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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날조가 좀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려요 ㄷㅅㄷ





"어디 다녀 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에 그녀, 현 주작은 뒤를 돌아보았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자마자 저를 맞이하는 사람이 누군가 싶어서. 뒤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백호였다. 큰 키에 백발의 머리카락, 고요한 호박색의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입고 있던 외투를 의자에 던져놓으며 주작은 생글생글 웃었다.



"뭐야, 너였어?"

"나라서 실망이냐."

"조금은?"

"아무튼 어디 다녀 와? 고양이 새끼마냥."



그녀는 평상복을 벗고 다시 평소에 제가 입던 붉은빛이 감도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사신강림을 한 후로 전혀 변하지 않은 외모는 언제나와 같이 아름다웠다. 그녀에게 사신이 강림한 나이는 열 아홉, 수십 년이 지난 후로도 여전히 어려 보이는 얼굴과 마찬가지로 성격도 여전했다. 물론 그건 백호도 마찬가지였지만.



"아, 오랜만에 지상에 내려갔는데 재미있는 아이를 만나서."

"누군데?"

"내 후계자."



귀엽더라고. 의자에 앉아 턱을 괴는 그녀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덩달아 흥미가 일었는지 그녀의 맞은 편에 앉은 백호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아, 이번에 남자로 태어났다던 그 아이 말하는 거지?"

"그렇지."



주작 가의 후계자는 예로부터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관례다. 음양오행에서 주작의 성질은 양. 음기를 가진 여자와 만나야 그 힘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다. 같은 양기를 가진 남자는 주작의 힘을 다루기도 힘들 뿐더러 사신강림에도 상당한 제약이 올 수 있을 터였다. 뭐, 아이를 선택한 것은 하늘의 뜻이고 자신들이 거기에 뭐라 할 입장은 안 되었지만.


사실 그 아이가 남자로 태어난 것 말고도 이번 후계자들에 꽤 이상한 점들이 보이고 있긴 했지만.



"그래서 어떻게 했냐?"

"애가 친구를 만들고 싶어하길래, 현재 백호 후계자네 집에 데려다주고 왔지."



나 잘했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미소짓는 주작에게 백호는 웃으며 칼같이 대답했다.



"미쳤구나."

"뭐야?!"

"너네 본가 대전에 있다며? 고작 열 살짜리 애가 집에는 어떻게 가라고 걔를 서울로 데려가?!"



백호의 본가는 서울에 위치한다. 사신인 자신들에게는 한 걸음이면 가는 곳이라지만 지상에서는 차를 이용한다 해도 몇 시간이 걸리는 거리. 어린애가 거기까지 갔다는 것도 걱정될 일이거늘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말에 데려간 곳이 왜 하필 그 먼 곳에 있는 백호 본가란 말인가. 그는 현 주작이자 자신의 소꿉친구를 보면서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정말이지 예전부터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성격이긴 했지만 사신이 되고 나서는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뭐, 어때. 너희 집 부자잖아. 알아서 보내줄 텐데 뭐 그리 걱정해?"

"왜 하필 우리 집으로 보냈어?"

"우리처럼 친해지라고 보낸 거지 뭐~. 어릴 때부터 친해두면 좋잖아? 같은 처지니까."



어차피 지상이랑은 인연도 없는데 뭐. 태연하게 손가락을 빙빙 흔들며 대꾸하는 주작을 보던 백호는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하여간 왈가닥. 하긴 이미 지상을 떠난 입장에서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이지만, 본가 사람들은 좀 골치를 썩을 터였다. 그는 난데없이 들이칠 후계자를 감당하게 될 제 형과 형수에게 살짝 애도를 표했다.



"그럼 우리처럼 자라려나."

"그래도 남자들끼리니까 좀 다르지 않을까? 남자들만의 우정, 뭐 그런 거."

"음? 우리 중에 여자가 있었나? 나는 너와도 충분히 남자들끼리의 우정을 쌓았다고 생각…. 컥!"



