 덮쳐오는 현실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대답하고 싶었지만,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뭐, 뭔데.”



불퉁하게 말하면서도 마리네뜨는 애써 그를 마주보았다. 어차피 그가 쉽게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자명했다. 묻고 싶은 것도 있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펠릭스는 몇 번이고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차분하고 단정한 입매가 살짝 일그러지다 제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 반지에 대해서.”



흠칫, 몸을 떠는 마리네뜨의 모습에 펠릭스는 살짝 입매를 일그러뜨렸다. 그에게도 별로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 주제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까,”

“저기.”



어떻게든 입을 열려던 펠릭스의 말을 다급히 가로막은 건 뜻밖에도 마리네뜨였다. 살짝 시선을 내리깔고 우물거리던 그녀는 잠깐 침묵하더니,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건넸다.



“네가 블랙캣이라고 했잖아.”

“그래.”

“티키가 나한테 했던 말이 있어.”

“…?”

“나랑 달리 너의 변신은 저주에 가깝다고.”



펠릭스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여전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마리네뜨는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리며 조금씩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내가 키스해주지 않으면 결코 풀리지 않을 저주 말이야. 불운의 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고 그러더라. 그러니까, 분명 날 이용하려고 나한테 접근하는 거일 테니까, 그러니까….”



너한테 절대 마음을 주지 말라고.


굳어버린 입매를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어서, 마리네뜨는 살짝 제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은 척 환하게 웃으며 마리네뜨는 다시금 펠릭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물었다.



“아니지? 티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지?”



그럴 리가 없잖아. 헤헤 웃으며 미소짓는 그녀와는 달리 펠릭스는 조금도 웃지 않았다. 그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싸해진 분위기에 흠칫 놀라는 마리네뜨의 입가에서 웃음이 점차 엷어져갔다. 그가 무겁게 다물렸던 입술을 열어 말을 덜어냈다.



“그래, 그랬지.”



처음에는.


그 한 마디가 그녀에게는 마치 사형선고처럼 강하게 내리꽂혔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후려맞은 듯한 충격에 그녀는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애써 정신을 추스르려고 했지만 머리가 빙빙 돌았다.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허해져버린 가슴 속을 갖가지 감정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혀를 낼름거리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온갖 불길한 가정들이 머릿속을 빼곡히 채워갔다. 그가 블랙캣이었어. 하지만 나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나를 이용하려고 접근한 거야?


그럼 저주를 풀면, 나는 더 이상 네게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는 걸까.


마리네뜨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하, 하, 하하하. 하하하하. 메마른 웃음소리가 마리네뜨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담담해 보이던 펠릭스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리네뜨의 팔을 붙잡은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거 놔.”

 


탁-.


마리네뜨는 이제껏 중에 가장 진심을 담아 그의 팔을 세차게 쳐내고 뒤로 물러났다. 눈물이 가득 맺힌 푸른빛 눈동자가 단호하게 그를 노려보았다. 투명한 눈물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그 모습에 펠릭스는 흠칫, 그 자리에 멈춰서 경악에 가득 찬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늘 무뚝뚝하기만 하던 그가 저렇게까지 동요를 내비치는 모습은 처음 본다. 그에 약해지려는 마음을 추스리며 마리네뜨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자꾸만 떠오르는 방금 전 그의 표정을 지워내려 애쓰던 마리네뜨가 조그맣게 말했다.



“미안해.”



그 말만을 남기고 마리네뜨는 말없이 앞으로 걸어나갔다. 푹푹 꺼지려는 발걸음을 꾸역꾸역 옮겨가며, 그녀는 뒤에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펠릭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너무 많은 감정들이 범람하는 통에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모양이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볼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들이 바닥에 납작 달라붙었다. 얼마 전 그의 정체를 알았을 때,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며칠 간 그를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였고.


블랙캣이 싫은 건 아니었다. 제게 고백하는 것만 빼면 그는 정말이지 좋은 파트너였고 믿음직한 동료였다. 그래서 그가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도 처음에는 질 나쁜 농담이리라 생각했다. 그가 블랙캣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더 그랬다.