오호호 웃던 주작이 발을 들어 백호의 무릎을 세게 찼다. 아픈 무릎을 손으로 문지르며 그는 주작을 노려보았다. 백호는 금강불괴를 쓴다지만, 그런 능력도 주술 앞에선 거의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힘이나 무술은 당연히 녀석보다 강하지만 주술이라는 건 생각보다 꽤 성가신 능력이었다. 아군일 땐 좋지만 싸울 때는 정말 귀찮기 짝이 없는 능력. 더구나 주술에는 현무보다도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 난 게 이 녀석이었다.



"그러고 보니, 니가 사신강림을 했을 때 정말 충격먹었지."

"왜? 너무 이뻐서? 하긴 그 때 너 입이 딱 벌어졌었잖아, 호호호."

"…니 입으로 그런 말 하고 싶냐?"



창피하게. 그렇게 말을 돌리던 백호의 귓볼이 살짝 빨개져 있었다. 확실히 그 때는 넋을 놓긴 했었으니까. 솔직히 그 전까지는 그녀는 제게 그냥 왈가닥에 놀려먹기 좋은 친구였을 뿐이었다. 물론 외형이나 몸매나 얼굴은 나름 여자가 맞았지만, 여자라고 하기엔 너무 막역한 사이였으니까. 그녀에게 사신이 강림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붉게 물든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화려한 옷을 입은 녀석은 확실히 주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웠으니까.


맨날 못생겼다 못생겼다 놀렸지만 사실 그렇게 진심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길거리를 나가면 나름 주목을 받는 녀석이었으니까. 하지만 확실히 예쁘게 꾸미는 것에는 관심이 없던 녀석이라 꾸몄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지도 못했다. 자신이야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주목받을 정도로 잘생기긴 했지만. 그렇게 다들 차례차례로 사신강림을 한 후 하늘로 올라왔다. 이제 후계들이 성장하게 되면 자신들도 은퇴하게 되겠지.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는 가끔씩 네 명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수련하던 시절이 못내 그리울 때가 있었다. 소소한 것들에 즐거워하고 순수하게 무언가를 열망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에게 솔직했던 그 때가.



"난 말이야."

"어?"

"사실 은찬이가 남자로 태어난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냥 그렇다고. 눈을 내리깔며 중얼거리던 주작이 제 손을 들어 깍지를 꼈다. 그렇게 한참을 말이 없다가 고개를 든 그녀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금빛의 눈동자는 그녀가 그와 알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 중 하나였다. 그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우직할 정도로 순수한 눈.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무서운 말이기도 했다. 최소한 그녀에게는.



"야, 그나저나 너 언제 가려고?"

"…."

"내일도 바빠질 텐데 어서 준비해야지. 자고 갈거면 손님 방을 쓰던가."



어색해진 분위기에 하하 웃던 주작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문고리를 잡아당겨 밖으로 나가려던 그녀가 멈칫한 것은 백호가 내뱉은 한 마디 때문이었다.



"가은아."



나가려던 주작이 멈칫했다.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버거울 정도로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의자에서 끼익거리는 소리 하나 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붙잡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박에 묶인 것처럼 답답하고 무거운 공기. 흡사 주술에 걸린 것처럼 온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은아, 주가은."

"그 이름 부르지 마."

"언제까지 내가 널 기다려야 하냐?"



그렇게 말하는 그를 가은은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대답하기가 겁난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녀는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딱 붙어버린 입을 억지로 열어가며 천천히 대꾸했다.



"우린 영원히 살잖아."

"그래서."

"자식이라던가 낳으면 그 아이는 분명 자라나면서 우릴 보고 괴로워하겠지."

"안 낳으면 되지. 그리고 청룡은 결혼해서 애도 낳았잖아. 걔도 후계자라고 하더만."

"그 녀석이랑 우리가 같아?"

"야."

"넌 내 친구야, 백훈."



언제나와 같은 질문, 언제나와 같은 대답. 그녀가 들려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였고 포기할 수 없는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말이 없는 훈을 내버려둔 채 가은은 방을 빠져나왔다. 복도를 달음질쳐서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문을 닫고 주륵 주저앉았다.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던 가은은 하하 실소했다.



"친구잖아, 우리는."

'나, 네가 좋은 것 같다.'



아주 오래 전 그가 했던 고백. 이제는 바래고 퇴색될 법 하건만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고 자신은 언제나와 같이 그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린 친구니까. 친구라는 유대는 연인의 것보다 영원하니까. 자조하던 그녀는 오늘 보았던 자신의 조카를 떠올렸다. 남자로 태어나 이 험한 길을 걸어가야 하는 주작의 후계자. 사실 나는 네가 남자로 태어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좋아할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으니, 적어도 이런 감정에는 좀 더 면역이 있을 테니까.


어렸을 때부터 줄곧 품어왔던 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은 이 관계를 깨는 것도 겁이 난다. 친구라는 울타리는 너무나도 편해서 그걸 벗어나면 무언가가 변할까 두려우니까. 가은은 다시 고개를 푹 떨구었다. 눈물이 떨어져 그녀의 옷자락을 적셔갔다.



"쫓아와서 날 붙잡을 용기도 없냐, 바보 백호. 팔 하나 낚아채면서 내 여자 되라~ 하면 되줄 지도 모르는데."



실없는 소리를 하던 가은이 소맷자락을 들어 제 얼굴을 닦았다. 그럼에도 눈물은 그치지 않는 수도꼭지처럼 방울방울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를 비집고 흘러내렸다. 자신이 나온 방에서 심란하니 생각에 잠기고 있을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쫓아오지 않는 너를 오늘도 난 기다리고만 있다. 아니, 사실 겁쟁이는 나인지도 몰라. 내가 손 내밀기 두려워서 네가 다가와주길 기다리고만 있으니까. 사실 답답하기도 해. 네가 내 말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날 붙잡아준다면 휩쓸려서라도 네 품에 안길 용기가 생길지도 모르건만, 넌 그러지 않지. 평소엔 제멋대로처럼 굴어도 결국 넌 언제나 내 마음을 우선하니까. 주술은 내가 위지만 남자인 네게 완력으로 이길 수는 없는데. 얼마든지 힘으로 날 빼앗을 수 있을 텐데도 넌 나를 기다리기만 하니까.


무릎을 굽히고 쭈그려 앉아 거기에 고개를 묻고, 가은은 애처로이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가 네게 먼저 손 내밀 수 있을 때까지.







==


여담이지만 현 주작의 이름은 주가은이라고 멋대로 설정했습니다!


주작 이름은 주작이 은찬이 이모라고 했으니 아마 돌림자를 쓰지 않았나 생각해서 은 자를 넣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감사해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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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찬] 첫 만남  (0) 2014.11.29
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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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잔향(殘香): 남아 있는 향기.


2. 잔향(殘響): 실내의 발음체에서 내는 소리가 울리다가 그친 후에도 남아서 들리는 소리. 실내 음향 효과를 내는 데 중요한 현상으로, 음악은 1.5~2.5초, 강연에서는 1~1.5초가 적당하다.


[비슷한 말] 뒤울림.




※ 잔향의 테러 기반으로 한 썰. 잔테를 보시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됨요 훠이훠이.






1.

일단 여기에는 자캐 여자애 한 명 등장하는 게 좋겠더라. 사실 상황을 보면 꼬강이가 리사하면 참 좋겠지만 그러면 나머지 배역이 곤란해지므로 일단 자캐 여자애 등장. 이름은 적당히 시아로 하자. 착하고 조곤조곤하니 말씨 곱고 머리카락은 긴 청순한 여자애. 공부는 꽤 하는 편인데 말주변은 별로 없고, 존재감이 굉장히 희박한 아이.


아무튼 시아는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 온갖 학대를 받았던 아이? 로 설정. 애가 어릴 적부터 폭력을 당하다 보니 굉장히 소극적이고 음침하게 되어서 학교에서도 그리 주목을 받는 애는 아님. 그렇다고 왕따는 아니고 그냥 가까이 가기 꺼려지는 애? 뭐 그 정도랄까. 친구가 없어서 혼자 다니는 거 말고는 학교생활은 문제가 없어. 굉장히 존재감이 없어서 잊혀지기 쉬운 아이야. 사실 그게 독이었던 게, 이 여자애는 집에서 당하는 학대에 대해서 누구한테도 의지할 수가 없었어. 한 번 선생님한테 말했던 적이 있는데 그 선생이 처신을 잘못해서 시아는 집에서 죽도록 맞아야만 했어. 그 때문에 어른한테는 절대 마음을 열지 않아.