물어본 것은 다름 아니었다. 그가 거짓말이라고 말해주길 바래서. 아니, 정말 사실이더라도 그가 부정해주었다면 자신은 분명 믿었을 것이다. 그가 말한 대로 자신은 바보니까.


그런데,

왜 부정하지 않는 거야.


울컥 올라오는 뜨거움에 속이 너무 쓰렸다. 이러면, 정말 너를 원망해야 하잖아. 화를 내야 하잖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를 좋아하는, 이런 내 마음은 어떡하란 말이야.


펠릭스가 블랙캣이라는 사실보다, 그가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제 모습이 너무 서글펐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머릿속과 울컥 치미는 감정들이 뒤죽박죽 섞여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었다.


너무 아프다.


그가 자신을 거절해도, 그저 귀찮은 여자애로만 여겨도, 관심은커녕 시선 한 자락 주지 않아도 지금처럼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에게 거절당하는 것은 익숙한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게 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잔인함에 상처입었다. 정말로 제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건가 싶어서 문득 서러워졌다. 그러다가 그녀는 피식 웃었다. 바보같다. 너무 많은 걸 바라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언젠가는 그래도 날 돌아봐줄지도 모른다는, 그렇게 멋대로 이기적인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걸까.


엉엉 울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하고 힘들어하는, 이런 연약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먼저 시작한 건 나였으니까.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애써 꾹 참아내고 앞으로 걸어나가는 마리네뜨를 청록빛 눈동자가 멍하니 쳐다보았다.


끝내 내밀지 못한 손끝에는 허공만이 휘감겼다.




*



“히얍-!!”



기합소리와 함께 그녀는 발을 휘둘렀다. 휘황찬란하던 보름달은 지금 검은 구름 사이로 가려진 상태였다. 칙칙한 어둠을 비춰주는 몇 개의 빛들을 배경삼아 레이디버그는 지금 악당과 살떨리는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무자비하게 팔을 휘두르며 자신을 공격하는 악당에게 다시금 발차기를 날리며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빠르게 날아드는 주먹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꽤 버거웠다. 악당은 따로 무기도 없는 오로지 맨손이었지만 주먹 하나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를 기다리지 않고 혼자 온 건 실수였을까.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결국 혼자서 일을 처리하러 나왔다. 그래도 이젠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고전하는 자신의 모습에 조소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이 너무 바보같아서. 그렇게 거절해놓고.


날아오는 주먹을 간신히 피한 레이디버그의 등 뒤에 있던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휘날리는 먼지들 사이를 간신히 빠져나온 그녀의 등 뒤로 휙, 주먹 휘두르는 소리가 났다.


맞는다.

그렇게 생각했다.


시커먼 구름이 걷히고 보름달이 서서히 그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와 악당 사이를 가로막은 검은 형체에 레이디버그는 넋을 잃었다. 쿨럭, 소리와 함께 그의 입가를 따라 붉은 피가 주륵 흘러나왔다.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블랙캣!!”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검은 환영이 아주 천천히 그녀 위로 고꾸라졌다. 검은색 타이즈 위에 짙은 혈향이 번져가기 시작했다. 레이디버그의 눈동자에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그에 희희낙락 웃으며 다시 공격을 퍼부으려던 악당은 그녀의 혼신을 다한 발차기에 얻어맞고 멀리에 있는 벽들 사이로 날아가 파묻혔다. 우르르 무너지는 벽들 소리를 뒤로 한 채, 레이디버그는 블랙캣을 데리고 몸을 숨겼다. 그의 머리를 무릎 위에 누이고 레이디버그는 그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타이즈라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지만 아마 꽤 큰 상처일 것 같다. 이렇게 고약한 걸.


피 냄새가.