그리고 또 하나 비밀이 있는데. 시아는 사실 귀신을 볼 줄 알아. 외가 쪽이 그쪽 계통이라 어렸을 때부터 발현한 능력이지. 사실 이건 아이가 어두운 방과 인연이 깊어서이기도 해. 어두운 방에 쪼그리고 앉아 훌쩍일 때가 많아서 빛보다는 어둠과 친했지. 사실 그 때 령충들같은 애들이랑 놀아서 얘는 사실 령충에는 거부감이 없는 아이야.


그러던 시아가 어느 날 꼬강이를 만난 거야. 여기서 꼬강이가 트웰브 역할을 하는 거지. 학원에 가야 해서 서두르고 있는데 앞을 잘못 보고 넘어져서 펜이랑 가방 내용물들이 다 굴러떨어짐. 그런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황급히 주워담고 있는데 앞에서 누가 같이 주워주는거야. 그래서 고개를 들었는데 굉장히 귀엽게 생긴 남자애였어. 나이는 자기 또래? 한 18살 정도 되어보이는.(여기서 꼬강이는 18살) 근데 입을 여니까 약간 말씨가 난폭하긴 한데 묵묵히 주워주는 걸로 봐선 나쁜 애는 아냐.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령충이 나타나서 시아 가방에 달라붙었거든. 무의식중에 시아가 그걸 털어내는데 꼬강이가 그걸 보고는 약간 놀란 눈초리로 보는거야. 빤히 바라보는 눈초리를 보니까 시아는 설마 이상해 보이나? 들킨 건가 싶어서 좀 무안했지만 꼬강이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그냥 이상한 애다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겼지.


아무튼 그런 꼬강이가 참 고마웠던 시아는 답례라고 하면서 자기가 먹으려고 가져온 초콜릿 상자를 건네. 내 이름은 시아인데 넌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까 갑자기 앞에서 누가 꼬강이를 불러. 그게 강림이인 건 시아는 나중에 알지. 어쨌든 그 목소리 듣고 꼬강이는 지금 가봐야겠다고 얼버무리며 초콜릿 잘 먹겠다고 웃으면서 무리 속으로 사라져버려.


그런데 며칠 후에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가게 된 거야. 장소는 63빌딩. 근데 다들 짝짜꿍 다니지만 시아는 친구가 없어 혼자니까 그냥 혼자 돌아다니면서 감상하고 자료 수집하고 그랬지. 그런데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비상통로로 들어가게 되었어. 호기심이 생긴 시아는 비상계단을 내려가보는데 거기서 먼젓번 그 남자애를 또 만난 거야. 바로 꼬강이. 그런데 남자애가 이상한 인형을 들고 있어. 근데 그 인형이 자기랑 놀던 령충들이랑 너무 닮아 있는 거야. 놀라서 시아는 말을 더듬어.


"그... 인형은...?"

"아하, 너 역시."


보이는구나? 그렇게 말하며 개구지게 웃는 얼굴에 시아는 약간 무서워졌어. 보이냐고 말하는 건 이 남자애도 자기랑 같은 걸 본다는 거잖아. 놀라는 시아에게 꼬강이는 자기가 품에 들고 있던 령충인형을 그녀에게로 던져. 그냥 받아드는 시아에게 꼬강이는 소중히 다루라고 말하면서 유유히 계단을 내려가. 그리고 시아는 그걸 보고만 있어. 인형을 손에 꼭 들고.


한편 꼬강이는 내려가면서 전화를 걸어. 상대는 강림이. 무슨 일이냐고 강림이가 묻는데 꼬강이가 웃으면서 말해.


"우리랑 같은 걸 보는 애가 있어."

"..."

"흥미롭지 않아?"

"퍽이나."


냉정하게 자르는 강림이에게 꼬강이는 해맑게 웃으면서 근데 그 아이도 몸 상태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말해. 교복 사이사이에 숨겨진 멍이랑 상처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알아본거야. 강림은 잡소리 그만하고 빨리 빠져나오라고, 곧 시작되니까. 라고 말해. 그리고 꼬강이는 건물 내부를 정전시켜. 다들 우왕좌왕하는 틈에 꼬강이는 령들의 도움을 받아 쉽게 밖으로 나오고, 강림이와 만나지. 그리고 강림이는 스위치를 눌러. 그러자 꼬강이가 군데군데 설치해둔 인형폭탄들이 터지기 시작해. 다만 비어있는 층들에 설치한데다가 사전에 정전소동을 일으켜서 대부분 대피했기 때문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고, 빌딩도 무너지지 않아. 기둥을 죄다 피했거든. 이건 일단 테러의 프롤로그 격이니까.


그런데 다들 도망가는 중에서도 시아는 아직 건물 안에 있어. 그걸 눈치챈 강림이는 할 수 없이 약간 부적? 같은 걸 써서 영파를 연결하는 주술을 써.(둘 다 주술이 가능하지만 더 뛰어난 건 강림이.) 한 번 본 사람이면 대충 영파를 기억하고 감지해낼 수 있어.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에 놀라는 시아에게 딱 잘라 말해. 살고 싶냐고. 그리고는 말하지.


"살고 싶지? 그럼 선택해."

"..."

"공범자가 될 것인지, 그냥 그렇게 살다 죽을 건지."


애가 학대를 받고 사는 거 같다는 걸 들은 강림이도 생각이 좀 있었던 거야. 어쨌든 자신들을 본 것도 사실이지만 일단 자신들과 같은 걸 보고 산다는 것에 나름의 동질감이 들었던 거지. 물론 동료애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연민 정도. 그래서 선택하라고 하는데 시아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말해.


"살고 싶어!"


그 말을 들은 강림이는 지시를 내리기 시작해. 일단 4층까지 내려와서, 그 령충 인형을 창문 근처에 두라고. 그리고 숨으라고. 재빨리 지시대로 하자 폭탄이 또 터져. 그리고 밑에는 꼬강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해맑게 웃으면서 뛰어내리라고 말해. 무서워하던 시아는 결국 뛰어내리고 꼬강이에게 안겨.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강림이한테로 가. 그리고 강림이는 다가온 시아에게 말하지.



"이제 되돌릴 수 없어. 넌 공범자니까."






===


썰도 막 지어내려니까 쉬운 게 아니네요 ㅋㅋㅋ 헷갈려 ㅂㄷㅂㄷ 더 풀기엔 너무 늦었으니 자야겠다 ㄷㄷ


여기는 캐릭터를 정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ㅋㅋㅋ 근데 아마 시바사키는 바리가 될 거 같고 화이브는 사라가 될 거 같아요 ㄷㄷ;;


사실 시바사키랑 나인의 유대감이 좀 상당하길래 강림이랑 바리 콤비가 좋겠다 싶었거든요 ㅇㅇ 집착은 역시 사라로...ㅋㅋㅋㅋㅋㅋ 사라만한 캐릭터가 없어요..ㅠㅠ


사실 잔향의 뜻을 두 개 적어놨는데 일단 잔향의 테러는 2번째 뜻에서 나오는 그 잔향을 씁니다. 제 생각에는 세상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나인과 트웰브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ㅇㅇ 테러를 하면 그 기억은 굉장히 오래 남으니까요. 그렇게라도 기억되고 싶었던 거리라 생각합니다 ㄷㄷ;;



 



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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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나님의 이메레스를 보고 적었습니다.
* 샤크 의인화. 모델임.






"아이는 어떻게 생기는 거예요?"
"엥?"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고개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갔다. 이제 갓 5살이 되었을 법한 귀여운 여자아이가 배우들을 향해 해맑게 웃고 있었다. 모처럼 추석이라 온 스태프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상황이었다. 누가 데려왔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꼬마강림은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소녀가 붙잡은 옷자락을 빤히 내려다보던 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너 지금 그거 나한테 묻는거냐?"