감겨 있던 블랙캣의 눈이 조용히 떠졌다. 잠깐 정신을 잃었었는지 멍하던 눈동자를 몇 번 깜빡거리던 블랙캣이 흐릿하게 웃었다. 평소처럼 기운 넘치고 장난스러운 미소가 아니어서, 정말로 큰일인가 싶어 레이디버그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이 꽤 놀라웠는지, 블랙캣은 아무 말도 없이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괘, 괜찮아? 어떡해, 너, 너. 피가…!!”

“아, 이거…?”



됐어.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키려다, 등에 둔탁하게 느껴지는 고통에 블랙캣은 조용히 신음하다 다시 누웠다. 생각보다 무리했나. 어쩔 수 없다며 조용히 웃는 블랙캣의 모습에서 그녀는 순간 펠릭스의 모습을 읽었다. 잘 웃지 않지만, 책을 읽을 때 설핏 보여주던 그 다정한 웃음. 그 미소가 좋아서,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를 따라다니는 걸 멈추지 못했었다.


블랙캣이 한 손을 뻗어 레이디버그의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 흠칫 놀라는 레이디버그를 부드럽게 쳐다보던 그가 정말 괜찮다는 듯이 나지막히 웃었다.



“레이디가 무사하니까.”



그거면 됐어. 그거 하나면 되었다고 말하는 블랙캣의 미소에, 레이디버그는 심장 한 구석이 저릿해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그런 자신에 기겁하며 그녀는 그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런 레이디버그의 생각을 꿰뚫어봤는지 블랙캣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를 믿지 않아도 좋아.”



어쨌든 이용하려고 한 것도 사실이고.


그렇게 말하며 이챠,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는 블랙캣의 입매가 없을 리 없는 고통으로 살짝 일그러졌다. 그래도 견딜 만은 하군. 세뇌하듯 중얼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허세를 부리면서도, 블랙캣은 그 자리에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는 레이디버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믿을 때까지 곁에 있어줄 테니까.”



선명한 달빛이 그의 얼굴을 환하게 비춰주었다. 어딘지 익숙하지 않아 보이면서도 묘하게 상냥한 눈빛은 마치 그가 책을 읽을 때의 그 모습과 조금 겹쳐보여서, 레이디버그는 그저 멍하게 그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잡아도 되는 걸까?


너를, 믿어도 돼?


그 순간,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두 사람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벽들 사이에서 빠져나온 악당이 그들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나오지 않는 것에 열받는지 악당은 짜증스레 주위 벽들을 모조리 부수기 시작했다. 그런 악당의 모습을 진지하게 쳐다보는 블랙캣의 옆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결심했는지 그녀는 조용히 그가 내민 손을 붙잡고 일어섰다. 손에 닿는 온기에 놀라서 돌아보는 블랙캣의 시선을 무시하며 그녀는 몸을 탁탁 털었다.


어쨌든 나를 구해줬으니까.

설령 당장 너를 온전히 믿지는 못하더라도, 지금은.


놀라는 블랙캣에게 그녀는 눈을 찡긋거리며 웃어보였다.



“가자.”



파트너. 그 대답 하나에 블랙캣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검은 타이즈에 스며든 핏물과 등을 찌르는 듯한 고통에도, 너무나 기쁘다는 듯이 블랙캣은 천진난만하게 웃어보였다. 그런 블랙캣의 모습에 레이디버그는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 쪽이 진짜 너일까.


무뚝뚝하고 서늘한 너와 지금의 발랄하다 못해 천진난만해 보이는 너. 대체 어느 쪽이 진짜인 거지?


그런 그녀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블랙캣은 다시 악당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언제나처럼 씨익 웃고는 있지만, 지금 그의 눈빛에 어린 감정이 과연 무엇이었을지는 모르겠어도.


그가 가만히 대답했다.



“그래.”






===


2D 레이디버그 PV를 본 제가 죄인이죠(묵념


와 진짜 트레일러만 보고 쓰려니까 애들 성격이 너무 짐작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 힘들군요; 썰의 일부분을 잠깐 재현해 보았습니다. 얘네 분위기 다크해서 참 취향인데 쓰자니 머리 아프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2D도 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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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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