대충 알긴 알지만 차마 제 입으로 뱉을 수가 없어, 꼬마강림은 옆에 서 있던 강림도령을 팔꿈치로 툭툭 건드렸다. 평소에는 눈치도 없더니 용케 신호를 알아들은 강림도령이 그들을 돌아보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툭 말을 던졌다.


"...? 모르겠는데. 바리한테 물어봐."


녀석이라면 알겠지. 무덤덤한 표정으로 받아친 강림도령이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그래도 궁금하긴 했는지 먹으면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실상 자연스럽게 바톤을 넘겨받은 바리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얼굴로 저를 쳐다보는 소녀에게 어찌 대답해줘야 하나, 난감한 모양이었다.


"네? 아, 아기요? 하, 하하. 글쎄요. 그,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는..."
"뭐야,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있구먼?"


기대되는지 헤헤 미소짓던 여자아이를 번쩍 들어올린 건, 마침 이제 막 스케줄을 끝내고 돌아온 궤네깃또였다. 사람 좋게 껄껄 웃는 그를 따라 소녀도 따라 꺄르르 웃었다. 주의를 돌렸다 싶어 다행이라 생각하던 바리가 안도하며 물을 마시는 순간, 궤네깃또가 던진 폭탄발언에 그녀는 장렬히 물을 뿜을 뻔했다.


"s*x지, 역시. s*x!"
"궤, 궤네깃또님?!!"
"콘돔 안 끼고 하면 생긴다."
"사라도령!!"


할 땐 끼고 해라. 아무렇지 않게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하던 사라가 무심히 대꾸했다.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드는 것과 동시에 꼬마강림은 재빨리 소녀를 받아들고 귀를 손으로 막아주었다. 여자아이는 다행히도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그런 그를 노려보던 바리와 꼬마강림의 눈초리에 더불어,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돌아본 사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 재밌는 이야기를 하네."
"...샤크."


옆 세트장에서 화보를 찍던 샤크가 마고와 같이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오늘 그녀와 촬영한다던 상대가 이 녀석이었나. 귀찮게 되었다고 짜증스레 인상을 구기는 사라와는 달리 샤크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안 끼고 하면 어떻게 되는데?"


짓궃은 농을 던지는 샤크에게 사라는 싸늘하게 웃으며 가운데손가락을 들어주었다.


"엿이나 먹고 떨어져."
"에이, 우리 사이에 무슨."
"씨를 아무데나 뿌리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에이, 어차피 아이가 생길 일도 없..."
"닥쳐."


그와 동시에 날아오는 포크를 샤크는 몸을 돌려 피했다. 언제나처럼. 더 말하기도 귀찮았는지 다시 몸을 돌려 떡을 집어먹는 사라에게 샤크가 달라붙는다. 그 와중에 전후 사정을 들은 마고가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싱글벙글 웃는 그녀의 모습에 불길해진 바리가 여자아이의 손을 잡았다.


"어머, 아기? 그건 이 언니가 전문이지~ 어디서부터 알려줄까?"
"안 돼요!"


머릿속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 바리가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꼬마강림이 아이를 등 뒤에 감췄다. 섭섭하다는 듯한 마고의 표정에도 바리는 꿈쩍 않았다.


"어머, 왜?"
"...왠지 불길해요."
"에이, 치사하긴."


그 모든 소동을 마무리한 건 정말로 의외의 인물이었다.


"아, 저 알아요!"
"아이는 황새령이 물어다주는 거잖아요!"
"진짜?"
"제가 봤는걸요? 헤헤."


원천강이는 무릎을 굽힌 채 아이에게 해맑게 웃어준다. 그녀가 웃는 얼굴에 믿음이 갔는지 소녀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따라 웃었다. 그 모습에 동심을 지켰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이들이 안도했으나, 그 가운데 표정이 우울해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왜 나한텐 안 물어보는거지..."


배우들 중에서는 가장 어린 축인 염라의 한탄과 더불어 답을 찾아 기분좋게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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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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